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를 바꾼 협상의 달인들 - 총칼 대신 지혜로 맞선 여덟 번의 승부 방과 후 인물 탐구 11
김형민 지음 / 다른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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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를 바꾼 협상의 달인들이 있었다. 우리가 잘 아는 고구려의 장수왕은 아버지 광개토대왕과는 다르게 강약을 조절하며 고구려의 실익을 위해 중국의 여러 나라들과 다양한 협상력을 발휘한 이력이 있다. 역사적으로 고구려의 영토가 가장 넓었던 때가 장수왕 때임을 알 수 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사실을 한국사를 통해 빈번하게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고려의 서희 장군의 담판도 당시 강한 군사력을 지닌 거란족을 상대하며 끝까지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임을 증명했다. 고려는 거란보다 끝까지 살아남았다. 그 배경에는 협상력이 배후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강한 것은 부러지면 만회가 어렵지만 약한 것은 휠지언정 부러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 협상이란 강약을 조절하는 것이 기본이다. 상대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기브 앤 테이크라는 불변의 원리가 작동되어야 한다. 밀고 당기는 전략은 협상 테이블에서 늘 존재한다. 외교는 소리 없는 총성이라고 하지 않나. 서로의 이익을 위해 마라톤협상도 불사하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 안에서 협상은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교육력 제고를 위해 학교 관리자은 학교 구성원들을 움직여가야 한다. 학교 관리자의 말 한마디에 착착 움직이는 시대가 오래전 이야기다. 구성원들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그들의 필요와 요구 사항을 면밀히 검토하여 실익을 안겨주어야 한다. 예전처럼 사명감과 희생만을 요구하는 학교 관리자는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학생의 바람직한 성장을 위해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선생님들과 교육과정 운영을 지원하는 교직원들의 실제적인 이익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바라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바라는 것을 주어야 한다.

구성원들마다 바라는 것이 천차만별일 수 있지만 대게는 조직 안에서 자율과 권한 위임을 바란다. 시간적 자율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조직 안에서 능동적인 움직임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인정받기를 원한다. 학교 관리자는 통제와 지시보다는 방향 설정과 신뢰를 보내는 것이 협상력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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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전 서해문집 청소년 고전문학 1
허균 지음, 설흔 엮음, 달상 그림, 김영희 해설 / 서해문집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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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古典) 읽기는 모험이다. 모험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모험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활력을 얻는 사람도 있다. 고전 읽기도 그렇다. 조금씩 조금씩 난이도를 높여 나가면 태산처럼 보였던 것도 넘어갈 수 있다. 난공불락이었던 거대한 장벽도 무너뜨릴 수 있다. 희열은 노력에 비례한다. 나에게 있어 교산 허균은 멀리서 갈망하던 인물 중에 하나였다. 내가 살고 있는 강릉에는 지척을 두고 허균의 발자취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 많은데 좀처럼 가까이하지 못했던 인물 중에 하나가 허균이었다. 한 번에 쑥 접근하기 어려운 인물인지라 언저리 부분을 맴돌며 그와 친숙해지려고 한다. 

 

『홍길동전』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르면 간첩일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고전 중에 고전이다. 심지어 이 작품을 통해 허균을 서자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허균은 소위 말해서 뼈대가 있는 명문가의 막대 아들로 태어난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금수저를 포기하고 사회의 부조리를 파헤치는 데에 심혈을 기울였다. 개척을 넘어 개혁자적인 성향을 지닌 인물이 허균이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길동이가 바로 허균이 아바타가 아닐까 싶다. 신분제 사회에서 서얼, 서자는 루저일 수밖에 없다.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는 사회 속에서 재주가 출중하더라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었던 사람들을 대변하며 견고한 신분제 사회를 뜯어보고자 했던 허균의 사상을 『홍길동전』을 통해 잠시나마 느껴볼 수 있다. 

 

오랜 세월 지나오면서 『홍길동전』도 많은 필사본으로 전해 왔다고 한다. 그중에 큰 줄기가 하나가 이 작품의 근간이 되고 있는 '완판 36 장본'이다. 각각의 해설본들을 비교하며 읽어보는 것도 큰 재미 중에 하나일 것 같다. 허균은 이 작품을 쓸 때 많은 모함과 어려움 속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을 때였을 것이다. 힘겹고 어려운 싸움, 고전 속에서 쓴 그의 고전을 한 번쯤 완독해 보면 어떨까 싶다. 고전할 때 고전 읽기로 극복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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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도 예술은 막을 수 없어 - 허균부터 정약용까지 고난 속에서 피어난 조선 7인방 방과 후 인물 탐구 5
신승미.김영선 지음 / 다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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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자리가 사람을 만들었다. 사람 됨됨이가 자리에 어울리지 않아도 자리에 앉아 있으면 어느 순간 그 자리에 걸맞은 사람이 되어갔다. 정보 유통이 더딘 시대에야 가능했던 일이다. 지금은 어떤가. 검색 몇 번으로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파악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닌가. 이제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은 통용될 수 없다. 사람이 자리를 만드는 시대를 맞이했다.

며칠 뒤면 대한민국 대통령이 선출된다. 대통령 자리에 대한 권위도 예전만 못한 것 같다.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할 일도 많아졌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시대도 오래전 예기다. 대통령 자리가 대통령을 만들었던 것은 옛이야기다. 이제는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대통령의 권위가 만들어지는 시대다. 대통령이 된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가느냐가 대통령 자리를 빛나게 할 것이다.

정치적 탄핵으로 모함을 받고 유배지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조선의 7명을 다룬 책 『유배도 예술은 막을 수 없어』는 사람이 자리를 만들어낸 사례다. 외로움을 견뎌내야 하고 언제 유배가 풀릴지 모르는 막막한 세월 속에서 그들은 하나같이 척박한 유배지의 자리를 학문을 꽃피우는 자리로 만들어낸 이들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사람이 그 자리를 빛나게 했다.

유배지에서 부와 권력을 는 대신 책을 읽고 학문에 전념한 결과 훗날 위대한 사람으로 칭함을 받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유배지는 인생의 내리막길이자 기대할 것도 없는 자리였겠지만 그들에게 유배지는 또 하나의 기회이자 인생 역적의 장소가 되었다. 유배지가 사람을 만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유배지를 특별한 장소로 만든 장본인들이었다.

이제 선택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어떤 자리에 가기를 열망할 것이 아니라 내게 맡겨진 자리가 빛나도록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것이 우선이다. 자리는 영원하지 않지만 자리를 빛나게 한 그 사람의 이름은 영원할 수 있다. 정약용, 허균, 윤선도, 김만중, 이광사, 김정희, 조희룡처럼 말이다. 자리만 탐할 것이 아니라 자리에 걸맞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먼저다. 자리에 앉으면 저절로 자릿값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사람이 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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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전, 허생전, 예덕 선생전 - 양반 세상을 뒤집어 놓은 해학과 풍자 너른 생각 우리 고전
강민경 지음, 홍선주 그림, 박지원 원작 / 파란자전거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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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며 촌철살인을 통해 냉철한 비판의식을 담아낸 박지원의 소설 읽기가 오늘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이유는 정형화되고 있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부수기 위함이다. 특히 권력 지향적이고 현실에 안주하기 위해 각종 편법을 통원하고 권모술수로 살아가기 쉬운 장년층들에게 가슴 뜨끔하게 하는 비수와도 같은 글들이 박지원의 소설에 담겨 있다. 지금 내가 틈틈이 박지원을 가까이하는 이유는 위험한 나이대를 살아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누군가 곁에서 진심 어린 조언을 해 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박지원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며 실패하지 않는 노년의 살 것을 스스로 다짐해 본다.

연암 박지원의 원작은 한문으로 쓰여 있기에 일반 독자들이 접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원작을 읽기 쉽게 번역해 놓은 책들을 통해 박지원이 쓴 소설들을 자주 접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이번 책 『양반 세상을 뒤집어 놓은 해학과 풍자』는 박지원의 3대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양반전, 허생전, 예덕 선생 전을 모아 놓은 소설집이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허울뿐인 양반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대신 해학과 풍자라는 문학적 기법을 통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는 점이 박지원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다. 직접적인 충고보다 우회적인 조언이 돌아오게 될 후폭풍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나 싶다.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사람들은 늘 귀가 닫혀 있다. 듣기 좋은 말만 듣는다. 손에 쥔 것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 오랫동안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거짓과 위선을 한 번에 도려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박지원은 소설의 힘을 알고 있었다. 소설은 발 없는 말이다. 이야기의 전파력은 천리마보다도 빠르다. 사회를 뒤흔드는 것은 나비의 날갯짓에서 시작한다고 하지 않나.

박지원의 소설 읽기를 추천한다. 소위 사회의 지도층이라고 하시는 분들은 마음이 부대끼겠지만 꼭 한 번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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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 우리말로 펴는 이야기꽃 미래 세대를 위한 인문 교양 6
최종규 지음, 나유진 그림, 숲노래 기획 / 철수와영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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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마음을 담아낸 소리요 글은 말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말은 마음의 표현이고 글은 말의 표현이다. 말은 쉽다. 쉬워야 말하게 된다. 글도 쉬워야 하지만 지금까지 어렵게 말을 담아냈다. 우리말 대신에 중국 말, 일본 말을 써야 힘깨나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우리말은 한글이다. 세종대왕이 만들었으나 널리 사용한 것은 한참 지나고 나서였다. 우리말을 낮게 봤다. 한글은 위대한 글이다. 큰 글이다. 중심이 되는 글이다. 우리말을 한글로 담아낼 때 문해력이 생긴다. 문해력은 글을 아는 힘이다. 글을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문해력이 좋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말 연구가 최종규 작가는 "말은 삶이고 삶이 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옛날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은 중국 말을 표현하는 한자를 써야 자신의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과거 시험도 그렇고 소통의 창구가 모두 중국 말 한자였다. 말이 삶이 되는 것처럼 중국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중국의 삶을 앙망하게 된다. 말이 삶이기 때문이다. 사대주의가 생긴 이유도 말이 곧 삶이었기 때문이다. 다람쥐가 쳇바퀴 돌듯이 한자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은 다시 말이 되었고 우리말은 설자리를 잡아가지 못했다.

우리말은 우리의 땅에서 우리의 삶을 살아간 사람들이 사용했던 말이다. 말속에 땅 냄새가 깊게 배어 있었고 말한 대로 살았다. 그들의 삶이 우리말이 되었다. 중국 사람, 일본 사람의 삶을 배우지 않아도 우리말로 넉넉히 우리 땅에서 살아갈 수 있었다. 우리말은 우리가 쓰는 말이기 때문에 쉬웠다. 우리말을 우리글로 담아내는 것이 곧 문해력이다. 글을 아는 힘이고 삶을 살아가는 말이다.

우리도 모르게 불필요한 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늘 쓰는 말을 들어보면 쓰지 않아도 되는 말이 참 많다. 어디에서 시작된 말인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면서 마치 우리말인 것처럼 여겨지는 말도 많다. 삶을 돌아보기 위해서는 말을 살펴보면 된다. 내가 어떤 말을 사용하고 있는지 관찰해 보면 내 삶을 볼 수 있다. 말한 대로 살아가게 된다. 말이 삶이기 때문이다. 내 삶은 말을 통해 나타난다. 우리말 공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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