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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버 - 제15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113
나혜림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평점 :

"작가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종이와 펜과 불행한 어린 시절이다" _작가의 말 中
불행한 어린 시절은 근성을 만든다. 정인이도 그랬다. 폐지를 주워서라도 어린 손주를 키워 낼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근성을 가난이 키워냈다.
중학생의 나이에 아르바이트 자리도 얻기 힘든 현실에서 겨우 얻어낸 햄버거 가게에서 성실하게 일하며 유통 기한 지난 햄버거 패티라도 얻어 가지고 와서 끼니로 때우며 살아야 하는 구질구질한 삶도 결국 가난이 던져주고 간 결과였다.
가난은 죄가 아니라고 하지만 가난을 통해 죄를 짓게 되는 슬픈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가난을 벗어나고자 발버둥을 치지만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는 현실을 나중에서야 깨닫게 된다. 자칫 가난은 악마의 유혹으로 누구든지 몰아넣을 수 있지만 감사하게도 작가는 행운이라는 유혹으로 찾아온 덫에서 정인이와 할머니를 구해낸다.
우리는 화려하게 살고 싶어 한다. 편안한 삶을 추구한다. 돈이 행복의 척도가 되었다. 누구는 로또만 당첨되기를 바라며 인생을 건다. 네잎클로버가 가져다줄 행운을 쫓는다. 신기루를 향해 질주한다. 악마의 유혹이라 할지라도 달콤함을 위해 기꺼이 마다하지 않을 태세다.
그럼에도 작가는 '그냥 한 번 더 진짜를 살아 볼게요'라고 용기를 낸다. 가짜가 아니라 진짜 삶을 살기를 독자들에게 권한다. 가짜는 향기가 없다. 가짜는 죽어 있다. 진짜는 시들지만 다시 일어난다. 평범하게 보이지만 그 속에는 살아 있는 숨결이 담겨 있다.
폐지를 줍는 삶이 부끄러운 삶이 아니라 폐지를 줍는 삶을 외면하는 삶이 부끄러운 삶이다. 적은 소득이라도 땀을 흘리는 삶이 진짜 살아가는 삶이다. 그럴싸하게 보이는 검은 고양이의 그림자를 자세히 보라. 악마의 그림자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