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한 테스. 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다시 읽은 테스는 순수한 여인. 토마스 하디가 순수한 여인이라 함에 동의한다. 간통을 하고 미혼모였고 나중에는 살인까지 저질렀지만 테스는 순수한 여인이다. 테스를 읽으면서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도대체 왜 그러고 살아?' 맞는 말이다. 도대체 테스의 희생 봉사가 그녀의 가족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었는가? 테스가 없으면 당장 죽기라도 할 것처럼 테스를 닦달하고 보채는 허풍.허영의 아버지, 무능.의지박약의 어머니, 테스의 짐을 나누어 질 힘도 의지도 없는 동생들... 순수한 여인 테스의 가정은 지옥이었다. 가족에 대한 테스의 봉사와 희생은 그것에 대한 응분의 보상을 가족으로 부터 받았어야 했다. 그렇지 못한 불가피한 상황이었더라면 테스는 그들에게 자신의 전심을 다해 희생하는 바보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테스에게도 앞으로 펼쳐질 인생이 있기에 그것을 준비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테스는 자신을 더 사랑했어야 했다. 아! 역시 테스는 멍청했다. 테스의 희생을 담보한 일시적 가정의 평화... 착한 딸 컴플렉스. 도대체 에인절 너마저 왜 그러는 거야? 에인절마저 테스를 버리다니... 테스가 순결한 여인이 아니어서 실망한 에인절의 즉흥적인 행동으로 테스가 이르게 되는 결말은 살인이었다. 정말로 사랑했고 테스의 어떤 흠결도 이해할 수 있는 포용력의 에인절 마저도 순결은 질책의 사유가 되었고 그 순간의 질책이 낳은 결과는 에인절에게도 지울수 없는 상처로 남게 된다. '에인절 왜 그렇게 경솔했어?' 독자의 아쉬움은 이 시대의 자유분방한 성 풍속에 젖은 나에게 이해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에인절 마저도 순결에 대한 책임을 테스에게 묻는 모습에서 '권위적 남성성은 어떤 남자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매 시대의 어른들이 개탄하는 성 문란은 어쩌면 발전되어가는 평등한 의식의 기표가 아닐런지... 공평하지 않은가? 개탄하는 어른남자들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성적 풍요와 선택의 자유를 누려 왔으니 말이다. 그렇게 본다면 기득권 상실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장고 끝에 악수'라 했던가... 가련한 여인 테스의 선택은 항상 한 박자 씩 늦었고 매번 최악이 결과를 낳았다. 테스는 왜 최악의 선택을 했어야 했는가? 그놈의 가족, 가족.... 테스는 자신이 원하는게 뭔지 알면서도 가족을 의해 에인절을 위해 고통을 혼자 감내했고 그 결과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상처로 돌아갔다. 궁지에 몰려야만 행동을 했던 테스의 가장 능동적 행동이 살인이라니... 자기욕구를 참아온 테스의 유일한 적극적 자기 표현이 살인이라니... 억눌린 자아의 폭발은 예측이 불가능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