이집트 - 엄마랑 너는 가봤니? 딸이랑 나는 가봤다!
김미순.성예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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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전이다. 2020년 여름, 나는 친한 친구들과 이스라엘 여행을 다녀오고자 만발의 준비를 마쳤다. 몇 년전부터 경비를 모으기 시작했고, 몇 번의 딜레이 끝에 어렵게 잡힌 일정이라 모두 기대하며 떠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여행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여행에 필요한 적정인원이 모집 되지 않았다고. 아쉽지만 뒷날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참고로 그 여행사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신뢰할만한 곳이 아니었다.

 

<엄마랑 너는 가봤니? 딸이랑 나는 가봤다! 이집트>는 코로나 발생 직전에 두 모녀가 이집트로 다녀온 여행기다. 팬데믹 상황에 놓여 있는 이 시점에서 두 모녀의 이집트 여행기는 모두의 부러움을 살만한 이야기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더라도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만으로도 설레이고 기대가 되는 것이 팬데믹을 맞이한 우리들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1쇄(2020.12.28) 이후 2쇄(2021.1.18)를 찍어낼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이유도 지금의 상황과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유명한 연예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전문적인 여행가도 아니다. 단지 대한민국 안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엄마와 딸일 뿐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대부분 이렇게 휴가로 외국을 다녀오던 것이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여행 다녀왔다고 해서 특별히 책을 내려고 하는 이들도 많지 않았다. 찍은 사진들을 모아 두거나 여행지에서 남긴 일기나 기록들을 수첩에 정리해 놓거나할 뿐이다. 그런데 위 두 모녀는 남다르다. 사진과 글을 모아 이집트 여행의 처음과 끝을 기록하여 자신감 있게 내 놓았다. 이집트 여행을 계획 중인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책을 쓰는 이유는 남을 돕기 위한 것이 될 때 큰 빛을 바라게 된다. 자신에게는 소소한 것이지만 남에게는 의외로 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한다면 여행을 다녀온 뒤 출판을 시도해도 좋을 듯 싶다.

 

<여행의 이유, 문학동네, 2019>에서 김영하 작가는 여행의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여행의 이유는 낯선 세계와 인물을 만나기 위함이다"

 

저자(김미순, 성예현)는 이집트에서 낯선 세계를 만나고 낯선 인물들을 만난다. 이집트에 도착한 첫 날 호텔 예약인 계획한 대로 되지 않았다고 하는 호텔 직원과의 만남은 놀람을 떠나 충격이었을 것이다. 물론 꼼꼼하게 예약확인서를 출력해 왔기에 사실대조 후 정상적으로 묻을 수 있었지만, 낯선 나라에서 숙박하는 것도 모험이자 두려움이 될 수 있다. 이집트의 대표음식 코샤리(한화로 2천원)를 눈으로 보았을 때와 직접 맛을 보았을 때는 현격히 차이가 있음도 직접 경험해 봐야 알 수 있다. 모스크에 들어갈 때도 남자가 들어가는 문과 여자가 들어가는 문이 다르고 반드시 치마를 입어야 한다는 규율은 현지에 가봐야 피부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전통시장처럼 이집트의 재래시장도 현지인의 문화와 생활 풍습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곳이다. 어디가나 정찰제는 형식일 뿐 제대로 물건을 사는 것은 손해 보는 일임을 저자는 독자들에게 충고해 준다. 무려 정가에 8분의 1 정도는 깍고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이집트에 다녀온 사람의 생생한 팁이다. 죽은 자들의 천국인 이집트 박물관은 10만 점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으며 1인당 120파운드지만 국제 학생증을 발급해 가면 반값으로 입장할 수 있다고한다.

 

이집트하면 수수께끼같은 피라미드, 사막에 뚝 하니 건설된 거대한 신전, 지하무덤, 왕들의 사후를 위한 장제전이 떠오른다. 위대한 건축물을 통해 당시 이집트의 건축학과 천문학의 발달 수준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도 경주 신라 왕실의 무덤이 도굴꾼에 의해 각종 유물들이 상당히 많이 도난당했듯이 이집트의 무덤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한다. 단, 투탕카멘 무덤은 노동자들이 무덤 위에 오두막을 만들고 세월이 흐르면서 잊혀져 그곳이 무덤인 줄 몰랐기에 도둘당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외 무덤은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에 의해 도굴이 쉽게 이루어졌다고 한다. 왕들의 무덤이 만들어지는 기간은 무려 20여년이 걸렸다고한다.

 

<오늘도 여행을 생각합니다, 2020, 달꽃>에서 인용된 마르셀 푸르스트의 "여행에서 얻는 진정한 발견은 새로운 풍경을 찾아다니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선을 가지게 하는 데 있다말처럼 지금은 낯선 풍경을 찾아다닐 수는 없지만, 대신 '새로운 시선'을 찾도록 노력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다. 나의 움직임이 다른 이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최대한 밀집된 장소는 절제해야 하며, 대신 익숙한 풍경 속에서도 시선을 새롭게 한다면 낯선 곳 이상의 새로움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공정여행가 임영신 작가는 여행자는 관광객이 아니라 방문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희망을 여행하라, 소나무, 임영신 이혜영>. 그 이유는 관광객은 단지 즐기고 스쳐가는 사람이지만 방문자는 서로를 깊이 존중하고 배우며, 공동체와 지역을 알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집 주변만 제한적으로 다닐 수 밖에 없지만 그동안 스쳐 지나갔던 이웃들, 지역의 사람들, 공동체를 자세히 볼 수 있는 기회로 삼으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행은 떠남이 아니라 만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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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지식 - 역사의 이정표가 된 진실의 개척자들
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이승희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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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과학사에서 언급된 금지된 지식들을 다룬 책이다. <금지된 지식>이란 무엇일까? 과학자, 철학자, 종교인 등 당대 엘리트라 자부하는 이들이 손 대지 말았어야 할 지식을 말한다. 남태평양 섬나라 폴리네시아 원어로는 '타부'라고 한다. 해석이 필요한 정보, 또는 라틴어 Ar Kan, 영어로는 시크릿, 미스터리로 명명되는 비밀이 곧 <금지된 지식>이다.

 

금지된 지식은 고대에는 숨겨진, 비육체적이고 죽지 않는 것을 말했다. 경험을 통하지 않고는 알려질 수 없는 것이다. 말그대로 비밀이다. 저자는 책 서두에 금지된 지식의 사례로 구약성서 창세기에 언급된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언급한다. 아담과 하와에게 그 열매를 취하지 말라고 금지 명령을 하나님이 내렸다. 선과 악을 알게 하는 것은 금지된 지식이었다. 존경받는 그리스도교 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는 그의 책 <고백록>에서 인류의 지식사에서 '호기심'을 금지 목록에 담았다. 특히 성적 호기심을 금지된 지식으로 강조했다. 

 

18세기에 이르러 사람은 지혜로운 인간, 영리한 인간이라는 라틴어 '호모 사피엔스'로 불리울 정도로 지식과 이성이 강조되던 시기였다. 창조주의자 입장에서 다윈의 진화론은 금지된 지식이었고, 코페니쿠스의 태양 중심 세계관, 수학에서 무한히 작은 것을 다루는 무한소, 과학에서 원자를 다루는 것은 금지된 지식이었다. 특히 무한소는 카톨릭의 교리를 흔들 수 있었기에 수백년 동안 이탈리아에서는 수학을 경시했다. 그 결과 이탈리아 수학은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영국의 토머스 홉스는 사회의 강력한 중심 권위를 흔드는 자유주의 사상을 금지된 지식으로 여겼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흑인에 대한 폭력과 살인에 대한 흑역사는 다루지 말아야 할 지식 목록이다. 최근까지 동성애도 대중 미디어에서 손 대지 말아야 할 것이었고 제국주의 시절 통치와 관련된 비밀은 백성들에게 공개되서는 안 되는 비밀 유지 목록이었다. 정보기관, 사기업의 고객 정보, 연금술(화학) 기술도 금지된 지식이었다.

히드리아누스 황제는 그리스도인을 박해하기 위하여 곡물상으로 일하던 '프루멘타리'를 스파이로 비밀에 활용했다. 손무의 <손자병법>은 적국의 금지된 정보를 수집한 책이다. 수집은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그 비용은 전쟁 비용보다 적었다. 환경보호자들이 발견해 낸 멸종위기 생물에 대한 정보는 금지되어야했다. 알려지는 순간 사람들에 의해 멸종 위협을 당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성경에서 가장 유명한 비밀 지식은 불타는 가시덤불에서 모세에게 계시된 하나님의 이름이었다. 아이작 뉴턴은 자기 원고의 많은 부분을 비밀 언어로 작성해서 누구도 이를 해독하지 못하도록 했다. 신대륙을 발견할 당시 콜럼버스는 동료들에게 숨겨야 했던 비밀이 있었다. 바로 배에 구비된 식량으로는 귀환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숨겨야 했다. 신약성경에서 말하는 천국의 비밀도 비유로 이야기할 정도로 공개되지 않는 지식이었다. 

 

금지된 지식이 공개되었을 때 나타난 결과는 무엇일까?

 

1915년 제1차 세계대전에 투입된 화학무기는 전쟁 시기 불가피한 과학의 양면성이었다고는 하지만 많은 인명을 살상했다. 유대인이면서 독일의 과학자였던 프리츠 하버가 공개한 과학 지식으로 만들어진 독가스였다. 그는 암모니아 합성법으로 노벨화학상까지 받을 정도로 촉망받는 과학자였지만 추후 나치 집단수용소의 대량 학살을 손쉽게 한 독가스 '치클론베'의 제조법을 공개하기도 장본인이다. 결국 과학이 죄를 알게되면서 과학 기술은 차가운 기술이 되어 버렸다. 과학은 밤의 학문으로 전락당했고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거세지기 시작했다. 그뿐인가. 핵분열과 유전자 화학 지식은 원자폭탄을 세상에 내놓게 하였고, 유전자 조작이 용이하게 만들었다. 물론 금지된 지식을 공개하면서 득을 본 이도 과학자였고 당대의 엘리트였다. 

 

지금은 정보의 홍수 시대라고 한다. 그러나 진작 쓸만한 지식은 소수이며 휩쓸려오다시피한 지식들은 사람들을 무력하게 만들 뿐이다. <금지된 지식>을 인류의 평화와 건강한 성장을 위해 사용해야 할 몫은 바로 우리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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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 - 어른을 위한 그림책 에세이
이현아 외 지음 / 카시오페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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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문뜩 아내 생각이 난다. 같은 직장인이면서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육아와 가사에 대한 부담감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했던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사실, 아내는 동화책을 좋아하고 동화책에 무척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동화를 직접 써 보고 싶어 하는 마음도 가졌다. 동화를 창작하고 싶어 공부도 더 하고픈 의욕도 가져보았다. 내가 옆에서 조금만 더 용기를 보태주었다면 조금씩 꿈을 실현해 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 아홉 분의 교사들도 직장인이면서 동시에 가정에서는 엄마요 아내라는 다양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그림책을 읽고, 그림책을 창작하고 싶어서 두 아이를 재우고 깰까봐 상체만 일으킨 채 새벽녘까지 못다 읽은 그림책과 떠오르는 장면을 그려내는 선생님이 계신가하면, 그림책만을 위해 남편과 함께 유럽 서점 여행을 다녀오신 선생님, 공부방 아이들을 위해 자원봉사하면서 새롭게 만나게 될 학교 아이들을 위해 그림책으로 넉넉한 마음 공간을 준비해 가는 선생님, 타인의 고통과 아픔을 헤아리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뒤돌아보며 그림책을 통해 내면을 치유하며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타인의 입장에서 공감하는 법을 배워갈 수 있었다고 고백하는 선생님 등 아홉 분의 공동저자는 모두 하나같이 그림책을 통해 새로운 거듭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용기 있는 분들이다. 

 

그림책하면 흔히들 꼬맹이들이 보는 책으로 하찮게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책에 비해 얇은데도 도서 정가에는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을 보고 황당해 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 아이들 중에는 의무적으로 학교에서 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림책으로 대충 때우는 녀석들도 있다. 좋게 보면 인기 있어 보이는 것 같은데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역시나 아이들에게도 가볍게 취급 당하는 존재가 그림책인 것 같다.  그런데, 그림책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낸 분이 있고,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발견하고 치유 받은 분도 있다. 더 나아가 그림책을 통해 서로 자신의 삶을 공유하고 서로 격려하는 분들도 있다. '좋아서하는 그림책 연구회' 분들이 그런 분들이다. 그림책을 읽고, 같은 주제로 토의하며, 함께 공감하는 분들이 모여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며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한다. 모임이 어찌나 좋은지 전국 각지에서 모인다고 한다. 그림책의 위력이 대단하다!

 

나도 사실 그동안 그림책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책 한 권 한 권 읽고, 내 생각을 정리하여 글을 쓴다. 네이버 블로그 <이창수의 서재> 뿐만 아니라 예스24, 알라딘, 교보문고,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와 같은 인터넷 서점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공유하고 있다. 책 한 권 읽었다는 성취감을 넘어 내 생각을 공유했을 때 도전받고 위로받는 분이 한 분이라도 있다면 그것에 만족한다. 그래서 틈나는 대로 책 한 권 한 권을 성실히 읽어낸다. 그런데 얇은 그림책 한 권을 읽으면 왠지 한 권을 읽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에게, 그림책 한 권 읽고 글을 써 놓고 책 한 권 읽었다고 하기가 깨름직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을 읽고 내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아홉 분의 글을 읽으면서 그림책을 읽고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겠구나~ 라고 깨닫게 됐다. 그림 장면 하나하나를 자신의 삶과 연관시켜 나가며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의 감정을 드러내며 솔직히 글로 표현했다. 그림책을 상처가 되었던 옛 기억을 소환하고 있는게다. 아픔과 기쁨의 순간을 다시 기억으로 불러 오는게다. 그림책의 위력이다! 수 많은 문장 보다 그림 한 장면이 그 사람의 삶을 돌아보게 만들고, 다시 일으킨다. 그림책의 주인공이 동물이 됐든 식물이 됐든 그 주인공이 곧 내 자신이 된다. 

 

<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의 또 한가지 특징은 책 표지의 촉감이 예사롭지 않다. 무슨 비단 옷감을 만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상당히 따뜻하고 부드럽다. 그림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 책 표지도 신경을 많이 쓰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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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말하고 있었어 문학의 즐거움 60
문경민 지음, 레지나 그림 / 개암나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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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없는 사람이 있을까?

 

어린이들도 어른처럼 아픈 상처를 오래동안 간직하고 살아간다. 상처가 일찍 발견되어 치유되고 회복된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상처는 썩을대로 곪다가 터지는 경우가 많다. 주위에 건우 엄마(책 속 등장인물)같은 분이 계신다면 조금이나마 위로와 힘이 되겠건만 점점 단절화되어가는 현대 문화 속에서는 좀처럼 따뜻한 이웃을 만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아픔 없이 자란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사실 사람이 살아가는 삶이란 온실 속의 화초가 아닌 이상 모두가 작은 아픔이든 큰 아픔이든 간직하면서 살아간다. 혜나(책 속 주인공)는 상대적으로 비교적 어린 나이에 겪지 말아야 할 큰 아픔을 경험한 아이다. 그 후유증으로 말을 하지 않는다. 선택적 함묵증인거다. 말을 할 수 있으나 아픈 기억과 상처로 좀처럼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하고 그러다보니 말 하지 않는 것이 익숙해진 아이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자신의 딸 이야기를 언급하고 있다. 결코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대목이었다. 한창 재잘재잘 거리며 말을 해야 할 자녀가 말하지 않고 눈만 껌벅껌벅하고 있다면 부모의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만하더라도 안쓰럽고 가슴이 메어온다. 혜나는 아빠와 엄마를 일곱살에 잃었다. 경비행기를 타러 갔다가 바다속에 빠진거다. 혜나만 간신히 구출되어 살아나온 것이다. 어린 나이에 받았을 충격을 말로 어찌 표현할 수 있으랴. 

 

말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언제나 말하고 있어!

 

혜나는 말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언제나 말을 하고 있다. 자주 창가로 날아드는 박새 누디, 학교 운동장 울타리에서 만나는 고양이 가샥코, 건우네 집 강아지 웅우리(복실이), 아빠가 키우던 천연기념종 팜 코카투 와루. 혜나는 이들과 언제나 말하고 있다. 사람들과 말을 하지 않을 뿐 새, 고양이, 개와 의사를 소통한다. 

저자가 책에 소개하고 있는 혜나와 같은 아이를 3년 간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 아이는 혜나처럼 수업 시간에 말을 하지 않는다. 어떻게 말을 붙여 보았지만 3년 동안 그 아이의 목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교사인 나 뿐만 아니라 같은 친구들도 들어보지 못했단다. 그 아이는 혜나처럼 말만 하지 않을 뿐이지 모든 활동을 소화한다. 과제도 잘 해 온다. 수업 시간에 교사의 말을 듣고 곧잘 메모도 잘 한다. 말 귀를 알아 듣고 집중해서 그날 하루의 일과를 잘 해낸다. 말하지 않는 그 아이의 특성을 친구들이 잘 알고 쉬는 시간에도 함께 놀아준다. 그 아이의 부모를 만나본 적이 있다. 집에서도 말하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더니 그렇다고. 의사표현은 표정으로, 느낌으로 한다고. 그 아이의 엄마를 잠깐 뵌 적이 있는데 엄마가 참 얌전해 보였다. 담임교사가 아닌 교과 전담교사라 더 깊이 나눌 수 없었지만 전담교사이기에 3년 동안 줄곧 지켜볼 수 있었다. 매년 그 아이를 담임하는 교사는 그 아이의 특성에 대해 학교에 오래 남아 있는 나에게 물어본다. 그럴때마다 대답해 줄 수 있는 것은 원래 그랬다는 정도일 뿐 더 이상 구체적으로 해 줄 말이 없었다. 그런데 <나는 언제나 말하고 있었어>라는 책을 읽고나서 2021년 올해 그 아이의 담임을 맡게 될 교사에게 꼭 이 책을 추천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는 '말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언제나 말하고 있어요' 라고.

 

이른 시기에 상처와 아픔을 겪은 사람은 일찍 철이 든다고 한다. 애늙은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을거다. 나이는 어린앤데 행동하는 거나 마음 씀씀이나 어쩜 그렇게 성숙해 보일까? 이런 아이를 일컬어 '애늙은이'라고 말한다. 혜나는 열두살이다. 할아버지에 대해서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가 과거의 기억을 다시 찾은 뒤에는 분노와 미움으로 바뀌고 다시 할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고 나서는 자신의 아픔과 상처를 타인에게 전가시키기보다 자신이 감내해내야 하는 기억으로 승화시킨 혜나의 모습을 통해 좌충우돌하며 자라가는 우리 집 세 아이의 모습이 스쳐간다. 그리고 내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이 떠오른다. 

 

저자가 이야기 속 배경으로 삼은 곳이 강원도 탄광촌 읍내다. 아마 추측컨대 삼척 도계읍 또는 강원도 정선 쪽이 아닐까 싶다. 내 고향도 삼척이다. 집에서 걸어서 5분이면 바닷가인 어촌 마을이다. 예전엔 어촌 마을로 들어온 이주민 모두가 상처가 가득한 이들이었다. 오죽했으면 배타는 일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했을까. 내가 어렸을 적 뱃사람들은 오만군데 돌아다니다가 막다른 골목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뱃일이었다. 당시 뱃일이란 생사를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기상을 예상하지 못하거나 돌변하는 바닷 날씨로 일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어촌 마을에는 과부들이 많았다. 한 부모 가정이 많았다. 아빠 잃은 아이들이 태반이었다. <나는 언제나 말하고 있었어>의 혜나가 이주해 온 탄광촌 마을도 비슷했다. 건우네 아빠도 탄광 갱이 무너져 목숨을 잃었다. 석탄을 채굴하다보니 폭우에 산사태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혜나와 혜나 할아버지도 산산태에 목숨을 잃을 뻔 했다. 물론 혜나네 집은 온데간데 없이 휩쓸려온 흙더미니에 자취를 온전히 감춰버렸다. 혜나 할아버지는 빵집을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가신다. 인적이 드문 탄광 마을에서 얼마나 수익이 났을까 싶다. 

 

강원도 시골 산간오지 학교, 상처를 보듬는 선생님이 필요하다!

 

책 속 주인공 혜나와 건우가 다니는 학교는 2개반이 전부다. 4학년에서 6학년까지 세 개 학년이 한 교실에서 배운다. 일명 3복식이다. 요즘은 학력 보장을 위해 3복식은 없어졌지만 아직도 2복식은 존재한다. 학년 상관 없이 2개 학년이 한 교실에서 공부한다. 책 속 정도현 선생님의 모습에서 나를 찾아본다. 나도 5년 동안 2복식을 담임한 적이 있다. 하루에 버스가 두 대가 다니는 깊은 산골 마을 학교에서. 모두가 도심지로 이사가고 남은 가구수는 얼마되지 않는 마을이다. 해 맑게 살아갈 듯 싶은 아이들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처가 없는 아이가 없다. 엄마가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 집, 농사는 짓지 않고 맨날 술독에 빠져 지내는 집, 아궁이에 장작을 피우며 한 켠에서는 소 여물을 먹이는 집, 상수도가 깔리지 않아 산에서 내려 오는 물을 파이프로 연결해 받아 먹는 집, 승용차로써는 도저히 올라 갈 수 없는 높은 지대에 살고 있는 집. 걸어서 삼사십분을 걸어서 오는 아이들의 모습에는 천진난만한 모습 뒤에 꽤 어른스런 애늙은이의 모습들이 보였다. 부모의 마음으로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교사가 필요한 곳이다!

 

교실에서 아이들을 만나보면 안다. 중요한 것은 공부가 아니라 삶이라는 사실을. 아이들의 삶과 동떨어진 교육은 껍데기뿐이라는 사실을. 교사라면 모두가 동감할게다. 아이들은 말을 하지 않을 뿐이지 언제나 말하고 있다!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드러낼 수 있도록, 자신의 아픔과 상처를 끄집어 낼 수 있도록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삶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 교사의 몫이다! 어른들이 할 일이다! 문경민 작가의 책 <나는 언제나 말하고 있었어>를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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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회장 - 2021년 문학나눔 선정도서 마루비 어린이 문학 1
최은영 지음, 이갑규 그림 / 마루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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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의 역할은 무엇일까?

회장으로써 갖춰야 할 자세는 무엇이 있을까?

왜 회장을 하고 싶은 걸까?

 

새학기가 되면 학급마다 리더를 선출한다. 회장이든 반장이든 여러 형태의 선출직 또는 윤번식 등의 리더를 세운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민주적인 학교 운영으로 학급 자치, 학교 자치, 초등 자치 등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며 학생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학생 자치를 적극 권장하고 활성화되고 있다. 교사에 의한 일방적인 지시 전달 운영 방식이 아닌 학생들이 직접 의견을 내고 실천을 하는 학생 자치는 민주 시민을 길러내겠다는 국가 수준의 초등학교 교육과정 목표이기도 하다. 

 

<일주일 회장>에서는 일주일 마다 돌아가면서 회장을 자발적으로 한다. 단, 선출직이 아니라 독특한 방식으로 회장을 뽑는다. 월요일 아침 회장 자리로 정해 놓은 곳에 가장 먼저 앉는 사람이 일주일 회장이 되는거다. 일주일 회장은 특별한 자격을 부여 받는다. 일주일 동안 학급에서 지켜야 할 규칙 한 가지를 정할 수 있다. 회장 마음이든 학생들의 의견을 듣든 그건 일주일 회장 재량이다. 책 속 주인공 하시우와 김주엽은 일주일 회장을 위해 경쟁 모드로 돌입한다. 두 사람의 스타일이 정반대다. 하시우는 내향적이며 꼼꼼한 편이다. 김주엽은 외향적이며 분위기 주도형이다. 일주일 동안 내세운 규칙도 극과 극이다. 하시우는 보드게임과 대청소로 내실을 키우는 반면 김주엽은 공놀이, 반대항으로 외적으로 실적을 키운다. 시간이 갈수록 강대강 대립이 이루어지고 결국에서는 표면적으로 알력이 나타났다. 

 

질투와 시기가 계속 되는 가운데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하시우는 회장의 역할에 대해서, 왜 자신이 회장을 하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시우 할아버지도 동네 방범대장을 맡으면서 대장 노릇 잘하는 방법에 대해 시행착오를 겪는다. 

 

"대장 노릇 제대로 하려면 사람들 윽박지르고, 꾸짖고, 신고할 게 아니라 사람들 상황을 밝은 눈으로 헤아리고,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더라

 

방범대장이든 회장이든 감투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할아버지든 시우도 깨닫는다. 괜히 회장이라고 해서 어깨에 힘주고 다닐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회장이라고 해서 실수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잘못했으면 친구들 앞에 당당히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것이 회장의 자질이다. 회장이란 리더란 결국 공동체는 섬기는 일꾼이다! 라는 마음을 먹는다면 공동체에 큰 유익이 될 거다. 

 

초등학생들 읽으라고 쓴 책이지만 사실, 어른도 읽어야 할 책이다. 아니, 어른부터 읽어야 하지 않을까? 사회의 지도층에 있는 어른들이 볼썽사납게 부끄러운 모습으로 매스컴에 자꾸 오르내린다. 들고 날 때를 모르고 사회의 리더로써 일말의 책임감과 부담감도 보이지 않는다. 최소한의 사회룰도 지키지 못하는 어른들이 과연 아이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을까? 

 

<일주일 회장>이라는 책 제목처럼 차라리 일주일 국회의원, 일주일 시장, 일주일 장관을 하면 어떨까? 당선 되기 위해 몇 주간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당선되면 모르쇠 일관해 버리는 선출직 의원, 시장이 미덥지 않다. 시민보다 임명권자의 뜻만 헤아리려는 장관들을 볼 때면 화가 치밀어 올라온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민주 시민을 경험할 수 있도록 책임을 맡으신 분들이 일꾼된 마음 자세로 귀를 기울이며 낮아진다면 더욱 존경받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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