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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맛집 산책 - 식민지 시대 소설로 만나는 경성의 줄 서는 식당들
박현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평점 :
식민지 시대 번성한 10곳의 음식점을 소개하고 있다. 식민지 조선과 서양이 만나 서로 충돌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당대의 식민지 시대의 그늘도 포함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낯선 음식에 당시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식민지 시대 소설에서 저자는 꼼꼼하게 발췌해 놓고 있다.
일제 강점기 시대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외면하고 싶은 시기임에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그 시대를 조망해야 하는 이유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저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암울한 시대에도 사람들은 일상의 삶을 살아내려고 애써고 그 가운데 먹고사는 일만큼 중요한 일이 있었을까 조망해 본다.
오늘날처럼 배달의 문화도 존재했고 젊은이들의 쇼핑 문화도 문화의 한 줄기였다. 여행에 있어 맛집 탐방은 빼놓을 수 없는 일정인 것처럼 당시에도 경성 맛집을 찾고자 했던 사람들의 문화를 읽어낼 수 있다.
경성 맛집에서 소개하고 있는 식당을 살펴보면 이렇다. 조선호텔이 문을 연 것은 1914년 10월이다. 그 규모(특히 부지)가 엄청난 것도 있지만 조선 최초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건물로도 유명했다. 독일인 게오르크 데 랄란데가 설계를 했으며, 건축 자재 역시 독일을 비롯한 서양에서 수입했다고 한다. 조선 최초의 서양요리점인 청목당, 화목한 가족의 나들의 명소인 미쓰코시백화점 식당, 경성 제일의 일본요리옥인 화월, 본정에서 남국의 파도소리를, 가네보 프루츠 팔러, 경성 유일의 정갈한 조선음식점인 화신백화점 식당과 김두한의 단골 설렁탕집인 이문식당, 평양냉면에 필적하는 경성냉면인 동양루, 고달픈 예술가들의 소일터인 낙랑파라, 마지막으로 고급 승용차가 즐비했던 중화요리점 아사원이 있다.
다만 빈부격차로 인해 맛집의 음식 가격이 서민들이 즐기기에는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의 가치로 환산해 보더라도 한 끼 식사를 10여만 원을 지불하고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되었을까 짐작해 보더라도 많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조선일들은 굶주려 있는 것이 늘 일상이었으며 노동자의 하루 품삯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었다.
35년 간 지속된 식민지 시대의 낯선 풍경을 음식 문화와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