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병률 지음 / 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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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일까?

 

나로 살아야겠다. 온전히 나로 행복해야겠다. 그러지 않으면 나는 원하지 않는 곳에서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살다가 죽게 될 것이다. _93쪽

 

작가는 온전히 자신을 찾기 위해 참 많은 곳을 다닌 듯 싶다. 국내는 물론이거니와 해외로. 발길 닿은 곳에서 사람을 살피고 자신을 돌아보며 행복을 추구한 결과를 글로 옮기고.

 

사람과 관련된 모험을 통해서만 행복의 가능성이 열린다는 것을 나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_111쪽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모험이다. 내가 계획해서 만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사랑은 모험을 통해 찾게 된다. 모험을 통해 찾은 사랑은 행복의 가능성을 연다. 반드시 행복을 가져온다는 얘기는 아니다. 행복의 가능성을 높여줄 뿐이다. 오랫동안 사랑이 가져다주는 행복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나를 잃지 말아야 한다. 

 

내가 원하는 곳까지 편하게 앉아 가면서 한가롭게 창 밖의 초록을 내다보는 일은 몇 번이고 행복했다. _142쪽

 

스리랑카를 여행하다가 저자는 행복을 찾았다. 만원인 버스를 타고 가다가 현지인으로부터 자리 양보를 받는다. 편안하게 자리에 앉아 창 밖에 보이는 풍경을 감상한다. 여행 중에 느낄 수 있는 행복이다. 그런데 스리랑카 사람들은 만원인 버스 안에서 기묘한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적당한 때가 되면 앉아 있는 사람이 서 있는 사람과 자리를 바꾸는 것이 스리랑카 사람들이 유연하게 지키는 그것이었던 것이다. _143쪽

 

번갈아 가면서 자리에 앉는 것이 스리랑카 사람들의 문화였다. 그렇다면 저자는 그 문화를 파괴한 장본인이다. 

 

중년의 나이에 저자는 사랑을 다시 상기한다. 풋풋한 청년 때의 사랑도 소환한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사랑의 흔적들을 찾아내 독자들로 하여금 메말랐던 사랑의 감정을 일으켜 세운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세월이 흐르면서 사랑에 대한 느낌도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사랑은 상대방이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물론 나부터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 행복을 선물해 줄 수 있다. 작은 꽃을 보고 행복해 하고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보고 행복해하며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행복을 경험한다면 이것이 바로 내가 성장하고 있는 중이라는 증거가 아닐까. 

 

 

사랑과 행복은 한몸이라서 그것을 생선 바르듯 뼈와 살로 발라낼 수는 없다. 다만 사랑이 무엇이라고 말은 못해도 행복의 다른 말은 '충분' 이라고 말할 수 있다. _1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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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의 결국은 말입니다
강원국 지음 / 더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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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하는 사람은 말만 잘하는 사람과는 다르다. 

말 잘하는 사람은 말하는 태도부터 남다르다.

말 잘하는 사람은 말하기보다 듣기를 먼저 한다.

말 잘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마음을 살피며 말을 한다. 

 

말 잘하는 것은 선천적인 능력일까 후천적 능력일까. 아마도 후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말 잘하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말 잘하는 사람은 없다. 시대가 바뀌면서 말 잘하는 사람의 유형도 달라지기 때문에 말을 잘 하기 위해서는 배워야 되고 훈련되어야 한다. 특히 리더를 꿈꾸는 사람은 말 잘 하는 공부가 필수다. 리더는 말 할 기회가 많다. 말에도 약이 되는 말이 있고 독이 되는 말이 있다. 리더는 조직을 살리는 약이 되는 말을 해야 한다. 말하기부터 배워야 한다. 아니 말하기보다 말하는 태도부터 배워야 한다. 리더는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세워진 사람이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각자 입장이 다른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고 갈등을 조정해 내기 위한 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말하는 태도다. 겸손하게 말하기, 낮은 자세로 말하기, 존중하는 마음으로 말하기....

 

저자는 말을 잘 하기 위한 상황별 맞춤식 말하기 전략을 자세하게 안내해 준다. 저자가 말한 대로만 실천해도 욕먹을 일은 없을 것 같다. 리더라면 그를 따르는 구성원들이 많아질 것이다. 왜냐면 말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의 마음을 읽고 필요한 말만 하는 리더에게 누가 돌을 던질 사람이 있겠는가. 만약 말을 글쓰기처럼 한다면 어떻게 될까? 글을 쓸 때 말 할 때보다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쓴 글도 다시 돌아보며 혹시 틀린 글이 없나 살펴보며 마지막까지 고민한다. 말하기도 글쓰는 것처럼 한다면 결코 실패할 경우가 없다고 본다. 최고의 말하기 고수는 글쓰기 고수처럼 하면 된다. 글을 쓸 때 말하는 것처럼 쓰라고 한다.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글 쓰는 것처럼 말하면 된다. 

 

말을 잘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노력이 필요하다. 때에 맞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말하는 목적에 맞게 말해야 한다. 말에도 형식이 있다. 설득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논리와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하듯이 말도 상황에 맞는 형식을 갖춰 말해야 한다. 명문장을 암기해 두면 쓸모가 많다고 한다. 장황하게 늘어 놓는 말보다 속담이나 명언을 빗대어 표현하면 아주 정갈한 말하기가 될 수 있다. 

 

누구나 말할 수 있지만 아무나 말을 잘 할 수 없다. 제일 좋은 것은 침묵이고 더 좋은 것은 간략하게 필요한 말을 하는 것이다. 말하기 전에 메모를 해 두거나 글로 옮겨 놓고 반복하면 좋을 것 같다. 편하게 말하는 것보다 신중하게 말하는 것이 듣는 이가 편하다. 말하는 사람이 편하기보다 듣는 사람이 편할 때 말을 잘 하는 경우가 된다. 하루 아침에 말을 잘 할 수 없으니 지금부터라도 차곡차곡 말 잘하는 방법을 공부하고 조금씩 숙달시켜가면 좋을 것 같다. 

 

나도 올해로 교감 3년차에 들어선다. 교만하기 쉬운 때다. 그동안 쌓아 놓은 점수를 까먹기 쉬운 때다. 근무지도 익숙해졌고 하는 일도 반복하다보니 눈에 익고 함께 하는 구성원들도 처음보다 익숙해지다보니 말을 함부로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처음에는 안 그랬는데 점점 지시하고 내 생각을 많이 주입하려든다. 위험한 징조다. 말하는 태도부터 고쳐가야 할 것 같다. 말하기도 최대한 신중하게 해야겠다. 갑질의 주인공이 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말에서 시작된다. 말에서 품격이 시작된다. 내가 내뱉는 말에서 내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조심 조심해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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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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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파친코 장편소설 1권을 읽게 되었다. 나에게 가장 인상깊게 다가왔던 장면은 이렇다. 

첫째, 일본 내 조선인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한민족의 기구한 인생살이가 가슴 아팠다. 

둘째, 역경 속에서도 가족을 살려내야 하는 일은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셋째, 반전에 반전을 일으키는 장면들이 과연 이야기의 결말이 어떻게 끝이날까 궁금증을 일으키게 했다. 

 

부산 영도에서 시작되는 가난한 한 서민의 가정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일제강점기 때 우리 조선인들이 어떤 삶을 살아갔는지 시작을 보여주고 있었다. 신체가 건강해도 살기 어려웠던 그 시기에 언챙이며 절룩거리는 걸음걸이로 살아가는 사람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는지 엿볼 수 있다. 더구나 다닥다닥 눈만 붙일 수 있는 작은 방에서 하숙살이로 살아가야 하는 노동자들, 그들의 가난한 삶을 외면하지 않고 정성껏 하숙을 시켜 주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 가난할지언정 진정으로 사람 냄새나게 살아가는 세상이 무엇인지 알게 해 준다. 

 

일본 내 조선인들의 삶도 녹록치 않다. 일본 하층민의 삶보다도 더 낮은 악조건 속에서 그들은 살아가야했다. 집 안 한 켠에 돼지를 키우며 살아야할 정도로 가난한 삶을 살았다. 집 안에서 돼지를 키우며 살아야했기에 그들의 몸에서는 늘 똥냄새가 났고 학교에서 사회에서 멀리해야 하는 존재로 취급당하며 살았다. 강제로 이주되어 온 일본 내 조선인들도 어찌어찌 목숨만큼은 살아야했기에 무슨 일이든지 시키는대로 하며 살아야했다. 그 뿐인가. 노예의 삶과 별반 다를 바 없이 육체적인 노동 뿐만 아니라 여인네들은 자신의 몸까지도 조종당하며 살아야했을 아주 비참한 삶이었다. 

 

이런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후손들이 아직도 일본 내에 존재하며 이들을 외면할 자격이 과연 우리에게 있을까 생각해 본다. 살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왔고 멸시와 천대를 받으며 꾸역꾸역 자식들을 키워내야 했던 이들은 오직 목숨을 지켜내는 일과 자식들을 공부시키는 일에 전념하며 아슬아슬한 줄타기처럼 이 눈치 저 눈치를 보며 살아내야했다. 불과 100년 전의 일이었고 50년도 안 된 일이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의 면면의 모습이 실제로 존재했던 우리네 이주민들의 삶이었다. 폭력과 억압을 저질르고 있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책 속에 들어가 그들의 멱살을 잡고 싶은 심정이 책을 읽으면서 저절로 들게 된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독교의 진리를 실천하기 위해 고귀한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등장인물의 모습을 보며 내 자신의 부끄러운 삶을 반추하게 된다. 시대적 상황을 간파하며 이리저리 어려움의 파고를 뛰어넘는 이의 모습 속에 과연 변함없이 자기만의 철학을 붙잡고 살아가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한 생각도 해 보게 된다. 누구의 삶이 옳은지 그른지가 아니라 각자 직면한 처지와 상황이 다르기에 그들이 선택한 삶의 방향에 대해 손가락질보다는 안쓰러움이 먼저 다가온다. 

 

아직 2권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과연 상상치 못한 시대의 어려움 앞에 그들은 어떻게 살아냈는지 궁금해져 온다. 

드라마로 이미 제작되어 방영되었다고 하나 방송으로 보기보다는 책으로 읽고 싶은 이유는 원저자의 생각 날 것 그대로 이야기의 스토리를 맛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때문이다. 책을 검색해 보니 두 개의 출판사에서 번역을 한 것 같다. 번역자에 따라 약간의 느낌이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에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어떻게 번역이 다르게 표현되었는지 비교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을 앞두고 가족에 대해 깊게 생각해 주는 책을 읽게 되어 감사하다!

 

"각자 살 방도를 궁리해야 한다는 것이 조선인들이 마음속에 품은 생생각이었다. 가족을 지켜라. 자기 배를 채워라. 정신 바짝 차리고, 지도자들을 믿지 마라. 조선의 민족주의자들이 나라를 되찾지 못한다면, 아이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쳐 출세하게 하라. 적응해라" _2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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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말 연습 - 상처 주지 않으면서 할 말은 다 하는
김성효 지음 / 빅피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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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전문가라고하면 특정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몸을 담으면서 그 누구도 넘 볼 수 없는 노하우로 정확한 진단과 함께 처방 그리고 추수지도까지 할 수 있는 능력을 겸한 사람을 일컫는다. 우리 주변에 있는 다양한 직종에서 전문가라 불리우는 이들 자동차 전문가, 법률 전문가, 의학 전문가 등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전문가로써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교육분야에서도 세부적으로 다양한 전문가들이 존재하고 있다. 특히 『교사의 말 연습』의 저자 김성효 교감님처럼 교직에서 26년 넘게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나온 수 많은 선생님들 또한 교육 전문가가 아닐까 싶다. 반면 오랫동안 한 분야에서 몸 담고 열심히 일해왔는데 전문가라 불리우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자신감 없어 하시는 분들도 있다. 개인적인 성향 탓도 있겠지만 자신만의 뚜렷한 뭔가가 없다는 것 때문에 그럴수도 있겠다 싶다. 

 

20년 넘게 교직에 몸담고 아이들과 생활해 오면서 나름 가지고 있었던 경험들을 함께 나눌 요량으로 기록을 남겨 공유한다면 자신을 넘어 그 길을 걸어갈 많은 이들에게 도움과 도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에 김성효 교감님처럼 모든 교사들이 경험했을 법한 일들을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 함께 고민하고 때로는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책들이 시중에 많이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공교육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 학교 생활이라고 하더라도 깊숙히 면면히 들여다보면 똑같은 곳은 한 곳도 없다. 매일 만나는 학생들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가르쳐 왔음에도 익숙하지 않은 이유도 사람을 상대로 한 일이기 때문일 것 같다. 시대가 달라지면서 교사에 대한 기대치도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교사의 말 연습』의 저자 김성효 교감님은 그동안 만나왔던 아이들, 학부모, 동료 교사들 중에서 특별히 힘들었던 부분들을 회상하며 자신의 부끄러운 고백도 함께 기록해 놓았다. 저자가 생각하는 학교 안에서 소위 말해서 성공할 수 있는 최선의 키는 '말'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떻게 말해야 할 지, 어떻게 전달해야 할 지 고민하며 상황별로 최선의 워딩을 연구하면서 함께 걸어가는 동료들에게 조심스럽게 교사의 언어를 전달하고 있다.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들이 함께 공통적으로 느끼게 될 점이 있다면 아마도 교사라는 직업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 말 한마디에 상처 받는 것이 바로 우리네 사람들이다. 하물며 학생도 학부모도 예외일 수 없다. 교사라고 해서 지혜롭게 말하는 법을 타고나는 법이 아니기에 늘 살얼음판을 걷듯이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교사의 언어를 정제하고 좀 더 나은 워딩으로 만나는 이들과 최소한의 갈등으로 줄여갈 수 있는 방법이 곧 교사의 말 연습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공들여 준비한 수업 내용도 교사가 어떤 언어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좋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데 학부모들이 보기에는 탐탁치 않는 경우도 교사의 말에서 비롯될 수 있다. 함께 근무하는 동료 교사들이 편할 수도 있지만 불편할 수도 있는 이유도 아마 교사의 말에서 시작되지 않나 싶다. 교사의 말 연습, 참 필요한 공부다. 교사 뿐이겠는가.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말 연습은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좋은 밑거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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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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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에 나와 있는 글귀를 읽어보지 않고 내 나름대로 김훈 작가의 하얼빈과 이문열 작가의 불멸을 읽은 소감을 서로 비교하며 짧막하게 페이스북에 올렸었다. 잠깐 소개하면 이렇다. 

 

김훈 작가는 등장하는 인물의 심리에 공을 많이 기울인 것 같다. 이문열 작가는 <불멸>에서 안중근을 영웅으로 묘사했다면, 김훈 작가는 <하얼빈>에서 안중근을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세 자녀를 둔 아비요, 사랑하는 아내의 남편이자 신께 모든 것을 맡긴 신앙인으로 묘사한다.

 

하얼빈에 아내와 애들이 하루라도 일찍 왔었다면...

하얼빈에 오기 위한 여비를 구하지 못했다면...

하얼빈에 되돌아가지 않았다면...

 

이토를 향해 총구를 든 것은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안중근의 의지였고 신의 도우심이었다고 평가한다!

 

-2023. 1. 16. 페이스북에 쓴 글-

 

『하얼빈』의 부제라고 할 수 있는 '영웅'의 그늘을 걷어낸 인간 안중근의 가장 치열했던 일주일이라는 글귀처럼 김훈 작가는 안중근, 이토 히로부미, 빌렘 신부, 미조부치 검찰관 등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심리를 현미경 드려다보듯이 그려내고 있다. 이미 안중근 의사가 직접 쓴 자서전인 안응칠의 역사를 통해 안중근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한 번 쯤은 읽어보셨기에 김훈 작가는 구구절절 자서전에 나와 있는 안중근의 생각들을 옮기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김훈 작가가 생각해 낸 안중근, 하얼빈으로 향하는 안중근의 마음 속 깊은 곳을 살펴보며 인간적인 고뇌와 역사적 운명을 대화 속에 간결하면서 묵직하게 쏟아냈다. 위대한 작가임에 틀림이 없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인물을 단지 역사적 사료를 토대로 마치 곁에서 동행한 사람처럼 그려냈다니 말이다. 

 

『하얼빈』을 읽어본 독자라면 대부분 가족을 생각하며 순간 갈등하는 장면에서 인간적인 면을 함께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만약 하얼빈에 아내와 아이들이 하루라도 일찍 왔었다면.... 아마 총을 들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라고 작가는 써 내려간다. 

만약 안중근의 후원자 정대호가 평양에서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가족들을 데리고 왔다면 역사의 물결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생각해 보면 안중근은 신께서 자신에게 이토를 맡기셨다는 확신한 신념이 있었을 것이라고 작가는 평가한 듯 싶다.

 

마치 각본을 짜 맞추기라도 한 듯이 이토와 안중근은 서로 각자 다른 방향에서 하얼빈으로 향한다. 동양의 평화를 생각하는 결이 서로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하얼빈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그 두사람이 하얼빈으로 향할 때 함께 보조를 맞추는 우덕순도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두려움보다 지금 당장 자신의 마음이 움직이는대로 행동하겠다는 결심으로 역사적 장면 속으로 들어간다.

 

아직 『하얼빈』을 접해 보지 못한 이들이 있다면 이참에 뚜벅 뚜벅 한 걸음씩 하얼빈으로 초점을 맞춰가는 김훈 작가의 펜 끝을 따라가보라. 하얼빈의 10월 26일 이른 아침의 기온이 영하의 날씨였다고 한다. 한국의 1월 날씨처럼 말이다. 아내와 자녀들이 눈 앞에 아른거렸을텐데 그는 품 안에 있는 권총 방아쇠에 집게 손가락을 과감히 주저하지 않고 갖다 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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