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메리에게도 빠삐용에게도, 코코에게도 나는 늘 미안해하기만 하는구나.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동물과 같이 살려고 하고 돌보려고 한다. 잘 하지도 못하면서.

왜 그럴까?

스스로에게 물으니 단순한 대답이 돌아온다.

좋아하니까. 사랑하니까.

미안해도, 내가 완벽하지 않아도

마음이 접어지지 않으니 놓을 수가 없다.

그러니 실수투성이에 후회하는 일이 생겨도 고치면서 갈 수밖에.

내가 원해서 들어선 길.

좀 더뎌도,

좀 헤매도,

앞으로 걸어 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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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계절이 아닌 달력을 보며 살아가지만 지친 몸을 싣고 달리는 만원 버스안 가득찬 저녁 노을에 마음이 노곤해 진다면 좋겠다

만사 권태롭고 심드렁한 날들도 있을 테고 모자랄게 없으나, 늘 텅 비어 있는 모순된 감정에 혼란스러운 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루의 틈바구니 구석구석에 작지만 재미진 꺼리들이 분명히 숨어 있으니 모두들 즐거운 마음으로 찾아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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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일과 완공일이 새겨진 대리석 현판을 단 벽돌 건물처럼, 그녀는 제 삶이 좀더 단단하고 구체적인 것이기를 바랐다. 더 늦기 전에 주춧돌을 놓을 준비를 하고 싶을 뿐이었다. 혼자라면 달랐을 거라고 민아는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가 서두르는 것은 준호와 같이하는 미래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한 번뿐인 생을 무임승차하듯 살고 싶어 몸부림치는 건 결코 아니었다. '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도 있는 삶이 그녀가 꿈꾸는 삶이었다.

 

만나는 횟수도 자연스럽게 일주일에 한 번으로 줄어들었다. 요령껏 말다툼을 피하는 기술도 생겼다. 둘 중 누구도 먼저 상대의 신경을 긁거나 도발하지 않았고, 통화를 하다가도 혹여 의견 충돌이 생길라치면 거기서 일단 대화를 중단하고 전화기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각자 숨을 골랐다. 권태로이 시간의 더께가 쌓여가는 만큼 무력한 평화도 유지되었다.

 

'어떻게 하지?'와 '어떻게 할 거야?'는 전혀 다른 질문이었다. 그녀는 분명히 '어떻게 하지?'라고 했었다. 목덜미가 서늘해졌다.  

 이별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합의는 없었다. 실패한 연인에겐 나눌 것은커녕 남아있는 것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무언으로 동의한 부분은, 더 오래 같이 있으면 아무도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것뿐이었다. 아무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다. 그들은 사랑을 지속하는 데에 실패했으나 어쨋거나 이별을 위한 연착륙에는 실패하지 않았음을 알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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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이 저축되는 것인 줄 알았다. 불어나는 통장 잔고처럼 지금 당장의 행복을 참으면 나중에 복리 이자로 불어난 행복을 인출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행복이라는 것은 비누 거품처럼 끊임없이 터뜨려야 계속 생겨난다는 것을. 왜 이제야 그런걸 깨닫게 되었을까?

 

 이다음에, 라는 말처럼 허망한 약속은 없을 것이다. 많은 날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지만, 상황이 딱 떨어지는 이다음은 결코 오지 않는다.

 

-두 번째 허니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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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롭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이 좋다. 혼자일 때에도 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사람, 그러다 보니 어느 한 부분 서투른 면이 있기 마련인 사람. 계산이 빠르고 너무 세련된 사람보다는 가끔 표정 놓친 얼굴을 하는 사람이 좋다. 복잡한 거리에서 우뚝 멈춰서 본 적이 있는 사람, 돌연 눈물 흘릴 수 있는 단어 하나쯤 숨겨두고 있는 사람. 아름답기 위해서 꼭 예쁠 필요는 없다.

 

'전아리-앤 작가의 말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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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6-16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처키님, 오랜만에 들려요. 구절이 참 좋네요.
가끔 표정 놓친 사람... 제 얘기 같기도 하고 ^^;;

처키예쁜구두 2012-06-21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워요^^
가끔씩 멍때리는거 참 좋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