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그림자가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82
황선미 지음, 이윤희 그림 / 시공주니어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전 근무했던 학교 근처에 보육원이 있었다. 학교 후문에서 제법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보육원은 길가에 인접해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들 눈에 잘 띄었다. 보육원 건물은 꽤 많았다. 몇 동은 되어 보였다. 그런데 아이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모두 안에 들어가서 밖에 안 나오는 건지 조용해 보였다.

6학년 담임을 맡았던 때에 우리 반 아이 중에 보육원에서 온 여자아이가 있었다. 보육원에 다닌다는 것은 담임인 나만 알고 있지 반 아이들은 모른다. 그 친구는 수업 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늘 조용하다. 좀처럼 말을 하지 않았다. 친구들과도 교류가 거의 없었다. 그러던 중에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고 마음이 열렸는지 자신의 삶의 스토리를 쭉 이야기해 주었다. 듣던 중에 약간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긴 했다. 과연 사실 그대로 이야기하는 건지 바람을 이야기하는 건지.

그 친구는 그 해를 다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어디론가 전학을 가버렸다. 아마도 입양을 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황선미 작가의 『빛나는 그림자가』도 보육원에 있던 두 아이가 입양되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겉으로 보기에는 행복하게 살아가는 듯하지만 어느 순간에 그들의 약한 점을 알고 있는 그림자가 발목을 붙잡는 순간이 다가온다. 사랑에 목마르고 정에 약한 이들은 친구들과 관계에 있어서도 쉽게 이별을 하지 못한다. 고집을 부리는 이유도 자신의 그림자를 밟히지 않기 위함일 수 있다.

작가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그림자를 빛나는 그림자로 해석한다. 지금 당장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살아왔던 상처와 아픔이 도드라지게 나타나지만 이 또한 살이 되고 피가 되어 빛이 나는 그림자가 될 것이라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그림자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빛나는 그림자가 될 수 있음을 위로와 격려의 눈으로 바라본다.

보육원에 다니는 친구를 담임했을 때 조금 더 친구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내가 해 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그 친구는 지금 어떻게 생활할까? 이제 30대 중반의 성인이 되었을 텐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에 심는 꽃
황선미 지음, 이보름 그림 / 시공사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마당을 나온 암탉』의 저자 황선미 작가의 데뷔작이다. 유명해지기 전의 원고다. 작가로 데뷔하기 위해 쓴 원고를 훗날 책으로 냈다. 누구에게나 첫 발을 내디뎠을 때의 경험은 소중하다. 나도 그렇다.

『마음에 심는 꽃』은 시골 분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1학년과 3학년이 함께 공부하는 복식 학급이 있는 작은 분교장이다. 체육 시간이면 전교생이 모인다. 그럴 수밖에 없다. 전교생이 모여야 체육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는 군 복무 후 1998년에 초등학교로 첫 발령을 받았다. 신규 교사로 처음 부임 받은 곳은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이승복 군이 다녔던 학교에서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계방산 기슭에 있는 작은 분교였다.

선생님이라고 해봤자 세 명뿐인 학교에서 나는 3학년과 4학년을 한 교실에서 가르쳤다. 산속에 위치한 분교이지만 대략 전교생이 40명 남짓했다. 일손이 부족한 지역이라서 아이들도 어른들을 도와 농사일을 거들었다. 주말을 지내고 교실에 오면 이번에 우리 집 오이 값은 어느 정도며 감자 값은 제대로 받았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렇게 함께 보냈던 아이 중에 한 명이 오늘 결혼식을 올렸다며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왔다. 다섯 명뿐인 학년이었는데 서로 서로 소식을 주고받으며 기쁜 일에 함께 참여하며 기쁨을 나누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같이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시골에서 함께 자란 사이라 세월이 흘렀지만 남다른 마음으로 지내는 것 같다.

『마음에 심는 꽃』을 읽으며 풋풋한 신규 교사 시절을 다시 떠올려보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큰글자도서]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 큰글자도서라이브러리
황선미 지음, 봉현 그림 / 사계절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에게는 모두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의 추억들이 있다. 어렴풋이 한 줄기 남아 있는 과거의 잔상들. 그리고 내 속에 덜 자란 숨어 있는 아이를 간직하고 있다.

기억 속 실오라기는 자신이 굳게 믿고 만들어낸 이야기일 수 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 제삼자의 입장에서 지켜본다면 헛웃음을 지으며 그게 사실이 아니었다고 목격할 수 있을 텐데 우리에게는 그런 일은 다시 오지 않는다.

과거의 잔상이 남아 있는 곳에 세월이 흘러 찾아가 보지만 다행히도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옛 집터, 대문, 사람이 살지 않는 허름한 낡은 집들을 통해 다시 옛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본다. 가슴 뛰는 기쁜 일보다 가슴 아픈 일들이 마구 생각난다. 처량한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모습과 견주어 씁쓸한 웃음을 남기며 다시 뒤돌아 나온다.

그렇게 과거는 현재를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이다. 잊힐만하면 순간 떠오르는 어린 시절의 가슴 아픈 사연은 정신없이 살아가는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게 한다. 보고 싶고 만나고 싶고 이야기를 나누며 기억의 파편들을 맞춰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익히 알고 있었던 황선미 작가의 책을 아내의 책상에서 찾아냈다.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다. 50년이 훌쩍 지난 과거의 어린 시절을 만나는 노인의 이야기지만 곧 나의 이야기며 우리의 이야기일 거라 생각된다. 가슴 뭉클함이 책장을 덮고서도 여전하다. 앞으로 황선미 작가의 책에 몰입할 듯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집단의 힘 - 조직심리학이 밝혀낸 현명한 선택과 협력을 이끄는 핵심 도구
박귀현 지음 / 심심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집단 지성, 집단적 사고에 의한 결정에 우리는 무한 신뢰를 보내왔다. 개인이 독단적으로 내린 결정보다 당연히 신뢰도뿐만 아니라 의사 결정 과정이 민주적이라고 생각해 왔다. 집단심리학을 연구한 저자는 집단이 보이는 힘이 무조건 긍정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집단이 한쪽으로 쏠림 현상이 일어날 수고 익명성에 기대어 개인의 의견이 차별당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나는 학교 현장에서 교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회의를 진행하는 역할을 주로 맡는다.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일에 관여하기도 한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학교도 민주적인 절차를 무척 강조한다. 혹여 구성원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일을 진행하려다가는 큰 뭇매를 맞곤 한다. 상급 기관에서 공모하는 사업도 구성원들의 동의율을 묻곤 한다. 집단의 자발적 참여율이 어느 정도인지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집단 사고의 흐름이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집단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우선한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먼저 생각한다. 집단에게 가져오는 유의미한 결과보다 과정 속에서 자신에게 조금이나마 이익이 되지 않으면 다른 이유를 들어 부정적인 의견으로 몰아간다. 결국 집단의 힘이 한쪽으로 쏠리게 된다. 


집단적 사고에 매몰될 경우 소수의 개인 의견은 묻히거나 그 의견을 표면으로 드러낼 조차의 용기도 갖지 못한다. 집단에서 소속감을 잃을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만약 집단의 힘이 이렇게 작용한다면 과연 집단적 지성, 집단적 사고의 과정이 민주적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리더의 고심이 클 수밖에 없다. 


리더의 개인적 영향력으로 이것을 돌파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집단으로, 숫자로 밀어붙이는 과정을 우리는 사회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리더는 집단 지성에 무조건 고개를 숙여야 할까? 
집단의 힘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소수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만장일치가 되면 문제의 핵심을 놓칠 수 있다. 집단이 좀 더 똑똑해지기 위해서는 소수의 의견을 살려내야 한다. 다수의 의견은 소수의 의견에 대해 융통성과 배려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리더가 다수의 의견 쪽에 있을 경우에 리더의 행동은 리더의 자질로 평가된다.


집단 지성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토론이 필수불가결하다. 토론의 질은 집단의 힘을 좌우한다. 좋은 리더십은 리더가 어떤 사람인지 보다 집단을 잘 운영하는지에 달려 있다. 리더의 인간적 됨됨이와 리더십은 별개다. 리더는 질 높은 집단 토론을 바탕으로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집단을 잘 운영하기 위해서는 팀워크가 중요하다. 팀워크는 구성원들이 서로의 감정에 얼마만큼 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에 달려 있다.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가 곧 팀워크에 영향을 준다. 


리더는 집단 심리학, 조직 심리학, 인간 심리학을 공부할 필요성이 있다. 집단은 살아있는 생물체다.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것이 집단이다. 리더에게 우호적이다가도 어느 순간 바뀔 수 있다. 감정에 기복이 심하듯이 집단도 그렇다. 집단에 어떤 힘이 작용하는지 늘 민감해야 한다. 


상자 안에서 곰팡이 핀 귤 하나가 다른 귤들을 금세 섞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투리 회화의 달인 마음 잇는 아이 2
문부일 지음, 영민 그림 / 마음이음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는 재혼 가정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가웠다. 엄마와 단둘이 살다가 새아빠라는 분을 만났을 때 그래서 어느 순간 아빠라고 부르게 되고 학교에 가서도 너희 아빠와 너는 왜 성이 다르니?라고 선생님이 물어보시면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평범한 가정, 늘 익숙한 가정의 모습만 생각하다가 이렇게 새로운 아빠를 만났을 경우 다른 사람의 말에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 새롭게 만난 가정이 별 탈 없이 안정되게 구성되면 좋겠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또다시 파괴되고 계속 반복해서 과거의 전철을 밟게 될 경우 어른은 차치하고서라도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충격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새로운 가정을 이룬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이런 사회적 편견을 뒤로한 채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들이 우리 주위에 널리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투리 회화의 달인』은 겉으로 보면 제주도 사투리를 소재로 한 내용 같지만 사실은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새로운 가정을 꾸린 엄마와 함께 새아빠를 만나게 되고 새아빠를 중심으로 새로운 대가족을 만나게 되는 어린 소년의 심정을 그린 책이다. 낯선 가족들을 만나게 되는 어린 소년의 갈등과 내면의 심리를 익살스럽게 표현함으로써 우리와 다른 가정의 모습을 조금 더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한 듯싶다.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마냥 생각마저 어린것이 아니다. 어렸을 때 생각지도 못한 충격을 받을 경우 애 늙은이가 된다는 말이 있다. 부정적인 면도 많겠지만 달리 생각하면 일찍 철들면서 또래들이 느끼지 못하는 아픔과 어려움이 성장의 발판이 되기도 할 것이다. 물론 어른들의 부단한 관심과 사랑이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님을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시대에 다른 것을 보게 해 주는 책이다. 아이들의 시선은 분명 어른들과는 유연성이 더 있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