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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머니는 달라요 ㅣ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8
수 로슨 지음, 캐롤라인 마젤 그림, 엄혜숙 옮김 / 봄봄출판사 / 2022년 9월
평점 :
며칠 전 서울 모 초등학교 연구회에 소속된 다섯 분의 선생님들을 줌에서 만난 적이 있다. 선생님들께서 연구하고 있는 분야가 '인성'에 관한 부분이었고 '인성'을 길러주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 책이었다. 교육의 궁극적 목적이 홍익인간일진대 초등학생들에게 '인성'을 길러주기 위해 다른 방법이 아닌 '책'을 활용하고 있다는 연구 중간보고서를 접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제4차 산업혁명, 로봇과 인공지능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 시대에 과연 '책' 이 인성을 길러주는데 효과적일까? 라고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을게다. 하지만 '책'만큼 메세지를 강력하게 전달하고 어느 장소에서나 활용할 수 있는 도구도 흔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책을 통해 길러 줄 수 있는 '인성 덕목' 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보며 책이 가지고 있는 힘을 더 생각할 수 있었다. 정직, 책임, 예, 존중, 배려, 협동, 소통, 효..... 이런 인성 덕목들을 다양한 책들을 통해 함양할 수 있다면 최고의 교육이 아닐까 싶다.
『우리 할머니는 달라요』는 미국 현직 초등교사가 쓴 그림책이다.
저자 '수 로슨'은 그림책을 통해 지금 세대에서 잊혀지기 쉬운 존재가 누구인지 말하고 있다.
세상은 효율성을 가지고 사람을 평가한다. 쉽게 말하면 생산성이 있는지,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사람 대우를 달리한다. 자본을 중요시하는 시대에 '수 로슨' 이 그림책에서 말하는 할머니들은 사람들에게 있어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닐 것이다. 더구나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라면.
그림책에는 다양한 취미를 통해 사회적 활동을 하고 있는 할머니들이 등장한다. 할머니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존재임을 말해주는 듯 하다.
슬픈 표정을 하며 뭔가 생각에 빠져 있는 소년이 등장한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표정하기도 하다. 무표정하면서도 뭔가를 하기 위해 샌들 끈을 조여 맨다. 자신에게 주어진 무언가의 일이 있는 것처럼 습관처럼 집을 나선다.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선다. 가던 길에 예쁜 노란 꽃을 구한다. 아마도 숲에서 꺽었을 것이리라. 할머니 집 문 앞에서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간다. 할머니는 산들바람을 맞으며 흔들의자에 앉아 계신다. 누가 들어왔는지도 모른다. 소년은 창가에 놓인 꽃병마다 노란 꽃을 꽂는다. 자신을 알아보지는 못하지만 할머니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같다.
"우리 할머니는 달라요"
다른 집 할머니처럼 예쁘게 치장하지 않아도 소년에게는 우리 할머니가 최고일게다. 다른 친구 집 할머니처럼 케이크를 만들고 야구장에 가고 취미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소년에게는 우리 할머니만큼 정겨운 사람이 없을게다. 지금 당장 자기 자신조차도 모르는 상태이지만, 분명한 사실은 소년은 할머니가 어떤 분이신지,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나(소년)를 얼마나 사랑해 주셨는지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 소년은 누구에게 이런 교육을 받았을까?
타고난 성품일까?
지식을 알려주고 인공지능 시대에 생존할 능력을 길러주는 것도 좋은 교육이지만 더더욱 좋은 교육은 나를 돌봐주셨고 나를 아껴주셨던 부모님과 같은 할머니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것이 최고의 교육이 아닐까 싶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쓸모가 없으면 집어 치우는 도구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든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쓸모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현재 자신의 모습이 있기까지 희생하고 헌신하며 돌봐주셨던 분이 있을 것이다. 그 은혜, 그 사랑에 보답하는 삶이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