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서로에게 선물이 된다면 - 미국 메릴랜드주 퍼스트레이디 유미 호건 자전 에세이
유미 호건 지음 / 봄이아트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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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퍼스트레이디 자서전이 출간되는 날이 속히 오기를....

 

대통령에 관한 자서전은 참 많다. 우리나라도 김대중, 김영삼, 노무현, 이명박 등등 대통령 재임 시절 있었던 일화나 자신이 걸어온 삶, 철학 등을 기록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반면 퍼스트레이디에 관한 책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통령의 지근 거리에서 국정의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는 페스트레이디의 삶을 담아낸 책이 출간되어 대통령 내외의 일상 뿐만 아니라 퍼스트레이디가 바라보는 다양한 생각들을 들어보면 좋을 듯 싶다. 

 

미국 메릴랜드주 퍼스트레이디 유미 호건은 2015년부터 한국에서도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메릴랜드주는 미국에서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된 지역이다. 이곳에서 유미 호건의 남편 래리 호건은 236년만에 공화당 당적을 가지고 재선을 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래리 호건 특유의 친화력과 정치 감각이 뛰어난 점도 있겠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조 역할을 감당해냈던 유미 호건 여사의 도움도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메릴랜드주에는 소수계 이민자들이 많이 분포되어 있고 한국계도 상당수가 포진되어 살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한국계 이민자 유미 호건의 호소력 있는 활동은 래리 호건에게 큰 도움으로 작용되었다.

 

퍼스트레이디 유미 호건의 한국 이름은 '박유미' 다. 전남 나주 태생으로 이른 나이(19세)에 미국으로 건너와 결혼 생활을 했지만 전 남편의 도박과 무절제한 삶으로 첫 결혼 생활은 깨지고 말았다. 그후 홀로 세 딸을 키우며 힘들게 살아가던 중 래리 호건을 만나게 되고 재혼을 하게 된다. 래리 호건이 정치에 입문했을 때 늘 곁에서 조언해 주고 힘이 되어 주었던 유미 호건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메릴랜드주에서 공화당 출신의 남편이 주지자로 당선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고된 이민자의 삶을 살았던 박유미는 일약 퍼스트레이디 '유미 호건'으로 변신하게 된다. 고생하며 낯선 땅에서 살아온 삶이 뒷받침되어 유미 호건 특유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게 된다. 한국계 이민자라는 딱지가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오히려 분위기를 반전시켜 메릴랜드주에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 소수계 아시안인들을 대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얼마전 코로나-19로 인해 아시아인들을 무차별 폭행하는 사건이 미국에서 일어났을 때 유미 호건은 남편을 설득하여 메릴랜드주에서 아시아인들을 보호하고 폭력사태를 막아내는 일에 숨은 역할을 했다. 

 

우리의 인생은 아무도 모른다.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간 아시아계 이민자가 미국 주지사 퍼스트레이디가 되리라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여자 혼자의 몸으로 세 딸을 키워낸 것도 기적인데 말이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유미 호건은 그리스도인이다. 인생의 역경 속에 늘 그녀는 기도했을 것이다. 남편의 정치적 동반자로써 늘 기도로 중보했을 것이다. 차기 미국 대통령감으로 거론되고 있는 래리 호건의 행보 속에 유심히 지켜보아야할 인물이 있으니 바로 유미 호건이다.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언론에 크게 조명되지는 않지만 대통령을 움직이는 이는 바로 퍼스트레이디다. 우리나라도 이제 내년 3월이면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다. 대통령 후보로 나온 여야 후보들의 면면들이 토론회를 통해 여러가지 방향에서 검증되고 있다. 가능하다면 대통령 후보로 나온 여야 경선 후보들의 배우자들도 국민들의 입장에서 검증해 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최소한 그들이 살아온 인생의 흔적들이라도 안다면 퍼스트레이디로써 역할을 잘 감당해 낼 수 있을지 국민들이 판단하지 않을까 싶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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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알들이 두런두런 머리 맞대고 두런두런 - 말랑말랑 동시로 배우는 한자
금해랑 지음, 정문주 그림 / 개암나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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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도서관 어린이 도서 칸에 가면 겉표지가 너덜너덜한 책들을 볼 수 있다. 만화책 코너다. 그 중에 단연 으뜸이 '삼국지 만화 천자문' 시리즈다. 우리 아이들도 어렸을 적에 어린이 도서관에 가면 한 번에 10여 권씩 대출받아 왔다. 똑같은 책들을 여러 번 봐도 지겹지 않나보다. 책을 읽고 나면 반드시 했던 놀이 중에 하나가 천자문 놀이다. 아이가 '불 화' 하면 나는 '물 수'로 응대하는 식의 놀이다. 놀이를 하면서 저절로 한자를 익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놀이로 배운 한자는 잊어먹지 않고 기억한다.

 

<콩알들이 두런두런 머리 맞대로 두런두런> 동시로 배우는 한자책이다. 저녁을 먹고 밥상 테이블에서 이 책을 소리내면서 읽었다. '구석구석 이를 닦자 齒카齒카' 자연스럽게 동시를 읽으면서 한 자를 익히도록 구성된 책이다. 옆에서 핸드폰을 하고 있던 막내가 갑자기 나에게 달려온다.

 

"아빠, 무슨 책이야"

"응. 한자책이야. 너, 어렸을 때 천자문 책 본 거 기억나?"

"齒 이빨 모양이네. 유치, 영구치, 치아, 충치, 치과, 치약, 치통이 모두 이와 관련된 한자구나"

"그래, 맞아. 사람의 이의 모양을 본떠 만든 한자야"

 

한자를 무조건 외우게 하는 공부 방식은 옛날 어른들이 배우던 모습이다. 요즘 아이들은 이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한자가 만들어진 원리대로 그림으로 설명해 주고, 입으로 음을 따라 읽어가면 저절로 익히게 된다. 더구나 동시와 함께 읽어내려가면 한자가 뜻하는 바를 긴 설명 없이 바로 알 수 있게 된다.

 

<콩알들이 두런두런 머리 맞대고 두런두런>에는 초등학생이 동시를 통해 알 수 있는 흉내내는 말 50개의 한가 담겨 있다. 동시를 읽기만 하면 50개의 한자를 저절로 배우게 된다. 점차 한자가 책에서 사라지고 있다. 학교에서도 한자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의도적으로 작심하고 배우지 않으면 한자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초등학생들이 꼭 익혀야 하는 재미난 한자를 접하게 해 주고 싶은 부모들이 있다면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동시를 읽고, 한자도 배우고. 사물의 모양을 본떠서 만든 한자라서 그림도 재미나게 실려 있다. 생활 속에서 쓰이는 한자어를 이참에 배워두면 좋을 것 같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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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당신이 살았으면 좋겠다 - 40년차 간호사가 기록한,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반짝이는 마음들
전지은 지음 / 라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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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년 전 일이었던 것 같다. 강릉 갈바리 병원에 환자가 계신데 교회에 가고 싶다고. 그래서 일요일 아침에 환자를 데리러 교회 차로 올 수 있냐고 물어오셨다. 나에게 부탁을 하신 분은 환자와 가까운 친척분이셨다. 환자는 50대 남자분이셨다. 당연히 교회 차 운행 가능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 갈바리 병원 앞으로 일치감치 환자분을 모시러 갔다. 참고로 갈바리 병원은 호스피스 병원이었다. 가까이 가 본 적은 처음이었다. 지나가다 병원 입간판은 본 적은 있었지만. 임종을 앞둔 환자분들이 계신 병원임을 익히 알고 있었다. 병원 앞에 차를 세우고 대가하고 있었다. 마침 환자를 부축하며 걸어오시는 분에게 손짓을 했다. 힘겹게 걸오시는 환자를 보면서 많이 편찮으시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조심스럽게 태우고 교회로 향했다. 예배를 마치고 식사를 하지 않은 체 다시 병원으로 모셔 드렸다. 운전하면서 환자분의 모습을 백미러로 흘끔 흘끔 쳐다보았다. 차장 밖을 바라보시는 눈빛이 신중하고 생각에 깊히 잠겨 있는 듯 했다. 작은 목소리로 가을 하늘이 참 아름답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그후 환자분을 3~4번 태워드렸다. 그리고 더 이상 오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더 이상 오지 않아도 된다' 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괜히 나 또한 숙여해 졌던 기억이 난다. 

 

죽음 앞에 임종을 앞둔 환자분들을 바라보는 것이 참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분들이기에 눈빛을 맞추는 것이 괜히 미안하고 숙여해 지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는 시내 한 병원 앞에 젓가락처럼 마른 창백한 분이 신호등 앞에서 서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병환이 깊은 분임을 한 눈에 척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수척해 있는 분이셨다. 아마 그 분도 임종을 앞둔 병약한 환자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누구나 죽음을 한 번쯤은 경험한다. 단지 시간 차가 다를 뿐이지 말이다. 미국에서 간호사로, 지금은 케이스 매니저로 환자의 임종을 돕고 계시는 저자의 임종 환자들의 삶을 다룬 묵직한 기록인 <그래도, 당신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결코 가볍게 읽을 수 없는 죽음을 다뤘지만 신기하게도 술술 읽혀진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죽음 앞에 있는 환자분들을 공감해 주고, 그들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자신의 직업적 소명을 책임감 있게 수행해 가는 저자의 솔직담백한 생각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누구나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을텐데 그 죽음 앞에 나 또한 담담하게 인생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미리미리 준비해가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10월 중순임에도 갑자기 한파가 다가왔다. 뉴스에서는 15만에 찾아온 한파라고 한다. 가을이 찾아온 지 얼마되지 않을 것 같은데 벌써 겨울이라니. 추위가 찾아오면 자동적으로 연로하신 어른들이 생각난다. 주무시는 방은 따뜻한지, 수도는 동파되지 않을련지, 추워지면서 혹시 건강에 이상이 생기지는 않을련지. 임종을 가까이 다가오면 누구나 가까운 가족들과 함께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하신다. 힘들게 연명 치료를 받을지, 편안한 임종을 맞이할지는 환자가 결정해야 할 사항이지만 결정을 돕고 인생을 의미있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곁에서 누군가가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린 결정에 후회되지 않게 격려해 줄 수 있는 가족들이 있다면 환자분에게 큰 힘이 될 것 같다. 가족을 대신하여 임종을 지켜드리고 도와드리는 케이스 매니저와 같은 분들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인생에서도 황금기가 있으면 내리막길도 맞이하게 된다. 계절의 변화를 보더라도 그렇지 않나. 꽃피는 봄이 있으면 낙엽을 떨어뜨리며 겨울 채비를 서두르는 늦가을이 있는 것처럼. 죽음을 두려워하기 보다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여기며 웰다잉을 준비해 가는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면 어떨까 싶다. 요즘 부쩍 부고 소식들이 많이 들려온다. 사랑스런 가족들의 죽음을 맞이하며 깊이 슬픔에 빠져 있는 분들을 찾아뵙고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어드리는 일들을 놓치지 말아야겠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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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줄로 사로잡는 전달의 법칙
모토하시 아도 지음, 김정환 옮김 / 밀리언서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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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서를 작성 할 때 장황한 설명보다는 계획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히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계획서가 한 두쪽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10여쪽 또는 그 이상 되는 것도 있다. 전자 문서라 보니 분량이 많아도 전송하는데 큰 제약이 없기에 아낌없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자세하게 계획하여 보내온다. 그러나 받는 입장에서는 거의 대부분 대충 보고 넘어간다. 그 많은 분량을 읽을 시간이 없다. 읽을 마음의 여유도 없다. 읽지도 않는 계획서를 보내는 이유가 무엇일까? 과연 읽혀지지 않는 계획서가 필요할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전달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저자는 방송사 연출자다. TV의 가장 큰 경쟁 대상자는 유튜브다. TV와 유튜브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시간이 아닐까 싶다. TV는 유튜브에 비해 영상이 긴 편이다. 반면 유튜브는 대체로 짧다. 짧은 시간 안에 구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그렇다면 TV는? 

 

TV는 시청자가 채널을 다른 곳으로 옮기지 못하도록 다양한 장치를 숨겨둔다. 자막 하나 하나에도 비법이 담겨 있다. 핵심을 찌르는 내용에는 반드시 시청자가 주목할 수 있는 자막을 집어 넣는다. '딱 하나', '지금', '그러나' 등 전과 후가 확실히 다르다는 점을 전달한다. TV가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다. 장황한 설명이 필요없다. 책의 부제처럼 '단 1줄로 사로잡는' 비법이면 된다. 

 

계획서도 마찬가지다. 읽은 이가 주목할 수 있는 핵심 내용을 전면에 제시해야 한다. 부각시켜야 한다. 낱말도 모호하기보다는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 읽어도 해석하지 못할 정도의 낱말이라면 쓰지 않는 것이 좋다. 계획서를 전자 문서로 보고할 때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대면하여 보고할 때가 있다. 결재권자 앞에서 대면하여 보고할 때에는 머리를 복잡하게 해서는 안 된다. 보고자가 충분히 내용을 숙지하고 결재권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보고자 자신도 파악되지 않은 내용을 보고한다면 결재권자의 머리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경우가 만들어진다. 대면하여 보고할 의미가 없게 된다. '전달' 하고자 하는 내용을 가볍게 보고할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을 완전 파악해야 한다. 

 

보고하는 시간도 중요하다. 길어질수록 같은 내용이라도 반감하게 된다. 따라서, 전달을 듣는 입장에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전하는 바를 앞부분에 밝히고 부연 설명을 간단 명료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보고 시간은 짧을수록 좋다.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 핵심 내용을 2~3가지로 압축하여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보고를 받는 입장에서 전달력이 높을 경우 신뢰감이 쌓이게 된다. 믿음직스럽게 여겨진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의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같은 말이라도 전달력으로 신뢰를 얻은 사람이냐 아니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무게감이 달라진다. 내용은 비슷할지라도 어디에 강조점을 두어야 할 지 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크다. 전달력이 높이기 위해 과장하거나 거짓으로 포장하라는 뜻은 아니다. 부정적인 내용이라도 관점에 따라 장점의 내용을 발견할 수 있다. 보는 관점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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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모른다, 내가 잘하고 있다는 걸 - 나의 자존감을 보살피는 심리학
슈테파니 슈탈 지음, 김시형 옮김 / 갈매나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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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심한 태도 역시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남들과 정면으로 대결하면 자신이 제대로 방어하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 때문에 나타난다" (68쪽)

 

나는 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역할은 교감이다. 저자 슈테파니 슈탈이 말하는 '나의 자존감을 보살피는 심릭학'에 깊히 공감한다. 바쁜 일과 속에 나를 돌아볼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사치다. 유일하게 쉼을 가질 수 있는 주말에야 한 주간의 삶을, 지나쳐 버린 일상의 삶을 복기해 볼 수 있다. 감사한 일인 줄 모르겠지만 COVID-19 감염증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된지 만 2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외출보다는 집콕하여 보내는 시간이 맞다보니 그나마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조금 갖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그림처럼 한가롭게 차를 마시며 경치를 구경할 수 있는 망중한의 여유는 없다. 다만 자녀들 챙기고 가정의 미뤄진 일들을 처리하고 남는 시간에 아내와 함께 산책을 하며 이것저것 대화를 나누며 스스로를 돌아본다.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을 아내가 보고 부족한 점, 보완할 점, 생각지 못한 점들을 들려준다. 저자가 말했듯이 나는 아직 소심한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불안감과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특히 학교장과의 관계는 늘 신경을 쓰게 된다. 소신있게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말문이 닫혀 버린다. 큰 일이 아니라면 학교장의 의견에 공감하며 맞춰드리는 것이 맘이 편하다. 그렇지 않고 내 의견을 주장하고 반대 의견을 내 놓기가 쉽지가 않다. 서로 관계가 서먹해 질까봐, 충돌로 인한 마음 불편함으로 인해 주저하게 되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원칙과 규정을 어기는 일에 대한 것은 아니다. 다만, 학교장의 시선과 관점이 다를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 고민이 된다.

 

"반대로 속마음을 보여주면 상대는 당신이 어떤 입장이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게 된다. 그 대신 이제부터 당신이 바라는 바, 욕구, 생각과 감정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짊어져야 한다" (72쪽)

 

교직원들 앞에서 내 입장을 먼저 내비치가 주저된다. 교감의 생각과 입장을 먼저 내 놓으면 교직원들 중에 생각을 멈추고 그대로 가려고 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회의로 모였을 때 가급적 내 생각과 입장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흐르지만 곧 각자의 의견들이 스멀스멀 비쳐진다. 만약, 무언가를 강조하고 싶고 추진하고 싶을 때는 강하게 의견을 피력한다. 저자의 말처럼 모든 책임은 내가 져야 한다. 그 일을 추진하면서 동반되는 감정까지 말이다. 리더라면 '나를 따르라'고 이끌 경우도 있겠지만, 요즘 대세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그들을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 팔로우십이다.

 

"내면 아이는 자존감의 한 형태이며 한 사람의 인생을 시종일관 동반하는 기본적인 감정선이다" (125쪽)

 

저자는 내면 아이 뿐만 아니라 어른 아이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면 아이는 어렸을 적 부모의 영향을 통해 생긴 기본적인 자신의 감정과 사고방식을 말한다. 상처와 고통의 흔적들이 내면 아이를 통해 생겨났고 성장해서라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심리학자들을 말한다. 내면 아이를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른이 되었을 때 만들어진 '어른 아이' 라는 성장 후 생긴 감정도 상처와 아픔을 치료하는데에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내면 아이와 어른 아이, 우리 안에 있는 감정적 선들은 곧 우리의 자존감을 형성하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글로 적을 때 몸과 마음의 부담이 훨씬 줄어들어 신체의 면역력이 증가한다" (159쪽)

 

교감 업무를 보다가 간간히 내 감정을 수첩에 옮길 때가 종종 있다. 특히 감정에 상처가 생겼을 때 수첩을 열어 빼곡히 글로 표현한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기에 솔직하게 적어 내려간다. 신기하게도 글을 쓰기 전에는 감정이 상해있다가도 글을 다 적은 후에는 감정이 차분해 지는 것을 느낀다. 글쓰기의 힘이다.

 

"자기불안을 지닌 이들은 상대방이 한 말과 행동을 유독 부정적인 쪽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209쪽)

 

꼭 나에게 하는 말 같다. 내 자신이 불안할 때에는 상대방이 아무리 유하게 말을 하더라도 간혹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지레짐작 불안을 느낀다. 특히 학부모로부터 민원을 들었을 때 더욱 그렇다. 다짜고짜 분노를 터뜨리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학부모의 전화를 듣고 나면 순간 불안감이 밀려온다. 앞으로 일어나지 않을 일들도 미리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기불안의 현상이다. 저자는 스스로의 자존감을 찾기 위해 자신을 돌아볼 것을 권유한다. "나만 모른다, 내가 잘하고 있다는 걸"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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