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나인 게 싫을 때 읽는 책 - 우울과 불안이 마음을 두드릴 때 꺼내보는 단단한 위로
이두형 지음 / 아몬드 / 2021년 10월
평점 :
정신과 의사 선생님만큼은 아니겠지만 단위학교 교감도 스트레스가 있다.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매일 정신적으로 상담하러 오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것처럼 교감도 그렇다. 혹자는 교감이 무슨 스트레스가 있으며 교감이 만나는 사람들이 고작 학교 교직원일 뿐인데 무슨 이야기를 자주 듣냐며 핀잔을 줄 지 모르겠다. 물론 나는 다른 직업을 가져 본 적이 없어 다른 분들이 얼마만큼 직장 안에서 상담을 하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모르겠지만 외부에서 바라보는 평온한 교감 생활은 아니라는 점은 이해해 주길 바란다.
"오늘 10시에 회의하려고 합니다. oo건 표창을 위하여 적합한 이를 추천받기 위한 회의입니다. 꼭 오셔요" 라고 친절하게 메세지를 보낸다. 드디어 시간이 되었다. 10시다. 한 분 두 분씩 오신다. 그리고 표창 추천을 위한 조건을 말씀드린 후 추천자를 이야기해 달라고 했다. 잠시 정적이 흐른다. 그리고 추천 후보자가 거론되었다. 모두 수긍하는 듯 했다. 근데 당사자가 아니라고 한다. 인사치레로 거절하는건지 아니면 정말로 싫어하는지 표정을 통해 잘 판단해야 한다. 전반기에 이미 학교 안에서 표창을 받은 사례가 있어 완곡한 표현으로 급을 낮춰 제출해 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조심스럽게 모인 분들을 향해 언급해 보았다. 이때 주의해야 한다. 잘못하다간 갑질이 될 수도 있다. 정말 진심을 담아 가장 가능성 있는 쪽으로 유도해 보았다. 다행히 모두가 수용해 주었다. 민간한 인사 사항은 늘 긴장감이 흐른다. 잘하면 본전이다. 교감의 일상이다.
의도했던 일들이 착착 진행되면 좋겠지만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뻥뻥 터지는 경우가 있다. 순간 마음이 급해진다. 조급해진나머지 마음이 불안해지고 표정도 굳어 버린다. 굳히 급하게 할 필요도 없는 일인데도 빨리 해치워야 속이 편해질 것 같아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한다. 일이 잘 풀리면 생각대로 마음이 후련해지지만 만에하나 깊히 생각하지 않고 진행하다보면 후속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진다. 일을 잘 하려고 하다가 그만 후회만 더 커지게 되는 꼴이 된다. 교직원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늘 잘 해드려야 겠다, 문제점이 있다면 해결해야 할 의무가 있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늘 겸손해야 한다와 같이 나도 모르게 출근하면서 강박관념을 가진다. 집에서도 무장해제가 되어 편하게 지내다가도 학교 교직원으로 전화가 걸려오면 순간 나도 모르게 마음을 잡고 인간 대 인간으로 통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교감으로써 어떤 사건을 금방 처리해 줘야 하는 해결자의 입장으로 전화를 받는다. 완전 직업병이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 이두형님은 병원에서는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지만 가정에서는 남편으로 아이의 아비로 살아간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병원을 운영하다보니 밤이 되어서야 파김치가 되어 집에 도착한다고 한다. 환자들이 겪는 우울과 불안, 부정적인 감정이 정신과 의사라고 해서 비껴가는 것이 아닌 듯 싶다. 저자도 반복적인 일 속에서 자신만의 스트레스를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기도 하며 정신적으로 위로를 주고 새로운 마음을 다지기도 한다. 정신심리요법 중에 '쓰기 노출 치료' 가 있다고 한다. 환자들이 과거의 상처와 아픔을 현실로 끌어와서 그 당시 느꼈던 감정과 주변의 환경 등을 자세하게 쓰도록 하면서 스스로 부정적인 과거의 상처들을 직면하도록 하는 것이다. 쓰기 노출 치료가 환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것으로 학회에 보고 된 바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또 한가지 추천하는 정신치료 방법 중에 하나는 '수용 전념 치료' 다. 말 그대로 "내가 그냥 하기로 선택했으니까" 라는 식으로 내게 일어난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도록 안내하는 치료법이다. 애써 외면하거나 부정적인 상황을 긍정적으로 변환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수용하고 그 속에서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이는 방법이 수용 전념 치료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수 많은 감정을 명쾌하게 단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사람마다 일어나는 상황이 다른데 그것을 무조건 슬픔, 불안, 고통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누군가에게는 슬픔이 아주 구체적으로 묘사될 수 밖에 없고 불안이라고 해서 떨쳐 내야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불안을 통해 자신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에 감정을 수용하고, 그때 그 순간을 받아들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내가 나인게 싫을 때 읽는 책>은 부정적인 감정이 나를 지배하려고 할 때 읽으면 좋을 듯 싶다. 명쾌하게 해답을 제시해 주는 책이 아니라 다양한 우리들의 일상의 삶의 결을 그냥 묵묵히 받아들이는 것도 살아가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귀뜸해 준다.
직장 생활에서 스트레스로 고민 중인 분들, 일상에서 어깨를 짓누르는 불안과 우울로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기가 어려우신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