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모른다, 내가 잘하고 있다는 걸 - 나의 자존감을 보살피는 심리학
슈테파니 슈탈 지음, 김시형 옮김 / 갈매나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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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심한 태도 역시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남들과 정면으로 대결하면 자신이 제대로 방어하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 때문에 나타난다" (68쪽)

 

나는 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역할은 교감이다. 저자 슈테파니 슈탈이 말하는 '나의 자존감을 보살피는 심릭학'에 깊히 공감한다. 바쁜 일과 속에 나를 돌아볼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사치다. 유일하게 쉼을 가질 수 있는 주말에야 한 주간의 삶을, 지나쳐 버린 일상의 삶을 복기해 볼 수 있다. 감사한 일인 줄 모르겠지만 COVID-19 감염증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된지 만 2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외출보다는 집콕하여 보내는 시간이 맞다보니 그나마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조금 갖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그림처럼 한가롭게 차를 마시며 경치를 구경할 수 있는 망중한의 여유는 없다. 다만 자녀들 챙기고 가정의 미뤄진 일들을 처리하고 남는 시간에 아내와 함께 산책을 하며 이것저것 대화를 나누며 스스로를 돌아본다.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을 아내가 보고 부족한 점, 보완할 점, 생각지 못한 점들을 들려준다. 저자가 말했듯이 나는 아직 소심한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불안감과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특히 학교장과의 관계는 늘 신경을 쓰게 된다. 소신있게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말문이 닫혀 버린다. 큰 일이 아니라면 학교장의 의견에 공감하며 맞춰드리는 것이 맘이 편하다. 그렇지 않고 내 의견을 주장하고 반대 의견을 내 놓기가 쉽지가 않다. 서로 관계가 서먹해 질까봐, 충돌로 인한 마음 불편함으로 인해 주저하게 되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원칙과 규정을 어기는 일에 대한 것은 아니다. 다만, 학교장의 시선과 관점이 다를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 고민이 된다.

 

"반대로 속마음을 보여주면 상대는 당신이 어떤 입장이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게 된다. 그 대신 이제부터 당신이 바라는 바, 욕구, 생각과 감정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짊어져야 한다" (72쪽)

 

교직원들 앞에서 내 입장을 먼저 내비치가 주저된다. 교감의 생각과 입장을 먼저 내 놓으면 교직원들 중에 생각을 멈추고 그대로 가려고 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회의로 모였을 때 가급적 내 생각과 입장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흐르지만 곧 각자의 의견들이 스멀스멀 비쳐진다. 만약, 무언가를 강조하고 싶고 추진하고 싶을 때는 강하게 의견을 피력한다. 저자의 말처럼 모든 책임은 내가 져야 한다. 그 일을 추진하면서 동반되는 감정까지 말이다. 리더라면 '나를 따르라'고 이끌 경우도 있겠지만, 요즘 대세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그들을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 팔로우십이다.

 

"내면 아이는 자존감의 한 형태이며 한 사람의 인생을 시종일관 동반하는 기본적인 감정선이다" (125쪽)

 

저자는 내면 아이 뿐만 아니라 어른 아이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면 아이는 어렸을 적 부모의 영향을 통해 생긴 기본적인 자신의 감정과 사고방식을 말한다. 상처와 고통의 흔적들이 내면 아이를 통해 생겨났고 성장해서라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심리학자들을 말한다. 내면 아이를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른이 되었을 때 만들어진 '어른 아이' 라는 성장 후 생긴 감정도 상처와 아픔을 치료하는데에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내면 아이와 어른 아이, 우리 안에 있는 감정적 선들은 곧 우리의 자존감을 형성하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글로 적을 때 몸과 마음의 부담이 훨씬 줄어들어 신체의 면역력이 증가한다" (159쪽)

 

교감 업무를 보다가 간간히 내 감정을 수첩에 옮길 때가 종종 있다. 특히 감정에 상처가 생겼을 때 수첩을 열어 빼곡히 글로 표현한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기에 솔직하게 적어 내려간다. 신기하게도 글을 쓰기 전에는 감정이 상해있다가도 글을 다 적은 후에는 감정이 차분해 지는 것을 느낀다. 글쓰기의 힘이다.

 

"자기불안을 지닌 이들은 상대방이 한 말과 행동을 유독 부정적인 쪽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209쪽)

 

꼭 나에게 하는 말 같다. 내 자신이 불안할 때에는 상대방이 아무리 유하게 말을 하더라도 간혹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지레짐작 불안을 느낀다. 특히 학부모로부터 민원을 들었을 때 더욱 그렇다. 다짜고짜 분노를 터뜨리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학부모의 전화를 듣고 나면 순간 불안감이 밀려온다. 앞으로 일어나지 않을 일들도 미리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기불안의 현상이다. 저자는 스스로의 자존감을 찾기 위해 자신을 돌아볼 것을 권유한다. "나만 모른다, 내가 잘하고 있다는 걸"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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