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권정생 읽기 - 강아지똥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더불어 사는 삶
조월례.엄혜숙.권미숙 지음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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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그림책과 동화를 소개한 책이다. 교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읽을 수 있도록 간단하게 책 마다 안내를 해 놓았다. 마지막은 권정생 작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의 삶을 소개하고 그의 삶이 곧 그의 책임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권정생 작가는 결핵으로 인해 콩팥과 방광을 들어냈기에 늘 오줌 주머니를 차고 살았다. 가난과 병과 싸워야 했다. 그의 글쓰기는 1967년 안동군 일직면 조탑리 일직교회 문간방에서 기거하며 시작했다. 예배당 종지기와 교회주일학교 교사로 지내면서 틈틈히 글을 썼다. 우리가 잘 아는 『강아지 똥 』은 제1회 기독교 아동문학상 현상 모집에서 당선된 작품이다. 권정생 작가의 작품에는 기독교적 사유가 담겨져 있다. 사랑과 희생이라는 보편적 가치이자 기독교적 정신이 작품 구석 구석에 베어 있다. 

 

권정생 작가와 아동문학가 이오덕의 만남은 스승과 제자의 만남처럼 권정생 작가가 그토록 뵙고 싶어하던 분이 이오덕 작가였다. 이오덕 작가는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시골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였고 교장으로 퇴임했다. 이오덕은 권정생의 작품이 출판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해 주었다고 한다. 권정생의 건강을 염려하며 용기를 주신 분도 이오덕 작가라고 한다. 『하느님의 눈물 』, 『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 』, 『우리들의 하느님』은 고통과 극빈의 삶 속에서 써 내려간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권정생 작가는 『몽실 언니 』로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였지만 역시나 작은 집에 죽을 때까지 검소하게 살았다. 그의 동화가 꾸준히 읽혀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글 솜씨가 유창하고 화려해서 작품이 돋보이기보다 작가의 삶이 존경받을 수 밖에 없기에 작품이 읽혀지고 그의 삶을 배우고자 노력하는 것 같다. 소박한 삶을 몸소 실천한 아동문학가였던 권정생은 자발적 가난을 선택하고 꼭 필요한 만큼만 사용했다고 한다. 돈이 왕 노릇하는 세상에서 훌륭한 사람이 되지 말라고 했으니 그의 가치관이 어떤 정도인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독자들이 있을 것 같다. 

 

공동저자인 엄혜숙님은 권정생을 평가하기를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을 주인공으로 삼은 작가였다고 한다. 성경에서 예수가 그랬듯이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곧 네게 한 것이라고 한 것처럼 권정생의 작품에는 늘 소외되고 어려운 이들이 등장한다. 전쟁의 아픔을 위로하고 평화와 화합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권정생은 정식 교사는 아니었지만 학교에 무척 관심이 많았다. 그가 생각한 학교는 사회에서 시민으로 살아갈 때 지녀야 할 가친관과 스스로 자립해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우리 집 책장에도 아이들 셋이 읽었던 동화책이나 전화동화들이 죄다 권정생 작가와 관련이 있는 책들이었다. 전래 동화를 다시 살려낸 이도 권정생 작가였다고 하니 그의 영향력 아래 우리 아이들 모두가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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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이야기해도 돼! 십 대가 나누어야 할 성 이야기 - 청소년용 콘돔 자판기, 성인지 감수성, 디지털 성범죄, 젠더 갈등에 관한 A to Z!
임영림 지음 / 팜파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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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달리 요즘 성에 관한 관심 연령이 매우 낮아졌다고 한다. 심지어 성 관계를 처음 경험하는 연령대가 놀라울 정도로 낮아졌다고 하니 이제 성교육은 차일피일 미룰 일이 아닌 것 같다. 저자는 현직 보건교사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쓴 내용이지만 현 시점에서는 초등학생은 둔 학부모 또는 초등학생 본인도 읽어도 좋을 듯 싶다. 성에 대한 시작점은 존중과 배려다. 

 

『성교육을 불편한 교사를 위한 서로 존중 성교육』의 저자 김혜경님도 성교육에 대해 이렇게 강조한 바가 있다.

 

"성교육은 누구에게 책임을 강요하는 교육도 아니고 피임을 통해 예방하는 것이 교육의 일차적 목적이 아니다. 성교육은 자신을 아끼는 것 뿐만 아니라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교육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몰아가거나 여성을 단순히 피해자로만 인식해서는 안 된다"

 

결국 성을 단순히 미화하거나 혐오할 대상이 아니라 자신 그 자체임을 강조해야 할 것 같다. 자신의 몸을 소중히 아끼고 사랑해야 하듯 상대방의 몸도 내 몸처럼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성을 대하는 첫 시작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 성경의 말씀처럼.

 

저자 임영림 선생님은 책에서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청소년용 콘돔자판기 설치 문제, 성인지 감수성의 필요성, 디지털 성범죄가 지능화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이 쉽게 유혹될 수 있는 사례, 신체적 성과 사회문화적 성의 차이로 생기는 젠더 갈등을 다루고 있다. 특히 다양성이 강조되는 시대 포용의 관점으로 수용하자는 골조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도 당연히 피임 교육이 필요한 것이며 임신과 낙태에 관한 내용을 사실적으로 전달해야 주체적인 사고로 판단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쉽게 말하자면 어린 애 취급하지 말고 성인으로 가기 위한 과도기에 있는 만큼 진실과 거짓, 올바른 성 지식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통용되는 용어 중 잘못되이 사용되고 있는 개념에 대해 정정해 줄 것을 독자들에게 요구한다. 

 

"태어난 성과 성적 정치성이 일치하는 않는 이들을 트랜스 젠더라고 합니다. 흔히 우리는 반대 성으로 신체 수술을 받아 바꾼 사람들을 트랜스 젠더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표현입니다. 이 경우는 트렌스섹슈얼이라고 말합니다" (201쪽)

 

자신의 성을 소중하게 하기 위해서 먼저 자신의 성을 잘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단순한 이치와도 같은 사실들을 단지 부끄러운 것으로 치부하며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여기고 있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한다. 어른들도 그러할진대 청소년들의 인식도 대동소이했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진만큼 성에 관한 이야기도 숨기지 말고 물어보고 대화를 나누어야 할 때라고 이야기한다. 학교 일선 현장에서 수 많은 청소년들을 대하면서 느낀 현직교사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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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교육과정 재구성 - 아홉 가지 수업 이야기
조호제 외 지음 / 박영스토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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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 재구성에 대한 논의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학생에 눈높이 맞는 수업을 위해 교육과정 재구성은 필수다. 교과서 순서대로 수업하는 것과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수업하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전자는 호기심과 창의성에 있어서 둔감할 수 밖에 없다. 반면 후자는 교사도 능동적일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먼저 알아차린다.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창의성을 유도해 낼 수 있게 된다. 교과서 수업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단, 교사가 자신이 맡고 있는 학생들의 삶과 연관지어 좀 더 창의적인 수업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재구성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과정을 재구성한다는 말이 무엇일까?

 

교육과정을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교육과정 문해력이라고 말한다. 국가에서 최소한 요구하는 성취기준 즉 학생이 도달해야 하는 기준이 있다. 성취기준을 이해하고 분석한 뒤 평가계획을 수립하고 평가에 적합한 학습 내용을 선택한 다음 학습 활동을 전개해 간다면 이것은 교육과정 재구성의 첫 단추를 끼웠다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교과 안에서 영역 간 통합으로 재구성을 시도할 수 있다. 가장 쉬운 것은 아마도 교과서 내용 순서를 재배열하는 것일 수 있겠다. 내용 교과인 국어과 또는 사회과 교과 내용을 교사 수준에서 재배열하여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교과간 연계하여 성취기준을 가져 온 뒤 주제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겠다. <on 교육과정 재구성 아홉 가지 수업이야기>는 다야한 교육과정 재구성 수업 실천 사례가 담겨 있다. 나에게 맞는, 내가 가장 끌리는 재구성 방법부터 시도해 보면 좋을 듯 싶다. 반복해서 하다보면 나만의 재구성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교육과정 재구성은 학생을 위한 것일 수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제일은 교사를 위한 것이다. 교사가 적극적이고 흥미있어야 학생들의 자발성을 끌어낼 수 있다. 학교 공동체가 내 마음에 들 때 교사들은 각자 스스로 자발성을 발휘하여 소속감을 갖고 나만의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교사가 교육철학을 가지고 교육과정을 재구성한다는 것은 분명한 방향을 설정했다는 의미일게다. 교과서에 의존하기 보다 교사 개인의 교육철학을 우선 순위에 두고 교육과정을 읽고 분석한다는 의미이다. 우리 학급 1년 동안의 로드맵을 전체적으로 그리고 교과마다 제시하고 있는 성취기준을 재배열하여 1년의 교육 설계도를 가지고 있을 때 곧 교사 수준의 교육과정을 완성하는 것이다. 교사 교육과정의 시작은 교육과정 재구성에서 시작된다.

 

같은 교과 같은 성취기준이라도 평가 계획이 다를 수 있고 학습 내용이 다를 수 있다. 학습 활동은 학급마다 다양하게 전개될 것이다. 교과서 순서에 의해 진행되는 수업은 모든 학급이 같을 수 밖에 없다. 교육과정 재구성은 학급마다 빛깔을 돋보이게 한다. 성취기준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이 다양하다는 뜻이다. 목적지는 같다. 성취기준에 도달하는 목적지는 같더라도 올라가기 위한 경로가 제각각이다. 학생의 특성이 다르고 살아온 배경이 다르기에 학습 내용은 학생의 눈높이에 따라 다양하게 뽑아내야 한다. 교육과정 재구성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이 학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설계할 수 있는 넉넉한 시간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학급 배정이 무엇보다 빠르게 진행되어져야 한다. 자신이 맡을 학년 학급이 빠르면 빠를수록 결정되어질 때 교육과정 재구성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행정적 지원도 빨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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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거기서 멈추면 안 되니까 - 학교가 이래도 되나, 삼영 샘의 엉뚱한 생각
강삼영 지음 / 양철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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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을 함께 가던 교감선생님 한 분께서 태워주셔서 고맙다며 책 한 권을 선물해 주셨다.  

 

『교육, 거기서 멈추면 안되니까』

 

나는 누군가로부터 책 선물을 받을 때 가장 기쁘다. 책 한 권을 받으면 어떻게든 읽어내고 나름 내 생각을 덧붙여 서평을 남긴다. 관심사 밖의 책도 읽어내려고 노력한다. 자꾸 읽다보면 어느새 적응해 간다. 책을 받은지 십여일이 지났다. 서재에 고이 모시고 있었는데 오늘에서야 책장을 펴게 되었다. 저자의 성함은 많이 들었다. 그러나 뵌 적은 한 번도 없다. 그의 책을 읽어보며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저자는 초등학교 교사로, 도교육청 대변인으로, 특수학교 교장으로 지금은 도교육정책의 컨트롤타워격인 기획조정관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교육정책에 밝을 것이다. 저자의 초등학교 교사 시절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써 내려갔던 그만의 일기를 책에서 살짝 공개하고 있다. 그 기록이 없다면 기억을 소환하더라도 완벽하게 구현해 내지 못했을 것이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힘들고 기쁜 일들을 기록해 놓는 것이 무척 중요한 것 같다. 하루 하루 살아내기도 힘든 교사들에게 하루의 일과를 기록으로 남겨 보라는 얘기는 자칫 사치스러운 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만은 훗날 자신의 삶을 성찰해 보는데는 일기만한 것이 없을 듯 싶다. 

 

나도 올해부터 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반 강제적으로 일기 쓰는 일이 숙제였기에 그날 그날 일기를 써 버릇했던 것 같다. 그 일기장은 남아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워낙 많이 이사를 다녔으니 말이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때는 전혀 쓰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군대 시절 쓴 일기장이 아직 남아 있다. 내가 보관하고 있는 일기장 중에 가장 오래된 국보급 존재물이다. 초임 교사 시절 뭔가 쓴 것 같은데 남아 있는 것이 없다. 자녀를 기르면서 몇 해 쓴 일기는 띄엄 띄엄 존재한다. 그러다가 한 동안 안 쓰다가 2021년 1월 1일부터 일기를 다시 쓴다. 한달 전의 일기를 읽어보면 오래 전 이야기처럼 느껴질 정도로 하루 하루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교육, 거기서 멈추면 안되니까』 는 저자의 30년 가까운 교육 일기라 여겨진다. 교육에 관한 남다른 소신을 굽히지 않고 실천하며 살아온 이력들이 글 속에 담겨 있다. 누군가는 동의할 내용이고 어떤 이들에게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게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교육 철학을 소유하고 있고 그것을 멈추지 않기 위해 지금도 달려가고 있다. 교사라면 자신만의 교육 철학이 존재해야 한다. 바람따라 흔들리는 철학이 아닌 분명하고 확실한 철학이 바탕이 되어야지만 흔들리지 않고 오랫동안 교직을 수행할 수 있으리라.

 

나에게도 오래전부터 가진 교육철학이 있다. 학급을 맡았을 때에는 교실 뒷편 게시판에 꼭 이런 문구를 붙여 놓았다. 

 

"군사처럼, 농부처럼, 경기하는 자와 같이" 

 

상당히 전투적인 용어다. 구호에 담긴 의미를 간단히 말하자면 이렇다. 군사처럼, 목숨을 건다. 한 생명에게 목숨을 건다. 지면 죽는거다. 따라서 생명을 살리기 위해 군사처럼 살아가자는 내 자신을 향한 명령이다. 농부처럼, 땀을 흘려야 한다. 그래야 결실을 맺을 수 있다. 공짜는 없다. 흘린 땀만큼 정직하게 열매 맺는 삶을 살고 싶다. 경기하는 자와 같이, 교직을 마칠 때까지 끝까지 완주하는 삶이다. 내게 맡겨진 아이들도 이렇게 키우고 싶었다. 

 

교육의 성패는 교사에게 달려 있다. 아무리 그럴듯한 정책도 교사가 움직이지 않으면 빛 좋은 개살구가 된다. 교사의 자발성이 관건이다. 교사의 자발성은 철학의 유무에 달려 있다. 철학은 소신이다. 교육에 대한 소신 말이다. 교사도 사람인지라 완벽하지 않다. 스스로 부족함을 알아야 교만하지 않는다. 사람은 변질된다. 자신도 모르게 교만하게 된다. 성을 빼앗는 것보다 자신의 마음을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 매일 매일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서는 분명한 기준점이 있어야 한다. 사람의 목소리에 흔들리지 않는 척도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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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선생과 열네 아이들 -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읽는 교실 동화
탁동철 지음 / 양철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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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일기를 적는 것은 역사를 만드는 일이다. 민주주의 교실을 만드는 일이다" 157쪽

 

근무하던 오후 갑자기 문자 한 통이 왔다. 모르는 핸드폰 번호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교실 이야기로 선생님들의 사랑을 받아온 탁동철 선생님의 새책이 나와 보내드렸습니다. 교사와 아이가 함께 읽으며, 이야기 속에서 길을 찾아가는 교실동화 <배추 선생과 열네 아이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_양철북 드림"

 

놀랬다. 양철북 출판사에서 신간 책을 보내주셔서. 그래서 이렇게 답장을 보냈다.

 

"와우. 탁동철 선생님 책을 보내주셔서 감사해요~!"

 

퇴근 길 자동차 안에서 양철북 출판사 담당자가 보내온 문자를 보면서 더 놀랬다.

 

"아이들과 선생님 모두에게 반가운 책이 되기를 바라면서 이창수 샘께 탁동철 샘이 드리는 선물입니다^^"

 

이제서야 책의 정확한 출처를 알게 된 것이다. 집에 와 보니 택배로 책 한 권이 와 있었다. 포장을 뜯어보고 책 표지 다음 쪽을 펴보니 '이창수 선생님께 2021.6.4. 탁동철' 싸인이 적혀 있었다. 투박한 글씨다. 글씨를 보니 <배추 선생> 탁동철 선생님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탁동철 선생님과의 관계는 2019년이다. 당시 강릉에서 작은학교 연구회를 운영하던 중 작은학교 사례를 들려줄 선생님 한 분을 초빙할 관계이었다. 물어 물어서 만나게 된 분이 <배추 선생>이다. 작은학교연구회라고 해서 기대감 설렘반으로 흥쾌히 찾아오셨다고 한다. 백팩을 메고 동네 아저씨처럼 나타난 <배추 선생>을 본 것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작은학교연구회에서도 작은학교 교사 이야기를 소책자로 만들 계획이라고 하니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기억도 난다. 두 번째 만남은 2020년 1월이다. 연수원에서 학급살이 강사로 오셨을 때다. 역시 옷차림이나 강의 내용은 일맥상통하다. 시골 아저씨가 사랑 가득한 마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들이 그려졌다. 그리고 2021년 6월. <배추 선생과 열네 아이들>이라는 책으로 세 번째 만남을 가진다.

 

<배추 선생>은 교실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긴다. 아이들과 함께. 그 기록들은 시가 되고 노래가 되고 놀이가 되며 '뮤직헐' 이 된다. <배추 선생>은 아이들이라고 해서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잘못했을 때는 잘못했다고 겸손하게 아이들 앞에 머리를 숙인다. 아이들과 함께 동등하게 의견을 내고 의견을 듣는다. 아이들이 하자는 대로 한다.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자발적을 끌어내고 실수를 거울삼아 책임있는 어른으로 자라도록 하자는 <배추 선생>의 교육철학이다.

 

"누군가 지켜보는 눈, 응원. 그것으로 아이는 일어선다" 45쪽

 

<배추 선생>과 함께 하는 아이들은 저마다 모두 상처와 아픔을 지니고 있다. 강원도 산자락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아이들 중에 상처 가득 무거운 짐에 짓눌려 살아가는 애 늙은이들이 참 많다.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아이들도 제법 있다. 교과 지식을 많이 주입시키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아이들의 삶을 들어주고 응원해 주는 것이 급하다. <배추 선생>은 분노가 가득한 아이들을 제어하지 않는다. 그 아이가 왜 분노하는지 알기 때문에 분노를 온 몸으로 맞는다. 교실 안에서 분노가 용해되도록 친구들끼리 학급 규칙을 세우고 학급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장치를 설정한다. 최첨단화된 기기를 사용해서 유창하게 수업하는 것만이 훌륭한 수업이 아니다. 기기 사용을 효율적으로 사용한 얘기가 한 번도 책 속에 등장하지 않는다. 가장 많이 나오는 내용은 아이들의 생각과 삶이다.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아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글로 쓰게 하고 쓰게 한 글을 가사 삼아 노래를 짓는다. 중얼 중얼 입노래로 표현한다. 규칙을 어긴 <배추 선생>도 벌을 받는다. 엄살도 부린다. 그러나 선생이라고 해서 예외되는 것은 일도 없다. 50이 넘은 <배추 선생>이 꼬꼬마 아이들과 교실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배추 선생>의 눈망울이 기억이 난다. 참 선하다. 말하는 것은 투박스럽지만 아이들을 향한 마음만큼은 젊은이 못지 않게 열정 가득하다.

 

"교실은 이야기가 생겨나고 자라고 꽃이 피는 곳이다. 학교의 모든 곳이 이야기 자리다. 학교생활의 모든 것이 이야기 씨앗이다" 56쪽

 

교실은 아이들이 맘 놓고 이야기하고 기쁨과 아픔과 상처와 분노를 마음껏 표출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움찔거리고 시키는대로 일률적으로 착착 진행되는 로봇들이 모여 있는 곳이 아니다. 살아 있는 생명들이 꿈틀대는 생동감이 넘치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에도 수십번 싸움이 일어나고 언쟁이 일어나며 감정 갈등이 생겨나느 곳이 교실이다. 이런 삶을 다 받아내는 사람이 '선생'이다. '선생'만큼 고귀한 직업이 있을까 싶다. 상처 받은 아이들의 행동을 지켜봐야 되고, 속상한 마음을 토닥거려주어야 한다. 호기심과 궁금증이 많은 아이들의 질문에 귀기울여야 한다. 저녁에 밤은 먹고 다니는지, 집에 가면 돌봐줄 어른은 있는지, 다음 날 학교에 잘 와 줄 것인지 걱정되는 아이들도 조심조심 달래며 귀가시킨다. 겉으로 보기에는 '선생'은 참 한가롭게 보여질지 모르겠다. 천만에 말씀. 교실 안으로 들어와 보시라. 백인백색. 아이들 마다 성격이 다르고 경험치가 다르고 성향과 감정 분출 정도가 엄청 크다. 언제 어떻게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곳이 교실 안이다. 1년 내내 사랑과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과 생활해 내야 하는 직업이 '선생'이다. <배추 선생>처럼 아이들의 아비요, 친구로 든든히 지켜 가는 '선생'들이 참 많다. 그래서 대한민국 교육은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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