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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읽다
서현숙 지음 / 사계절 / 2021년 1월
평점 :
소년원에 있다고 해서 학생이 학생이 아닌 것은 아니다. 학생은 학교 밖에 있다고 해서 학생이 아닌 것도 아니다. 성장하는 가운데 있는 학생은 어른처럼 완벽(?)하지 않다. 행동이 굼뜨고 감정도 시시각각 변한다. 불규칙적으로 생활하고 답답하게 보이는 것이 한 두개가 아니다. 그래도 학생은 학생이다. 학생은 어른들이 늘 품어주어야 할 대상이다. 약간 정해 진 경로에서 이탈했다고 해서 학생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면 그 학생은 갈 곳이 마땅하지 않다.
저자 서현숙 선생님은 소년원에서 정기적으로 국어 수업을 했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도 들쑥날쑥했다. 저자도 처음에는 선입견으로 학생들을 만났지만 만나면 만날수록 소년원 학생들도 학교에 있는 학생들만큼 순수하고 학생다운 모습이 있음을 발견한다. 단지 소년원 출신이라는 딱지 때문에 사람들이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지 소년원 학생들도 여느 학생들처럼 웃고, 즐기고,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고 싶은, 가족들과 오붓하게 생활하고 싶은 평범한 학생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소년 판사로 유명한 천종호님은 <내간 만난 소년에 대하여>에서 재판정에서 만난 소년들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소년의 비행은 소년의 것이 아니라, 사회의 것입니다"
"아이들은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존재입니다. 아직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힘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주위 환경의 영향이 절대적입니다"
"비행 청소년들에게도 새로운 삶의 기회를 줄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사회적 낙인 때문입니다"
저자 서현숙 선생님을 따라서 작가와의 만남 시간을 갖기 위해 소년원 학생들을 만난 작가들도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이거다. 만약 소년원에 있는 학생들도 따뜻하게 보호해 줄 부모가 있었다면, 가정이 있었다면, 어른이 있었다면 지금 여기에 있을 필요가 없는 학생들이라고.
선입견이 무섭다. 나도 대학 시절 춘천 교도소를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다. 교도소에 들어가기 전 나도 모르게 잔뜩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재소자들 앞에서 기타를 들고 찬양을 인도하는 역할을 맡았다. 첫날은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나서 몇 번 재소자들 앞에 서니 그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었다. 단지 교도소 안에 있다는 것만 다를 뿐이었지.
새학기가 되면 누구나 긴장된 마음을 갖게 된다. 교사들은 어떤 학생들을 만나게 될까? 어떤 학부모를 만나게 될까? 함께 할 동료 교사들은 누굴까? 등 새로운 만남에 대해 설레이면서도 알게 모르게 긴장하게 된다. 나도 마찬가지다. 요며칠전 인사발령이 났다. 무척 많은 교사들이 바뀌는 해라 걱정이 컸다. 신규 교사도 다섯 분이 오신다. 경력 교사도 세 분이 새로 오신다. 발령이 나면 늘 꼬리처럼 따라오는 것이 있다. 선생님에 대한 소문 말이다. 좋은 얘기도 따라오지만 부정적인 얘기도 어김없이 따라온다. 저자가 '소년을 읽은 것'처럼 나도 새로 오시는 '선생님을 읽어야' 한다. 어떻게 읽어야 할까? 저자는 책을 매개로 엄청난 소년들을 읽었다. 나는 선생님들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겉모습보다는 중심을 볼 수 있도록 귀를 열고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어야 할지 않을까 싶다. 학기가 시작되면 좀처럼 시간 내기 어려우니 가급적 2월 한 달 간 대화의 시간을 많이 가져야겠다.
책이라는게 참 신기하다. 대화의 소재가 되고 마음 문을 여는 열쇠와 같다. 같은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은 평범한 것이 아니라 엄청난 일임을 다시 깨닫게 된다. 가능하다면 선생님들과도 독서모임을 가질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삶을 나눌 수 있을 것이고, 학교 안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나눔을 통해 상처가 더 이상 곪지 않도록 배려해 주고 살펴줄 수 있을 것 같다. 고민과 걱정거리를 함께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바쁜 학교 일상 속에서 과연 가능할까 싶지만 생각만해도 흐뭇해진다.
https://blog.naver.com/bookwoods/222589282289
<교사여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