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애와 금옥이 - 한국 전쟁으로 어긋난 두 소녀의 슬픈 우정 별숲 동화 마을 28
김정숙 지음, 김병하 그림 / 별숲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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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쟁으로 어긋난 두 소녀의 슬픈 우정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주인공 정애와 금옥이를 통해 '강화도 민간인 학살 사건'의 과거사를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 추천 도서이긴 하지만 세계 냉전 시기, 희생물이었던 한국 땅에서 일어난 전쟁을 소재로 불명예스러운 과거사를 조명하고 있기에 청소년, 어른들에게도 읽기를 추천한다. 


한국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그렇게 평화롭던 강화도에 인민군이 주둔하고 떠난 뒤부터 강한 소용돌이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정애는 빨갱이를 잡아들이는 역할을 자처하며 혼란한 분위기 속에 가족들을 먹여 살리고자 애쓰는 아버지를 두고 있다. 정애 어머니는 먹을 것이 없어 갯벌에 게 잡으러 갔다고 인민군에 의해 총상을 입는다. 정애네 가족은 인민군에 피해를 입은 가족이다. 반면 금옥이는 마을에서 존경받는 교장선생님을 아버지를 두었다. 어쩔 수 없이 가족들을 살리고자 본인 혼자 인민군에 부역하지만 그 휴유증은 인민군이 돌아간 뒤 큰 폭풍처럼 몰아닥친다. 우정이 깊었던 정애와 금옥이와의 관계는 회복될 수 없을만큼 상처로 남게 된다. 배고 파서 겉보리 세 되를 받아먹고 인민위원회에 가입한 것도 죄가 되었고, 강제로 동원되어 방공호를 팠을 뿐인데 부역자로 낙인 찍힌 사람들, 월북한 아들 편을 들었다고 빨갱이로 몰려 짐승만도 못한 죽음을 당해야했던 피해자들은 두고두고 명예를 회복하지 못했다. 2005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위원회를 통해 억울한 피해 사실이 밝혀졌지만 상처와 아픔은 영원토록 가슴에 간직하고 살아가야했다. 


강화도는 우리 역사에서 많은 굴곡을 지닌 곳이기도 하다. 과거 수도 한양이 위기에 처했을 때 임금은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피난을 떠나는데 제일 안전한 처소로 지목되었던 곳이 '강화도'였다. 천혜의 요새라 불렸던 강화도는 병자호란 때 인조가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곳이었다. 고려 시대 몽골군의 공격에도 버티어 냈던 곳이 강화도가 아닌가! 그뿐인가. 근대 일제 의 조일수호통상조약(강화도조약)이 강압적으로 이루어진 곳도 강화도였다. 강화도 외규장각에 보관되어 있었던 의궤들과 서적들이 프랑스군에 의해 약탈 당했던 것도 잊을 수 없는 아픔이다. 1866년 병인양요에 참전한 프랑스 해병도 강화도의 민가를 보고 나서, "가난한 집에도 책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인상적이었던지 "선진국이라고 자부하고 있던 우리의 자존심마저 겸연쩍게 만든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한때 강화도는 유배지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다. 우리가 잘 아는 안평대군은 수양대군의 집권 후 강화도로 유배를 떠나고 사약을 받고 죽음을 받아들였다. 


현재 강화도의 모습은 숙종의 노력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해안선도 구불구불했지만 3분의 1에 해당하는 면적을 간척했다고 한다. 강화도의 면적이 숙종 때에 그만큼 늘어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외적의 침입을 막고자 보와 진을 구축(13개)하고 초소 개념의 돈대를 곳곳에 설치함으로써 훗날 일본의 운요호 사건과 프랑스의 병인양요, 미국의 신미양요까지 막아낼 수 있었다. 그 결과 정족산에 보관되어 있던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낼 수 있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강화도를 '강도'라고 불렀다는 사료가 전해온다. 강화도의 마니산은 신성한 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애와 금옥이 』작품 속에서도 마을 사람들이 산 속으로 피난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고, 점 치고 굿을 드리는 당산 할머니는 신성한 강화도 지역의 특징을 담아 작가가 설정한 인물이 아닐까 싶다. 


부끄러운 역사이지만 덮어두기에만 급급할 필요는 없다. 제주 4.3 사건을 통해 후대들이 받아들일 교훈점이 더 큰 것처럼 '강화도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을 만나고 인터뷰한 자료를 바탕으로 초등학교 학생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동화 형식으로 작품을 만든 저자의 노고에 대해 박수를 드리고 싶다. 초등학교 고학년 추천 도서라 생각하고 그냥 지나칠만한 책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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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근 샘의 글쓰기 수업
이영근 지음 / 에듀니티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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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하는 역할은 무엇일까? 특히, 초등교사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꼽으라고 한다면? 지식을 전달하고 가르치는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제일가는 역할은 아마도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의 기본습관 형성과 삶의 태도를 올바르게 정립하도록 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의 시대는 더더욱 그렇다. 이미 지식의 습득 수단은 교실을 떠나 발이 닿는 곳이라면 얼마든지 알고 싶은 것들을 스스로 찾고 알아낼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어 있다. 반면 예전과 달리 오늘날 학부모들이 학교에 바라는 점이 달라지고 있다. 학업 보다는 인성, 진로, 돌봄, 안전과 같은 학생들의 삶과 직결되는 부분에 학교가 잘 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학부모들이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사람은 담임교사다. 하루 전체로 보았을 때 학교에 머무르는 시간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부모보다 학교의 담임교사가 한 아이의 삶에 미치는 물리적 영향력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물리적 영향력 뿐이겠는가!


학교는 관계를 배우는 곳이다. 형제 자매 없이 혼자 자라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에 비추어 보았을 때 학교 내 교실은 아이의 첫 사회 무대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집을 떠나 어린이집에서 생활을 하지만 어디까지나 돌봄 차원이다. 또래들과 함께 관계를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곳은 학교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삶을 배우며 가꾸며 나간다. 단지 지식만 전수하는 곳이 아니라는 말이다. 『영근 샘의 글쓰기 수업 』의 저자 이영근 교사는 위 책에서 독자들에게 글쓰기 비법을 전수하기보다 교사의 역할, 교사의 삶, 삶을 변화시키는 도구인 글쓰기를 통해 학생의 변화된 삶을 강조하고 있다. 이영근 교사의 교실을 글을 통해 사진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다른 교실과 달리 맨발로 교실을 걸어다니며 교실 어느 곳에서나 책을 읽을 수 있고 공기놀이를 할 수 있도록 학급살이를 계획한다. 대신 교실 바닥은 깨끗하게 물걸레질을 한다. 이것도 위생과 청결을 위한 교육이겠다 싶다. 


학기 초 학생 맞이를 위해 반드시 준비해 놓는 것이 있다. 글똥누기(학생이 겪은 일을 한두줄 쓰는 일)를 위한 작은 수첩, 매일 일기쓰기를 위한 줄공책이다. 아무리 바빠도 이 두가지는 빼 먹지 않는다고 한다. 습관이다. 글쓰는 습관이며 삶을 돌아보는 습관이고 교실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삶의 태도다. 매일 써 온 일기를 돌아보는 일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학생수가 이삼십명만 되더라도 벅차다. 일기는 검사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아이들의 삶을 관찰하고 생각을 나누기 위한 도구이다. 교사는 책을 읽지 않으면서 학생 보고만 읽으라고만 한다면 잔소리일 뿐이다. 이영근 교사는 몸소 실천해 보인다. 교사의 삶을 보고 학생들은 배운다. 교사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배우고 삶을 보며 성장한다. 교사의 가치관이 중요한 이유가, 교사의 올바른 삶의 태도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독자들 중에 혹시나 초등교사를 진로로 삼는 분들이 있다면 꼭 명심해 두라. 현장은 똑똑한(?) 교사보다 올바른 삶을 살아가려는 교사가 더 필요하다. 학생들은 교사의 지식의 높고 낮음을 보는 것이 아니다. 교사의 삶을 두 눈으로 관찰하고 눈여겨 둔다. 학생들은 안 보는 것같아도 귀신같이 다 안다. 우리 선생님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 분인지를. 학생들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결연한 각오가 현장 교사들에게 필요하다. 교사는 일반 직장인이 아니다. 학생들이 힘들어하면 상담하느라 퇴근이 늦을 수 있고, 일찍 오는 학생들을 위해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출근하여 교실에서 학생들을 맞이할 수 있는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점점 교사의 책임보다 개인의 권리를 주장하며 똑똑하게 살아가려고 하는 교사들이 많아서 가슴 아플 때가 많다.


『영근 샘의 글쓰기 수업 』은 이영근 교사의 삶이 묻어 있는 책이다. 학급 이름인 '참사랑땀' 처럼 정직하게 땀흘리며 참사랑을 실천하는 교사의 글이기에 꾸밈으로 치장되어 있는 그 어떤 책보다도 묵직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교사의 삶을 살아가려고 준비하는 이들이 있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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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을 위한 두근두근 처음 도서관 쉽게 가르치고 재미있게 배우는 초등 도서관 교육 1
박성희 외 지음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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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일에는 최소한 매일 밤 1시간, 주말에는 3~4시간의 독서 시간을 가지려 노력한다. 이런 독서가 나의 안목을 넓혀 준다" 잘 알려진 독서가인 빌 게이츠의 일화다. 아날로그식 종이보다 디지털 화면에 더 익숙한 요즘 세대에게는 아주 먼 옛날의 이야기로 들릴 것 같다. 빌 게이츠는 독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삶의 우선 순위를 정하고 실천한 결과 당대 최고의 리더가 되었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리더는 어떻게 태어날까? 독서가 아닌 디지털기기 활용 능력이 높은 사람이 될까? 인공지능보다 앞설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흔히들 창의성이라고 이야기한다. 창의성은 어떻게 습득할 수 있을까? 독서의 중요성이 아마 '창의성'에 있지 않을까 싶다. 창의성은 뭔가 새롭게 생각하고 표현하는 능력이다. 기존의 것을 탈피하여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낼 수 있는 능력은 독창적인 영역에 해당된다. 독서야 말로 독창적이며 남이 다른 나만의 다른 것을 창조해 낼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학교 도서관은 지식의 보고며 지식을 활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발명소와 같다. "책보다 재미 있는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지만 학교도서관 이용 방법을 제대로 알게 된다면, 아이들은 학교도서관 안에서 우주를 경험할 수 있다" 학교도서관 사서 교사의 이야기다. 도서관에서 우주를 경험할 수 있다? 왜? 우주는 광대하다. 그 어느 누구도 밟지 못한 영역이다. 학교도서관이 우주다. 학교도서관에서 모험심을 기르고 안목을 넓히며 다양한 지식들을 조합하여 나만의 것들을 만들어갈 수 있다. 학교도서관은 부모의 도움 없이 아이 스스로 처음 정보의 세계로 입문하는 통로다.첫 단추가 중요하다. 모두가 함께 이용하는 곳이라 위생 습관부터 알려줘야 하는 곳이다. 학교도서관에 있는 책은 모든 아이들의 손길이 닿기에 손씻기는 스스로의 건강을 지키고 타인을 배려하는 기본 위생습관이다. 학교도서관을 이용하는 예절, 학교도서관에서 책을 찾는 방법 등을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차곡차곡 배워가야 한다. 학교도서관 사서교사들이 해야 할 역할이기도하다.  


도서관의 기본적인 운영 원칙과 미래 비전을 담은 '랑가나단의 도서관학 5법칙' 과 '마이클 고먼의 신도서관학 5법칙'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9쪽 참조)


- 랑가나단 도서관학 5법칙

1. 책은 이용하기 위한 것이다.

2. 모든 독자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책이 있다.

3. 모든 책은 그것을 필요로 하는 독자가 있다.

4. 도서관 이용자의 시간을 절약하라.

5.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이다. 


- 마이클 고먼의 신도서관학 5법칙

1. 도서관은 인류를 위해 봉사한다.

2. 지식을 전달하는 모든 형태를 도서관 자료로 고려하라.

3. 도서관 서비스를 향상시키기 위해 기술을 적절히 활용하라.

4. 지식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수호하라.

5. 과거를 명예롭게 여기고 미래를 창조하라. 


일반 교사들이 모르는 사서교사들만의 고충이 있다. 아직 학교도서관 관련 정규 교육과정이나 교과서가 없는 상태에서 사서교사의 역량만으로 수업해야 하는 실정이다. 정규 교육과정이 없다보니 학년 교사와 사전 협의를 통해 연간 수업 시간을 확보하거나 팀티칭으로 협력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교과와 연계하여 학교도서관 수업을 진행해가야 한다. 교과서가 없다는 것은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좀 더 창의적인 학생중심수업을 위해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수밖에 없는 절호의 찬스가 될 수 있다. 교과서가 있다면 당연히 교과서에 의존한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시간적 여유가 녹록치 않기에 편안한 수업을 자신도 모르게 찾게 된다. 매일 학교도서관을 들여다보면 소리 없는 전쟁터와 같다. 학교도서관을 찾는 학생들이 제법 많다. 저학년일수록 하나하나 알려 주어야 한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다보면 교과서 없이 창의적인 수업을 설계하려는 의지는 사라지게 된다. 사서교사에게는 불행이겠지만 먼 미래를 봐서는 다행이다. 교과서가 없으니 말이다. 교과서가 아닌 교육과정으로 아이들을 만날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교과서중심의 수업으로는 학생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없다. 학생중심수업의 시작은 교육과정 재구성에서 비롯된다.


마지막으로 학교에 사서교사가 있으면 그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감사하자. 그리고 함께 하는 동료교사로 적극적으로 모셔 들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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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 문해력, 교사 전문성을 완성하다 - 행복한 수업을 만드는 교수평 일체화, 교육과정 문해력, 그리고 학생중심수업 프로젝트 행복한 교과서 시리즈 49
신지승 지음 / 행복한미래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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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 문해력이란, 교육과정을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교육과정을 읽는다는 것은 성취기준을 읽고 해석할 수 있다는 말로 바꿀 수 있겠다. 성취기준의 의미를 분석하고 교육과정에서 수업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 지 가름이 되는 것이 '성취기준'이기 때문에 교육과정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곧 성취기준을 해석하여 수업을 계획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교육과정을 읽고 난 뒤에는 반드시 교육과정을 쓸 수 있어야 한다.

 

교육과정 읽기 + 교육과정 쓰기 = 교육과정 문해력

 

교육과정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수업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성취기준의 의미를 이해하고 분석한 뒤 수업을 실행할 수 있다는 말이다. 성취기준의 도달도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평가계획을 무시할 수 없다. 2015개정교육과정에서는 '과정중심평가' 즉 과정이 중시되는 평가를 강조한다. 그렇다고 해서 '평가'에 방점을 둔 나머지 수업과 교육과정을 무시한 체 평가 주도의 진행을 하다보면 본말이 바뀌기 싶다. 이점을 유의하라고 저자 신지승 교사는 말한다.

 

예전에 수업은 '교과서' 중심이었다. 교과서 → 교육과정으로 교사의 관점이 바뀐 것은 얼마되지 않는다. 2015개정교육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사실 제4차 교육과정 고시때부터 줄곧 교육과정 문서에는 '교육과정 재구성' 이라는 말이 적시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교과서 중심의 수업을 전개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교사의 열의가 부족했던 것도 있겠지만 교사에게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 가장 큰 이유이다. 교사의 전문성은 업무가 아니라 수업에서 시작된다. 교사의 여유를 빼앗는 가장 큰 적은 '업무'였다. 학생들과 함께 수업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온전히 교사에게 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업무 중심의 학교 운영은 수업의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최근들어 학교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 학생중심수업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교사의 전문성을 수업에 두고, 교사에게 온전히 시간을 돌려주고자 하는 현장의 분위기가 변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정중심평가에 부담을 느끼시는 현장의 교사들이 있다. 그 이유는 시간도 없는데다가 다인수 학급에서 여러 교과를 어떻게 수업 중에 평가하냐는 것이라며 볼멘소리를 늘어 놓는다. 평가의 관점을 '평가'에만 둘 때 나타날 수 있는 목소리들이다. 하지만 과정중심평가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수업'이 중요함을 저자는 다시 한번 강조한다. 학생중심의 수업을 계획하고 실행해가다보면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 '과정중심평가'라는 얘기다. 평가를 위해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업을 실행해가다보면 평가가 필요한 부분이 발견되고, 평가를 적용한 뒤 피드백을 통해 성취기준의 도달도를 점검하게 된다.

 

저자는 교육과정 문해력을 반영한 학생중심수업의 전개를 위해서는 반드시 교육과정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교과서를 재구성하는 수업이 아닌, 교사의 눈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교과서 내용 일부를 조정하거나 변경하는 것은 교과서 재구성에 불과하다. 교육과정 재구성을 실천하기 위한 방법으로 '프로젝트 수업'을 추천한다.

 

아래는 교육과정 문해력에 대한 저자의 주옥같은 문장이다. 참고하시길.

 

교사 중심의 교과서 진도 나가기식 수업 → 교과서 진도는 나가지만 학생중심수업을 위한 교과서 재구성 → 성취기준 중심의 교과서 재구성 → 성취기준 중심의 교육과정 재구성 (76)

 

교과서-교사중심수업-과정중심평가일 때는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없지만, 교육과정재구성-학생중심수업 변화에 어울리는 과정중심평가를 할 때 비로소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92)

 

교육과정을 읽는다는 것은 '성취기준 그 자체 의미를 파악하고 수준과 범위를 판단하여 성취기준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는 것' 이라고 할 수 있다.(109)

 

교육과정을 쓴다는 것은 '읽고 해석한 성취기준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수업 가능성을 상상하고 최적의 수업 가능성을 선택하여 수업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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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미터 개인의 간격 -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
홍대선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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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미터 개인의 간격』은 '욕망의 철학자'라고 불리우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출생(1632년) 스피노자의 행복 담론이다. 책 제목처럼 개인의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간의 간격, 1미터 범주 안에서 결정된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상처받거나 분노를 느끼는 것은 1미터 근접 거리에 있는 타인과 자신과 관심사가 같은 세상적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그 외의 것들은 무가치하다라고 스피노자는 말한다.

 

철학자 스피노자의 개인사를 엿보면 왜 행복에 관한 '1미터 간격'을 고민했는지 엿볼 수 있다. 스피노자의 가문은 에스파냐다. 선대때부터 에스파냐인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종교 재판의 마녀사냥이 한창일 때 할머니의 끔찍한 죽음을 목격해야만 했다. 종교의 자유를 얻고자 이동한 곳이 네덜란드였다. '복 받은 자'라는 뜻을 가진 '바뤼흐'라는 아명을 지닌 스피노자는 유대계 공동 거주지의 리더로 자라길 원하는 공동체의 뜻을 한몸에 받고 자랐다. 하지만, 주위의 기대와는 전혀 달리 선대 때부터 지녀온 종교(유대교)를 버린다. 종교관이 다른 네덜란드인에게도 증오의 대상이 되었고 더구나 부유한 재산마저 누이에게 양보를 하고 렌즈를 깍는 노동자의 삶을 선택한다. 낮에는 렌즈 세공업자로 밤에는 철학자로 살아가다 폐에 유리가루가 쌓여 40대 나이로 요절한다.

 

스스로 지성인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일수록 타인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은 증오할 사람을 찾기 위해 반경 1미터의 자원을 모두 낭비한다. 억지 주장을 펼치거나 자신의 논리에 집착하여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한다. 그들의 삶은 무척 바쁘고 고단스럽다. 스피노자에 의하면 불행한 사람이다. 행복은 사람이 욕망으로 이루어졌음을 선선히 인정하는데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어떤 행위에 대해 옳고 그르다라고 가치 판단하는 일은 행복과 무관하다고 이야기한다. 스피노자 자신이 네덜란드 기독교인과 집안의 누이로부터 공격을 받았을 때 취한 태도는 그들을 증오하기 보다 자신을 미워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이었다. 여기에서 스피노자가 말하는 행복의 기술이 나온다. 행복은 사랑과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된다!

 

요즘들어 젊은층들이 산업화 세대였던 60대 어른들을 비아냥거리거나 무시하는 경향을 보이곤 한다. SNS상에 분노가 담긴 글을 남기기도 한다. 지금 '선진국'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젊은층들이 그토록 비판하는 산업화 세대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행복은 요원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스피노자의 행복론에 비춰보면.

 

강원도 양양군 서면에 위치한 한계령 위령비에 얽힌 이야기가 책에 나온다. 전국에 강원도 우유를 보급하기 위한 방법으로 험준한 한계령 도로를 닦는 공사에 군장병들이 동원되었고 공사 중에 순직한 장병들을 추모하기 위해 위령비를 세웠다고 한다. 지금 세대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다. 아니, 우유 보급로를 위해 아까운 목숨을 잃게 했다고? 지금 개인이 누리는 행복은 누군가의 헌신(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단단한 개인이란, 자신이 어느 때 조금이라도 더 행복한 사람인지 남의 도움없이 판단하고 실행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불행한 사람은 기술이 필요하다. 타인을 이해하는 기술말이다. 1미터 개인의 간격은 행복을 구분하는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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