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이향규 지음 / 창비교육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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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우리 학교에 신규 선생님 다섯 분이 발령 받아 왔다. 12학급에 신규 교사 5명은 상당이 높은 비율에 속한다. 신규 선생님 면면을 보면 놀라운 사실이 있다. 춘천, 서울, 전주, 인천, 진주교대 등 전국 각지에서 이곳 삼척까지 왔다.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곳에 오다보니 숙소 잡을 걱정이 큰가 보다. 새학기를 준비하는 사흘동안 거의 모두 원룸이든 투룸이든 보증금에 월세든 전세든 뚝딱 숙소를 정했다고 한다. 신속한 결정에 또 놀랐다. 만약 나라면 어리벙벙해서 누군가에게 부탁을 했을터인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쉽게 정보를 찾아내고 정확하게 결정을 내린다. 그러면에서는 나이 오십줄에 들어선 나보다도 지혜롭고 어른스럽다.

 

후아유? 아마도 신규 선생님들이 가장 많이 들었거나 눈짓으로 무언의 질문을 받았던 것 중에 하나가 이 질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신규 선생님들이라 딸랑 교육지원청으로부터 받은 정보는 핸드폰 번호가 전부였다. 발령이 터졌을 당시 출장이었던 나를 대신해서 교장님께서 직접 손수 한 명 한 명 전화를 걸어 친절하게 다음 주에 있을 일정에 대해 안내해 주었을뿐만 아니라 각각의 특징과 신상을 대충 파악해서 나에게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궁금한 게 너무 많았다. 당장 어떤 학년을 맡겨야 할 지, 무슨 역할을 맡겨야 할 지 고민이 되었다. 첫 대면하는 당일 날 나뿐만 아니라 기존에 있던 교직원 모두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렇다고 직접 꼬치꼬치 물어보는 것도 실례인지라 차차 알아가면 되겠지라고 생각을 하면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프로그램 중에 다행히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 이 있어 이번에는 커다란 이미지 카드를 펼쳐 놓고 자신과 연관된 사진 2~3장을 골라 설명하게끔 했다. 물론 참석한 모든 교직원들에게. 그래도 가장 집중이 되었던 시간은 신규 선생님들이 나와서 직접 소개하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자연스럽게 자신이 잘 하는 것, 가정 환경, 취미와 기호 등이 술술 터져 나왔다. 5분 내외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표정과 말투, 소개하는 내용에서 꽤 많은 정보를 취득할 수 있었다.

 

신규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생소하고 어색했었을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학생이었고 또래들과 함께 지냈던 시간이 많았는데 갑자기 교장선생님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근무하게 될 학교에서 어색한 만남을 가지니 뭐라고 얘기는 못하더라도 긴장감과 함께 온 몸의 근육이 경직되지 않았을까 싶다. 자리가 바뀌면 아무리 경험이 많은 사람일지라도 어색해 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 것 같다. 사실 나도 작년에 이곳에 처음 와서 새로운 분들을 만나면서 무척 긴장했던 기억이 있다. 20년 이상 학교 현장에서 근무했는데도 불구하고 근무 장소가 바뀔 때는 뭔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렇다면 신규 선생님들은 더 이상 말해서 무엇하랴. 사흘 간 진행된 새학기 준비는 그야말로 문화 충격이었을 것이다. 자신들이 만나게 될 학생들을 상상하며 학교에 놓인 환경과 실정에 맞게 교육과정을 준비하기 위한 사흘 간의 모임이 몸은 와 있으나 아마도 정신은 혼돈 속에 머물지 않았나 싶다.

 

신규 선생님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다시 고민하게 된다. 작년에도 이런 경험을 해 봤고 제작년에도 비슷한 경험을 해 봤지만 매년마다 새롭다. 아니 작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과거의 경험만으로만 충분치 않다. 나는 이미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 익숙해 진 사람이고 새로 부임 받아 온 신규 선생님들은 모든 것이 새로운 사람이다. 그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단지 곁에서 지켜보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친절하되 적당히 거리를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과도한 친절은 거부감이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뭔가 벽에 부딪쳐 도움을 요청해 올 때 그만큼만 가까이 다가가야지 무턱대고 다가가면 독이 될 수 있다.

 

다른 별에서 살다가 온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 같다. 그들이 향유해온 문화와 내가 살아온 문화는 현격히 차이가 난다. 다른 문화에서 살아온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그들의 행동과 사고방식을 좀 더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의 입장에서는 다 아는 내용일지라도 그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으므로 안내를 할 때에는 최대한 자세하게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다.

 

"상대는 내가 자란 문화에서 자연스럽게 여기는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후아유>는 결혼 이주민이 된 한국 여성의 자서전적 이야기다. 본인이 이주민이 되어보니 다문화 가족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우리 삶 속에 뿌리내리고 있었는지 실감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서로가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자처럼 서로 자리를 바꾸어보는 삶의 계기가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백날 존중과 배려를 한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한들 실효성은 떨어진다. 신규 선생님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더라도 금방 잊혀질게 뻔하다. 만약 내가 어느 날 갑자기 발령이 나서 타시도에 가게 되어 근무하게 된다면 분명 그분들의 심정을 즉각 공감하게 될 터인데.... 결혼 이주민 여성에 관한 이야기인데 책을 읽으며 신규 선생님들, 멀리서 전입해 오신 선생님 생각이 났다. 교감으로써 그분들과 어떻게 생활해야 할 지 고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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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살아보자 - 풀꽃 시인 나태주의 작고 소중한 발견들
나태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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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 봄 맞이 한창이다. 오미크론에 대비하여 등교 상황도 준비하고 있고, 혹시 있을지 모르는 교직원 확진에 대비하여 업무가 끊기지 않도록 다양한 대안들을 마련 중에 있다. 지난 한 주간에는 사흘간 꼬박 교육과정을 톺아보고 새롭게 맡게 될 학년 담임도 정했다. 모두를 만족시키기가 어렵기에 최대한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며 새학년살림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할 지 그림을 그렸다. 현재까지는 스케치만 한 정도다. 앞으로 색을 입히고 보완하고 그림을 완성하기까지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각자 맡은 역할에 충실하되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균형있게 작품이 완성해 가도록 지원하고 조율하는 역할이 각 학교의 교감이 해야 할 역할이 아닌가 싶다. 

 

<봄이다, 살아보자>의 저자 나태주 시인도 한 때는 학교의 교감으로 살았을 것이다. 교장으로 퇴직했으니 말이다. 그가 한 때 전문직으로 교육청 장학사로 복무할 때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이라며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학교로 복귀했다는 이야기 글을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이 순간 머릿 속에 스쳐 지나갔다. '나에게 교감이라는 옷이 어울리나?', '나는 교감이라는 역할을 즐기며 신명나게 일할 자신이 있는가?'. 누구든 자신이 하는 일이 즐거워야한다. 짧은 인생을 살면서 억지로 하거나 스트레스만 받으며 일한다면 얼마나 불행하나! 나태주 시인도 당시 장학사로 일하면서 그토록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짓는 일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일이 가장 큰 불만이었을것 같다. 남들이 보기에는 좋아 보이는 자리도 시인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했나보다. 감정을 시로 담아 표현하고 시로 타인을 위로하는 삶을 여든이 되도록 즐겨 하고 있는 시인은 20대에 시작한 시에 대한 애착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삶 그 자체인 것 같다. 

 

무언가에 집중하고 자신의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사람은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 그러면에서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무엇에 열정을 쏟고 있는지, 가장 즐겨하는 일은 무엇인지,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봄이다, 살아보자>에서 나태주 시인은 모두가 사회적 상황과 이념에 관한 시를 쓸 대 본인만 유일하게 개인적인 시를, 감정을 다루고 표현하는 시를 창작했다고 한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주류에서 벗어난 비주류의 시인으로 살아왔다고 한다. 그리고 퇴직 후부터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시를 알아주는 독자들이 생기면서 뒤늦게 성공한 시인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시 나이 즉 시 인생이 50이라고 하니 50년 동안 무명 작가의 삶을 살아온 거다. 우직하게 한 우물만 파며 살아온 삶의 결과가 인생 후기에 펼쳐진 셈이다. 

 

나는 성미가 급한 편이다. 무슨 일이든 빨리 해 치워야 속이 편하다. 눈 앞에 할 일들이 쌓여 있으면 왠지 불안감을 느끼기에 일단 제출 기한 전에 일치감치 작업을 대충 해 놓는 편이다. 결과에 쫓기는 삶을 살다보니 여유가 없다. 사물을 고요하게 바라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냥 일 중심의 삶을 살아온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면에서 나태주 시인이 말하는 인생론은 나의 삶의 결과 다르기에 왠지 비교가 된다. 누구에게는 잡초에 불과하지만 그에게는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풀꽃이다. 화려해 보이지 않지만 풀꽃 하나하나에 고유한 생명이 있고 특징이 있다. 그것을 볼 줄 아는 안목이 부럽다. 올 한 해 뭔가 성과를 낼라고 조급해하기보다 그냥 1년을 살아 버터내면서 지나온 삶을 복기해 보는 삶도 참 좋을 것 같다. 작년까지 책도 무진장 많이 읽으려고 욕심을 과하게 냈다. 독서량에 치중한 나머지 한 권 한 권을 깊게 음미하며 읽지 못했다.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좀처럼 그게 잘 안 된다. 왠지 뒤쳐질 것 같고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런데 연세가 지긋히 든 나태주 시인의 생각을 읽어보노라면 인생을 좀 더 긴 호흡으로 살아가보면 어떨까 생각이 든다. 

 

지난 주 사흘간 새로 전입해 온 선생님들과 휘몰아치듯 회의하고 연수를 진행했다. 그렇게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그런데 뒤돌아보니 이것조차도 나의 욕심인 듯 싶다. 한 템포 쉬엄 쉬엄 살아가는 인생 이야기를 읽으니 좀 천천히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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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교육과정 중심에 서다
추광재.최민지.김은영 지음 / 피와이메이트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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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2월은 교사의 시간이다!

 

꽁꽁 언 강물 깊은 곳을 살펴보면 겉과는 다르게 여전히 물이 흐름을 따라 지나다닌다. 학생들이 방학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2월, 교사는 새학기로 준비로 마음과 몸이 분주하기 시작한다. 전출이 예정되어 있는 교사나 그렇지 않은 교사나 2월은 겉으로는 태연한 척 보이나 속으로는 미묘한 감정의 소용돌이 몰아친다. 설레임과 두려움이 교차한다. 자신이 맡은 학생들, 학생들 주위의 있는 보호자들, 함께 동료로 지낼 교사들, 직원들과의 관계가 낯설기도 하고 살짝 긴장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긴장하게 만드는 것은 교사의 한 해 살이의 주축을 이루는 '교육과정과의 만남' 이다.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이 제시되어 있으나 지역마다, 학교마다 만나는 학생들이 다르고 그들이 살아온 삶이 다르기에 촘촘한 교육과정의 재설계가 필요하지 않을 수 없다. <교사, 교육과정 중심에 서다>의 저자들은 촘촘한 교육과정의 재설계를 '교사수준의 교육과정 재구성' 이라고 정의한다. 

 

교육과정이란 무엇인가?

 

교육과정을 한자로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네이버 어학사전에 의하면,

 

교육 과정 (敎育課程)

1. [교육 ] 교육 내용과 관련하여, 교과의 배열과 조직을 체계화한 전체적인 계획.
2. [교육 ] 학교의 지도하에 이루어지는 교과 학습 및 생활 영역의 총체.

 

라고 되어 있다. 여기에서 주목할 부분은 교육과정의 한자어다. <교사, 교육과정 중심에 서다>의 대표저자 추광재는 교육課程 과 교육過程 의 차이점에서 교육과정의 의미를 다시 새겨야 한다고 말한다. 

 

교육과정은 process 일이 되어가는경로, 일련의 과정이 아니라 가르칠 무엇에 관한 내용, 교육하거나 학습해야 할 내용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새학기를 준비하기 위하여 교사들이 함께 모이는 교육과정 만들기 시간에 다루어야 할 교육과정은 교사가 만나게 될 학생들을 생각하며 교실에서 무엇을, 어떻게 교육활동을 전개해야 할 지에 대한 내용 그 자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교사는 교육과정으로 수업을 한다!

 

일부 교사들이 편리함 때문에 교과서의 내용을 잘 정리해 놓은 지도서 또는 인터넷 자료들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수업은 교과서를 자료 삼아 학생들의 수준과 관심에 맞게 해석하고 재구성하여 진행한다. 따라서 교사는 교육과정 사용자이기도 하지만 교육과정 개발자이다. 교사가 곧 교육과정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교육과정 개발자로의 사회적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교사, 교육과정 중심에 서다>는 교육과정 중심에 교사가 단단히 설 수 있도록 충분한 이론들을 지원하고 있다. 교사에게 영향을 미치는 내적요인과 외적요인 등 무수한 변수들이 교사를 흔드는 경우가 많다. 교육과정에 진력을 다할 수 있도록 교사 개인의 절제와 연단도 필요하겠지만 교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행정적 지원도 아낌없어야 할 것 같다. 교육과정을 연구할 수 있는 절대적 시간을 확보해 주고 심리적 안정감으로 교실 수업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학교 운영자들의 격려와 지지도 무시할 수 없는 조건 중의 하나다. 자고로 교육과정 운영의 성패는 교사에게 달려 있다. 학생의 성장과 변화는 교육과정에 달려 있다. 즉 교사가 교육과정 중심에 설 때 학생의 성장과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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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읽다
서현숙 지음 / 사계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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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원에 있다고 해서 학생이 학생이 아닌 것은 아니다. 학생은 학교 밖에 있다고 해서 학생이 아닌 것도 아니다. 성장하는 가운데 있는 학생은 어른처럼 완벽(?)하지 않다. 행동이 굼뜨고 감정도 시시각각 변한다. 불규칙적으로 생활하고 답답하게 보이는 것이 한 두개가 아니다. 그래도 학생은 학생이다. 학생은 어른들이 늘 품어주어야 할 대상이다. 약간 정해 진 경로에서 이탈했다고 해서 학생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면 그 학생은 갈 곳이 마땅하지 않다.

 

저자 서현숙 선생님은 소년원에서 정기적으로 국어 수업을 했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도 들쑥날쑥했다. 저자도 처음에는 선입견으로 학생들을 만났지만 만나면 만날수록 소년원 학생들도 학교에 있는 학생들만큼 순수하고 학생다운 모습이 있음을 발견한다. 단지 소년원 출신이라는 딱지 때문에 사람들이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지 소년원 학생들도 여느 학생들처럼 웃고, 즐기고,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고 싶은, 가족들과 오붓하게 생활하고 싶은 평범한 학생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소년 판사로 유명한 천종호님은 <내간 만난 소년에 대하여>에서 재판정에서 만난 소년들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소년의 비행은 소년의 것이 아니라, 사회의 것입니다"

 

"아이들은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존재입니다. 아직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힘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주위 환경의 영향이 절대적입니다"

 

"비행 청소년들에게도 새로운 삶의 기회를 줄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사회적 낙인 때문입니다"

 

저자 서현숙 선생님을 따라서 작가와의 만남 시간을 갖기 위해 소년원 학생들을 만난 작가들도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이거다. 만약 소년원에 있는 학생들도 따뜻하게 보호해 줄 부모가 있었다면, 가정이 있었다면, 어른이 있었다면 지금 여기에 있을 필요가 없는 학생들이라고. 

 

선입견이 무섭다. 나도 대학 시절 춘천 교도소를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다. 교도소에 들어가기 전 나도 모르게 잔뜩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재소자들 앞에서 기타를 들고 찬양을 인도하는 역할을 맡았다. 첫날은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나서 몇 번 재소자들 앞에 서니 그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었다. 단지 교도소 안에 있다는 것만 다를 뿐이었지. 

 

새학기가 되면 누구나 긴장된 마음을 갖게 된다. 교사들은 어떤 학생들을 만나게 될까? 어떤 학부모를 만나게 될까? 함께 할 동료 교사들은 누굴까? 등 새로운 만남에 대해 설레이면서도 알게 모르게 긴장하게 된다. 나도 마찬가지다. 요며칠전 인사발령이 났다. 무척 많은 교사들이 바뀌는 해라 걱정이 컸다. 신규 교사도 다섯 분이 오신다. 경력 교사도 세 분이 새로 오신다. 발령이 나면 늘 꼬리처럼 따라오는 것이 있다. 선생님에 대한 소문 말이다. 좋은 얘기도 따라오지만 부정적인 얘기도 어김없이 따라온다. 저자가 '소년을 읽은 것'처럼 나도 새로 오시는 '선생님을 읽어야' 한다. 어떻게 읽어야 할까? 저자는 책을 매개로 엄청난 소년들을 읽었다. 나는 선생님들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겉모습보다는 중심을 볼 수 있도록 귀를 열고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어야 할지 않을까 싶다. 학기가 시작되면 좀처럼 시간 내기 어려우니 가급적 2월 한 달 간 대화의 시간을 많이 가져야겠다. 

 

책이라는게 참 신기하다. 대화의 소재가 되고 마음 문을 여는 열쇠와 같다. 같은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은 평범한 것이 아니라 엄청난 일임을 다시 깨닫게 된다. 가능하다면 선생님들과도 독서모임을 가질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삶을 나눌 수 있을 것이고, 학교 안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나눔을 통해 상처가 더 이상 곪지 않도록 배려해 주고 살펴줄 수 있을 것 같다. 고민과 걱정거리를 함께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바쁜 학교 일상 속에서 과연 가능할까 싶지만 생각만해도 흐뭇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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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여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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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역할 훈련 토머스 고든의 '역할 훈련' 시리즈 1
토마스 고든 지음, 이훈구 옮김 / 양철북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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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부모가 될 수는 있어도 아무나 훌륭한 부모는 될 수 없는 것 같다. 아이가 태어나면 저절로 부모가 된다. 그러나 저절로 부모다운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다.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뒤늦게 부모다운 부모가 되는 경우가 있지만 그러기에 흘러간 시간이 너무나 아쉽고 자녀들에게 미안한 마음 가득하게 된다. 그렇다면 부모가 되기 전 또는 부모가 되고 나서 후회하기 전에 부모다운 부모가 되기 위해 <부모역할훈련>에 관심을 가지면 어떨까 싶다. 

 

2002년에 나온 책이긴하지만 20년 지난 지금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시대가 지난다고 해서 부모의 역할이 완전히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각 시대마다 부모에게 요구하는 가치들이 다르긴 했지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앞으로도 변화되지 않을 것이다. 바로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라는 가치말이다. <부모역할훈련>은 저자가 다양한 부모와 상담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부모역할훈련(P.E.T)을 받기 전과 후의 차이점도 담아냈다. 부모역할훈련의 기본은 '적극적 듣기'에서 시작된다. 자녀의 나이에 상관없이 자녀들의 이야기를 조건없이 들어주는 자세가 부모에게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듣기가 아니라 적극적 듣기다. 무슨 말인고 하니 적극적 듣기는 '자녀의 감정'을 읽어내는 듣기를 말한다. 부모와 자녀가 갈등이 생기는 시작점은 '감정'에서 비롯된다. 자녀를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들이지 않고 감정을 무시해 버리면 부모가 아무리 좋은 말을 하더라도 먹히지 않게 된다. 오히려 반항하고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진다. 

 

자녀의 감정만 잘 받아내도 그 부모는 자녀와의 관계에서 성공한 것이다.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일뿐일까. 부부 사이에도 감정을 소중하게 읽어내고 수용한다면 갈등은 대부분 해소된다. 직장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교사와 학생 사이, 교사와 교사 사이, 교사와 교장(감) 사이에서도 서로 간에 감정만 잘 읽어내고 받아준다면 정말 살맛나는 관계가 될 것이다. 적극적 듣기는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읽어내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저자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 갈등이 생겼을 경우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3가지를 이야기한다. 방법1, 방법2, 방법3 이라고 통칭하며 최종적으로 누구도 지지 않는 무패의 방법인 '방법3'을 사용할 것을 권유한다. 방법1은 부모가 권위를 가지고 자녀를 누르는 대화법이다. 부모의 경험은 전부 옳기에 어린 자녀들의 행동에 즉각적으로 개입하여 수정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는 방법이다. 이에 따른 결과는 자녀가 반항, 소극적, 무책임하게 되어 버린다는 점이다. 방법2는 부모가 자녀에게 져주븐 대화법이다. 무조건 자녀의 요구의 들어주며 갈등을 벗어나는 방법이다. 이에 따른 결과는 자녀는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되어버린다는 점이다. 방법1과 방법2는 한 쪽은 이기는 것이지만 한 쪽은 지게 된다. 반면 '방법3'은 무패의 방법이다. 즉 부모도 자녀도 모두 지지 않고 모두 이기는 대화법이다. 부모는 자녀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품을 내어주는 것이고, 자녀는 부모를 존중하는 범위 안에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게 된다. 참 이상적인 방법이다. 그렇다고 해서 실천이 아예 불가능한 방법은 아니다. 그렇기에 부모역할훈련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힘을 사용하면 영향력을 잃게 되고, 힘을 포기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영향력을 획득하게 된다" (257쪽)

"사람은 다른 사람에 의해 강요된 결정 사항보다는 의사 결정 과정에 함께 참여하여 결정한 사항에 대해 더 강한 실천 의지를 느낀다" (267쪽)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존중하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몇 가지 룰이 있다. 힘을 가진 자가 스스로 힘을 내려 놓는 일이고, 다양한 의견을 듣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일이다. 소중하지 않는 자녀가 세상에 어디에 있을까? 부모라면 자녀가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인내하며 기다려줄 수 있는 마음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직장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신규 직원이 공동체 안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열어 들어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급할수록 천천히 가야 한다. 천천히 가는 게 더 정확할 수 있다.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는 주종관계가 아니다. 자녀가 책임있는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가정에서부터 몸소 본을 보이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부모다운 부모가 되기 위한 훈련은 멈춰서는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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