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임대주택 이렇게 바꿔라 - ‘89체제’에 갇힌 공공임대주택의 7가지 혁신 방안
봉인식 외 지음 / 학고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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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주택에 관한 정책은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 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도 수 많은 주택 정책을 쏟아냈지만 국민의 공감대를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최근 들어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을 확충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실효성은 무엇일까? <공공임대주택 이렇게 바꿔라>에서는 주택 전문가 12명이 각자의 영역에서 혁신 방안을 내 놓았다. 다양한 관점에서 제시한 의견이니 만큼 판단은 독자의 몫임을 알려드립니다.

 

먼저, 책 표지에 씌인 '89체제'에 갇힌, 즉 89체제가 무엇인지 먼저 살펴보자. 

 

89체제란, 1989년에 도입된 '영구임대주택' 전환기를 말한다. 책 제목처럼 1989년 이후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그다지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주체가 정부 주도형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집권적으로 주택 정책이 추진되다보니 지방자치제도가 활성화된지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정부는 주택 부분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능력을 성장시키지 못해 왔다. 지방정부의 역할은 단역에 그쳐 왔고 대부분 LH로 대표되는 중앙정부산하기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독점적으로 주관해 왔다.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할 수 있는 고유의 주택 정책은 제한적이다. 면적도 30만제곱미터 이하의 지구조성사업만 권한을 위임 받아 추진할 수 있다. 지방 정부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결국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주택 정책이 지금까지 추진해 온 것이 사실이다.

 

국가의 책무는 주민에게 가장 가장 가까운 공적 조직인 시군구가 우선하여 수행할 수 있도록 국가는 뒷받침하는데 있다. 주택 정책에 있어서는 주택이 가진 지역성을 형성하고 지역시장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역 단위에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지원과 조정의 역할이 국가일 경우 각 지역마다 다른 물리적 여건과 사회경제적 상황을 감안할 수 있기에 소셜 하우징 정책은 지방정부가 주도하고 중앙정부는 지원하는 체계로 구성하여 운영하는 것이 미래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정권마다 목표한 물량을 채우기 위해 도시지역보다 공급이 쉬운 변두리에 주택을 지어 왔기에 현재의 문제점 등이 나타나고 있다. 다양한 주거 문제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주거 수요 계층의 요구를 민첩하게 수용하기 위해서는 비영리 민간 기관의 참여도 고려해야 한다. 사회경제적 약자를 위한 사회주택이 한 가지 사례일 수 있다. 우리의 공공임대주택은 아파트 공급으로 일관되어 왔다. 주택 공급 확대 정책하면 아파트 개발이 바로 떠오를 정도다. 정부는 택지개발 사업이나 아파트 공급, 건축 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을 개발한다. 그동안의 정부의 주택 정책을 보면 상당히 어지럽게 보일 정도로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대처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84년 다세대 주택 정책은 단독 주택에 여러 세대가 거주하는 새로운 주택 방안을 내놓았다. 1985년 반지하 주거공간 양성화 정책, 1987년 하숙집과 같은 유형의 주택을 다중주택으로, 셋집 형태 유형의 주택을 다가구주택으로 합법화했다. 일명 규제완화 정책이다. 1990년 다가구주택의 1층 주차장 설치시 4층으로 건축 허가, 최고층수도 3층에서 4층으로 완화했다. 건축 규제를 완화하면 공급이 활성화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유형이 많고 복잡하다는 것이 문제다. 

 

공공임대주택의 유형은 점점 더 많아지고 복잡해 지고 있다. 신혼부부와 청년, 고령자 등에게 주거복지 로드맵을 제시하지만 정책이 너무 복잡해 정책 정보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영구임대주택, 50년공공임대주택, 국민임대주택, 행복주택, 정기전세주택으로 갈수록 입주자의 소득 수준이 높아졌다. 임대료 산정 기준도 다르다. 단일한 임대료 체계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주거비 부담 능력을 고려해야겠지만. 현재 공공임대주택의 보증금은 높게 책정되어 있다. 보증금 없는 공공임대주택을 도입하겠다는 국토교통부의 정책 제안도 있다. 공공임대주택의 보편성 확대를 위해서는 단지 내 상이한 주택 유형을 섞는 방식도 고려해 볼만하다. 일명 소셜믹스다. 사회적 낙인을 완화하고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다. 

 

주택 문제는 곧 삶의 질과 직결되어 있다주거 공간이 불안정하다면 어떠한 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우리의 공공임대주택처럼 소셜 하우징을 다양한 형태로 제공하여 사회적 안정을 꾀하고 있다. 당장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양적 공급보다 질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주택 정책이 공들여 제시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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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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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우주를 삼킨 소년>은 이주민 문제, 청소년의 성장 과정에서 빚어지는 가족간의 갈등, 부모의 이혼, 사회에 두루 만연되어 있는 마약 밀수 등 어둠 속에서 성장해 가는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하다. 

 

부모의 이혼과 마약 투약으로 인해 돌봄의 기능이 와해 되었을 때 부모 대신 따뜻한 이웃이 그 역할을 대체하며 그 가운데에서 아픔과 어둠을 전환시켜 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빈부의 격차가 날이 갈수록 커져 가고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넘어 미래의 소망을 잃어가는 분들에게 동질감과 함께 작은 희망의 빛을 비춰 주고 있다.

 

주인공 엘리 벨은 희대의 탈옥범 아서 슬림 할리데이의 양육을 받으면서 자라난다. 70대 노인이자 탈옥한 전력을 갖추고 있지만 사회를 바라보는 안목은 그 누구보다도 탁월하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오스트레일리아도 교도소 환경만큼은 열악한 것은 사실이다. 사회와 단절되어 있고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가두어 놓은 곳이라 인권 유린과 고문, 학대가 버젓이 횡행하고 있다. 특히 아서 슬림 할리데이는 극악범으로 분류되어 나치수용소에서 볼 수 있을법한 가혹한 고문을 당하면서 실낱같은 생명줄을 붙여잡고 생명을 이어가다 탈옥한다. 엘리 벨과 할리데이와의 관계는 부모 이상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엘리 벨이 시련을 극복하고 사회에 적응해 가는데 큰 도움을 주는 관계로 전개된다. 

 

마약 문제로 인해 골치가 아픈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마약의 중간 단계로 베트남 이주민들이 등장한다. 어느 사회에서든 이주민들이 은근히 차별받으며 사회에 정착하기가 힘든 구조가 사실이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정상적인 통로이기보다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덤벼드는 일이다. 가장 손쉽게 마약상들이 접근할 수 있는 이들이 이주민들이다. 베트남 이주민들이 마약에 손을 대고, 엘리 벨 엄마도 마약에 빠져들며 가정이 깨어지고 어려움에 직면한다. 어린 소년이 지켜보고만 있기에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 가운데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포기하지 않고 감행해 간다. 엘리 벨에게는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형이 있다. 허공에 다가가 글을 쓰고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는 형이지만 항상 곁에서 돌보며 서로를 의지한다.

 

사회가 어려워질수록 가장 고통을 받는 이들은 사회적 약자인 아이들이다. 이런 광고가 문득 떠 오른다. 

"수업은 온라인으로 할 수 있지만, 급식은 할 수 없다" 배고픈 것은 둘째치고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고 자라가야 하는 시기에 깨어진 가정, 고통에 빠진 가정 속에서 그들이 감내해야 할 짐은 버거워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부모를 대신하여 누군가가 따뜻한 이웃이 되어주어야 하고, 학교는 따뜻한 돌봄의 장소가 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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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가 알려주는 전염의 원리 - 바이러스, 투자 버블, 가짜 뉴스 왜 퍼져나가고 언제 멈출까?
애덤 쿠차르스키 지음, 고호관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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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을 전공한 이탈리아 소설가 파올로 조르다노는 Covid-19 가 한창일 때 이탈리아 현지에서 각종 감염 증세 현상을 숫자로 파악했다. 파올로 조르다노는 물리학자답게 바이러스의 확산을 의학적 위급 상황보다 수학적 비상사태로 받아들였다. 바이러스의 속성이 전염성이 강하다는 것이고 인간 생활의 대부분이 '연결과 교환'의 고리에 관련되어 있기에 이번 상황을 수학적으로도 파악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전염병의 빠르기를 수학적 기호인 'R0' 값으로 표기하며 홍역(R0=15), 스페인 독감(R0=2.1), 코로나 19(R0=2.5)를 비교했다. 감염자 수가 줄어들기 위해서는 R0<1.0 이어야 한다. 이처럼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일상 생활을 강타한 바이러스 점염이 수학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수학자가 알려주는 전염의 원리>에서 밝혀내고 있다. 

 

위 책에서는 질병의 발발 즉 아웃브레이크(out break)를 수학적으로 분석한다. 1918년 미국 캔자스주 군사 기지 캠프 '펀스톤'에서 신종 인플루엔자가 발생하여 팬데믹이 되었고 5,000만명 이상이 죽음을 당해 당시 1차 세계대전에서 죽은 사상자의 두배 가량 되었다. 참고로 인플루엔자는 이탈리어로 '영향'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는 1947년 우간다 남부 지카숲에 서식하는 모기에서 처음 확인 되었으며 '너무 자라난'이라는 뜻을 가진 지카의 증상은 소두증으로 나타났다. 말라리아는 플라스모듐이라는 기생충으로 인해 발병하며 4C 중국학자 갈홍은 청호라는 식물로 열을 내릴 수 있음을 발견해 냈다. 그후 로널드 로스라는 학자는 1902년 말라리아 연구로 2회 노벨 의학상을 수사하였으며 그가 주장한 것처럼 말라리아를 줄이가 위해서는 모기 서식지를 줄여하는 하는데 그것을 입증하기 위한 방법으로 수학에 눈을 돌렸다. 로스는 기존의 서술식 질병 분석 방법 대신 역학적 방법을 수학식을 이용해 질병의 전파를 나타내는 개념으로 모형을 정리했다. 

 

역학은 전염병 과학을 말한다. 로스는 "역학은 사실 수학적 존재다" 라고 말한다. 전염병을 수학적으로 연구하는데 좀 더 집중한다면 충분히 전염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집단 면역은 면역된 사람이 충분해서 전파를 막으면 그 인구 집단은 집단 면역이 되었다고 말한다. 20C 통계학자 메이저 그린우드가 처음으로 사용했다. 

 

전염병의 발발은 금융에도 밀접적인 영향을 준다. 금융 거품은 전염병과 명백한 유사성을 지닌다. 1711년 영국의 남해회사의 주식이 폭락한 사례를 본다면 금융 전염은 한 나라의 경제 문제가 곧 다른 나라로 퍼질 수 있음을 말해 준다. 감염병과 마찬가지로 거품이 더 빨리 커질수록 감염 될 수 있는 사람은 더 빨리 소모된다. 수학자 클라우스 디츠는 감염재생산수 즉 줄여서 R을 정의했다. R은 전형적인 감염자 한 명이 평균적으로 만들어내는 새로운 감염자 수를 말한다. R은 대규모 아웃 브레이크가 일어날 지 일어나지 않을 지 알려주기 때문에 특히 유용하다. R은 감염된 사람 한 명이 일으키는 전파를 측정할 수 있다. 전염병이 얼마나 빨리 커질 지 추측할 수 있다. R을 이용해 감염병을 관리하려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백신을 맞혀야 하는지 알아낼 수 있다. 인구의 95% 이상 백신 접종해야 아웃 브레이크를 막을 수 있다. 집단면역 임계점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도 올 해 안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을 접종한다고 정부에서 계획을 발표하였다. 수학적인 분석을 통해 전염병 확산을 차단하고 백신 접종을 체계적으로 진행하려고 한다. 수학과 전염병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이 책을 통해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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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은 오로르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2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안 스파르 그림,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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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은 오로르>를 읽고 프랑스 초등학교 상황이 머릿 속에 그려지면서 대한민국 초등학교 교실을 비교해 보았다. 일단, 프랑스 어린이 소설인 <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은 오로르>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주인공 '오로르'의 이야기다. 오로르는 자폐증으로 말을 하지 못한다.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은 아이패드로 글을 써서 한다. 그리고 가끔 자기만의 상상의 세계에 빠진다.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보통 상상의 세계 속에서 해결한다. 의사소통을 말대신 글로 한다는 점,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지낸다는 점 등을 제외하고는 보통 아이랑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프랑스에서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이를 위해 1:1 보조교사가 곁에 항시 동행한다는 점이다. 등교해서 하교할 때까지 그림자 동행을 한다. 교과 수업 시간에도 교실에서 함께 지낸다. 우리나라도 학교마다 특수 학생을 위해 특수교육지도사와 같은 분들이 배치되나 현실상 1:1 지원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두 번째, 이 소설의 근간을 이루며 배경이 되는 '가정'의 형태가 프랑스와 우리나라가 확연히 비교된다. 오로르네 가족은 사실상 별거 가족이다. 아빠와 엄마가 따로 살고 있으며, 아빠와 엄마는 각각 이성 친구를 두고 있다. 오로르는 주말마다 따로 떨어져 살고 있는 아빠네 집에 다녀온다. 아빠의 이성 친구도 본다. 그리고 다시 엄마에게로 온다. 엄마에게도 이성 친구가 있다. 우리네 생각으로는 사실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가족의 구성이 약간 남다르다. 다양성이 일반화된 프랑스의 가정에 관한 개념으로 우리나라 가정을 비교했다간 충격에 휩싸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 번째, 소설 속 이야기이긴 하지만 자폐증을 앓고 있는 오로르가 인근 경찰서 부관 즉 도우미로 활약한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오로르는 다른 사람의 눈빛만 보더라도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확히 알아 맞추는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 그 능력을 알아본 경찰서 직원들은 오로르의 능력을 사장시키지 않고 적극 도움을 요청한다. 다시 말하면, 특수한 장애를 가지고 있는 학생이라도 그들만의 재능을 발견하여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적극적 개입이 이루어진다느 점이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남다른 장애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라도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사회 적응을 잘 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하여 실천에 옮기는 일이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오로느는 잠시 잠깐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스스로 그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프랑스 사회에서도 아동학대가 이슈인가보다. 소설 속 등장인물의 한 명인 오로르 친구도 친척으로부터 아동학대를 당한다. 한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온 사회가 주의를 기울여야 하듯 소설 속에서도 아동학대를 당한 아이를 위해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 나온다. 

 

<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은 오로르>는 말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삼은 것은 <나는 언제나 나는 말하고 있었어> 문경민 작가의 책과 연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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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 엄마랑 너는 가봤니? 딸이랑 나는 가봤다!
김미순.성예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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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전이다. 2020년 여름, 나는 친한 친구들과 이스라엘 여행을 다녀오고자 만발의 준비를 마쳤다. 몇 년전부터 경비를 모으기 시작했고, 몇 번의 딜레이 끝에 어렵게 잡힌 일정이라 모두 기대하며 떠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여행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여행에 필요한 적정인원이 모집 되지 않았다고. 아쉽지만 뒷날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참고로 그 여행사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신뢰할만한 곳이 아니었다.

 

<엄마랑 너는 가봤니? 딸이랑 나는 가봤다! 이집트>는 코로나 발생 직전에 두 모녀가 이집트로 다녀온 여행기다. 팬데믹 상황에 놓여 있는 이 시점에서 두 모녀의 이집트 여행기는 모두의 부러움을 살만한 이야기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더라도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만으로도 설레이고 기대가 되는 것이 팬데믹을 맞이한 우리들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1쇄(2020.12.28) 이후 2쇄(2021.1.18)를 찍어낼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이유도 지금의 상황과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유명한 연예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전문적인 여행가도 아니다. 단지 대한민국 안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엄마와 딸일 뿐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대부분 이렇게 휴가로 외국을 다녀오던 것이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여행 다녀왔다고 해서 특별히 책을 내려고 하는 이들도 많지 않았다. 찍은 사진들을 모아 두거나 여행지에서 남긴 일기나 기록들을 수첩에 정리해 놓거나할 뿐이다. 그런데 위 두 모녀는 남다르다. 사진과 글을 모아 이집트 여행의 처음과 끝을 기록하여 자신감 있게 내 놓았다. 이집트 여행을 계획 중인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책을 쓰는 이유는 남을 돕기 위한 것이 될 때 큰 빛을 바라게 된다. 자신에게는 소소한 것이지만 남에게는 의외로 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한다면 여행을 다녀온 뒤 출판을 시도해도 좋을 듯 싶다.

 

<여행의 이유, 문학동네, 2019>에서 김영하 작가는 여행의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여행의 이유는 낯선 세계와 인물을 만나기 위함이다"

 

저자(김미순, 성예현)는 이집트에서 낯선 세계를 만나고 낯선 인물들을 만난다. 이집트에 도착한 첫 날 호텔 예약인 계획한 대로 되지 않았다고 하는 호텔 직원과의 만남은 놀람을 떠나 충격이었을 것이다. 물론 꼼꼼하게 예약확인서를 출력해 왔기에 사실대조 후 정상적으로 묻을 수 있었지만, 낯선 나라에서 숙박하는 것도 모험이자 두려움이 될 수 있다. 이집트의 대표음식 코샤리(한화로 2천원)를 눈으로 보았을 때와 직접 맛을 보았을 때는 현격히 차이가 있음도 직접 경험해 봐야 알 수 있다. 모스크에 들어갈 때도 남자가 들어가는 문과 여자가 들어가는 문이 다르고 반드시 치마를 입어야 한다는 규율은 현지에 가봐야 피부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전통시장처럼 이집트의 재래시장도 현지인의 문화와 생활 풍습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곳이다. 어디가나 정찰제는 형식일 뿐 제대로 물건을 사는 것은 손해 보는 일임을 저자는 독자들에게 충고해 준다. 무려 정가에 8분의 1 정도는 깍고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이집트에 다녀온 사람의 생생한 팁이다. 죽은 자들의 천국인 이집트 박물관은 10만 점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으며 1인당 120파운드지만 국제 학생증을 발급해 가면 반값으로 입장할 수 있다고한다.

 

이집트하면 수수께끼같은 피라미드, 사막에 뚝 하니 건설된 거대한 신전, 지하무덤, 왕들의 사후를 위한 장제전이 떠오른다. 위대한 건축물을 통해 당시 이집트의 건축학과 천문학의 발달 수준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도 경주 신라 왕실의 무덤이 도굴꾼에 의해 각종 유물들이 상당히 많이 도난당했듯이 이집트의 무덤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한다. 단, 투탕카멘 무덤은 노동자들이 무덤 위에 오두막을 만들고 세월이 흐르면서 잊혀져 그곳이 무덤인 줄 몰랐기에 도둘당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외 무덤은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에 의해 도굴이 쉽게 이루어졌다고 한다. 왕들의 무덤이 만들어지는 기간은 무려 20여년이 걸렸다고한다.

 

<오늘도 여행을 생각합니다, 2020, 달꽃>에서 인용된 마르셀 푸르스트의 "여행에서 얻는 진정한 발견은 새로운 풍경을 찾아다니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선을 가지게 하는 데 있다말처럼 지금은 낯선 풍경을 찾아다닐 수는 없지만, 대신 '새로운 시선'을 찾도록 노력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다. 나의 움직임이 다른 이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최대한 밀집된 장소는 절제해야 하며, 대신 익숙한 풍경 속에서도 시선을 새롭게 한다면 낯선 곳 이상의 새로움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공정여행가 임영신 작가는 여행자는 관광객이 아니라 방문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희망을 여행하라, 소나무, 임영신 이혜영>. 그 이유는 관광객은 단지 즐기고 스쳐가는 사람이지만 방문자는 서로를 깊이 존중하고 배우며, 공동체와 지역을 알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집 주변만 제한적으로 다닐 수 밖에 없지만 그동안 스쳐 지나갔던 이웃들, 지역의 사람들, 공동체를 자세히 볼 수 있는 기회로 삼으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행은 떠남이 아니라 만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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