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는 적당히 삭어서 부담스럽지 않았고 그래도 삭은거라고 가만히 물고있으라면 혀가 아리아리한 듯 했다. 귀한 음식인 홍어를 받아 놓고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막걸리 마시러 왔으니 막걸리가 메인이다. 솔 막걸리라는 생소하면서도 식상한 아이템의 막걸리, 텁텁했다. 귀 때문에 술도 못마시는데 술 맛이 시원치 않으니 기분이 좋아졌다.(으하하)
분홍빛 차진 홍어살을 보고 있으니 아까 "홍어요"라고 대뜸 안주 부른게 잘했다 싶다. 먹고 싶은 안주 시켜라, 물을 땐 먹고 싶은거 말해야한다. 다른 사람 입맛 고려하고 시키는 사람 주머니 입장 생각하고..그러면 맛있는 거 언제 먹나.
맛 없는 막걸리 입에만 댓다가 떼고, 댓다가 떼고 거듭했는데 한 잔 비웠다.
짠! 잔 부딪히고 냄새 맡고, 또 짠! 하고 냄새 맡고 흠향만 했는데 또 한 잔 비워졌다.(술이 자꾸 어디로...)
맛 없는 막걸리 안주삼아 홍어회 한 접시를 해치웠다. 홍어회를 초장에 찍어 먹고 음.. 기름장에 찍어 먹고 음... 미나리에 싸서 초장찍어 먹고 음... 받아 논 막걸리가 생각나서 흠향하고 홍어만 꿀꺽! 음...
초면에 실례가 많았지만, 그 어른 참 좋더라. 홍어회를 사줘서만은 아니고, 재미가 있어서만은 아니고... 가슴 팍에 달고 있던 '맞을만한 이유는 없다.'라는 뺏지 때문만도 아니고...
홍어가 참 차졌다. 혀 끝에 올려 놓고 힘 주면 결대로 부서지는 느낌. 삭은 향 맡으려고 흠흠 대보기도 했다. 무언가 삭은 내가 나는 듯 안나는 듯... 그다지 강렬하지 않은 홍어회와 푸릇한 미나리 쪽.
이야기를 들었다 듣는 걸로 즐거웠는데 너무 듣기만 하면 신경 써 줄까봐 적당한 끼어들기. 다행히 적당히 웃어도 주는 사람들.
좀 특별했고 오랜만에 일상적이었다.
홍어라는 음식을 연상하면 그날의 홍어 맛을 기억할 것 같다. 맛은 기억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