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올드 코리아 (완전 복원판)
엘리자베스 키스.엘스펫 키스 로버트슨 스콧 지음, 송영달 옮김 / 책과함께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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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대한민국, 영국인의 눈에는 어떻게 비춰졌을까? 

 

영국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한국으로 여행 차 온 엘리자베스 키스 자매의 눈으로 본 1919년 한국의 모습을 목판화와 수채화를 통해 만나 볼 수 있는 책이다. 미국 고서점에서 운명적으로 만난 옮김이 송영달님을 통해 이 귀한 책을 독자들이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와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 밖 풍경부터 저 멀리 원산까지 방문한 사실적 기록도 사료적 가치를 높이 사야 할 듯 싶다. 동생이 그리고 언니가 기록을 남긴 공동 작품이기도 하다. 

 

"1919년에 서울을 방문해 큰길로만 다녔거나 전차만 타고 다녔으면, 아마 서울도 극동의 여느 도시들처럼 부분적으로 서구화된 지저분하고 재미없는 도시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일단 대로를 벗어나서 구불구불한 골목길에 들어서면, 알라딘 단지 같은 장독이 늘어서 있는 신비스러운 집안 마당을 들여다볼 수 있다" (44쪽)

 

외국인이 그것도 일본이 강점하고 있던 한국에 도시길이 아닌 시골길을 거침없이 다니면서 풍경을 담아낸 엘리자베스 키스 자매의 용기에 감탄하게 된다. 어느 집 담 넘어 이국적인 풍경을 화폭에 담아내고자 정중히 스케치할 시간을 요청하기도 한다. 물론 한국어를 잘하는 캐나다 출신의 게일의 도움이 컸다. 그는 30년 넘게 한국에 정착하면서 한국인의 정서까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반 한국인이 된 상태였다. 재매가 유독히 관심을 가지고 화폭에 담은 장면들은 한국 고유의 풍습과 평범한 사람들 모습이다. 당시에는 일본이 한국어를 말살하고자 일본어를 강제로 쓰게 하고 한국 문화를 파괴하고 있는 시기여서 담대한 그녀의 행보가 특히 눈에 띄게 된다. 아마도 영국과 일본의 대외 관계가 플러스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자매들이 그린 1919년 당시 한국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새로운 사실 몇 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일단, 1919년에 일어난 3.1운동에 참가한 한국 사람들을 기록으로 담아낸 것을 보면 하나같이 비폭력 저항 정신이 온 몸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고 말한다. 학생들을 포함하여 남녀노소 할 것없이 독립을 향한 갈망과 일본에 항거하는 의지가 단호하였다라고 평가한다. 

 

"그는(한국 청년) 조선독립신문 같은 문서들을 두루마기 배랫속에 감춰 가지고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전달했는데, 그것은 일본 경찰에게 발각되면 크게 곤욕을 치를 일이었다" (69쪽)

 

일각에서 한국 사람들이 게으르다고 평가한 부분에 대해 엘리자베스 키스 자매들은 반론을 강하게 제기한다. 

 

"한 의사가 말하던 것이 생각난다. 한국 사람들이 게으르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에게 나는 그게 이유가 있다고 답합니다. 바로 기생충 때문이에요. 어떤 환자에게서 무지하게 큰 촌충도 빼주었고, 또 다른 환자에게서는 십이지장충을 무려 이백여 마리  빼냈어요. 이 불쌍한 여자들을 괴롭히는 것은 영양 부족과 몸 속의 기생충이랍니다" (72쪽)

 

열악했던 한국의 보건 상태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선교사의 도움을 받아 이곳저곳을 다닌 영향이 있었는지 한국에서 선교활동에 관한 기록도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어쩌면 선교활동이라는 것에 약간의 편견을 가진 독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평한 마음을 가지고 한국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기독교 선교활동이 한국을 근대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것을 선선히 인정할 것이다" (74쪽)

 

엘리자베스 키스 자매는 서당에서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도 그려냈다. 당시 일본은 신식학교라 홍보하며 시멘트 건물로 학교를 짓고 신식학문을 가르친다는 명분으로 귀족 집안 아이들을 입학시켰으며 학교 교사들은 제복을 입히고 허리띠에 칼을 차게 했다고 기록해 놓았다. 반면 외국인 선교사들이 세운 사립학교 및 병원에서는 무료로 의료지원과 교육지원을 지원하고 있음도 설명하고 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 필리핀 등 동아시아 여행을 다니면서 직접 그리고 기록을 담아낸 엘리자베스 키스 자매는 유독히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었는지 고국으로 돌아가 한국에 관한 그림들을 모아 전시회도 가졌다고 전해 오고 있다. 미국의 한 서점에서 잠자고 있던 고서적을 발견하여 생생하게 전해 준 송영달님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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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진짜 궁금해하는 온라인 수업 2 : 실천 사례편 - 상호작용과 학습 동기를 끌어올리는 범교과 온라인 수업 활동 교사가 진짜 궁금해하는 온라인 수업 2
손지선 외 지음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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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비해 올해 온라인 수업 뿐만 아니라 비대면 회의가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학부모의 관심 때문이 아닐까 싶다. 웃픈 현실이지만 우리 교육은 학부모의 관심 방향에 따라 발전해 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의 질을 제고해 달라는 민원이 제기되자 교육청에서는 일선 학교를 지원하기 위한 T/F 팀까지 꾸릴 정도였다. 재정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고 역량 있는 수업 지원단을 통해 다양한 연수가 진행되었다. 2021년 새학기는 온라인 개학까지 염두해 두고 교육계획이 세워진지라 작년처럼 당황하거나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있었다. 특히 온라인 수업의 팁을 자세하게 안내해 주는 각종 책들이 교사들의 손에 의해 제작되고 출간되기 이르렀다. 그중에 작년에 출간된 <교사가 진짜 궁금해하는 온라인 수업>은 당연 돋보이는 책이었다. 시기적으로도 적절했고 모두가 혼돈 속에 있을 때 과감히 온라인 수업의 시작과 과정을 시도한 실천 사례를 여과없이 보여 주었기에 현장 교사들의 갈증을 단칼에 베어 버리는 듯한 느낌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올해에도 좀 더 업그레이된 시즌2를 내 놓았다. 

 

<교사가 진짜 궁금해하는 온라인 수업2>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뭐니뭐니 해도 '상호작용'이다. 수업의 중심이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저자들이 온라인 도구를 활용하여 교사와 학생이 교과 내용을 가지고 대화를 나누는 방법들을 공개하고 있다. 그뿐인가. 교사와 학생이 서로 성장하는 과정을 솔직하게 독자들에게 나누고 있다. 

 

"수업은 교사와 학생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수업 내용이 전달되고, 학생에게 배움이 일어나는 매우 인간적인 관계여야 합니다" (85쪽)

 

온라인 수업이 인간적인 관계여야 한다? 활발한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대면 수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그런데 온라인 수업도 인간적인 관계여야 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온라인 수업에서도 배움이 제대로 일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어떻게?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의 상호작용이 촉진될 수 있도록 수업 설계를 해야 된다는 말일게다. 상호작용을 촉진시킬 수 있는 다양한 도구들과 방법들을 예시 장면과 함께 자세하게 안내하고 있으니 책을 참고하길 바란다. 

 

특히 온라인 수업에서도 평가는 간과해서는 안되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평가 루브릭을 통해 평가 기준과 평가 계획을 세우는 일은 온라인 수업이라고 해서 다를 점은 없다. 다만 온라인이라는 환경에서 평가 계획을 안내하는 방법, 학생들의 질문을 바탕으로 피드백을 제공하는 부분, 온라인 과제를 통해 충분한 연습 기회가 마련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 둘 것을 팁으로 알려주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저자들은 하나같이 공통적으로 블렌디드 러닝이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할 방향이라고 강조한다. 블렌디드 러닝은 학생들에게 더 나은 배움과 성장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의 장점을 병행하여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심지어 학교 밖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학교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확장시켜야 한다고 한다. 우리 교육의 오래 숙원 과제였던 개인별 맞춤형 수업도 블렌디드 러닝으로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수업의 중심은 '상호소통'이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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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 자꾸만 나를 잃어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
반유화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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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결혼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들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가장 먼저, 상대가 나의 가치관을 허락해주는 사람이 아닌 나와 한 팀이 될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하세요. 그리고 팀 안에 다른 사람(부모님, 친구들, 익명의 타인 등)을 넣지 않을 만한 사람인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성인으로서 자신이 새로 구성할 가족과의 유대를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는지, 그리고 자신의 과거 양육자와 적절한 분리가 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32쪽)

 

나에게 딸이 있다. 만약 딸이 결혼할 배우자의 가치관이 전통적인 가부장적 사고방식을 유지하고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딸까지 생각할 필요가 없겠다. 지금 나는 아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지? 허락해 주는 사람인가? 한 팀으로 아내의 의견을 존중하며 내 생각을 이야기하는 쪽인지. 감사하게도 나는 결혼 하기 전 나름 결혼 후 가정을 어떻게 꾸릴 지 소그룹 안에서 책으로 공부하고 함께 토의한 경험이 있다. 그때 가장 원칙으로 삼았던 것 중에 하나가 결혼 후 꾸릴 가정 안에는 어떤 누구에게도 의사결정권을 넘겨서는 안 된다, 가정의 경제권은 무조건 아내에게로 일원화한다, 나를 키워준 어머니가 계시지만 결혼 후 가정에서 가장 많이 대화할 사람은 아내다 등등의 방향을 잡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사고의 중심에는 남성 우위의 가치관,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도와주는 것이라는 생각들이 생활 곳곳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불쑥 나타났다. '상대가 나의 가치관을 허락해 주는 사람이 아닌 나와 한 팀이 될 수 있는 사람인지' 앞으로 딸이 결혼할 배우자가 이런 사람이면 좋을 듯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금의 내가 이런 모습이 되어야겠지만. 

 

"상대를 2D(평면)가 아닌 3D(입체)로 이해하는 일, 어떤 순간의 모습을 그 사람의 전부로 인식하지 않는 것, 상대방이 나와 잘 통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나와 맞지 않거나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는 일은 중요합니다. 나에게 꽤 소중한 관계를 순간의 판단으로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45쪽)

 

여자들이 남성 직장 상사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 중에 하나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처럼 배신감이다. 평소에는 존경스럽고 신뢰가 들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전혀 다른 행동을 하는 모습을 봤을 때 큰 충격을 받는다고 한다. 이런 일은 직장 안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남자들도 예외일 수 없다. 직장 안에서 사람에 대해 실망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실망감을 넘어 배신감을 느낀다. 사람은 신뢰의 대상이거나 믿음의 대상이 아니다.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그 사람의 전부를 평가해서도 안된다. '상대방이 나와 잘 통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나와 맞지 않거나 ' 일 수 있지 매번 모든 일에 나와 잘 맞을 수는 없다. 이렇게 생각하면 좀 더 직장 안에서 사람과의 관계를 슬기롭게 해 나갈 수 있겠다 싶다. 

 

"관계의 지속 요건은 '함께하되 나로 있을 수 있는 여분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94쪽)

 

직장 안에서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 첫 인상이 오래간다. 나는 꽤 맞춰 가는 성향이다. 나의 공간을 잘 내어주는 스타일이다. 그러다보니 스스로 지치는 경우가 있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보통 내가 만나는 사람은 또 언젠가는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기에 지속성이 자동적으로 뒤따른다. 오랫동안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비결은 회복탄력성이다. 내 자신의 임계점을 알기에 적절한 관계 지점을 정해 놓는 것이다. 한국화의 미는 여백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뭔가 꽉 찬 그림은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다. 여백이 있을 때 보는 사람도 한결 마음이 편한다. 직장 안에서 사람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공간을 인정해야 한다. 침범하지 말아야 한다. 친하다는 이유로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 내 스스로 건강함을 유지해기 위해 여분의 공간을 챙겨야 한다. 함께하기 위해서는 내 정신 건강을 최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다. 퍼주다 보면 고갈된다. 고갈 될 때까지 퍼주면 지속성을 유지할 수 없다. '함께 하되 나로 있을 수 있는 여분의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사소한 일에 폭발해버리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감정 내성(affect tolerance)을 잘 관리해야 한다. 감정 내성이 높을수록 본인이 느끼는 감정을 내면에 잘 담아둘 수 있고, 내면에서 일어나는 자극에도 유연할 수 있습니다" (102쪽)

 

사소한 일에 폭발해 버릴 경우에는 사전 징조가 있었을 것이고 참다 참다 못해 끝내 감정을 폭발해 버린 상태일 것이다. 자신의 감정 내성이 어느 정도인지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감정 내성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결혼 초기에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가정을 이루다보니 어찌어찌 생활하다가 결국 감정이 폭발해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약자인 아내에게서 많이 일어난다. 원인 제공은 물론 나였다. 육아와 가사, 시어머니와의 관계, 직장 일까지. 지금에서야 웃을 수 있지만 당시에는 위험한 수준까지 다다른 적이 많았다. 감정 내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임을 다시 깨닫는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평소에는 잘 생활하다가 갑자기 감정이 분출되면 그동안 쌓아 놓았던 이미지가 순식간에 날아가버린다. 공든 탑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격이다. 리더의 역할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감정 내성을 탄탄히 지켜내는 것이 좋겠다. 

 

"거절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대상을 내쫓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관계를 건강하게 지키는 데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 주세요. 이것을 기억한다면 '거절=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거절에 대한 감수성을 바꾸면 여러 상황에 맞는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사회생활을 해나갈 수 있어요" (126쪽)

 

대부분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왠지 거절이 반대라고 생각하고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몇 번이고 계속 자신의 마음과 상관없이 받아들이다보면 결국 힘들어지게 된다. 힘들어지는 관계는 건강하다고 할 수 없다.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거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상을 내쫓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다. 거절한다고 해서 결코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거절에 대해 예민하게 받아들일 필요도 없겠다. 거절은 반대가 아님을. 거절은 사람을 내쫓는 것이 아니다. 해당하는 일을 할 수 없다는 표시다.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표현이다. 거절 받았다고 해서 자존심 상해하거나 불쾌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확실한 의사표현은 관계를 건강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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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구미호 1 - 사라진 학교 고양이 박현숙의 케이 판타지 시리즈
박현숙 지음, 김숙경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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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고양이 새끼들을 가져갔을까?'

'누가 공을 찢어 놓고 줄넘기 줄을 갈귀갈귀 끊어 놓았으며 심지어 마이크까지 산산히 조각냈을까?'

 

동환이네 학급이 의심을 받기 시작한다. 동환이네 학급 체육 시간이 끝나고 난 뒤 이런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교장선생님까지 동환이네 학급 담임선생님께 주의를 준다. 담임선생님이 심정이 어떨지 이해가 간다. 그런데 동환이네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에게 화를 내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들의 바람막이가 되어준다. '나는 너희들을 믿는다. 학교에서 모든 사람이 우리 학급을 의심하더라도 난, 너희들이 하지 않았을거라 믿는다' 이런 식으로 신뢰를 포기하지 않는다. 맞다. 담임선생님은 누가 뭐라고 해도 아이들의 그늘이 되어 주어야 한다. 내가 맡고 있는 아이들을 신뢰하고 믿어주어야 한다. 설령 범인이 우리 학급에서 발견되었더라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거야' 라고 생각하며 처벌이 아닌 회복으로, 징계가 아닌 치유로 접근해야 한다.

 

고양이 새끼를 가져간 아이, 공을 찢어 놓은 아이, 줄넘기 줄을 끊어 놓은 아이, 마이크까지 산산히 부서놓은 아이 모두 동환이네 학급에 있는 한 아이가 한 행동임이 밝혀졌다. 단순히 우발적으로 한 행동이 아니라 특별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빨간 구미호>가 되기 위해 이 세상에 온 어린 구미호와 관련되어 있다. 어린 구미호 '달이'는 빨간 구미호 즉 구미호 중에 구미호, 전사 구미호가 되는 것이 꿈이다. '달이'가 물고 있었던 '구슬'이 그만 동환이네 학급 '민서'라는 여자 아이 입 속으로 들어가버린다. 민서가 누군지 몰랐을 때 일이다. 민서는 자신의 입 속으로 들어간 구슬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 구미호는 달이로 둔갑하여 동환이네 학급에 전학생으로 온다. 자신의 구슬을 삼킨 아이를 찾기 위해. 스토리는 이렇게 전개된다.

 

학생들이 특이한 행동을 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 그렇다.

하루는 선생님 한 분이 교무실로 교감을 찾는다고 하며 전화를 걸어 왔다. 다급한 목소리였다.

 

"교감 선생님, 잠깐 올라와 주실 수 있으세요?"

"네. 어디로 가면 될까요?"

 

올라갔더니 담임 선생님이 작은 목소리로 손가락을 가리키며 자기 반 아이가 저곳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교감인 나를 급하게 찾은거다.

 

"네. 걱정하지 마시고 교실에 들어가셔요. 제가 이야기해 볼께요"

 

조그만 녀석은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 있다.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고사리 같은 손이다. 햇볕이 좋아 밖에서 얘기하기가 참 좋은 날씨였다.그 아이 얘기는 이렇다. 자신 때문에 담임 선생님이 힘들다는 것 다 안다고 한다. 선생님에게 미안하다고 얘기하고 싶어도 용기가 없어 얘기를 못한다고 한다. '그럴만한 이유가 다 있었구나!'

 

하루가 지나서 그 학생 담임 선생님과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다.

 

"선생님, 많이 힘드시죠? 요즘 아이들 그냥 학교 나와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더라구요"

"제가 너무 기대치가 높은가봐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학교 안에 학생들에게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에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가정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사건을 알게 된 어떤 아이는 겨우 겨우 학교에 나오고 있다. 그 아이 입장에서는 학교 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아이에게 학교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싶다. 그저 따뜻한 엄마품이 되어주는 것 밖에. 학교와서 한끼라도 따뜻한 밥을 먹어 주는 것만을도 감사하다. 따뜻한 온기가 있는 교실 속에 머물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학교 오지 않겠다고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교감이 해야 할 일 중에 한 가지가 있다면 학급에 사랑과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챙기는 일이다! 담임선생님을 도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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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시작하는 회복적 생활교육 - 공감과 책임의 교실을 만드는 아홉 가지 학급운영 솔루션 함께 걷는 교육
네이선 메이너드.브래드 와인스타인 지음, 홍수연 옮김 / 우리학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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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안에서 아이들끼리 싸우는 일은 이제 놀랄 일도 아니다. 교사가 알지 못하는 다툼이나 관계에서 빚어진 갈등도 많아졌다. 분노를 표출하는 아이들도 많아졌고 교사의 생활지도를 따르지 않고 반항하는 아이들도 거듭해서 많아 지고 있는 것이 학교의 현장이다.

 

"교감선생님, 000이 안 들어옵니다. 죄송하지만, 그 학급에 올라가서 전담실로 가라고 말씀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해당 학생이 있는 학급으로 올라갔더니 역시나 담임선생님과 학생이 앉아 있었고 담임선생님은 뭐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그 아이는 듣는체 마는체 하며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무슨 상황인지 그려졌다. 전담실로 가지 않고 버티고 있는 학생을 담임선생님이 설득해서 어떻게든 가라고 하는 상황이었다. 담임선생님도 어찌할 수 없는데 교감인 내가 어떻게 할 수 있겠느마는 부탁을 받은 상황이라 일단 부딪쳐 보기로 했다. 친절하게 상담하시는 담임선생님과는 정반대로 무작정 엄한 목소리로 아이에게 이야기했다.

 

"일어서. 일어서. 따라와"

 

쭈빗쭈빗하면서 일어나는 듯 하나 거북이보다도 더 느리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한 걸음 한 걸음도 숨막힐 정도로 느리게 반응하며 교실 밖으로 나온다. 전담실까지 보통 걸음으로 1분이면 족할 거리인데 5분 넘게 걸린 것 같다. 혹시나 시늉만 하고 다시 교실로 돌아갈까봐 전담실까지 안내하고 들어가는 것을 보고 다시 뒤돌아섰다. 담임선생님은 속히 까맣게 타들어갔을 것이다. 교감까지 나섰으니 말이다. 그 아이는 아마 그 시간에 무표정으로 있지 않았을까 싶다. 왜 버티며 전담실에 들어가지 않을려고 했을까?

 

<오늘부터 시작하는 회복적 생활교육>은 생활교육의 패러다임을 응보적 관점에서 회복적 관점으로 전환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생활교육이 필요한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학생들 모두 의자를 움직여 원 형태로 둘러 앉는 것부터 시작하는 써클방법을 써 볼 것을 권유한다. 발언권을 가질 수 있는 토킹피스로 학급 안에서 모든 구성원들이 중재의 시간을 갖는다. 중재의 원칙은 상호존중이다. 중재를 책임지는 사람이 학급 담임교사라면 이 원칙을 지켜야 한다. 감정을 털어놓고 솔직한 대화를 유도한다. 학급 안에 생긴 문제는 반드시 대화로 해결한다. 중재에서 해당 학생들의 감정과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인내심이 요구되기에 결코 강요해서는 안된다. "일어서. 일어서. 따라와" 와 같은 강압적인 발언은 공감을 방해하고 감정 이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잘못한 학생을 교실 밖으로 쫓아 버리면서 어떻게 그 학생이 교실 안에서 잘 행동하길 기대할 수 있을까?"

 

결국 학급이라는 공동체에서 한 아이 한 아이를 잃지 않기 위해 학생의 행동을 교실 전체에서 다루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서클은 공동체 구성원을 잃지 않기 위한 교실의 기대치이다. 교실 속의 아이들의 목소리로 문제를 다루기 위한 것이다. 꼭 알아야 할 것은 피해를 끼친 학생을 교실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 피해를 끼친 학생이 정확히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함께 들으면서 공감 능력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 행동의 변화를 기대한다면 교사가 직접 이야기하는 것보다 학생 스스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갈등은 학생이 자기 행동의 결과를 깨닫는 기회이다. 자기 행동에 책임지는 의무를 배우는 기회다.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해 실천하는 기회다"

 

생활교육은 규정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규정의 가장 큰 단점은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금지하고자 하는 구체적 행위에 집중한다는 점과 학생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체적인 상황에서만 적용하려는 점이다. 규정에서 제시하는 정신은 가르치되 규정에 나와 있는 세세한 문구로만 학생들을 생활교육하고자 해서는 안 된다. 더불어 교사는 학생들에게 하지 말아야 할 것보다 긍정적인 생활습관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 금지할 것만 바라보면 교사는 선입견을 갖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교사의 머리속에 그 학생에 대한 선입견이 생성되면 학생의 변화를 꾀하기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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