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바위. 날카로운 바위를 올려다보고 있으려니 한 치수 작은 하네스의 불편함 따윈 의식에서 사라져버렸다. 적갈색 날카로운 발톱을 품은 수직벽을 올려다 보며 '등반준비완료등반준비완료' 속으로 되뇌인다. 눈 앞의 직벽을 멍하니 쳐다보다 천천히 고개를 치키며 암벽을 살펴보지만 벽너머 푸른 하늘의 밝음에 눈이 시려 올려다 보던 눈길은 바위끝에서 멈추어선다. 
마음의 준비를 물었더라면, 거짓없이 고하라고 강요했더라면 그렇게 당당하게 외치진 못했을 것이다. 그것은 각오의 외침이었다.

"등반준비 완료!"

"출발", "출발!"
자일끝 1미터 남짓 위치에서 팔자매듭을 짓고 허리와 다리를 두른 하네스에 연결한 채 톱로핑을 시작하려는 순간 위압적이던 암벽이 이제는 부딛쳐야하는 현실로 다가왔다. 잡을만한 홀드도 크렉도 뚜렸하게 보이지 않은 암벽 길. 밑그림 한 번 그려보지 않은 상태지만 출발!이라 외쳤으니 별 수 없었다. 조심스레 바위에 다가선다. 나도 모르게 눈 앞에 불거져 나온 돌뿌리를 잡았다. 차가운 기운이 손바닥에 느껴지자 순간 정신이 각성된다. 등 뒤에서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져 의연한 척 애써보지만 심박은 의지의 상관없이 요동을 친다. 흐응~, 코로 숨을 깊게 들여 마시고 오른다리를 들어 안정감 있게 자리잡은 돌턱에 얹은 다음 다시 바위를 올려다 본다.  
'침착하자... 뒤에서 다들 보고 있다.'

한 시 방향. 하얀 초크 가루가 잔뜩 묻어 잡기 좋아 보이는 홀드가 눈에 들어왔다. 오른손을 뻗어보았지만 한 뼘 남짓 거리를 두고 잡히지 않는다. 쉬 닿질 않는 그 홀드를 잡아야 비로소 내 몸은 수평의 대지를 박차고 수직의 바위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아직 왼발은 바위에 오르지 않았다. 단단히 홀드를 잡은 왼손 아귀에 힘을 주고 오른발로 바위를 밀자 왼쪽 다리가 둥 떠오른다. 
'잡았다!'  

암벽의 아래둥치일 뿐이지만 중력을 거슬러 양손과 두 발에 의지해 바위에 붙어있다. 툭! 하고 바위를 밀어내면 추락이랄 것도 없이 땅으로 내려설 수 있는 높이에서 나는 얼마나 긴장을 했었던가.  다시 머리 위를 살핀다. 바위길로 나온 첫 걸음의 감동을 느낄새도 없다. 다음 걸음을 해야한다. 바위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그저 지나가는 길일지도 모른다. '클라이머' 라는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바위에 붙어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디딜만한 곳을 찾았다. 빌레이를 봐주는 파트너도 내 움직임에 따라 자일을 당기고 있다. 팽팽히 당겨오는 자일의 긴장감이 하네스를 통해 전해진다. 자일이 '뭐하고 있어, 빨리 올라가', 라고 말하고 있다. 안전을 위한 자일의 진동이 재촉으로 느껴진다. 긴장의 연속이다. 그리고 나서는 어떻게 했지?, 한발을 올리고 또 한손이 움직였나? 아니면 잡을 곳을 확보하고 발이 따라왔나?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찌어찌 올라갔다,고 해야 옳은 말이지 싶다. 올라가야 된다는 생각만으로 잡히는 대로 잡고 생애 첫 오름짓을 이어갔다.

바닥과의 거리가 얼마나 되었을까, 맨 몸으로 떨어져도 죽지는 않을 높이에서 온갖 안전 장비를 갖추고 많은 사람들의 격려를 받고 있으면서도 무서움이 일었다.
매바위는 내게 길을 보여주지 않는다. 나는 아직 허락되지 않은 손님이었다. 거칠은 바위에게 '잘 부탁해~'하며 내 손의 온기를 나누듯 바위를 쓰다듬었다. 그럴 때마나 바위는 보이자 않던 길을 내어주고 나는 조심스레 한 걸음씩 길을 나아간다.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암벽의 길에서 되돌아 가는 길은 없었다.  '나 여기 있어' 하며 크렉은 날 유인했지만 한 치 모라라게 잡히지 않는다. 창재 강사님은 내 왼발과 오른발에게 여러가지 주문을 하지만 두 다리는 설명을 듣고도 디딜 곳을 모르는 듯 했고 볼품없이 가느다란 두 팔로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나는 강사님을 믿고 있는데 내 몸은 그렇지 못했었던 것이다.

얼마 올라가지도 못했는데 두 팔에 펌핑이 온다. 불안정한 자세로 바위에 붙어 있다보니 팔에 힘이 빠진 모양이다. '팔에 힘이 빠지는데 어떡하지, 더 올라가고 싶은데 큰일났다.'

자신없이 다음 홀드를 잡으려 손을 뻗치는 그 순간 엉덩이가 뒤로 밀려나며 바위면이 점점 넓게 시야에 들어온다. 뻗쳐가던 손은 다시 움츠려 들고 있다. '...떨어진다'
떨어짐과 동시에 자일은 내 몸을 허공으로 안아 올렸다. 피식 웃음이 났다. 공중에 뜬 채로 방금 전까지 내가 온 몸으로 부비던 바위를 맥 없이 바라 보았다. 바위를 놓은 건 나였지만 나는 바위에게 버려진 기분이었다. 첫 등반과 첫 추락.  차가웠지만 놓고 싶지 않은 암질의 기억. 그 모든 기억이 내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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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우 2012-04-07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향편님.
내 독서는 이제야 겨우 레미제라블 4권 쯤에서 질척거리고 있답니다.

근데 향편님.
암벽타기라니.
향편님의 등산이 저런 고차원의 것이었습니까?
'록 크라이밍'이 저런 것이지요?
군대적 유격훈련을 떠올리면 지금도 오금이 저리는 나는 감히. ㅎㅎ

차좋아 2012-04-10 18:10   좋아요 0 | URL
지금은 거의 읽어 가시겠습니다 ㅎㅎ
저는 여유부리다가 도 달을 넘겼습니다. 4월 독서도 해야하는데 그 책은 뭐였더라 ㅋㅋ

실상은 저차원입니다. 동기들 중에 잘 못하는 편이에요. 원래 몸치라 ㅎㅎㅎ
체격은 좋아 보이는편인지 사람들이 제일 잘 할거 같은데 잘 못 한다며 의외라고들 해요 ㅋㅋ
 

집을 나서 동네를 한 바퀴 돌다가 결국 산으로 향한다. 쉬엄쉬엄 걷다가 달리기 시작한다. 경사 급한 산 허리를 질러 달리듯 올라갔다. 괜실히 웃음이 비져나온다. 힘이 들었다. 더 힘을 내 달렸다. 너무나 건강한 육체의 에너지가 공허한 마음에 전해진다. 마음이라는 장기에 피가 돌기 시작한다.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힘찬 혈류의 순환이 온 몸을 각성시킨다. 무작정 달리다보니 어느새 능선에 올라섰다. 뒤를 돌아보자 내가 사는 마을이 한 눈에 보인다. 작은 마을, 저 안에서 옹기 종기 살고 있는 우리 가족과 이웃, 얼굴 모르는 사람들. 잠시 딴 생각을 하다가 그제서야 나는 지금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제 어디로 갈까, 생각을 하며 정상을 바라보았다. 정상께에 걸친 한낯의 태양에 얼굴이 웅크려든다. '저길 가려고 했었나?' 능선길을 따라 십 분을 가면 태극기 휘날리는 정상이다. '흥, 맨날 가는 꼭대기......'

능선길을 벗어나 산을 내려간다. 잠시 딴생각에 방향이 바뀌었다. 딴생각? 생각? 
딴생각이 아니었다. 능선까지의 내달림은 무의식의 이끎이었다면 능선에 올라 뒤를 돌아볼제 그제서야 생각을 한 것이었다. 지금 가는 곳은 분명한 목적지였다. 그곳에 가면...

방금 올라온 곳의 반대 방향으로 내려갔다. 산을 넘는 꼴이었다. 능선을 경계로 서울을 벗어난다. 지금 가도 밥이 있을까? 핸드폰을 놓고 왔으니 시간을 알 수가 없었다. 다시 뛴다. 한 시까지 점심 공양시간, 잘하면 밥을 얻어 먹을수가 있었다.

 

공양주 보살님은 나보고 학생이냐 물었다. 네, 아..아니요 직장인이에요. 학생 다음엔 일직와~, 미안해 하는 표정이다. 네 그럼 다음에 오겠습니다, 밥 때가 지나 밥이 없는데 공양주 보살님은 밥을 먹이고 싶어했다.  

밥 보다 더 따듯한 식은 떡을 한 덩이 들고 나는 다시 산을 올랐다. 떡을 떼어 입안에 넣었다. 목이 메어 자꾸 눈물이 난다.
현기증이 일었다. 물 한모금 안 마시고 두 시간 여 거친 산을 달렸으니 어지럼이 일만했다. 입천장은 마르고 인후까지 먼지가 가득했다. 갈증으로 침도 나지 않는 입안에서도 떡은 달았다.

 

 

소주 한 잔 얻어마시고 싶은 날이 있다. 꼭 얻어마셔야 한다. 이런 날은 자연스럽게 술 한잔 하자, 해 놓고 친구가 계산하게 내버려 두는 것만으로는 어딘가 부족하다.

술이나 한 잔 하자, 가 아닌.

나 술 사 줘, 라고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친구가 없다는 게 이 페이퍼를 쓰는 이유이다. 아니 결과인지 모르겠다. 술 한잔 편히 사달라고 말할 친구가 없는 외로운 현실의 허허로움에 이런 허접한 푸념이나 하는 것이니 결과라고 해야겠다.


친구에게 매우 실례되는 생각이지만 때때로 그렇게 느껴진다.
'어쩌면 친구가 없는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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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우 2012-03-27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가엾어라, 향편님.
산을 내달리면서 향편님이 내뱉는 헐떡임은 하냥 외로움이었던가 보아.

어이구, 가치이 있었다면 늙은 친구에게 전화 한통 넣었으련만.
"동우님, 술한잔 사주세요"
그럼 내달려 갔을텐데.

차좋아 2012-03-28 11:47   좋아요 0 | URL
지독하게 고질적인 문제인데 그냥 같이 살아가고 있어요. 다들 그렇겠지 하면서...

외로움이라는 직설의 표현이 적확한 건지 자신이 없네요. 그마저도 애둘러 표현한건지 아님 엄살인건지. 좀 더 솔직한 말은 직접 말씀드릴게요.ㅋ
곧 만나뵙길 바라면서... (온갖 변변찮은 사정이 부산가는 날을 자꾸 미루게 합니다)
 

기억이 감감하지만 사무실에 갇혀 하릴없이 쇼핑몰을 들락거리느니 밀린 리뷰나 쓰자, 마음을 먹었다.

 

그러니까 작정한 책 1.2.3월의 어머니.숙적.레미제라블을 아주 잘 읽고(즐거운 독서라는 말) 남은 것은 리뷰인데 게으름 병 도지고 컴퓨터 싫어져서 숙제로 남게 된 그 독후감.

 

 

 

 

엔도 슈샤쿠의 <숙적>

숙적,이라 함은 라이벌과 원수의 중간쯤 되는 어감의 단어로 이해되는데 분명 두 명 이상의 인물이 있을 터. 보통은 두 명이 이상적인 숙적의 포맷이고...

 

일본 잘나가던 시대(어떤시대인지 기억안남)  풍신수길(도요토미 히데요시)이가

전국의 패권을 장악하고 심심해서(?) 명나라를 정벌하겠다! 조선은 길을 비켜라!, 조총 앞세워 불쌍한 조선나라에 쳐들어온 그 전쟁 임진왜란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 수하의 두 장수가 엔도 슈샤쿠 <숙적>의 숙적 되시겠다.

 

두 장수의 이름은 고니시 유키나와가토 기요마시.

상인 출신의 고니시 유키나와는 전국시대 사무라이의 전형이라 할 수는 없는 무역과 정세를 잘 살피는 책략가 스타일의 장수인데 반해 라이벌 가토 기요마사는 전형적인 사무라이이다.
스토리는 제목 그대로 두 라이벌의 운명적 대결을 그린다. 7년 간의 임진왜란이 끝나고 또다시 벌어지는 전국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투에서 동군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편에 가담한 가토 기요마사와 서군 미쓰나리측에 가담한 고니시 유키나와의 마지막 전국 대결에서 동군이 승리함으로써 가토의 승리로 귀결되는 일본 전국시대 숙적의 이야기.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또 다른 이야기. 이 소설의 주인공 고니시 유키나와의 종교관과 신앙에 대한 엔도 슈샤쿠의 메세지가 어쩌면 엔도 슈샤쿠가 전하려는 진짜 의도일지도..

카톨릭 신자였던 고니시 유키나와의 내적 고민과 갈등은 엔도 슈샤쿠의 대표작<침묵>을 떠올리게 했다. 꿈꿔왔던 영주가 되었지만 천주교를 버리라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령에 표면적 배교를 하는 고니시 유키나와는 그 뒤로 면종복배의 자세로 주인인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배반하고 암살에 이른다.(소설에선 그렇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임진왜란의 모습과는 너무나 판이한 임진왜란. 일본인의 시선에서 본 그 전쟁의 다른 해석은 이 책을 읽는 한국 독자에게 당혹감도 들게 하지만 종종 등장하는 익숙한 지명과 이름(이순신,거북선!!)도 반갑고.. 이순신은 일본인들도 신으로 추앙한다고 한다. 뭐든 신으로 모시는 일본 사람들이긴 하지만..

 

고니시 유키나와의 군대는 질서가 있고 민간인에 피해를 주지 않았으며, 도망가는 조선군이 오히려 민가에 불을 지르고 백성을 버렸다는 내용은 거슬렸지만, 사실 나는 임진왜란에 대하여 잘 모르니 그럴수도 있었겠구나(하긴 근저에도 이승만이 서울 버리고 혼자 도망갔으니) 하고 다른 시각으로 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왜적이 평화로운 조선땅에 이유없이 침입하여 전 국토를 불바다로 만들고 이땅의 백성을 도륙한 전쟁, 선량한 도공과 그외 쓸만한 것들 다 훔쳐간 슬픈 역사이자 불멸의 장수 이순신이 거북선 이끌고 이 나라 이 땅 구해낸 그 전쟁에 대한 세계사적 이해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인은 못하였지만 엔도 슈샤쿠가 사용한 자료와 그 자료들에 대한 고증은 비록 일본의 것이긴 하나 그런(일본측 자료라는) 정황을 이해한다면 수긍할만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정을 제외하고는 내가 반박할 역사적 정보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 탐탁찮아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이유였다.

그래서 최근에 나온 김시덕의 <그들이 본 임진왜란>이라는 책도 사기는 했는데 아직 보진 않았고 ㅎㅎ 

 

작중 주인공이자 역사적 실재 인물 고니시 유키나와에 대한 미화는 당연항 것이리라. 그 점을 감안해서 볼때 고니시 유키나와라는 인물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끝까지 신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그 땅의 기리시탄(크리스찬)들을 위해 노력한 전국 시대의 한 장수. 영웅이 되고자했으나 믿음을 버릴수는 없었던 고니시 유키나와는 마지막 전국 전투에서 패하게 되나 할복을 하지 않는다. 전투에 패한 장수가 할복자살을 못하는 것은 최후의 명예를 버리는 것과 같지만 자살을 할 수 없는 크리스찬인 그로써는 어쩔 수 없는 선택.

 

오래 전 어디선가 본 (신문이라 기억한다)기사인데 임진왜란 당시 부대 깃발이 십자가였던 부대가 있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게 고니시 유키나와의 부대를 말한 것이였구나, 어쩌면 고니시 유키나와는 동아시아의 십자군이었던 걸까? 

 

소설 한 편이 많은 것을 이야기 하는 경우가 있다. 엔도 슈샤쿠의 <숙적>이 그렇다.

운명적 라이벌에 대하여.

일본 전국시대의 역사적 상황에 대하여.

임진왜란을 보는 일본인의 시선에 디하여.

기독교인의 신앙과 믿음에 대하여.

그리고 한국인으로써 그들의 시선을 보는 불편함은 한국 독자들만의 특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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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2-03-16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책에도 임진왜란 관련서적엔 선조와 고위관료들이 서울을 버리고 떠나자 백성들이 궁궐에 불을 질러버린다고 나와 있어요.노비들은 장악원을 불질러 노비문서를 소각했다고도 하죠.

<숙적>을 읽고 난 후 야마오카 소하치의 <대망>을 읽었는데 야마오카는 이시다 미쓰나리와 고니시 유키나가보다는 도쿠가와 쪽을 정통으로 보더군요.엔도와는 전혀 대조적이라 굉장히 흥미로왔어요.세키가하라를 다룬 다른 소설과 비교해 읽으면 관심이 더 생길 거에요.

가끔 놀러오세요.

차좋아 2012-03-16 18:27   좋아요 1 | URL
네 그 이야기는 저도 드라마를 통해서 알고있어요.ㅎㅎ 그 불탄 빈 궁궐을 어이점령한 가토 기요마사의 어이없는 눈길이 갑자기 머릿속에 그려지네요.
<숙적>의 한장면 입니다만 ㅎㅎ

저도 숙적을 읽고 대망에 다시 도전해 볼까, 고민을 했어요. 두 번이나 읽다가 엎어졌거든요ㅜㅜ
작정은 쉬운데 실행은 결코 싶지 않은 것 같아요^^

사실은 종종놀러 갔어요 ㅎㅎ 기척안해서 모르셨겠지만요.ㅎㅎ 저도 이곳에 터 잡은지 오랜데 설마 노이에자이트님 모르겠습니까 ^^

고전에 대한 소개 도움받기도 했었어요. 지금은 먼저 인사드릴 걸 후회하고 있습니다. 하하
반갑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2-03-16 23:25   좋아요 0 | URL
아...그러셨구나...그럼 이제 망서리지 말고 방문해주세요...

동우 2012-03-27 0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향편님.

마음 먹었습니다.
'레미제라블'을 해치운 다음에 엔도 슈사쿠의 '숙적'을 해치우기로.
내가 여태 이 소설을 읽지 않은게 이상할 정도랍니다. ㅎㅎㅎ

차좋아 2012-03-28 11:59   좋아요 0 | URL
레미제라블은 술술 읽히면서도 멈칫하게 되고 빠져 들다가도 몰입 어려워 비몽사몽 하게 만드는 책이었어요.ㅎㅎ 동우님은 어떠실까??
그러게요 동우님 이 책 안 읽으셨다니...

stella.K 2012-04-19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책이 있었군요! 읽고 싶어졌습니다.
근데 할인이 전혀 없네요. 니미럴...
 

니가 소주 한잔할줄 안다면 딱 좋은데ㅋㅋㅋㅋ

 

편히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다.

소주 한 잔.. 하는 문자에 스트레스 받았어? 누가 속상하게 했냐,며 문자특유의 걱정서린 답장이 왔다.

 

일종의 외로움이긴 했지만 그 처량한 단어를 주책없이 떠들 정도의 사무침이 없었고 또 스트레스냐는 물음에 대하여는 스스로 뭐가 스트레스지, 되뇌어보아야 했으므로 사실 별일은 없는 셈이었다.

왜 그런 시답잖은 말을 건넸을까?,

 

 

갑자기 소주 한 잔이 그려지는 퇴근시간 무렵의 유혹을 이기고 원래 계획대로 산엘 갔다.

산에 오르는 발걸음의 힘찬 디딤이 내 심장을 뛰게 하는 것 같았다. 하낫둘 하낫둘(쿵쾅 쿵쾅)
평소에 의식하지 못하던 심장박동이 느껴졌고 서리같은 입김은 어두운 산에 흩어져 곧 안개가 되었다.

안개가 짙은 밤의 산길을 걸으며 나는 외로운가, 생각을 한다.

아니라고 할 수는 없었다.

나는 힘든가,

그것도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

아 나는 외롭고 힘들구나, 라고 결론을 지었지만 그것이 불행하고 슬프다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나는 외롭고, 힘들고, 행복하고, 즐겁다. 복잡다단, 여러 감정을 느끼며 살고 있는 거니까 어찌보면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의 방증이었다.

 

아 다시 카톡.

별일있나 싶어 안부를 묻는 친구에게 나는

스트레스 없어 심심해서 그래ㅋㅋㅋㅋㅋㅋ 하고 얼버무렸었다.

일시적인 혹은 변덕스런 감정의 변화를 내보이기 싫어 대강 둘러대고 말았는데 내가 보낸 말이 그야말로 적실한 내 상태라는 걸 산에서 내려올 즈음에야 깨달았다.

'진짜 심심했던 거였어',

 

문제는 무료함이다. 일을 하면서도 땀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기계처럼 움직이는 것. 고기와 술을 먹으면서도 맛을 느끼지 못하는 무미한 나날들. 무료한 일상이 싫었던 거였다.

 

화이트 데이였다. (어제는)

등산을 마치고 집에 들어서자 모든 근심과 고민이 사라졌다. 언제 그랬냐는 듯 밝은 모습으로 아이들을 등에 태우고 구르며 놀았다. 아내에겐 와인을 한 잔하자며 분위기를 띄우고 냉장고를 뒤져 그럴듯하게 안주를 만들어냈다. 음식 만들기는 내 장기다.
고민끝에 선택한 와인은 무려 에스쿠도 로호였다. 내 기준과 구매력에 비춰서 나에겐 매우 고급와인, 기분이 좋았다.

아내와 동생은 신나는 일 있냐며 궁금해 했고 나는 산에 갔다왔잖아,라고 대답했다.

 

어제의 일과 어제의 생각을 다시금 떠올리는 지금.
근데 그 무료,라는 녀석 지금 내 뒤에 있다. 징그러운 놈....공짜라도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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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매 달 함께 여행을 가는 친구들과 태안에 갔었다. 태안반도, 뜨는 해와 지는 해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다는 오묘한 마을 (생각해 보니 하나도 안 오묘하다)

우리는 뜨는 해를 기다려 뜬 해를 만났다.  왜곳마을에 아마도 같은 목적으로 모인 여럿의 사람들은 와! 하고 환호하고 여기저기 삼각대 세워 오래도록 기다렸던 사진찍는 사람들이 사진기에 얼굴을 들이대고 대고 연신 셔터를 누른다.

 

언제 해 나와~~, 추위에 발 구르던 사람들이 수평선에 걸린 해를 보자 밝은 웃음을 짓는다. 해는 떠오르기 시작하자 바다를 뚫고 금새 하늘로 솟아올랐다. 

 

소원? 일출을 보며 소원을 빌었던 적이 있었나... 일출을 보면 사람들은 소원을 비는구나. 새삼 알게 된 사실이다. 나는 소원을 빌지 않는다. 의미 없다, 생각하거나 미신이라 폄하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별생각이 없었을뿐... 오히려 타이밍을 놓친게 아쉽워서 뒤늦게 소원을 떠올리려 애써본다. 

해뜨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그저 신기하고 아름다워서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와~ 해다, 이쁘다, 하고 해구경 하느라 바빴던 것이다.

 

"어떤 소원 빌었어"
물음이 있은 후에야 나는 소원에 대해 생각을 했다.
중요한 무엇을 놓친 것 마냥 나도 급히 소원을 생각해 보았다. 무슨 간절한 소원을 빌었는지 친구의 눈이 해맑게 반짝인다. 떠나버린 소원함에 태우지 못한 내 소원에 대해 생각해 보려다 친구의 눈을 보고 다시 해를 보았다.

 

해가뜨고 해가지고 그러기를 또 며칠. 나는 아직 소원에 대해 생각한다. 내 소원은 무엇일까? 다시 뜨는 해를 만난다해도 무언가 하나꼽아 빌어볼 소원은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말이자..... 빌 소원은 없지만 해는 또 보고 싶다^^.(이거 소원아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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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2-01-12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시 17~18분..?

차좋아 2012-01-12 16:07   좋아요 0 | URL
좋아요 !
날짜랑 장소도 알려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L.SHIN 2012-01-12 22:16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핫!!
그러니까, 정오가 좋나요? 자정이 좋나요? 응?
(내가 지금 농담같아 보여요? ㅡ_ㅡ 훗)

차좋아 2012-01-13 12:21   좋아요 0 | URL
음.....
농담이면 섭섭하고 진담이면 좀 긴장되고(뭐래~ㅋ)

근대요 제가 도대체 눈치를 못 채겠어요 ㅋㅋ
12시 17~18분..? 이거 무슨 말이에요?? (궁금해 즉겠음)

L.SHIN 2012-01-13 21:56   좋아요 0 | URL
가르쳐 줄까..말까..(아, 재밌는데)
해답이 그렇게 가까이 있는데도 저한테 물으신다면,
전 좀 더 즐길래요. 메롱~

차좋아 2012-01-16 11:46   좋아요 0 | URL
쫌 알려줘봐봐요
비밀댓글로 저만 알려주는 거 어때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

L.SHIN 2012-01-16 20:00   좋아요 0 | URL
해답은 차님의 서재 안에 있습니다.
나의 엉뚱한 성격을 아직도 파악하지 못한 차님 탓입니다.(메롱)

차좋아 2012-01-17 12:16   좋아요 0 | URL
몰라요! 몰라몰라!!!!
서재 구멍나겠어요 답 알려줘요 ㅋㅋㅋ

L.SHIN 2012-01-17 14:03   좋아요 0 | URL
지금 차님의 이미지를 잘 보시면...(아, 너무 가르쳐줬당)

차좋아 2012-01-18 12:29   좋아요 0 | URL
아~ 나 바보네요 ㅎㅎㅎ 그 시계의 시간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있었는데 흑..
슬퍼요 끝내 못 알아채서

L.SHIN 2012-01-18 13:13   좋아요 0 | URL
나는, '궁금해서 바둥대는' 차님을 보며 즐거웠는걸요? (웃음)

차좋아 2012-01-18 18:09   좋아요 0 | URL
허탈해요 ㅎㅎㅎㅎ 그걸 못알아듣다니...

동우 2012-01-16 0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태안반도, 뜨는해와 지는해를 한곳에서 볼수 있다는 오묘한 마을.
'생각해 보니 하나도 안 오묘하다'에서 훗 웃습니다.

향편님.
좀 더 살아보슈.
소원 생길터이니. ㅎㅎ

차좋아 2012-01-16 11:45   좋아요 0 | URL
바라는 것은 많아요 ㅎㅎㅎ
돈과 명예, 건강 가족의 안위 등등..(이것들은 소원이라기 보다는 지키고 이뤄야 할 것들이잖아요.)
근데 그런 것들 말고 좀 더 간절하게 소망하는 그것이 제게 지금 없어요.
(예를 들어 천국가는거?ㅋ)

그래서 제가 기도도 못해요 ㅋ

동우 2012-02-15 0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향편님.
요즘 어디 불편하신지?

봄도 머지 않았는데 쭈욱 기지개 한번 켜시고...ㅎㅎ

차좋아 2012-04-17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차좋아..차..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