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집에 김언수의 설계자들을 놓고 왔다. 내껄 놓고 온 건 아니고 친구가 빌려줬는데 신난다, 하고는 바닥에 놓고 와 버렸다. 당장 읽고 싶었는데.... 내일 빌리러 갈까?ㅋㅋㅋ 

나는 김언수와 살짝 인연이 있는 바, 고로 김언수를 좋아한다. 얼굴을 봤거든...('얼굴을 봤다' 이것은 아주 중요하다!) 특히 김언수의 뒷통수는 한참을 봤다. 그는 머리숫이 적었다는 것도 생생히 기억이 날 정도로 가까이서 아니 바로 뒤에 앉아서 김언수의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다. 
그는 어눌한 듯 할말 다 했었고 부끄러운 듯 자신감있던 사람으로 나는 기억한다.

택시를 타고 집에오니 잠은 안오고 친구집에 놓고 온 김언수의 소설은 괜히 아쉽고.... 선물 받아온 책중에서 하나 골라 읽어볼까, 하고 마음 먹으려던 찰라, 눈에 밟히는 우편물 하나. <문학동네> 겨울호 였다.
강력접착제가 발라진 은박 포장을 요란하게 듣고 우둘두둘 질감 좋은 표지를 슬적 살피는데 어라? 김언수네~~ ^^(65호 표지모델 되셨다 ㅋㅋㅋ)  

문학동네 65호 젋은작가특집 코너에 김언수가 실렸다. 신난다~~ 묵직한 문학동네지를 양 손으로 들고서 반을 뚝 가르니 마침 김언수의 단편소설이 펼쳐진다. 자전소설 -금고에 갇히다-
도둑놈 금고에 갇힌 이야기 나는 전기 장판 속으로 들어가 읽었다. 자전소설이라니 흥미로운걸!~~ 하면서 읽었는데 자전 소설 맞아? 하지만 꽤나 재밌게 읽었으니 따짐은 나중으로 미룬다.ㅎㅎ 

길지도 않은 단편 소개하기는 그렇고, 다만 이야기 할 수 있는 건 '김언수작가 단편도 참 잘 쓰는구나.' 음... 두고 온 <설계자들>이 더 아쉬워지는 밤이구나.... 

야밤에 김작가의 짧은 자전소설 읽고 느낀 점 살짝 이야기 하자면, 자전소설도 캐비닛 스타일이라는 거. 자전 소설이라는 타이틀에 속지 말자.
-금고에 갇히다-를 읽고서는 인간세상 김언수를 노골적으로 읽을 수는 없다.
내 기억의 김언수가 시시콜콜 '나 이렇게 살았다', 떠벌일 스타일은 아니지~~ 암. 하지만 분명 자기를 담기는 했을 텐데 ~~~ 궁금해진다. 담에 만나면 물어봐야지.(언제 만나게??)  

그나저나 잠이 안오네.... 이제 보니 김연수, 박민규 단편도 하나씩 실렸네~~ 읽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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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0-11-27 0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써도 다음주에 안갖다줄겁니다 ㅋㅋㅋㅋ

차좋아 2010-11-27 16:51   좋아요 0 | URL
왠지 갖다줄게요~ 라는 말로 들리는데요 ㅋㅋㅋ 하지만 나는 알지요 웬디양님이 다음주까지 이 기억을 가지고 가지 않을거라는걸..ㅋㅋㅋㅋ
 

어제 새벽에 일어나 글을 하나 썼다. 취몽한 상태에서 쓴 건데 등록하기를 누르니, 앗 '알라딘 알라딘서재 고장' 이라고 페이지가 뜬다.
한 숨 팍! 쉬고 다시 잠이 들었다.

오늘 아침. 어제 자다가 일어나 뭔가 쓸데 없는 짓을 한게 생각이나고, 그랬지만 다행이도 알라딘 서버 오류로 날라가버린 기억이 마저 났다.ㅋㅋㅋ (오예~~)

그리고 오늘 점심에야 알라딘에 접속을 해보니 어라? 등록이 됐네...ㅡ,.ㅡ   

다시 찬찬히 읽어봤다. 음 다행이 죽고 싶을 만큼 적나라한 내용은 없었다.
요즘 사전검열을 좀 했는데 이거 좀 좋은 거 같다. 어제는 검열 없이 썼지만 다행이 사고는 없었으니 패스~  

앞으로 검열기는 자더라도 켜 놔야지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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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우 2010-12-06 0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옛날 취몽(향편님의 적절한 어휘)상태에서 쓴 편지를 아침에 다시 들여다보지도 않은채(아침까지 취몽상태였던지) 발송하였지요.
그 편지를 수신한 어떤 숙녀분, 다음 상면하였을때 그 표정이라니.
사정사정하여 돌려 받아 읽었었는데, 오오! 오오! 그 유치찬란함이라니!
정말 죽고 싶었답니다.
취몽상태의 감성은 절대 믿을바 못된다는 진리, 그 후 내 검열기는 꿈 속에서도 작동한답니다. ㅎㅎ

차좋아 2010-12-07 18:17   좋아요 0 | URL
유치찬란한 편지 많이 썼었지요 ㅎㅎㅎ 아~ 이제는 부끄러운 감정이 많이 사그라들었습니다. 어쩌면 잊어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또 어쩌면 너무 부끄럽게 살아서 그갓 부끄러운 연애편지쯤은 아무것도 아닌일이 되어버린건가?, 도 싶습니다.

동우님의 그 옛날, 편지를 용감히 발송한 그날 아침은 동우님 취몽한 상태였음이 분명합니다 ㅋㅋㅋ 어떻게 한 밤에 쓴 편지를 아침에 다시 안 보실수 있으세요~ㅋㅋㅋ
 

삭.삭.. 커피를 갈고, 머그컵 가득 커피를 양손으로 감싸 안고 보니 밤이 참 따뜻하게 느껴진다.  

이 밤이 지나 곧 새날이 밝아오면 분주한 일상이 시작될 터. 아쉬운 마음이 커피 한 잔의 시간을 만들었다. 외풍 센 단독 주택, 전기 장판의 온기 속에서 빠져나오기까지 고민도 많이 했다.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책을 읽겠다며 이 책 저 책 집적대기를 한참하였고, 그렇게 선별을 한 몇 권 책을 (부분)정독하고 휘뚜루 읽기도 하고는 사방에 팽개쳤다. 

정신을 차리고자 독송한 <근원수필>의 짧은 글 하나. 정신이 맑아져서 '이 밤의 시간을 완상할거야^^' 하며 시간에 취했다. 그리고 또 손에 잡은 책은 김훈의 에세이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젠장... 근원수필 다음에 김훈 수필이라니. 커피 한 잔 안 마실 수가 없는 글 조합인 거다. 자연을 완상하고 시간을 느끼려는 찰나였는데......  

 

 

 이 끄적임은, 그렇게 해서 마시고 있는 커피의 영향이다. 제목을 나비효과라고 할까? 항상 글을 대강 써 놓고는 제목으로 고민을 하곤 하는데, 좋다! 오늘의 글 제목은 -나비 효과-라고 할 테다. 덧글이라도 하나 달려 화제의 글에라도 오른다면 제목에 낚이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ㅎㅎ 

참. 커피는 벌써 반 컵을 넘게 마셨다. 커피를 다 마시면 모파상의 단편 -오를라-를 읽고 전기 장판 속으로 들어갈 참인데(계획) 알라딘에 이야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커피를 다시 갈아 마시기는 영 피곤한 일이다. (커피를 다 마시면... 다음 계획대로) 커피를 다 마셔가고 있는데 이렇게 이야기하며 노는 건 즐겁고 할 수 없다. 남아 있는 커피에 뜨거운 물을 부어야지.... (부었다)

커피가 다시 머그 가득 찼다. 시간을 거스른 것이다.
지금쯤이면 커피를 다 마시고 오를라를 읽고 있었어야 할 운명을 내 의지로 늦추고 있다. 커피 맛은 여전히 좋다.  

나는 내일도 지각할 운명일지도 모른다. 역시... 세상은 인간의 의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커피맛도 사실은 별로다.  쬐끔 남아 있는 커피에 뜨거운 물 추가는 보리차맛이다.. 보리차맛 커피는 그냥 그것대로 좋을 뿐 좋은 커피 맛이 될 수는 없다. 다시 커피를 한 잔 내려야겠다. (처음부터 그럴 것을... 물배만 찼다.) 

전기 주전자 물이 끓는 동안에 커피를 갈고 물이 마저 끓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에는 중배전된 커피12g과 약배전된 커피 8g을 블랜딩한다. 품종은 예가체프, 로스팅 엄향편, 바리스타 차좋아.  

아~~ 시간을 거스르는 거북 카시오페아가 생각난다. 카시오페아를 따라 모모는 시간을 거슬러 공간의 이그러짐 속으로 들어갔더랬지... 커피향 가득한 이 공간, 나는 온전한 자유를 느낀다. 물론 모모가 회색 신사와 싸우기 위해 현실로 돌아갔던 것처럼 나도 내일이면 맘몬(돈의 신)과 싸우러 힘겨운 아침을 맞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커피 빛깔 다크 써클을 담보로 이 시간을 누리는 것이지만, 그래도 나는 지금의 시간이 참 좋다.

정성 가득 나만을 위해 내린 커피는 이 시간, 최고일 수밖에 없다. 약배전된 원두를 섞어서 내린 커피는 시큼하면서도 군고구마 껍질의 고소함이 난다. 이 맛을 계획했던 건 아니지만, 이 맛이 나올 수밖에 없었을 조합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온밤과 함께 있어볼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에스프레소 다크 서클을 만나게 되겠지..) 
 
오를라를 읽고 싶었다니... 별일이다. 오를라를 또 읽느니 그냥 밤을 새우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오를라는 실재할까? 나는 그(오를라)가 있을 거라 믿는다. (아~ 생각한다, 가 아니라 믿는다, 라니... 미쳐가고 있는 거냐?) 

모파상은 오를라가 있었음을 알고 있었고, 사람들은 그를 미쳤다고 했다. 모파상은 스스로 죽으려했고 사람들은 모파상이 정신분열이라 진단하곤 그를 안전한 장소에 두고 감시했지만 그는 곧 죽었다. 오를라 때문은 아니었을까?  

맞아. 그러고 보니 지난주 중에는 루쉰의 -광인일기-를 읽었더랬지...  광인들의 정서에 공감을 하는 것은 광인의 전조인 건 아닐까? (혹 걱정은 마시길, 새삼스러운 정서는 아니니 말이다.) 
-오를라-, -광인일기- 두 이야기는 정신병자의 회고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난 그 이야기들을 좋아하고 어쩌면 그 광인들의 이야기가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하고있다.


김훈을 읽었었지! 아, 김훈은 미친 것들의 이야기에 취한 정신빠진 한 아비의 정신을 붙잡게 하는 각성제였나보다. 잠 잘 자고 돈 벌러 가야 하는 두 아이의 아비가 김용훈의 <근원수필>에 빠져 밤에 취하려 할 때 김훈은 밥벌이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말라는 충고를 한 것이었다.
조금 전에 -돈과 밥으로 삶은 정당해야 한다-라는 짧은 글을 읽고 나는 '젠장'이라 했었다.
'자연의 완상 따위 나에게 사치인가?' 자문할 수밖에 없는 뼈 아픈 충고였기 때문이다. 삭막한 김훈(아저씨)  같으니라고... '밥벌이의 중요성 나도 잘 안다고요. 아저씨가 누누이 말해서 더 잘 알기도 하고, 하루하루 살아보니 뼈저리게 느끼고도 있거든요!'ㅜㅜ 

독서를 하면 5분이 못 되어 눈이 피로해지던 김용준이 안과를 찾아 치료를 받고는 동공이 올빼미 처럼 커지는 바람에 4,5일간 글 한 자도 못 보았다는 -안경- 이 생각난다. 
김용준의 따짐에 의사는 약 기운에 그럴 수도 있다, 했고(그럴 수도 있다, 라니!! 젠장할 의사들 같으니라고) 이 후 김용준은 안경을 써야 했다.
그리하여 안경을 쓰게 된 김용준, 이후 본래의 시력은 찾았지만 안경을 벗으면 예의 시력이 아니었고... 그것이 과연 치료인가 무엇이 좋은 것인가를 다룬 수필 -안경-인데, 지금의 내 마음도 꼭 그렇다.
지금 치료하고 있는 이과 치료는 과연 치료인 것인지(실험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 때가 있다.) 요즘 상복하는 약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노릇인 거다.
  

지금 내게 필요한 이야기는 김용준의 <근원수필>인지, 김훈의 에세이들인지... 아무래도 둘 다인 것 같다. 김용준에게 위로받고 김훈에게 혼나고. 그리고 나는 또 다른 광인들을 이해하고 위로해 준다. 
 
방금 방귀를 부웅하고 뀌었다.
'방구로 나는 나의 실재를 분명히 느꼈다. 그래... 나는, 지금, 실재,하고 있는 거구나!' 
' 오를라 따위 그런 것이 이 세상 어딘가, 어쩌면 내 옆에(혹은 내 안에) 있든 없든 중요하지 않다,' 라는 것을 내 몸이 내 정신에게 알려주었다. (고맙게도 냄새 안 나는) 자각의 방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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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1-23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큼하면서도 군고구마의 고소한 맛이 난다는 건 어떤 걸까요?
전 시골에서 보내주신 옥수수차 보온병으로 한가득 담아 나왔습니다~^^

차좋아 2010-11-23 18:12   좋아요 0 | URL
역시 음식은 정성인 거 같아요. 시골에서 온 옥수수차, 구수한 향내가 어디선가 나는듯 합니다.
 

이쁘다, 소리에 헤벌죽...

나 이뻐?, 어디가? 왜?  

앗! ㅡ,.ㅡ 바보한테 괜한 소리했다. 하지만 저 표정 좀 보게나,(아직^______^ 저러고 있다...) 
.........친구는 애써 이쁜 구석을 찾아본다. 

어~~거기...응 그래! 거기가 쪼물딱쪼물딱 이쁘네~~^^;;
히히히*^^*(멍청이) 

처음 들어 본 칭찬처럼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그 시간을 잠깐 붙잡고 싶어 사슬을 던졌다. 어디가 이뻐? 응~,(얄팍하고 어이없는 사슬..) 
어디가 어떻게 이쁜지도 무척 궁금했지만, 사실은 순간을 잡고 싶었던 거다. 멍청한 질문인줄 알면서도...... 
바보같이 보여도 상관 없었다. 기분이 되게되게 좋았는 걸 ㅋㅋ


바보는 그렇게 순간을 잠시 잡아두고 싶어한다.
그리고 기꺼이 바보의 사슬에 갇혀 있어준 또 다른 바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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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11-09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보는 그렇게 순간을 잠시 잡아두고 싶어한다."

이 문장, 좋은데요? ^_____^

차좋아 2010-11-10 01:26   좋아요 0 | URL
어떻게 좋은데요? 왜요?^___________^&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L.SHIN 2010-11-10 22:10   좋아요 0 | URL
아,이런..질문을 받을 줄이야..ㅋㅋ
내가 바로 그, 순간을 잡아두고 싶은 바보거든요.(웃음)

차좋아 2010-11-11 08:34   좋아요 0 | URL
엘신님 외계바보^^ㅎㅎㅎㅎ
멍청한 질문에 성실히 대답해 주는 사람이 또 있네요^^
착한 엘신님ㅎㅎ

양철나무꾼 2010-11-10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페이퍼도 참 이쁜걸요.
참참참참참 이뻐요.

차좋아 2010-11-11 08:41   좋아요 0 | URL
어떻게....(야야 그만해~~~)

고맙습니다.
ㅎㅎㅎ
이쁘게 봐 줄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참 고마워요. 양철 나무꾼님이 그렇고 살아가는데서 만나는 착한 사람들도 그렇고요.ㅎㅎ

동우 2010-11-16 0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도대체 누구 얘기예요?
다야? 다산이?
설마하니 향편님 얘기는 아닐테고.

차좋아 2010-11-16 12:14   좋아요 0 | URL
음음... 제 얘기 입니다 ㅋㅋㅋ

누가 저 보고 이쁘다, 한 건 아니에요~ 그럴리 있겎습니까 ㅋㅋ 그 소리 듣고 좋아할리도 없고요(막상 들어보면 좋을까? 음... 좋으면 어쩌지~~)

하지만 이쁘다 와 다름없는 말이었어요.
이쁘다, 라는 제 표현은 그 칭찬을 가릴 수 있으면서 그 말의 확장형이기도 합니다. 하하

아 동우님 궁금하시겠다 ㅎㅎㅎㅎ 하지만 말슴드릴 수는 없어요. 일단 좋기는 하지만 너무 부끄러워서~~~
 

누가 날 괴롭히는가? (떠올리자 몇몇 떠오른다. 아악~~)
때리고, 무시하고, 놀린다. 세상과 인연이 날 아프게 한다. 

상처주는 세상의 편견과, 괴롭히는 인연들은 분명한 실체가 있었다. 
그 때문에 상채기가 나고, 상처의 아픔을 알리 없는 타인의 무관심에 또 다른 아픔을 느낀다. 

화가 난다. 화를 참는다. 그래서 의연했다.   

분출되지 못한 화는 내 안에서 화살로 칼로 더 날카롭게 다듬어지고 단단하게 담금질 되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제서야 날카로운 비수를 품고 나를 아프게 한 원흉을 찾아나서 보지만 분명하다 생각했던 악인들이 보이지 않는다. 칼을 들고 세상 속에 뛰어든 나는 평화를 깨트리는 광인일 뿐이었다. 품고만 있는 화의 칼날은 점점 커지고 날카로워지는데 내 품은 그 칼을 담아내기에 너무 작다. 자꾸 찔리고 피가난다. 아파서 울지만 아프다고 할 용기도 없다.  광인도 되지 못한다. 휘두르지도 못하는 화를 품고 원망의 눈길로 쏘아붙일 뿐이다. 
원망은 가까이에 있는 아무것도 모르는 이웃에게로 향한다. 악인의 대타자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악인이 어디로 갔을까?...   
  

 

스스로 괴로울 뿐이었다. 악인이 나임을 알고 있엇지만 인정하기 싫었다.  
가슴 속  비수는 품 안에서 춤을 춘다. 내 탓임을 깨달았으니 내가 만든 화의 칼날이 내 가슴을 찔러도 지켜볼 뿐이다. 내가 쏜 화살 목표물도 내 안의 상처이다. 악인임을 자각하고인정하는순간 내가 쏜 화살이 날아와 가슴 속 깊이 박힌다.

용기를 내서 도움을 청했다.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했고 나의 로즈워터씨는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한 시간 두 시간. 자존심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나는 부탁했고 로즈워터씨는 함께 있어줬다. 

임계점에 도달했던 것이었다. 나는 그만큼 용서하고 참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의연한 모습에 대한 강박조차도 공포를 이겨내지 못했다. 낮선 공포였고, 혼자 있을 수가 없었다.
"로즈워터씨 도와주세요. 지금" 의연함 따의는 버릴 수 밖에 없었고 후회는 않는다.

이제 다시 의연하고 씩씩하게 본연의 가면을 썼다.
나의 로즈워터씨, 언제고 다시 무서울 때 그때도 당신께 전화를 하겠어요. 동전없이 공중전화에서, 배터리없는 휴대전화로 당신께 전화를 하겠어요. 그렇군요, 아.. 당신은 지금 아픈거군요 라는 응답은 내 마음에 남아있으니까요. 

 

엘리엇, 당신이 있어서 그 순간 나는 무섭지 않았어요. 

신의 축복이 있기를, 나의 로즈워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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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11-08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입니다,차님.^^
예전에 어떤 테스트에서 저와 연결되는 사람의 작가의 이름이 앨리엇 어쩌구였던 것..
같은 기억이 갑자기 나네요. 그 앨리엇이 이 앨리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잘 지내시죠?

차좋아 2010-11-09 08:24   좋아요 0 | URL
오! 엘님(엘프가 갑자기 생각나네요... 나의 엘프?? 아니야아니야, 그러지 말자...)
오 엘씬님^^
앨리엇 로즈워터씨는 미국에 사는 초초초갑부인데 미친놈이에요. 초초초갑부인데 이웃을 너무 사랑하고 돈을 하찮게 여기거든요. 아마도 외계인일지 몰라요.
엘신님처럼 ㅋㅋㅋㅋㅋㅋ

L.SHIN 2010-11-09 22:41   좋아요 0 | URL
그 미친놈 집이 어디랍니까?
옆집으로 이사가게.ㅋㅋㅋ 저한테도 돈을 던져줄까요?

차좋아 2010-11-10 01:31   좋아요 0 | URL
책 속의 엘리엇은 미국 어딘가에 사는데 기억이 안나요 ㅋㅋ 엘에이던가? 워싱턴인가?? ㅎㅎ 모르겠어요 읽은지 오래되서~

나의 엘리엇은 용산에^^


마녀고양이 2010-11-09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좋아님, 이 책 독특하죠?
처음에는 거부감을 느꼈지만, 계속 곱씹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어요.
그런거 있잖아요,, 처음에는 맛없는데 씹을수록 고소한 풀씨 같은거.
로즈워터 씨의 결말도 마음에 들구요.

누가 괴롭히세요? 아하하.
저랑 마주 앉아 신문지 찢기 놀이하고 차 한잔 해요~

차좋아 2010-11-10 01:35   좋아요 0 | URL
마녀님 저 이 책 아직 다 안 읽었어요 ㅋㅋㅋㅋ
하지만 엘리엇이 생각나서 ㅎㅎㅎ
조만간 마저 읽어야지 하고만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커트 보네거트는 참 좋아요. 귀여운 할아버지에요^^

못 읽은 부분에서 신문을 찢는 군요. 이런 스포일러를 ㅋㅋㅋㅋ
신문을 찢으며 차를 마시는것도 재밌겠는데요 ㅋㅋ

루쉰P 2010-11-10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가는거지'의 커트 보네거트의 책을 읽고 계시는군요. 저도 저 책을 읽었지만 이 작가의 소설은 뭔가 형식 파괴적인 글들을 쓰고 있어 읽는 사람을 당혹스럽게 합니다. 아무래도 보네거트의 최고는 '제5도살장'인 것 같아요. 저도 참 좋아하는 블랙유머 작가입니다.

차좋아 2010-11-10 12:11   좋아요 0 | URL
와~ 작가 취향이 상당히 비슷하군요^^

어제는 광인일기를 읽고 잤지요. 짧은 단편 하나 소리내 읽고 싶어서 골라든게 노신이었거든요.

루쉰P 2010-11-15 16:57   좋아요 0 | URL
하하 광인일기를 읽으시고 잠이 드시다니 대단하십니다. 광인일기는 나도 남을 잡아먹고 나 역시 남에게 잡아 먹힐까봐 불안해 하는 그런 심리를 그린 소설 같습니다. 노신 선생의 안목에 참으로 놀랄 뿐이죠. 결국 주인공 역시 사람을 잡아먹는 일원이 되서 정상을 돌아갔다는 소리는 참으로 비극적 마무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광인일기는 노신 선생이 오랜 침묵을 깨고 글을 쓰기 시작하신 처음 작품입니다. 고골리의 광인일기에서 그 모티브를 짜왔다고 합니다.^^

차좋아 2010-11-16 12:36   좋아요 0 | URL
좋아하는 이야기에요 <광인일기>류의 정신병자들의 이야기. 그들의 시선.
일기를 쓴 광인의 논증이 꽤나 설득력 있어서,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인육을 먹는 세계가 현실계에서 너무 떨어진 상태라 광인이 그저 미친거라 웃으며 읽을 수도 있겠으나, 내 시선만으로 세상은... 모르는거라 생각해요. 저는 정말 모르겠고요. 어떤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광인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지요. 요즘 제가 그런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응?) 종종 그런 사람들을 발견하기도 하지요. 너무 밀도있게 삶을 관찰하고 관찰한 결과에 감정을 이입하고 추론하고 개입된 추측+감정= 억측, 억측을 근거로 또다시 추론하고악순환입니다. 스스로 미치는 거죠... 스스로 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