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과 한국 - 랩 스타로 추앙하거나 힙찔이로 경멸하거나
김봉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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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실 아시는가? 한국의 힙합 역사가 무려 50년이 되었다는 사실을.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한국에서도 힙합이 대중 음악 속에서 시작되었고 인터넷의 전신인 PC통신 시절에도 대중 매체의 음악 차트 말고 진정한 힙합의 고수들이 자신들의 영혼을 담은 힙합들을 공유하고 실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의 머릿 속에서도 지금의 힙합은 아니지만 한국형 힙합을 시도했던 가수들을 기억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저자 김봉현님은 음악평론전문가이자 힙합 저널리스트로 힙합과 평생을 함께 해 온 전문가로 통한다. 그의 힙합 연구물인 <힙합과 한국>은 그동안 힙합에 대해 양극단적인 평가를 해 오던 음악계에 힙합의 정의와 힙합의 정통을 팩트와 함께 한국형 힙합의 발전 가능성을 어필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어떤 문화든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타지 않으면 발전 속도가 더딜 수 밖에 없다. 힙합의 본고장인 미국의 힙합의 특징을 살펴보며 새로운 유형을 개척해 가는 한국의 힙합 가수들이 랩 스타로 새로운 문화 영역을 만들어가길 기대해 본다. 어쩜, <힙합과 한국>이라는 작은 힙합의 역사를 담은 책이지만 이와 비슷한 유형의 책들이 많이 출간되기를 소망해 본다. 

 

젊은이들이 열광하고 랩의 가사 속에 당대 문화의 속성과 외침을 담아내려 했던 그 정신을 눈여겨볼 시선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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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기적 - 프랑스 떼제와 신한열 수사 이야기 나와예수 2
신한열 지음 / 신앙과지성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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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국가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삶의 방향과 목적을 찾고자 순례자의 심정으로 찾아오는 것이 있다. 프랑스 떼제 공동체다. 이곳에 한국인 수사가 있다. 바로 신한열 수사다. 그 또한 여느 젊은이들과 다름없이 삶의 방향을 찾고자 찾았던 떼제 공동체에서 오랜 묵상과 씨름을 통해 평생 수사의 길을 가겠다고 종신서약을 했다. 떼제 공동체에서 종신서약은 곧 나의 모든 것을 이웃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맹세와 다름이 없다.  

 

책 제목 '함께 사는 기적'은 이 책의 주제와도 일맥상통한다. 언어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며 살아왔던 배경이 달랐던 사람들이 종신서약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말한다. 떼제 공동체는 기도와 묵상,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것 말고는 큰 특이점이 없다. 100년 이상된 오래된 건물에서 자그마한 책상과 침상을 놓아둘 공간만 제공받는 수사들은 하루 세 번의 공동기도와 개인적인 묵상과 산책, 노동을 한다. 

 

떼제 공동체의 규칙은 단순하다. 복종을 강요하지 않고 자발적인 순종 즉 순명을 스스로 따른다. 원장 수사 말고는 별다른 직책이 없다. 원근 각지에서 찾아오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자신의 삶의 목적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세계 곳곳에 어려운 환경에 놓인 이들을 찾아가 돕는 역할도 하고 있다. 개신교의 목회자와 다르게 평생 독신으로 살아간다. 독신을 고집하는 이유는 모든 시간을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하는 것에 집중하기 위함이다.  

 

세계 평화와 생명 존중을 실천하는 일에도 앞장선다. 종교 간의 높은 벽도 깨고자 노력한다. 가톨릭과 개신교의 오랫동안 가지고 온 서로 간의 차이점, 정치적으로 첨예한 갈등을 일으키는 보수와 진보의 대결조차도 화해하고 포용하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던지고 있다. 떼제 공동체에서 종신 서약한 신한열 수사의 이야기를 통해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생각하게 된다.  

 

지금도 떼제 공동체에서는 북한에 아낌없는 식량 지원과 의료 기술 지원을 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 지원하는 것을 두고 다양한 입장이 있지만 떼제 공동체에서는 오직 사랑이 가치관에 방점을 두고 지속적으로 행해 오고 있다고 한다. 이 중심에 신한열 수사가 있다.  

 

떼제 공동체의 수사들은 '침묵'의 시간을 통해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회복하는 힘을 얻는다고 한다. 최대한 말 수를 줄이고 침묵을 통해 하나님이 주시는 메시지를 듣고자 애쓴다고 한다. 침묵은 영혼에 여유를 가져다주는 일이며 노동에 버금가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 자신의 삶을 절제할 때만이 침묵을 유지할 수 있다. 침묵을 통해 생각을 정돈하고 마음을 비워낼 수 있다. 침묵은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기 위한 훈련이기도 하다. 주변의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서는 침묵이 필수다. 불안하고 염려될 때 침묵 가운데 나아가는 것은 모든 문제의 해결이 하나님에게 있음을 고백하는 거룩한 행위이다.  

 

떼제 공동체의 신한열 수사가 이번 금요일 강원도 강릉을 찾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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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맛집 산책 - 식민지 시대 소설로 만나는 경성의 줄 서는 식당들
박현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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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시대 번성한 10곳의 음식점을 소개하고 있다. 식민지 조선과 서양이 만나 서로 충돌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당대의 식민지 시대의 그늘도 포함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낯선 음식에 당시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식민지 시대 소설에서 저자는 꼼꼼하게 발췌해 놓고 있다.      

 

일제 강점기 시대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외면하고 싶은 시기임에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그 시대를 조망해야 하는 이유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저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암울한 시대에도 사람들은 일상의 삶을 살아내려고 애써고 그 가운데 먹고사는 일만큼 중요한 일이 있었을까 조망해 본다.   

   

오늘날처럼 배달의 문화도 존재했고 젊은이들의 쇼핑 문화도 문화의 한 줄기였다. 여행에 있어 맛집 탐방은 빼놓을 수 없는 일정인 것처럼 당시에도 경성 맛집을 찾고자 했던 사람들의 문화를 읽어낼 수 있다.    

  

경성 맛집에서 소개하고 있는 식당을 살펴보면 이렇다. 조선호텔이 문을 연 것은 1914년 10월이다. 그 규모(특히 부지)가 엄청난 것도 있지만 조선 최초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건물로도 유명했다. 독일인 게오르크 데 랄란데가 설계를 했으며, 건축 자재 역시 독일을 비롯한 서양에서 수입했다고 한다. 조선 최초의 서양요리점인 청목당, 화목한 가족의 나들의 명소인 미쓰코시백화점 식당, 경성 제일의 일본요리옥인 화월, 본정에서 남국의 파도소리를, 가네보 프루츠 팔러, 경성 유일의 정갈한 조선음식점인 화신백화점 식당과 김두한의 단골 설렁탕집인 이문식당, 평양냉면에 필적하는 경성냉면인 동양루, 고달픈 예술가들의 소일터인 낙랑파라, 마지막으로 고급 승용차가 즐비했던 중화요리점 아사원이 있다.      

 

다만 빈부격차로 인해 맛집의 음식 가격이 서민들이 즐기기에는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의 가치로 환산해 보더라도 한 끼 식사를 10여만 원을 지불하고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되었을까 짐작해 보더라도 많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조선일들은 굶주려 있는 것이 늘 일상이었으며 노동자의 하루 품삯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었다.   

   

35년 간 지속된 식민지 시대의 낯선 풍경을 음식 문화와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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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의 몸 - 일의 흔적까지 자신이 된 이들에 대하여
희정 글, 최형락 사진 / 한겨레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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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이란 무엇일까?  

 

국어사전에는 어떤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여 기술이 뛰어나거나 노련한 사람을 가리켜 베테랑이라고 한다. 그런데 책 제목을 자세히 보면 그냥 베테랑이 아니라 '베테랑의 몸'을 가리킨다. 소위 사무직에 종사하는 화이트 칼라와 같은 노동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직에 종사하는 블루 칼라의 노동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늘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분도 있지만 그늘진 곳에서 시간과 싸우고 자신의 몸과 싸우며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몸에 저자는 관심을 가지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책에는 여러 직군들이 등장한다. 세공사, 조리사, 로프공, 어부, 조산사, 안마사, 마필관리사, 세신사, 수어통역사, 일러스트레이터 전시기획자, 배우, 식자공. 하나같이 몸으로 일하는 사람들이다. 신체의 일부분을 사용하는 세공사, 안마사, 세신사, 수어통역사, 식자공도 있지만 온몸을 사용해야 하는 조리사, 로프공, 어부, 조산사, 마필관리사, 배우도 있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부 온몸을 사용해야 그 직업에서 베테랑으로 불릴 수 있을 정도로 고되고 힘든 일들을 해 오는 분들이다. 

 

베테랑의 몸에는 일한 흔적이 확연히 보인다. 로프 줄 하나에 목숨을 걸고 생계를 이어가는 로프공은 온몸 구석구석 안 아픈 곳이 없을 정도로 그의 작업 공간인 높은 건물은 위험 천만하기 이를 데 없다. 평범하게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일러스트레이터 전시기획자 정도면 고급 기술을 가지고 화려한 일을 할 것 같은데 인터뷰 내용을 읽어보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여러 기획서를 쓰는 일을 밥 먹듯이 하고 작업을 끝내기까지는 잠도 자지 않는다고 하니 정말 세상에 쉬운 일이 하나도 없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마필관리사는 말과 사람이 혼연일체 되어야지만 안전하게 맡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말의 뒷발차기에 차여 금방이라도 구급차에 실려 가야 하는 형편이라고 한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말을 관리하는 직업은 보기보다 쉬운 직업이 아님을 구직자의 이동 사항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안마사는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시력을 잃으신 분들이 자신의 생계를 위해 일해야 하는 직업이다. 앞이 보이지 않기에 자신의 몸을 돌보기도 쉽지 않은데 그들은 다른 이들의 몸들을 꼼꼼히 살피며 회복시키는 일에 매진을 한다. 오랫동안 일하다 보면 근육의 결만 보더라도 어디가 아픈지 안다고 한다. 세신사들이 때를 밀려온 사람들의 몸만 보더라도 무슨 일을 하는지 대충 알아맞히는 것처럼.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베테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공통된 답안을 말하지 않는다. 마필관리사는 사람보다 말에 대해 잘 알아가는 것이 베테랑의 조건이라면 수어통역사는 감정을 잘 이해하고 잘 전달해 가는 과정이 베테랑이라고 말한다. 조산사는 애를 잘 받는 것을 넘어 순적하게 자연 출산을 할 수 있도록 산모를 도와주는 과정을 베테랑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현재 우리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서 베테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베테랑임을 드러낼 수 있는 몸의 흔적들을 가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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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레시피 - 논리와 감성을 버무린 칼럼 쓰기의 모든 것
최진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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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꿈이 몇 개 있었다. 한 가지는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써 보는 것이었으며 또 한 가지는 신문 같은 곳에 칼럼이나 사설 같은 글을 실어 보는 것이었다. 당돌한 꿈이긴 했지만 도전해 볼 만한 것들이었다. 전자는 감사하게도 출판의 기회를 얻어 출간 작가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고 후자도 부족하지만 교육계 신문에 칼럼을 두 편 실은 적이 있다. 무모한 도전이었고 현재 시점에서 그 글들을 읽어보면 참 부끄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도전하고 싶은 분야이기도 하다.  

 

나이 오십이 면 지천명이라고 하지 않았나. 하늘의 뜻을 알고 행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세상의 흐름과 변화를 통찰하고 그것을 글로 옮겨 쓸 수 있는 능력이 있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글쓰기는 매일 어떤 형식이로든지 쓰고 있고 잘 쓰든 못 쓰든 의식적으로 글쓰기의 습관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글쓰기의 깊이가 깊어지는 듯하지 않다. 맨날 수준이 고만고만하고 생각 내키는 대로 쓰다 보니 규칙도 논리도 없는 그야말로 오합지졸과 같은 글쓰기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던 참에 한겨레출판사에서 출간된 최진우 칼럼니스트의 <칼럼 레시피>라는 책을 보고 바로 이 책이다!라는 느낌이 왔다. 심지어 겉표지만 보고서만이다. 내용도 들춰보지 않고서도 감이 왔다. 800자~1000자 내외의 글쓰기 진수가 칼럼이라고 하지 않았나. 칼럼 글쓰기의 교본으로 삼고 매일매일 읽고 훈련한다면 나 또한 특정한 주제의 칼럼을 쓸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저자도 책에서 이야기했듯이 칼럼이라는 글의 종류는 사실 논리적인 듯하나 시간이 흐르면서 가벼운 글쓰기에 나름 일정한 형식과 정제된 언어, 문장을 갖추면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쓰기의 한 종류임을 알 수 있다. 다만 칼럼도 결국 독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독자가 읽지 않는 칼럼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독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호기심 있는 글감으로 긴장감을 갖춘 어느 한 문장도 버릴 것 없는 글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칼럼니스트의 목록을 뽑아 놓고 문장 문장마다 밑줄을 그으며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다.  

 

칼럼 레시피를 통해 이제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다양한 칼럼을 쓸 수 있으리라 믿는다. 특정한 분야의 전문가가 쓸 수 있는 것이 칼럼이 아니다. 누구나 생활 속에서 느끼는 불편함과 요구 사항 등을 칼럼으로 제시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품격 있는 글쟁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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