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노예 소녀 단이 초등 읽기대장
조경숙 지음, 김도아 그림 / 한솔수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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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은 왕족과 대신들이 저질러 놓고 고통은 백성들이 짊어지고 있습니다" (129쪽)

리더의 실패는 곧 조직의 붕괴이자 구성원들의 피폐함으로 다가온다. 리더의 그릇된 판단의 파급력은 상당하다. 리더의 고집과 완고함은 구성원 전체를 나락으로 빠뜨린다. 병자호란 때 겪었던 수많은 백성들의 삶이 증거다. 고리타분한 체통을 중시하여 실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모른 체 자신의 안위와 권력만 지키려고 했던 소위 지배층들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만다.

조선의 노예 소녀 단이를 통해 허울만 가득한 사람들의 실상을 파헤치며 오히려 나라와 백성을 살피는 이들은 민초들임을 다시 한번 말해준다. 병자호란이라는 치욕적인 일을 겪으면서 가장 고통을 받은 사람들은 힘이 약한 백성들이었다. 노예로 팔려간 여인들이 받아야 했던 수모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치욕을 감당해야 내야 했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노비를 팔려가고 먹을 것을 구걸해야 했다. 나라 잃은 삶의 결과이자 리더십의 부재의 모습이다.

다만 그 악조건 속에서도 깨어 있는 몇몇 리더들은 정신을 차리고 백성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돌아보며 자신이 생각했던 형식과 명분과 체통을 벗어던져 버리고 현실을 새롭게 바라본다. 소현세자와 그 세자빈이 그러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왕족이지만 일반 사람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실제 생활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생각해 내고 추진했으니 말이다.

지금 우리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최근 신문 기사를 보니 부의 양극화가 점점 벌어지고 있고 극빈층이 전체의 30%를 차지한다고 한다. 경각심을 가져야 할 시기다.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리더를 세워야 할 때다. 개인의 이익이 아닌 전체를 볼 줄 아는 사람이 리더십을 가져야 할 때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깨달았을 터인데 아쉬운 대목이다. 치욕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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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의 집 - 2021 한국안데르센상 동화 부문 대상 수상작 초록잎 시리즈 15
신미애 지음, 이윤희 그림 / 해와나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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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고학년 여학생들의 심리를 잘 묘사했다. 예전보다 아이들의 성장 속도가 참 빠른 것 같다. 민감한 시기도 당겨지는 것 같다. 작가는 그런 소녀들의 심리를 바탕으로 현실에서 있을 수 있는 사건을 소재로 가져왔다. 독자로 하여금 성장기에 있는 소녀들의 마음을 헤아려 달라는 간곡한 부탁도 스며 있다.

부모들의 이혼, 부모의 갑작스러운 사고, 생각지도 못한 전학은 어른들 못지않게 아이들에게는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온다. 심한 벽에 부딪친 느낌일 거다. 아이들의 잘못이 아닌 어른들의 삶의 결과로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사춘기 소녀들은 말 그대로 포장지로 겹겹이 자신을 포장한다. 자신의 상처를 감추기 위함이지 허위로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다.

친한 친구에게 조차도 자신을 드러내지 못한 체 혼자 동굴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소녀들. 그 아픔과 상처를 들어줄 어른 한 명, 친구 한 명만 있어도 좋으련만. 자신 하나 간수하기도 힘들 터인데 동생도 챙기고 어른 못지않게 어른스러운 마음으로 홀로 남은 부모를 이해해 드려야 하는 상처 입은 소녀들. 툭툭 내뱉는 거친 말은 아마도 자신이 이 정도로 힘들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의사 표시가 아닐까 싶다.

어린 시절 아버지 없이 보내야 하는 설움을 경험한 사람은 다 안다. 아버지가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은 상처를 숨기기 위함이었다. 친구와 친하게 지내다가도 내 비밀이 새어나갈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거짓에 거짓말을 더해 계속 미궁 속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나쁜 아이 취급하지 않았으면 한다. 사랑과 돌봄을 받아야 할 시기에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감내해 내야 하기 때문이었다.

학교에 있다 보니 아이들 중에 어른들의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해 문제 행동을 드러내는 경우를 종종 본다. 다툼을 넘어 수위가 상당한 부분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을 탓할 수 없는 것이 분명히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제도로 사각지대를 줄여보고자 노력은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온전한 가정을 세우는 일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이 상처 입는 대부분은 가정의 붕괴로 인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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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아이 별숲 동화 마을 35
이나영 지음, 전명진 그림 / 별숲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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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슬픈 이야기다. 문제 아이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은 늘 '이미 답을 정해 놓고 그 틀에' 맞춘다. 아이들이 놓인 상황을 깊이 들여다보면 다른 시선으로 접근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교감이 되고 나서 아쉬운 점은 직접적으로 아이들을 만나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간접적으로 담임 선생님들로부터 전해 듣는다. 이래저래 문제 행동을 한다, 위험한 단계에 이르렀다, 나쁜 짓을 하고 다닌다 등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전에 교감에게 생활지도가 어렵다고 이야기하신다.

맞는 말이다. 과거에 한 학급에 40~50명이 있었던 교실과 지금 20여 명이 있는 교실은 겉으로 단순 비교할 게 아니다. 콩나물시루처럼 바글바글한 교실 안에서 숱한 여러 사건들이 일어났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 주위에 돌봐주시고 사랑 어린 시선으로 보아주는 어른들이 곁에 있었다. 동네 어른들이 곧 그들의 부모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경제적으로 가정은 윤택해진 것은 맞으나 돌봄과 사랑의 기능은 현저히 떨어졌다. 깨어진 가정 속에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 몫이다.

소위 학교폭력의 중심에 있는 아이들을 향해 버릇이 없다느니 가정교육이 안 되었다느니 여러 말들을 많이 뱉어낸다. 하지만 가만히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라 어른들의 무관심이며 우리 사회가 그렇게 만들어 놓은 그물에 걸린 것뿐이다.

그럼에도 우리 아이들은 힘든 환경 속에서도 버티며 살아내고 있다. 그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돌봐 줄 어른들이 곁에 있다면 오랜 방황을 끝내고 자신만의 빛깔을 찾아갈 것이다. 학교가 그런 곳이 되어야 한다. 담임 선생님들이 새 둥지가 되어 그들을 품어주면 좋겠다.

책 표지처럼 아이 내면에 짙게 그려져 있는 그림자 아이를 볼 줄 아는 어른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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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머리 말리기 싫어! - 제35회 신의 아동문학상 입선작 북멘토 그림책 25
이커우 지음, 류희정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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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 드라이기하면 아이들 셋 키울 때 생각이 난다. 어렸을 때에 와는 달리 사춘기 시절을 보내면서 모두가 외모에 민감할 때 아침이면 헤어 드라이기를 가지고 티격태격 싸우던 모습들이 기억난다.

나야 머리를 감고 머리빗으로 살짝 빗으면 끝인데 우리 집 아이들 셋은 그게 아니다.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헤어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는 일이다. 암묵적으로 화장실을 사용하는 순서가 있고 당연히 헤어 드라이기 사용 순도 정해져 있다. 이것을 어겼을 경우에는 난리가 난다. 그만큼 아침이면 헤어 드라이기를 두고 전쟁 아닌 전쟁이 펼쳐진다. 사용 빈도로 보았을 때 헤어 드라이기가 최고 순위다.

그림책 '오늘은 머리 말리기 싫어'는 헤어 드라이기의 고충이 익살스럽게 묘사되어 있다. 헤어 드라이기도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켜 보고 싶나 보다. 자신의 사용 용도 처가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이 충만하여 영역을 뛰어넘는 시도를 한다. 결국 좋은 의도가 나쁜 결과로 이어지면서 헤어 드라이기는 찬밥 신세로 전락당한다. 풀이 죽어 원래 있던 자신의 자리로 돌아올 때쯤 모두가 헤어 드라이기를 반긴다. 어디 갔다 왔느냐 하면서 속타는 심정으로 돌아온 탕자를 맞이하듯 반긴다.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도구를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잘 묘사한 것 같다. 특히 어린 친구들도 경험해 보암직한 이야기를 가지고 생활 밀착형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그림책이 말해 주는 것은 우리 주변의 작은 물건이라도 소중하면 우리도 각자의 위치에서 소중한 역할을 하며 지내는 것이 중요함을 넌지시 던져주는 것 같다.

그림책 한 권으로 한때 전쟁과 같았던 아침 시간을 떠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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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의 보단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33
박영주 지음 / 서해문집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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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거라"

책 주인공 보단의 이름 뜻이다. 이름을 참 잘 지었다. 저자는 조선 시대 훈련도감에서 외인부대를 이끌었던 박연 대장을 모티브로 삼았다. 푸른 눈의 다문화 소년 보단은 아버지가 러시아인(나선)이다. 박연 대장도 네덜란드인으로 조선에 표류되어 왔다가 조선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의 본 이름은 얀 벨테브레이였다.

"너도 살아내거라. 네가 심어진 곳에서"

피부와 언어가 다른 곳에서 살아가는 것은 살아남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다. 지난달 북유럽 스웨덴과 핀란드를 다녀온 적이 있다. 그곳에서 우리 일행을 가이드해 주신 한인 분이 계셨다. 유창한 스웨덴어와 핀란드어를 구사하는 모습을 보고 순간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2~3일 함께 여정을 소화해 내면서 친근감이 들자 우리 일행 중 한 분께서 어떻게 이곳까지 오셔서 정착하게 되었는지 물어보셨다. 스웨덴에서 만났던 가이드분은 남편 직장 때문에 오게 되어 정착하게 되었다고 하며 핀란드에서 만났던 분은 학업 때문에 왔다가 결혼하면서 눌러 앉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언어도 유창해졌고 고국을 떠난 지 오래되어 현재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이곳이 더 익숙해졌다고 말씀하셨지만 그간 겪었던 삶의 여정 속에 힘듦과 어려움이 켜켜이 새겨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이제 다문화 국가라고 한다. 도시뿐만 아니라 강원도 시골구석구석에도 외국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심지어 학교 안에서도 다문화 자녀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인원수가 늘어나면서 이방인 취급하는 분위기는 많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사람들의 인식에는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은 사실이다.

우리 역사에서도 오래전부터 외국인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 땅에 들어왔고 이곳에서 뿌리를 내리며 살아왔다. 함께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은 그들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편견 없이 지내는 것이다. 사실 같은 한국인이더라도 생각이 다르고 관점이 다르다는 이유로 천천지 원수처럼 지내는 지금의 현실에서는 과연 함께 동화되면 살아갈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지만 이 또한 우리가 해결해야 가야 할 숙제가 아닐까 싶다.

푸른 눈의 보단이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일부러 피할 것이 아니라 그럴수록 만나고 경청하고 소통해야 한다.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오답을 줄여가는 과정이다. 굳어진 고정 관념의 틀을 부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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