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는 없다 - 제12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이릉 지음 / 광화문글방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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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을 읽었다. 예리한 심사위원들의 칼날을 피하고 꼼꼼한 기준에 합격한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단 한 편의 작품인 『쇼는 없다』를 조심스럽게 펼쳐 읽어 보았다. 무슨 이야기일지 맥락과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대부분의 소설이 그렇듯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과거에 한창 이름을 떨친 프로레슬러가 등장하고 현실처럼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상상의 세계가 마치 현실의 세계로 둔갑하여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희한한 느낌을 경험하며 스토리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전체의 큰 소재는 프로레슬링이긴 하지만 핼러윈 데이라는 우리에게는 다시 생각조차 꺼내가 부담스러운 사건을 시간적 배경으로 가지고 온다. 이태원 참사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었다. 소설 속 주인공 김남일에게도 일어나지 말아야 일이 학창 시절에 있었다.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그때였다고 말한다.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도 없었던 그때 그 시절 아픔을 딛고 다시 시작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꿈에서조차도 시도하기 어려운 깊은 상처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은 짜인 각본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쇼는 없다. 쇼처럼 거짓으로 꾸며낼 수 없다. 솔직하게 맞닥뜨려야 하는 사건의 연속이다. 두려움의 대상도 실제 존재하는 곳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이다.

 

깊은 상처와 아픔의 사건을 재치 있게 전환하여 읽는 내내 언젠가는 다시 일어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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