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근 샘의 글쓰기 수업
이영근 지음 / 에듀니티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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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하는 역할은 무엇일까? 특히, 초등교사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꼽으라고 한다면? 지식을 전달하고 가르치는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제일가는 역할은 아마도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의 기본습관 형성과 삶의 태도를 올바르게 정립하도록 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의 시대는 더더욱 그렇다. 이미 지식의 습득 수단은 교실을 떠나 발이 닿는 곳이라면 얼마든지 알고 싶은 것들을 스스로 찾고 알아낼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어 있다. 반면 예전과 달리 오늘날 학부모들이 학교에 바라는 점이 달라지고 있다. 학업 보다는 인성, 진로, 돌봄, 안전과 같은 학생들의 삶과 직결되는 부분에 학교가 잘 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학부모들이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사람은 담임교사다. 하루 전체로 보았을 때 학교에 머무르는 시간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부모보다 학교의 담임교사가 한 아이의 삶에 미치는 물리적 영향력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물리적 영향력 뿐이겠는가!


학교는 관계를 배우는 곳이다. 형제 자매 없이 혼자 자라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에 비추어 보았을 때 학교 내 교실은 아이의 첫 사회 무대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집을 떠나 어린이집에서 생활을 하지만 어디까지나 돌봄 차원이다. 또래들과 함께 관계를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곳은 학교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삶을 배우며 가꾸며 나간다. 단지 지식만 전수하는 곳이 아니라는 말이다. 『영근 샘의 글쓰기 수업 』의 저자 이영근 교사는 위 책에서 독자들에게 글쓰기 비법을 전수하기보다 교사의 역할, 교사의 삶, 삶을 변화시키는 도구인 글쓰기를 통해 학생의 변화된 삶을 강조하고 있다. 이영근 교사의 교실을 글을 통해 사진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다른 교실과 달리 맨발로 교실을 걸어다니며 교실 어느 곳에서나 책을 읽을 수 있고 공기놀이를 할 수 있도록 학급살이를 계획한다. 대신 교실 바닥은 깨끗하게 물걸레질을 한다. 이것도 위생과 청결을 위한 교육이겠다 싶다. 


학기 초 학생 맞이를 위해 반드시 준비해 놓는 것이 있다. 글똥누기(학생이 겪은 일을 한두줄 쓰는 일)를 위한 작은 수첩, 매일 일기쓰기를 위한 줄공책이다. 아무리 바빠도 이 두가지는 빼 먹지 않는다고 한다. 습관이다. 글쓰는 습관이며 삶을 돌아보는 습관이고 교실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삶의 태도다. 매일 써 온 일기를 돌아보는 일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학생수가 이삼십명만 되더라도 벅차다. 일기는 검사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아이들의 삶을 관찰하고 생각을 나누기 위한 도구이다. 교사는 책을 읽지 않으면서 학생 보고만 읽으라고만 한다면 잔소리일 뿐이다. 이영근 교사는 몸소 실천해 보인다. 교사의 삶을 보고 학생들은 배운다. 교사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배우고 삶을 보며 성장한다. 교사의 가치관이 중요한 이유가, 교사의 올바른 삶의 태도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독자들 중에 혹시나 초등교사를 진로로 삼는 분들이 있다면 꼭 명심해 두라. 현장은 똑똑한(?) 교사보다 올바른 삶을 살아가려는 교사가 더 필요하다. 학생들은 교사의 지식의 높고 낮음을 보는 것이 아니다. 교사의 삶을 두 눈으로 관찰하고 눈여겨 둔다. 학생들은 안 보는 것같아도 귀신같이 다 안다. 우리 선생님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 분인지를. 학생들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결연한 각오가 현장 교사들에게 필요하다. 교사는 일반 직장인이 아니다. 학생들이 힘들어하면 상담하느라 퇴근이 늦을 수 있고, 일찍 오는 학생들을 위해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출근하여 교실에서 학생들을 맞이할 수 있는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점점 교사의 책임보다 개인의 권리를 주장하며 똑똑하게 살아가려고 하는 교사들이 많아서 가슴 아플 때가 많다.


『영근 샘의 글쓰기 수업 』은 이영근 교사의 삶이 묻어 있는 책이다. 학급 이름인 '참사랑땀' 처럼 정직하게 땀흘리며 참사랑을 실천하는 교사의 글이기에 꾸밈으로 치장되어 있는 그 어떤 책보다도 묵직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교사의 삶을 살아가려고 준비하는 이들이 있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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