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어린이 종교 사전
제니퍼 글로솝 지음, 존 만사 그림, 강창훈 옮김 / 책과함께어린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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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종교사전답게 세계의 대표적인 종교가 총망라되어 있다.

인도에서 시작된 종교 - 힌두교, 불교, 시크교, 자이나교

중동에서 시작된 종교 -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조로아스터교, 바하이신앙

동아시아에서 시작된 종교 - 도교, 유교, 신도

다른 대륙에서 시작된 종교 -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의 종교

저자는 모든 종교의 공통 정신으로 '황금률'을 이야기한다. 즉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도와주어야 한다는 이 정신은 기독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가 추구하는 가치관이라고 강조한다. 지역마다 발생한 종교의 면면을 보면 사람마다 신의 존재를 갈망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죽음 이후의 세계를 갈망하며 현세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를 고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때로는 종교라는 이름으로 왜곡되게 폭력을 행사하고 반인륜적인 모습을 보이는 반종교적인 모습들이 언론에 보도되곤 한다. 종교의 본질을 떠난 종교의 겉모습만 지닌 잘못된 형태로 보여진다. 진정한 종교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정교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철저히 돌아본다.

<그림으로 보는 어린이 종교 사전>에는 어린이들이 각각의 종교에 대해 알기 쉽게 그림과 간단한 설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칫 과학이 발달하고 문명이 진보되어가는 현대 세계에서 종교를 신화처럼 생각하는 이들도 많아지는 것이 사실이나 종교의 숭고한 정신을 책을 통해 다시 깨닫게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종교를 통해 인간됨을 다시 살필 수 있다면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람의 본성은 악하고 욕심으로 가득차 있다. 이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종교는 이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어린이들도 마찬가지다. 순진무구할 것같은 어린이들도 그 마음 중심에는 '죄'가 없다고 할 수 없다. '죄'의 속성을 깨닫게 해 주는 것도 종교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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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겁니다 - 괄호 안의 불의와 싸우는 법
위근우 지음 / 시대의창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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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발화란 언제나 의미론이 아닌 화용론의 영역에 있다" 

"중요한 건 원론적으로 옳은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안에서 화용론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287~288쪽

 

어려운 책은 사람들과 함께 나눌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한 것을 다른 이의 생각을 통해 정리되기도 한다. 사실 이 책은 개인적으로 참 불편한 책이다. 50을 바라보는 나이, 소위 말해서 사회의 기득권층, 남성, 병영 문화를 뼈속 깊이 받아들인 세대, 가부장적 문화에서 살아본 세대가 저자의 생각에 모두 다 받아들이기에 책장을 쉽게 넘길 수 없었다. 가령 페미니즘만 해도 그렇다. 여성과 남성의 관계를 살펴보고, 여성이 사회 제도및 관념에 따라 억압되고 차별받고 있다는 것을 밝혀내는 여러 가지 사회적, 정치적 운동과 이론을 가리키는 개념이라고 하지만, 수용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책의 말미에서도 저자가 말했듯이 화용론 측면에서 우리 사회 현상을 서술했다고 이야기한다. 

 

화용론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자. 

 

▶'화용론(話用論)'은 '언어 분야 전문 용어'로서 '말하는 이, 듣는 이, 시간, 장소 따위로 구성되는 맥락과 관련하여 문장의 의미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려는 의미론(意味論/여기서는 '단어와 문장의 뜻과 실제 상황에 나타나는 발화(發話/소리를 내어 말을 하는 현실적인 언어 행위. 또는 그에 의하여 산출된 일정한 음의 연쇄체.))의 뜻을 연구하는 학문')의 한 분야'입니다.

예를 들어 집 안에 환기가 필요한 경우, 직접 "창문을 열어 환기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집 안이 좀 답답하지 않아?", "창문을 좀 열었으면 좋겠는데."와 같이 문장을 단순히 글로만 보지 않고 여러 맥락 등을 통해 그 의미를 파악하는 것을 '화용론적('화용론'에 바탕을 둔. 또는 그런 것.) 접근'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 네이버 지식in-

 

즉, 맥락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공적으로 의사소통을 하게 될 경우 구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다른게 아니라 틀린 겁니다>의 책 내용을 보면 화용론보다 의미론에 치중하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 공적으로 주요 쟁점들을 다루고 있으면서 맥락에 치중하기보다 의미에 치우친 것은 아닌가라는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책의 내용 전부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읽은 내내 불편했다. 보통 우리는 이런 말을 많이 해 왔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그런데 저자는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것이라고 외친다. 적당히 넘겨서는 안되며 반드시 틀린 것을 지적하고 고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혐오, 차별, 정체성 등 각계 각층에서 무의식적으로 틀리게 사용되어 온 언어라든지 사고 방식을 비판하고있다. 

 

한 문장의 길이가 제법 긴 편이다. 문해력이 초보이신 분을은 읽어내기 어려운 부분이 몇군데 있다. 짧게 이해하기 쉽도록 써 내려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용기있게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대중매체에서 불편한 진실을 독자들에게 고발한다. 그가 예로 든 사례들은 논거를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다. 논거 자체를 의심할 필요는 없을 듯 싶다. 다만, 독자들 중에는 저자와 생각의 대척점에 있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불편하더라도 저자의 생각을 외면하기보다 한 번 쯤 정독해서 읽어볼 것을 권한다. 다변화된 우리 사회에 나와 정반대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나도 읽는 내내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다.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체 넘어간 부분도 있다. 한 번 더 정독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 전에는 남녀 차별에 대해 수긍하면서 결혼 후에 완전히 달라진 배우자의 모습을 보고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결혼이라는 환경이 사람을 완전히 바꾸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결혼은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집안끼리의 연결이기 때문일 것이다. 결혼한 당사자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그들을 지배하고 있는 집안의 문화방식과 가치관이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비판적 사고는 시간이 지날수록 갈등으로 증폭되거나 희석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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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교육과정 재구성 - 아홉 가지 수업 이야기
조호제 외 지음 / 박영스토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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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 재구성에 대한 논의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학생에 눈높이 맞는 수업을 위해 교육과정 재구성은 필수다. 교과서 순서대로 수업하는 것과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수업하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전자는 호기심과 창의성에 있어서 둔감할 수 밖에 없다. 반면 후자는 교사도 능동적일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먼저 알아차린다.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창의성을 유도해 낼 수 있게 된다. 교과서 수업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단, 교사가 자신이 맡고 있는 학생들의 삶과 연관지어 좀 더 창의적인 수업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재구성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과정을 재구성한다는 말이 무엇일까?

 

교육과정을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교육과정 문해력이라고 말한다. 국가에서 최소한 요구하는 성취기준 즉 학생이 도달해야 하는 기준이 있다. 성취기준을 이해하고 분석한 뒤 평가계획을 수립하고 평가에 적합한 학습 내용을 선택한 다음 학습 활동을 전개해 간다면 이것은 교육과정 재구성의 첫 단추를 끼웠다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교과 안에서 영역 간 통합으로 재구성을 시도할 수 있다. 가장 쉬운 것은 아마도 교과서 내용 순서를 재배열하는 것일 수 있겠다. 내용 교과인 국어과 또는 사회과 교과 내용을 교사 수준에서 재배열하여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교과간 연계하여 성취기준을 가져 온 뒤 주제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겠다. <on 교육과정 재구성 아홉 가지 수업이야기>는 다야한 교육과정 재구성 수업 실천 사례가 담겨 있다. 나에게 맞는, 내가 가장 끌리는 재구성 방법부터 시도해 보면 좋을 듯 싶다. 반복해서 하다보면 나만의 재구성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교육과정 재구성은 학생을 위한 것일 수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제일은 교사를 위한 것이다. 교사가 적극적이고 흥미있어야 학생들의 자발성을 끌어낼 수 있다. 학교 공동체가 내 마음에 들 때 교사들은 각자 스스로 자발성을 발휘하여 소속감을 갖고 나만의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교사가 교육철학을 가지고 교육과정을 재구성한다는 것은 분명한 방향을 설정했다는 의미일게다. 교과서에 의존하기 보다 교사 개인의 교육철학을 우선 순위에 두고 교육과정을 읽고 분석한다는 의미이다. 우리 학급 1년 동안의 로드맵을 전체적으로 그리고 교과마다 제시하고 있는 성취기준을 재배열하여 1년의 교육 설계도를 가지고 있을 때 곧 교사 수준의 교육과정을 완성하는 것이다. 교사 교육과정의 시작은 교육과정 재구성에서 시작된다.

 

같은 교과 같은 성취기준이라도 평가 계획이 다를 수 있고 학습 내용이 다를 수 있다. 학습 활동은 학급마다 다양하게 전개될 것이다. 교과서 순서에 의해 진행되는 수업은 모든 학급이 같을 수 밖에 없다. 교육과정 재구성은 학급마다 빛깔을 돋보이게 한다. 성취기준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이 다양하다는 뜻이다. 목적지는 같다. 성취기준에 도달하는 목적지는 같더라도 올라가기 위한 경로가 제각각이다. 학생의 특성이 다르고 살아온 배경이 다르기에 학습 내용은 학생의 눈높이에 따라 다양하게 뽑아내야 한다. 교육과정 재구성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이 학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설계할 수 있는 넉넉한 시간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학급 배정이 무엇보다 빠르게 진행되어져야 한다. 자신이 맡을 학년 학급이 빠르면 빠를수록 결정되어질 때 교육과정 재구성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행정적 지원도 빨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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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거기서 멈추면 안 되니까 - 학교가 이래도 되나, 삼영 샘의 엉뚱한 생각
강삼영 지음 / 양철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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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을 함께 가던 교감선생님 한 분께서 태워주셔서 고맙다며 책 한 권을 선물해 주셨다.  

 

『교육, 거기서 멈추면 안되니까』

 

나는 누군가로부터 책 선물을 받을 때 가장 기쁘다. 책 한 권을 받으면 어떻게든 읽어내고 나름 내 생각을 덧붙여 서평을 남긴다. 관심사 밖의 책도 읽어내려고 노력한다. 자꾸 읽다보면 어느새 적응해 간다. 책을 받은지 십여일이 지났다. 서재에 고이 모시고 있었는데 오늘에서야 책장을 펴게 되었다. 저자의 성함은 많이 들었다. 그러나 뵌 적은 한 번도 없다. 그의 책을 읽어보며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저자는 초등학교 교사로, 도교육청 대변인으로, 특수학교 교장으로 지금은 도교육정책의 컨트롤타워격인 기획조정관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교육정책에 밝을 것이다. 저자의 초등학교 교사 시절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써 내려갔던 그만의 일기를 책에서 살짝 공개하고 있다. 그 기록이 없다면 기억을 소환하더라도 완벽하게 구현해 내지 못했을 것이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힘들고 기쁜 일들을 기록해 놓는 것이 무척 중요한 것 같다. 하루 하루 살아내기도 힘든 교사들에게 하루의 일과를 기록으로 남겨 보라는 얘기는 자칫 사치스러운 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만은 훗날 자신의 삶을 성찰해 보는데는 일기만한 것이 없을 듯 싶다. 

 

나도 올해부터 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반 강제적으로 일기 쓰는 일이 숙제였기에 그날 그날 일기를 써 버릇했던 것 같다. 그 일기장은 남아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워낙 많이 이사를 다녔으니 말이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때는 전혀 쓰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군대 시절 쓴 일기장이 아직 남아 있다. 내가 보관하고 있는 일기장 중에 가장 오래된 국보급 존재물이다. 초임 교사 시절 뭔가 쓴 것 같은데 남아 있는 것이 없다. 자녀를 기르면서 몇 해 쓴 일기는 띄엄 띄엄 존재한다. 그러다가 한 동안 안 쓰다가 2021년 1월 1일부터 일기를 다시 쓴다. 한달 전의 일기를 읽어보면 오래 전 이야기처럼 느껴질 정도로 하루 하루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교육, 거기서 멈추면 안되니까』 는 저자의 30년 가까운 교육 일기라 여겨진다. 교육에 관한 남다른 소신을 굽히지 않고 실천하며 살아온 이력들이 글 속에 담겨 있다. 누군가는 동의할 내용이고 어떤 이들에게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게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교육 철학을 소유하고 있고 그것을 멈추지 않기 위해 지금도 달려가고 있다. 교사라면 자신만의 교육 철학이 존재해야 한다. 바람따라 흔들리는 철학이 아닌 분명하고 확실한 철학이 바탕이 되어야지만 흔들리지 않고 오랫동안 교직을 수행할 수 있으리라.

 

나에게도 오래전부터 가진 교육철학이 있다. 학급을 맡았을 때에는 교실 뒷편 게시판에 꼭 이런 문구를 붙여 놓았다. 

 

"군사처럼, 농부처럼, 경기하는 자와 같이" 

 

상당히 전투적인 용어다. 구호에 담긴 의미를 간단히 말하자면 이렇다. 군사처럼, 목숨을 건다. 한 생명에게 목숨을 건다. 지면 죽는거다. 따라서 생명을 살리기 위해 군사처럼 살아가자는 내 자신을 향한 명령이다. 농부처럼, 땀을 흘려야 한다. 그래야 결실을 맺을 수 있다. 공짜는 없다. 흘린 땀만큼 정직하게 열매 맺는 삶을 살고 싶다. 경기하는 자와 같이, 교직을 마칠 때까지 끝까지 완주하는 삶이다. 내게 맡겨진 아이들도 이렇게 키우고 싶었다. 

 

교육의 성패는 교사에게 달려 있다. 아무리 그럴듯한 정책도 교사가 움직이지 않으면 빛 좋은 개살구가 된다. 교사의 자발성이 관건이다. 교사의 자발성은 철학의 유무에 달려 있다. 철학은 소신이다. 교육에 대한 소신 말이다. 교사도 사람인지라 완벽하지 않다. 스스로 부족함을 알아야 교만하지 않는다. 사람은 변질된다. 자신도 모르게 교만하게 된다. 성을 빼앗는 것보다 자신의 마음을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 매일 매일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서는 분명한 기준점이 있어야 한다. 사람의 목소리에 흔들리지 않는 척도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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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선생과 열네 아이들 -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읽는 교실 동화
탁동철 지음 / 양철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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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일기를 적는 것은 역사를 만드는 일이다. 민주주의 교실을 만드는 일이다" 157쪽

 

근무하던 오후 갑자기 문자 한 통이 왔다. 모르는 핸드폰 번호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교실 이야기로 선생님들의 사랑을 받아온 탁동철 선생님의 새책이 나와 보내드렸습니다. 교사와 아이가 함께 읽으며, 이야기 속에서 길을 찾아가는 교실동화 <배추 선생과 열네 아이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_양철북 드림"

 

놀랬다. 양철북 출판사에서 신간 책을 보내주셔서. 그래서 이렇게 답장을 보냈다.

 

"와우. 탁동철 선생님 책을 보내주셔서 감사해요~!"

 

퇴근 길 자동차 안에서 양철북 출판사 담당자가 보내온 문자를 보면서 더 놀랬다.

 

"아이들과 선생님 모두에게 반가운 책이 되기를 바라면서 이창수 샘께 탁동철 샘이 드리는 선물입니다^^"

 

이제서야 책의 정확한 출처를 알게 된 것이다. 집에 와 보니 택배로 책 한 권이 와 있었다. 포장을 뜯어보고 책 표지 다음 쪽을 펴보니 '이창수 선생님께 2021.6.4. 탁동철' 싸인이 적혀 있었다. 투박한 글씨다. 글씨를 보니 <배추 선생> 탁동철 선생님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탁동철 선생님과의 관계는 2019년이다. 당시 강릉에서 작은학교 연구회를 운영하던 중 작은학교 사례를 들려줄 선생님 한 분을 초빙할 관계이었다. 물어 물어서 만나게 된 분이 <배추 선생>이다. 작은학교연구회라고 해서 기대감 설렘반으로 흥쾌히 찾아오셨다고 한다. 백팩을 메고 동네 아저씨처럼 나타난 <배추 선생>을 본 것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작은학교연구회에서도 작은학교 교사 이야기를 소책자로 만들 계획이라고 하니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기억도 난다. 두 번째 만남은 2020년 1월이다. 연수원에서 학급살이 강사로 오셨을 때다. 역시 옷차림이나 강의 내용은 일맥상통하다. 시골 아저씨가 사랑 가득한 마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들이 그려졌다. 그리고 2021년 6월. <배추 선생과 열네 아이들>이라는 책으로 세 번째 만남을 가진다.

 

<배추 선생>은 교실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긴다. 아이들과 함께. 그 기록들은 시가 되고 노래가 되고 놀이가 되며 '뮤직헐' 이 된다. <배추 선생>은 아이들이라고 해서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잘못했을 때는 잘못했다고 겸손하게 아이들 앞에 머리를 숙인다. 아이들과 함께 동등하게 의견을 내고 의견을 듣는다. 아이들이 하자는 대로 한다.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자발적을 끌어내고 실수를 거울삼아 책임있는 어른으로 자라도록 하자는 <배추 선생>의 교육철학이다.

 

"누군가 지켜보는 눈, 응원. 그것으로 아이는 일어선다" 45쪽

 

<배추 선생>과 함께 하는 아이들은 저마다 모두 상처와 아픔을 지니고 있다. 강원도 산자락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아이들 중에 상처 가득 무거운 짐에 짓눌려 살아가는 애 늙은이들이 참 많다.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아이들도 제법 있다. 교과 지식을 많이 주입시키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아이들의 삶을 들어주고 응원해 주는 것이 급하다. <배추 선생>은 분노가 가득한 아이들을 제어하지 않는다. 그 아이가 왜 분노하는지 알기 때문에 분노를 온 몸으로 맞는다. 교실 안에서 분노가 용해되도록 친구들끼리 학급 규칙을 세우고 학급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장치를 설정한다. 최첨단화된 기기를 사용해서 유창하게 수업하는 것만이 훌륭한 수업이 아니다. 기기 사용을 효율적으로 사용한 얘기가 한 번도 책 속에 등장하지 않는다. 가장 많이 나오는 내용은 아이들의 생각과 삶이다.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아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글로 쓰게 하고 쓰게 한 글을 가사 삼아 노래를 짓는다. 중얼 중얼 입노래로 표현한다. 규칙을 어긴 <배추 선생>도 벌을 받는다. 엄살도 부린다. 그러나 선생이라고 해서 예외되는 것은 일도 없다. 50이 넘은 <배추 선생>이 꼬꼬마 아이들과 교실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배추 선생>의 눈망울이 기억이 난다. 참 선하다. 말하는 것은 투박스럽지만 아이들을 향한 마음만큼은 젊은이 못지 않게 열정 가득하다.

 

"교실은 이야기가 생겨나고 자라고 꽃이 피는 곳이다. 학교의 모든 곳이 이야기 자리다. 학교생활의 모든 것이 이야기 씨앗이다" 56쪽

 

교실은 아이들이 맘 놓고 이야기하고 기쁨과 아픔과 상처와 분노를 마음껏 표출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움찔거리고 시키는대로 일률적으로 착착 진행되는 로봇들이 모여 있는 곳이 아니다. 살아 있는 생명들이 꿈틀대는 생동감이 넘치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에도 수십번 싸움이 일어나고 언쟁이 일어나며 감정 갈등이 생겨나느 곳이 교실이다. 이런 삶을 다 받아내는 사람이 '선생'이다. '선생'만큼 고귀한 직업이 있을까 싶다. 상처 받은 아이들의 행동을 지켜봐야 되고, 속상한 마음을 토닥거려주어야 한다. 호기심과 궁금증이 많은 아이들의 질문에 귀기울여야 한다. 저녁에 밤은 먹고 다니는지, 집에 가면 돌봐줄 어른은 있는지, 다음 날 학교에 잘 와 줄 것인지 걱정되는 아이들도 조심조심 달래며 귀가시킨다. 겉으로 보기에는 '선생'은 참 한가롭게 보여질지 모르겠다. 천만에 말씀. 교실 안으로 들어와 보시라. 백인백색. 아이들 마다 성격이 다르고 경험치가 다르고 성향과 감정 분출 정도가 엄청 크다. 언제 어떻게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곳이 교실 안이다. 1년 내내 사랑과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과 생활해 내야 하는 직업이 '선생'이다. <배추 선생>처럼 아이들의 아비요, 친구로 든든히 지켜 가는 '선생'들이 참 많다. 그래서 대한민국 교육은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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