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무게 - 우리를 살리고 죽이는 말의 모든 것
뤼시 미셸 지음, 미리옹 말 그림, 장한라 옮김 / 초록서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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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 무엇일까?  

 

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세상에 다양한 차별이 존재한다. 성 차별도 있고 인종 차별, 지역 차별도 있다. 그중에 쉽게 간과하는 것 중에 하나가 언어 차별이다. 언어 차별은 사회에서 가장 낮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행동을 의미한다. 누군가의 이름을 별명으로 부를 때 대부분 낮게 비하하는 경우가 많다. 사투리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교양 없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도 이와 같은 비슷한 경우다. 말하는 행위는 구분을 짓기도 하고 위계질서를 만들기도 하며 차별을 조장한다.  

 

말하는 방식에 따라 공동체의 소속감을 가진다.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살펴보면 그들만이 사용하는 특유의 화법이 있고 언어가 있다. 어른들이 금지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그들은 말하는 방법을 통해서 집단의 일원이 되고 싶어 한다. 자기들만의 공동체성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 이렇게 말은 집단을 이루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말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사회의 문화를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말투를 보며 상류층인지 하류층인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위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하류층이 쓰는 말을 듣고 즉각 대응을 하지 않아 생명을 잃은 사례도 있다고 할 정도로 말의 무게가 생명과도 같은 힘을 가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감사한 것은 우리나라 말이다. 표의문자인 한자와 달리 표음문자인 한글은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우리도 아는 바와 같이 한글이 만들어지고 난 뒤에도 상류층의 사람들은 저급한 언어라고 해서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 일하기 바빠 공부할 시간이 없었던 사람들에게 한글은 그야말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가장 적절한 언어였다. 신분 사회에서는 말이 곧 신분 그 자체였다. 

 

말은 고정적이 아니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물 흐르듯이 변한다. 누구도 막을 사람이 없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들을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말의 무게도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가벼운 말보다는 무거운 말, 상처가 되는 말보다는 위로가 되는 말을 사용할 책임이 우리 각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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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은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라 - 윤석열 정부 600일, 각자도생 대한민국
신장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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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 싫은 비판도 감수해 내야 할 때가 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사업을 하다 보면 내부의 적을 만날 수 있고 시행착오를 통해 기대했던 평가 대신에 가슴을 도려내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 저주를 퍼붓고 비판을 하는 사람들을 편협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책은 윤석열 정부 600일을 바라보며 우회적으로 꼬집기보다 노골적으로 비판한 책이다. 윤석열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읽을 때에는 속이 꽤 많이 불편할 것 같다. 자주 듣는 말 중에 진보 진영의 가장 큰 단점은 대안 없는 비판만 내세운다라는 말이다. 분명한 대안은 냉철한 비판 감각이 있어야 한다.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정도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준명한 의제 선정으로 무슨 정책인지 긴 설명 없이 알 수 있어야 한다.

 

저자는 현 정부의 정책들을 과감하게 난도질하듯이 비판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다 모두 일리가 있는 비판이다. 현 정부의 위정자들이 듣기에는 불편하겠지만 건전한 비판 없이는 지속적 성장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듣기 싫은 비판도 감수해 내야 한다. 독자들 중에는 저자와 생각의 대척점에 있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불편하더라도 저자의 생각을 외면하기보다 한 번쯤 정독해서 읽어볼 것을 권한다. 다변화된 우리 사회에 나와 정반대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다만 비판적 사고는 시간이 지날수록 갈등으로 증폭되거나 희석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음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민주주의 정치는 비판과 논쟁 없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주장과 반박, 논증과 설득, 경쟁과 쟁투, 대안과 타협, 조정과 합의, 유보와 미결은 민주주의 정치 과정의 구성요소이다. 비판하고 감시하는 과정도 정치의 한 부분이다.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 능력은 민주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필수 소양이다. 조금 센 책이긴 하지만 읽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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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노피에 매달린 말들 - 톨게이트 투쟁 그 후, 불안정노동의 실제
기선 외 지음, 치명타 그림, 전주희 해제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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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게이트 수납원들의 노동 현장의 열악함과 불공정한 대우에 대한 그들의 구술 기록집이다. 꾸며낸 글이 아니라 가슴속 깊은 곳에서 내뱉는 말들이기에 글을 읽는 내내 마치 곁에서 육성으로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었다.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나선 수납원들은 누군가의 아내요 어미요 누이였다. 평범하기 그지없었던 그들이 불공정한 대우에 고개를 숙이지 않고 납득할만한 근거와 이유를 묻기 위해 함께 연대하며 투쟁한 결과 매년 계약에 눈치를 보지 않는 정규직이 되었지만 깊이 들어가 보면 결코 웃고 넘어만 갈 수 없는 디테일한 노동 환경을 그들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우리 사회에는 두 가지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실력 중심의 능력과 기울어진 운동장부터 바로잡자는 평등이다. 능력에 따라 직업을 얻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에 있는 쪽에서는 실력과 노력에 따라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공평함이라고 말한다. 반면에 환경 자체가 이미 불안정한데 어떻게 실력과 노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는 현실 중심의 사회 개혁을 부르짖는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본다면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노력과 실력을 폄하해서도 안되지만 냉정한 현실 속에서 노력조차 할 수 없는 환경도 있음을 부인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회에서 그늘진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 가는 많은 이들이 있기에 지금도 우리 사회가 지탱해가고 있음을 안다. 그러기에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합리적인 선 안에서 책정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다. 흔히 꼼수를 부려 노동을 값싸게 이용하려는 사용자 측이 있다면 생각부터 달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노동력을 제공하는 측에서도 사측과 무작정 대립할 것 아니라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협조하며 함께 상생하고자 하는 태도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톨케이트 노동자들이 처해 있는 노동의 현장과 강도가 어떤지 이 책을 통해 그나마 알 수 있어 다행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직업의 현장에서 느끼는 보람뿐만 아니라 부당함을 토로하지 않으면 결코 개선 방안을 내놓을 수 없다. 과거에는 힘의 논리로 제압하고 감추고 현실을 왜곡했지만 지금이 어떤 세상인가. 사회적으로 약한 자의 위치에 있는 이들이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들에 대한 불합리한 모습들을 이야기할 때 조금이나마 빠르게 개선의 노력들을 보일 수 있음을 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하는 소외될 수 있는 직업인들의 모습들을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찾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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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바꾸는 학교 수업 챗GPT 교육 활용 - 학교 교육편 AI 팀워크를 위한 내 옆에 AI
오창근.장윤제 지음 / 성안당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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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인공지능을 대표하는 챗GPT를 금지할 명분이 사라지고 있다. 챗GPT를 어떻게 교육적으로 활용할지에 대한 방법들을 논해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미래의 인재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창조적 역량을 길러내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기술적 역량, 창의력, 융합적 사고, 윤리적 판단력, 지속적 학습, 소통 및 협업 능력, 문제 해결 능력과 같은 변화하는 기술을 활용하여 융합적 사고 역량을 갖춘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임에 틀림이 없다.  

 

인공지능은 오래전부터 연구되어 왔고 상용화를 앞당기게 된 것은 챗GPT의 효과 때문이다. 챗GPT를 통해 문서와 기획, 보고서를 비롯한 각종 언어를 기반으로 하는 작업들을 사람들을 대신하여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고 불필요한 과정까지 덜어내 줌으로써 나머지 시간은 창의력과 상상력을 통해 좀 더 효율적인 결과를 얻어낼 수 있도록 해 주고 있다.  

 

특히 영어 공부, 세계 역사와 지리, 과학과 수학까지도 자기주도학습을 실행할 수 있도록 보조해 주는 역할을 챗GPT가 수행해 준다는 사실은 획기적인 변화라고 본다. 든든한 보조 선생님으로 챗GPT가 질문에 적절한 대답을 해 주고 앞으로 필요한 것까지 제시해 주는 기능을 하고 있으니 학습을 계획하고 추진해 가는 데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직 영어로 최적화되어 있기에 한국어라든지 한국의 역사는 답변이 서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기존의 학교 교육은 지식 전달 또는 정보 습득에 많이 치우쳐 있었다. 교사 중심의 수업 진행 또는 교사의 역할이 일정 부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챗GPT의 도입으로 교사의 역할은 보조자, 조언자, 중재자의 역할로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지식의 전수자였던 교사의 역할 비중이 적어지고 챗GPT를 활용한 묻고 답하기가 정확하고 빠른 속도로 처리되고 있기에 교사는 학습자가 챗GPT에게 효과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중재해 주고 자기 주도적 학습을 진행할 수 있도록 보조해 주는 역할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당장 학교 수업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인공 지능을 활용한 수업이 다양한 과목에서 접목되고 있다. 학교 수업에서 챗GPT를 어떻게 적절하게 활용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인터넷이 처음으로 들어왔을 때 각종 자료를 검색하고 유의미한 자료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교사가 개입했다면 인공 지능의 시대에는 수업에 적합한 다양한 인공 지능들을 끌어다 쓸 수 있는 안목이 교사에게 필요해졌다.  

 

인공 지능의 시대에 교실 환경도 디지털화되며 교사의 역할도 인공 지능 도구들을 적절하게 안내해 주고 생성된 결과들이 과연 옳은지 검토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챗GPT가 학교의 일상을, 수업의 풍경을 전환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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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에 맞선 페미니스트 - 억압과 멸시, 굴종에서 벗어나 해방을 꿈꾼 여성들 철수와영희 생각의 근육 1
이임하 지음 / 철수와영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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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여성 활동가들이 주요한 활동 가운데 하나는 독립투사들의 옥바라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독립운동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독립운동을 하다가 형무소에 들어간 이들을 위한 옥바라지를 ‘돌봄’ 운동이라고 부른다. 물론 돌봄 운동을 넘어 직접적으로 항일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우봉운은 철혈 광복단이라고 불리는 단체에서 활동한 이력이 전해온다. 철혈 광복단은 항일 무장 투쟁 당시 다량의 무기를 구입하기 위하여 군자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간도 15만 원 사건'을 일으키기도 했다. 

 

 

 

우봉운(禹鳳雲, 1893~?), 김명시(金命時, 1907~1949), 조원숙(趙元淑, 1906~?), 강정희(姜貞熙, 1905~?), 이경희(李瓊姬, 1907~?), 이계순(李桂順, 1910~?), 이경선(李桂順, 1914~?)

 

 

 

7명의 여성 활동가의 움직임을 조사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관련 기록들을 찾아보는 것 자체가 고된 집필 과정이었다고 고백할 정도로 이들의 행적이나 활동 이력들이 많이 보존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근우회라는 여성 단체에서 활동한 이력들이 중복되어 나타난다. 근우회는 신간회와 더불어 일제에 항거한 단체로 잘 알려져 있으며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해방을 목표로 전국 조직을 갖춘 단체이기도 하다. 여성 활동가들의 활발한 움직임 이면에는 먹고살기 위한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의 능력을 아직 알아주지 않았던 시대인지라 고작 신문 구독 권유원으로 생계를 이어가기도 했다. 

 

 

 

1930년대 노동 쟁의의 대명사인 평양 고무공장 쟁의도 바로 여성 노동자들이 주축이 되었다. 참가 인원수만 하더라도 7만 7000여 명에 다 달랐고 쟁의 건수만으로도 897건일 정도로 당시 분위기에서는 놀라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여성 활동가들은 대부분 감옥살이를 피할 수 없었다. 조선의용군 출신이거나 사회과학 서적을 주로 탐독하는 독서회에서 활동하고 여성해방 운동, 조선 공산당 재건 활동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독립 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의 대부분이 여성이고 그들의 기록들이 남아 있지 않거나 현저히 낮게 평가된 이유도 있다. 저자의 눈부신 조사 활동을 통해 무명에 불과한 여성 활동가들의 모습들이 조금이나마 밝혀지게 되어 그나마 다행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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