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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경계에서 보다 - 연암 박지원의 현재성과 생태정신
박수밀 지음 / 여름의서재 / 2025년 4월
평점 :

연암 박지원에 관해 대한민국 최고의 권위자인 한양대학교 박수밀 교수의 저서 『연암, 경계에서 보다』를 탐독했다. 조선 후기 대표적인 문장가이자 실학자인 연암 박지원에 대해 누구나 한 번쯤이라면 들어봤을 것이며 그의 대표작인 <열하일기> 또한 듣고 읽어 봤을 것으로 짐작된다.
박수밀 교수는 연암 박지원에 대해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라는 칭호를 아끼지 않는다. 그 이유는 <열하일기>를 포함한 그의 여러 작품을 분석한 결과 18세기 당시 시대를 뛰어넘는 사상과 철학을 글로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 그의 삶이 행동으로 옮겨졌다는 점을 밝힌다.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주류의 사상과 흐름을 따르지 않고 독자적인 노선을 걷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선택임을 안다. 당시 시퍼렇게 권력을 쥐고 있었던 학계의 대표적인 사람들은 주류의 성리학을 신봉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정치권 권력 기반으로 삼고 있었다. 이에 저항하며 그 기반을 조금씩 균열을 일으킨 이가 바로 연암 박지원이었다.
대표적인 작품이 <열하일기>는 단순히 중국을 다녀와서 쓴 한 개인의 기행문으로 취급하기에는 양적으로 질적으로 방대한 작품이었다. 열하일기 안에는 다양한 문학 장르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교육을 포함한 폭넓은 사회 현상을 다루고 있으며 당시 세계 초강대국이었던 중국과 우리를 비교하며 국가가 나아가야 할 로드맵 즉 청사진을 밝히기도 했다.
연암 박지원의 주된 고민은 오직 '백성'이었다. 궁핍하고 고된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을 질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방안을 유감없이 내 놓았다. 우언으로 풍자와 패러디로 문학적 요소를 통해 위회적으로 비판하면서 동시에 실제적인 방법까지 제안했다.
『연암, 경계에서 보다』라는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박수밀 교수는 연암 박지원을 가리켜 '경계인'이었다고 평한다.
"경계에 선다는 것은 중심과 보편의 자리에서 벗어나 주변과 개별의 자리에 서는 것이다" _ 143쪽
또한 연암 박지원은 '작은 것에 참된 가치'를 둔 사람이었으며 '작은 존재에 본질이 있다'라고 평한다. 누구도 쳐다보지 않는 기왓 조각, 똥 무더기, 조약돌, 풀 한 포기와 같이 숨어 있는 것, 보잘것없는 것, 쓸모없는 것을 어떻게 쓰느냐(이용)에 따라 생활에 유용할 수 있음(후생)을 생각한 이가 박지원이었다.
연암 박지원의 '독서'의 방식은 기존의 조선의 유학자들이 해오던 방식과 전혀 결이 달랐다.
"연암은 지금 내 눈앞의 현장이 훌륭한 책이고 그것을 꼼꼼히 관찰하는 행위가 진정한 책 읽기" (43쪽)라고 생각했다. 진정한 책 읽기는 사물 읽기요 자연을 관찰하는 일과 책을 읽는 행위가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훌륭한 독서란 성현의 글을 읽는 행위가 아니라 스승의 삶과 일상을 관찰하고 잘 배우는 것이다"(44쪽)라고 강조했다.
연암 박지원의 독서는 독서 패러다임의 전환이었다. "과거의 낡은 문자를 읽는 행위에서 벗어나 내가 눈앞에서 마주한 사물과 현실을 잘 살피는 것"(62쪽)이 곧 독서였다.
"글을 잘 읽는 사람은 수백 권의 책을 읽은 사람이 아니다" _66쪽
끝으로 박수밀 교수가 제안한 '연암 박지원 문학관'이 건립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