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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애와 금옥이 - 한국 전쟁으로 어긋난 두 소녀의 슬픈 우정 ㅣ 별숲 동화 마을 28
김정숙 지음, 김병하 그림 / 별숲 / 2020년 6월
평점 :
한국 전쟁으로 어긋난 두 소녀의 슬픈 우정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주인공 정애와 금옥이를 통해 '강화도 민간인 학살 사건'의 과거사를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 추천 도서이긴 하지만 세계 냉전 시기, 희생물이었던 한국 땅에서 일어난 전쟁을 소재로 불명예스러운 과거사를 조명하고 있기에 청소년, 어른들에게도 읽기를 추천한다.
한국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그렇게 평화롭던 강화도에 인민군이 주둔하고 떠난 뒤부터 강한 소용돌이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정애는 빨갱이를 잡아들이는 역할을 자처하며 혼란한 분위기 속에 가족들을 먹여 살리고자 애쓰는 아버지를 두고 있다. 정애 어머니는 먹을 것이 없어 갯벌에 게 잡으러 갔다고 인민군에 의해 총상을 입는다. 정애네 가족은 인민군에 피해를 입은 가족이다. 반면 금옥이는 마을에서 존경받는 교장선생님을 아버지를 두었다. 어쩔 수 없이 가족들을 살리고자 본인 혼자 인민군에 부역하지만 그 휴유증은 인민군이 돌아간 뒤 큰 폭풍처럼 몰아닥친다. 우정이 깊었던 정애와 금옥이와의 관계는 회복될 수 없을만큼 상처로 남게 된다. 배고 파서 겉보리 세 되를 받아먹고 인민위원회에 가입한 것도 죄가 되었고, 강제로 동원되어 방공호를 팠을 뿐인데 부역자로 낙인 찍힌 사람들, 월북한 아들 편을 들었다고 빨갱이로 몰려 짐승만도 못한 죽음을 당해야했던 피해자들은 두고두고 명예를 회복하지 못했다. 2005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위원회를 통해 억울한 피해 사실이 밝혀졌지만 상처와 아픔은 영원토록 가슴에 간직하고 살아가야했다.
강화도는 우리 역사에서 많은 굴곡을 지닌 곳이기도 하다. 과거 수도 한양이 위기에 처했을 때 임금은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피난을 떠나는데 제일 안전한 처소로 지목되었던 곳이 '강화도'였다. 천혜의 요새라 불렸던 강화도는 병자호란 때 인조가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곳이었다. 고려 시대 몽골군의 공격에도 버티어 냈던 곳이 강화도가 아닌가! 그뿐인가. 근대 일제 의 조일수호통상조약(강화도조약)이 강압적으로 이루어진 곳도 강화도였다. 강화도 외규장각에 보관되어 있었던 의궤들과 서적들이 프랑스군에 의해 약탈 당했던 것도 잊을 수 없는 아픔이다. 1866년 병인양요에 참전한 프랑스 해병도 강화도의 민가를 보고 나서, "가난한 집에도 책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인상적이었던지 "선진국이라고 자부하고 있던 우리의 자존심마저 겸연쩍게 만든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한때 강화도는 유배지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다. 우리가 잘 아는 안평대군은 수양대군의 집권 후 강화도로 유배를 떠나고 사약을 받고 죽음을 받아들였다.
현재 강화도의 모습은 숙종의 노력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해안선도 구불구불했지만 3분의 1에 해당하는 면적을 간척했다고 한다. 강화도의 면적이 숙종 때에 그만큼 늘어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외적의 침입을 막고자 보와 진을 구축(13개)하고 초소 개념의 돈대를 곳곳에 설치함으로써 훗날 일본의 운요호 사건과 프랑스의 병인양요, 미국의 신미양요까지 막아낼 수 있었다. 그 결과 정족산에 보관되어 있던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낼 수 있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강화도를 '강도'라고 불렀다는 사료가 전해온다. 강화도의 마니산은 신성한 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애와 금옥이 』작품 속에서도 마을 사람들이 산 속으로 피난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고, 점 치고 굿을 드리는 당산 할머니는 신성한 강화도 지역의 특징을 담아 작가가 설정한 인물이 아닐까 싶다.
부끄러운 역사이지만 덮어두기에만 급급할 필요는 없다. 제주 4.3 사건을 통해 후대들이 받아들일 교훈점이 더 큰 것처럼 '강화도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을 만나고 인터뷰한 자료를 바탕으로 초등학교 학생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동화 형식으로 작품을 만든 저자의 노고에 대해 박수를 드리고 싶다. 초등학교 고학년 추천 도서라 생각하고 그냥 지나칠만한 책이 결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