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반양장) -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89
이희영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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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여 있는 조직은 사람의 많고 적음만 다르지 비슷한 원리가 작동된다. 리더가 구성원들을 관리하고 통제하려고 할 때 관계가 삐걱거린다.

"우리가 원하는 진짜 어른자신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우리가 볼 수 있다고 믿고, 자신들이 모르는 걸 우리가 알 수 있다고 믿으며, 자신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우리가 느낄 수 있다고 인정하는 사람이었다" _112쪽

진짜 리더는 구성원들을 믿고 신뢰하며 인정하는 사람이다. 직원들의 생각과 의견을 믿고 인정할 때 리더십이 작동된다. 자발적 참여는 조직에 생기를 불러일으킨다. 배우려고 하고 경청하려는 자세는 리더십을 강화시킨다.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목소리에 힘이 생기게 한다. 리더십의 역설이다.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페인트』는 아이가 부모를 선택한다는 가상의 소설이다. 『페인트』는 '부모를 인터뷰한다'라는 영어 발음인 parent's interview에서 가지고 왔다.

더 이상 아이를 낳지도 기르는 것도 기피하는 시대에 국가가 부모가 외면한 아이들을 관리하고 일정한 나이에 이르렀을 때 부모가 될 만한 사람들을 엄격한 면접 과정을 통해 매칭시킨다는 이야기다. 있을법한 이야기다.

초저출산 시대에는 아이 한 명 당 국가에서 지급되는 혜택이 늘어날 것이다. 국가가 아이를 책임지겠다는 슬로건도 이제 새삼스럽지 않다. 앞으로 미래도 그렇지 않을까? 『페인트』에서는 아이 한 명을 입양하는 대가로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 엄격한 부모 면접 과정인 페인트를 감수하고서도 입양하고자 하는 어른이 줄을 잇는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페인트가 이루어지고 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사랑을 넘어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다. 맨날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다. 아니 아이를 양육하면서 웃는 날보다 힘든 날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아이를 직접 낳고 기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모가 되기 위해 부모다워지라고 말한다. 부모 공부를 한다고 해서 훌륭한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부모는 되는 것이 아니라 다만 되어 가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누구는 되어 가는 것이 더딜 수가 있다. 과정 속에 힘듦이 더 많이 새겨질 수 있다. 부모가 되어 아이를 가르치려 하기보다 차라리 아이와 함께 놀고 즐기는 것이 부모 되어 가는 과정이 아닐까? 아이는 도구가 아니다. 대리 만족의 대상이 아니다.

관리자가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관리는 시스템에 의해서 작동된다. 관리자는 시스템을 잘 관리해야 한다. 시스템이 잘 작동될 수 있도록 관리자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진작 신경 써야 할 부분은 관계다. 리더십은 관계에서 시작된다. 성장도 관계가 좌우한다.

부모 되어 가는 것, 리더 되어 가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관계의 어려움 때문이다.

『페인트』에서 아이가 부모를 선택하듯이 학교에서도 교직원들이 학교 관리자를 선택하는 시대가 도래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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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지 않는 비 - 제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개정판 문학동네 청소년 17
오문세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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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 누구에게나 감당할 수 없는 시련과 아픔이 불쑥 다가오지만 언젠가는 과거의 이야기로 남을 것이다. 기억은 잊히는 것이 아니지만 기억을 새롭게 할 수 있다. 그동안 그치지 않는 비를 맞아야 하겠지만.

비를 피한다고 짐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대신 비를 맞아 줄 수도 없다. 비를 함께 맞는 것도 한계가 있다. 고통을 잊기 위해 내가 맞아야 할 비의 총량이 있다. 우산을 씌워주는 것이 위하는 일이 아니기에 묵묵히 그가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길에서 살아남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가족을 잃는 상실의 아픔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이별은 정리의 과정이 필요한 듯싶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기억의 정리 과정이 필요하다. 정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된다.

비는 계속되지 않는다. 비가 그칠 것이라는 징조는 먹구름이 거칠 때 알 수 있다. 먹구름 사이에 살짝 내비치는 유난히 밝은 별 빛 속에서 그치지 않을 것 같았던 비가 그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속에 오랫동안 내린 비도 마찬가지다.

한국판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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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을 털어라! : 지리편 편의점을 털어라!
이재은 지음, 왕지성 그림, 문경수 감수 / 북멘토(도서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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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지리가 좋아 사회과부도를 품에 안고 지냈던 시절이 생각난다. 우리나라 전도를 펴서 구석구석 눈으로 살펴보고 통계 자료를 보면서 서로 비교하고 특징을 눈여겨보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했던 것은 누가 시켜서 그런 것이 아니라 호기심과 즐거움 때문이었던 것 같다. 눈을 넓혀 작게 인쇄된 세계 지도 위 나라명과 지역명을 서로 매칭시키며 지리 인식을 자기 주도적으로 했던 그 경험이 4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지리학은 중요한 학문이다. 자연이 남긴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춰 가면서 지구의 과거와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 보고, 우리 주변 환경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해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 환경 속에서는 지구촌 구석구석을 손바닥 보듯이 볼 수 있다. 사회과부도를 넘어 인공위성을 직접 촬영한 도시의 모습을 통해 안방에서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의 모습들을 살필 수 있다. 문제는 해석이고 관심이다. 나열된 정보와 지식의 습득보다 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지리를 통해 올바른 미래의 방향을 설정해 가는 일이다.

요즘 환경 파괴를 넘어 기후 위기, 생물 다양성의 위협으로 인류의 생존까지 걱정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초등학생들에게는 다음 세대를 살아갈 환경일 터인데 우리 모두 생태를 전환하고자 하는 획기적인 발상의 변환이 필요한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편의점을 털어라』 지리 편은 초등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편의점 메뉴들을 소재로 원산지부터 재료의 기원까지 찾아가는 경로를 책의 콘셉트로 잡았다.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지리에 좀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한 것 같다. 자신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때 호기심을 보이는 것처럼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책을 받아들이는 독자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책의 효과는 반감하게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출판사의 방향과 저자의 의도가 충분히 반영한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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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훌 -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57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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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훌 날려보내고 싶은 고통이 사람마다 있을 수 있다. 특히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는 평생 자신을 옭아매는 덫이 될 수 있다. 훌훌 털어 보내고 싶어도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없는 일도 있다. 입양이라는 나의 선택의 여지는 일도 없는 엄청난 사건 앞에 기억조차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우리는 살아가면서 만나게 된다.

이해를 받고 있다는 느낌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을 통해 더욱 강하게 순식간에 찾아온다. 머리도 이해받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감정으로 위로받는 것도 아니다. 가슴으로 무언가 탁 트인다는 느낌, 움직일 것 같지 않았던 큰 바위가 지각변동에 의해 저절로 굴러 움직여진다는 느낌이다. 우리 주위에 큰 바윗덩어리를 안고 사는 이들이 찾아보지 않아서 그렇지 참 많을 것이다. 말 못 할 사연을 간직한 청소년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나를 나되게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키워주신 어머니께 감사하다. 어머니가 나를 끝까지 지켜주셔서 참 감사하다. 1970년대 모두가 살기 어렵고 가난했던 시절 여자 혼자 힘으로 갓난 아기를 키워낸다는 일은 지금으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사회적 냉대와 멸시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지금에야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어 따뜻한 손길을 보내오는 곳이 많지만 그때 당시에는 어림 반 푼어치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오히려 손가락질 받지 않으면 다행이던 시절에 어머니는 홀로 모두 것을 포기하고 나를 키워내셨다.

당연히 아버지를 기억하지 못한다. 아버지를 아빠라고 불러 본 적이 없다. 아버지 이름 석 자도 모른다. 태어나면서부터 나에게 부모는 오직 딱 하나 엄마 혼자였다. 이런 사실이 사춘기 시절 숨겨야 하는 부끄러운 일들이었다. 철저히 감추고 감추어야 할 비밀이었다. 그럴수록 점점 외톨이가 되었고 과장이 심하거나 거짓말투성이인 삶을 살았다. 그러다가 우연한 계기로 훌훌 털어버리는 일이 생겼다. 전혀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숨겨야 비밀도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철이 들었다.

훌훌 날려버리고 나니 전혀 거리낌이 없다. 오히려 나와 같은 입장에 처한 아이들을 만날 때 그 아픔을 진심으로 받아줄 수 있었다. 학교 현장에서 담임 교사로 살아갈 때 상처 입은 우리 반 아이들을 저절로 이해할 수 있었다. 나의 상처가 오히려 나에게 교사로 살아감에 있어 큰 선물이 되었다. 훌훌 털고 홀가분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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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
탁동철 지음, 나오미양 그림 / 양철북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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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탁동철 선생님의 신간 동화가 나왔다. 따끈따끈한 책이다. 이번 동화는 표지부터 다르다. 의미심장하다. 장호라는 소년이 문제 아동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나며 '자연 속에서 생생하게 자라나는 자연의 아이'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탁동철 선생님만의 언어로 써냈다.

초등학교 교사라면 꼭 읽어보셨으면 한다.

다양한 가정의 배경이 가진 아동들이 늘어나고 있다. 통합적인 지원을 통해 위기의 가정환경 속에서 회복되고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이 절실한 아동들이 우리 곁에 있다.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움츠러든 이들의 마음 문을 열 수 있는 가장 최적의 사람은 담임 선생님이다.

담임 선생님의 따뜻한 관찰과 관심, 지속적인 격려가 '장호'를 회복하게 할 것이다. '장호'를 기다려 주고 '장호'만의 특징을 살펴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을 펼쳐주는 '담임 선생님'의 모습이 동화 속에 잘 읽힌다.

탁동철 동화는 다른 동화와 차별점이 있다. 동화에 쓰인 언어들이 어지간해서는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의 언어라는 점이다. 자연에서 숨 쉬고 살아 움직이는 동식물을 마치 자연 동감을 연상케 할 정도로 가져왔다. 동화에 등장하는 아이들 모두 자연 속에 최적화된 얘들이다.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오염된 도시의 언어가 아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날 것의 사고는 꾸밈이 없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다.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것들이다.

강원도 속초 양양지역은 오래전 한국 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고향을 잃고 정착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다. 장호의 할아버지가 쓰는 말만 보더라도 생소하게 들린다. 실향민들만이 사용하는 말투다. 탁동철 동화 안에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그 지역만의 고유한 언어, 생활양식, 문화 등이 녹아있다.

용감무쌍하게 멧돼지 사냥을 떠나는 아이들, 욕하는 사람은 아이든 교사든 구덩이를 파내야 하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벌, 직접 야외에서 밥 해 먹기 위해 원시적인 방법을 활용하여 불을 지피는 장면들은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마치 시골 학교에서 실제로 아이들과 함께 했던 활동이라는 예감이 들 정도로 이야기가 실감 난다.

탁동철 선생님이라면 가능한 일이다!

이제 3월 새 학기 면 선생님들의 사랑과 돌봄이 필요한 많은 '장호'들을 학급에서 만나게 되리라. 탁동철 동화를 떠올리며 쉽지는 않지만 걸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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