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
탁동철 지음, 나오미양 그림 / 양철북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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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탁동철 선생님의 신간 동화가 나왔다. 따끈따끈한 책이다. 이번 동화는 표지부터 다르다. 의미심장하다. 장호라는 소년이 문제 아동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나며 '자연 속에서 생생하게 자라나는 자연의 아이'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탁동철 선생님만의 언어로 써냈다.

초등학교 교사라면 꼭 읽어보셨으면 한다.

다양한 가정의 배경이 가진 아동들이 늘어나고 있다. 통합적인 지원을 통해 위기의 가정환경 속에서 회복되고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이 절실한 아동들이 우리 곁에 있다.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움츠러든 이들의 마음 문을 열 수 있는 가장 최적의 사람은 담임 선생님이다.

담임 선생님의 따뜻한 관찰과 관심, 지속적인 격려가 '장호'를 회복하게 할 것이다. '장호'를 기다려 주고 '장호'만의 특징을 살펴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을 펼쳐주는 '담임 선생님'의 모습이 동화 속에 잘 읽힌다.

탁동철 동화는 다른 동화와 차별점이 있다. 동화에 쓰인 언어들이 어지간해서는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의 언어라는 점이다. 자연에서 숨 쉬고 살아 움직이는 동식물을 마치 자연 동감을 연상케 할 정도로 가져왔다. 동화에 등장하는 아이들 모두 자연 속에 최적화된 얘들이다.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오염된 도시의 언어가 아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날 것의 사고는 꾸밈이 없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다.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것들이다.

강원도 속초 양양지역은 오래전 한국 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고향을 잃고 정착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다. 장호의 할아버지가 쓰는 말만 보더라도 생소하게 들린다. 실향민들만이 사용하는 말투다. 탁동철 동화 안에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그 지역만의 고유한 언어, 생활양식, 문화 등이 녹아있다.

용감무쌍하게 멧돼지 사냥을 떠나는 아이들, 욕하는 사람은 아이든 교사든 구덩이를 파내야 하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벌, 직접 야외에서 밥 해 먹기 위해 원시적인 방법을 활용하여 불을 지피는 장면들은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마치 시골 학교에서 실제로 아이들과 함께 했던 활동이라는 예감이 들 정도로 이야기가 실감 난다.

탁동철 선생님이라면 가능한 일이다!

이제 3월 새 학기 면 선생님들의 사랑과 돌봄이 필요한 많은 '장호'들을 학급에서 만나게 되리라. 탁동철 동화를 떠올리며 쉽지는 않지만 걸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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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버 - 제15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13
나혜림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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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종이와 펜과 불행한 어린 시절이다" _작가의 말 中

불행한 어린 시절은 근성을 만든다. 정인이도 그랬다. 폐지를 주워서라도 어린 손주를 키워 낼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근성을 가난이 키워냈다.

중학생의 나이에 아르바이트 자리도 얻기 힘든 현실에서 겨우 얻어낸 햄버거 가게에서 성실하게 일하며 유통 기한 지난 햄버거 패티라도 얻어 가지고 와서 끼니로 때우며 살아야 하는 구질구질한 삶도 결국 가난이 던져주고 간 결과였다.

가난은 죄가 아니라고 하지만 가난을 통해 죄를 짓게 되는 슬픈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가난을 벗어나고자 발버둥을 치지만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는 현실을 나중에서야 깨닫게 된다. 자칫 가난은 악마의 유혹으로 누구든지 몰아넣을 수 있지만 감사하게도 작가는 행운이라는 유혹으로 찾아온 덫에서 정인이와 할머니를 구해낸다.

우리는 화려하게 살고 싶어 한다. 편안한 삶을 추구한다. 돈이 행복의 척도가 되었다. 누구는 로또만 당첨되기를 바라며 인생을 건다. 네잎클로버가 가져다줄 행운을 쫓는다. 신기루를 향해 질주한다. 악마의 유혹이라 할지라도 달콤함을 위해 기꺼이 마다하지 않을 태세다.

그럼에도 작가는 '그냥 한 번 더 진짜를 살아 볼게요'라고 용기를 낸다. 가짜가 아니라 진짜 삶을 살기를 독자들에게 권한다. 가짜는 향기가 없다. 가짜는 죽어 있다. 진짜는 시들지만 다시 일어난다. 평범하게 보이지만 그 속에는 살아 있는 숨결이 담겨 있다.

폐지를 줍는 삶이 부끄러운 삶이 아니라 폐지를 줍는 삶을 외면하는 삶이 부끄러운 삶이다. 적은 소득이라도 땀을 흘리는 삶이 진짜 살아가는 삶이다. 그럴싸하게 보이는 검은 고양이의 그림자를 자세히 보라. 악마의 그림자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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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 산하어린이 57
권정생 지음, 신혜원 그림 / 산하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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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십자가 고통보다 사람들은 자기의 행복만을 위해 십자가를 이용하고 있어요" _165쪽

 

권정생 선생님이 하느님을 소재로 참 멋진 이야기를 썼다. 물론 한쪽에서는 불경하다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하느님을 정형화된 틀에 가두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우리의 이웃으로 표현한 것만으로도 참 대단하신 분이신 것은 틀림이 없다. 

 

하느님을 교회 안에 계신 분으로 복만 주시는 분으로 생각하는 일각의 사람들이 있다. 우리의 이웃이 곧 우리가 사랑해야 할 대상이며 사랑하는 일이 곧 하나님의 일임을 성경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권정생 선생님은 이웃은 사랑하지 않고 기적만 바라는 종교적인 사람들을 경계하신 것 같다. 우리의 이웃은 어디에 있을까?

 

『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  의 책 제목처럼 우리의 이웃은 바로 우리 곁에 있는 분들이다. 권정생 선생님은 약하고 소외된 어린아이, 누구도 돌보지 않는 어르신들, 하루하루 힘들게 벌어 먹고사는 일용직 분들과 같은 이웃의 따뜻한 사랑이 필요한 이들을 이야기의 중심으로 가지고 왔다. 돈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고 잘난 체하는 사람들과는 결이 다른 사람들이다. 겉모습은 누추해 보일지언정 정이 있고 마음이 순수한 사람들이다. 하느님이 찾으시는 분들이다. 

 

하나님은 종교적 행위보다 이웃을 사랑하기를 원하신다.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위선적인 사랑이 아닌 인간으로서 가진 고유한 정으로 품어 줄 수 있는 사랑을 원하신다. 교회가 해야 할 일은 이웃 사랑이며 그리스도인들이 품어야 할 마음도 그러하다. 우리 곁에 사랑을 베풀어야 할 하나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면하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본다. 

 

화려한 종교적 의식보다 권정생 선생님의 동화 한 편이 주는 감동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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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는 없다 - 제12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이릉 지음 / 광화문글방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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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을 읽었다. 예리한 심사위원들의 칼날을 피하고 꼼꼼한 기준에 합격한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단 한 편의 작품인 『쇼는 없다』를 조심스럽게 펼쳐 읽어 보았다. 무슨 이야기일지 맥락과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대부분의 소설이 그렇듯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과거에 한창 이름을 떨친 프로레슬러가 등장하고 현실처럼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상상의 세계가 마치 현실의 세계로 둔갑하여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희한한 느낌을 경험하며 스토리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전체의 큰 소재는 프로레슬링이긴 하지만 핼러윈 데이라는 우리에게는 다시 생각조차 꺼내가 부담스러운 사건을 시간적 배경으로 가지고 온다. 이태원 참사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었다. 소설 속 주인공 김남일에게도 일어나지 말아야 일이 학창 시절에 있었다.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그때였다고 말한다.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도 없었던 그때 그 시절 아픔을 딛고 다시 시작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꿈에서조차도 시도하기 어려운 깊은 상처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은 짜인 각본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쇼는 없다. 쇼처럼 거짓으로 꾸며낼 수 없다. 솔직하게 맞닥뜨려야 하는 사건의 연속이다. 두려움의 대상도 실제 존재하는 곳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이다.

 

깊은 상처와 아픔의 사건을 재치 있게 전환하여 읽는 내내 언젠가는 다시 일어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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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렁이 기차 쑥쑥문고 26
권정생 지음, 유승하 그림 / 우리교육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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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이는 것보다 드러나 보이지 않는 것을 이야기의 소재로 삼았던 권정생 선생님의 동화집이다. 버려지고 숨겨진 목숨을 찾아 그것들을 이야기로 썼다. 세간의 관심사가 아니라 자연의 것들을 노래하고자 무던히 애썼던 사람이 권정생 선생님이셨다.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인 '강아지 똥'도 지금이야 유명해져서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지만 생각해 보시라. 이야기의 소재를 '똥'으로 잡는다는 것이 과연 쉬웠을까?

구렁이, 산토끼, 소나무, 오소리, 왜가리, 물총새와 같은 작은 동식물들을 누구보다도 아끼고 사랑했다. 그들의 입을 통해 권정생 선생님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마음껏 했던 것 같다.

길거리에서 동냥을 받는 아이들, 부모를 잃고 서커스 광대로 일하는 아이, 지금은 볼 수 없는 쓰레기를 줍는 넝마주이 아저씨와 같은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이 오히려 더 따뜻한 마음을 소유한 사람이었음을 넌지시 독자들에게 이야기한다.

요사이 기온이 뚝 떨어져 강원도 산간 지역은 영하 20도 기본이다. 낮 기온도 영하 10도다. 자동차 안에 둔 물티슈가 꽝꽝 얼 정도다. 추운 날씨에 온기조차 없이 지내는 많은 이웃들을 돌아보게 된다. 화려한 세상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분들이 많다. 권정생 동화집은 바로 이런 분들을 떠오르게 하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다.

서로들 자신의 의견이 더 옳다 쌈박질을 할 게 아니라 정직한 마음으로 이웃들을 돌아보는 따뜻한 겨울이 되었으면 한다. 동화의 이야기가 어른을 부끄럽게 한다. 조금이나마 어린아이의 마음을 닮아간다면 세상은 좀 더 나아질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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