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사랑을 하고 있어?

_모르겠어요

_누가 있구나. 뭘 모르겠는데?

_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지.

_그걸 왜 몰라. 어떤데?

_하루 종일 그 사람이 보여요

_그럼 사랑하는 거지

_모르겠어요. 내 감정을 믿을 수 없어요. 그 사람 없이도 살 수는 있을 것 같은데 겨우 이 정도가 사랑일까요?

_좋아하는 걸 대봐. 무엇이든지.

 레몬, 구름, 사람, 달리기, 빛, 아이스크림, 관. 끝없이 생각이 났다. 하지만 그 정도로 좋아하는 건 천 가지도 댈 수 있었다. 결국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_꿈은 있어?

_없어요. 그저 무엇이 옳은지 알고 싶어요

_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나는 그가 무언가라도 알려주기를 바라면서 초조하게 말했다.

_너는 아무것도 모르는 게 아니야.

 

'이종산-코끼리는 안녕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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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딴섬에서 단둘이 표류된 사람들처럼, 우리는 서서히 서로를 질식시켰다. 그렇게 다시 건널 수 없는 강을 만들어갔다. 서로에 대한 배려, 이타적 관계, 우정, 동료의식 들은 강 저편에 남았다. 애초에 완전한 타인이었다는 것-그 한 가지 명료한 사실만이 이편의 강가에 남았다.

 

'한강-노랑무늬영원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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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그리고 현재 어쩔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들. 변명혹은 핑게에 대해서

자신없다. 혼란스럽게 만드는 이유는, 어쩔 수 없었던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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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에게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더없이 푸르렀다면 나에게는 이별하는 시간이 그러했다. 한 시절에게 안녕을 고하고, 또 다른 시절과 맞닥뜨리는 과정. 갑자기 햇빛 쨍쨍한 거리로 문을 열고 나가 그 눈부심에 잠시 어질, 현기증을 느끼는 일.

 

 내가 살아보니 그렇다. 아무 말 하지 않아도 그냥 알게 될 때가 있는 법이다. 나를 쳐다보고 있지만 이미 마음의 반은 다른 이에게 빌려주고 있는 그런 느낌. 나를 보고 웃어도 입꼬리 끝이 끝내는 이지러지고 마는 그런 것 말이다.

이제는 나도 알지만, 익숙함이란 한 알 진통제와 같은 것이다. 통증의 근원까지는 치유하지 못해도, 당장 아픈 구석은 달래주는 진통제.

 사람은 누구나 속으로 묵혀야 하는 쓸쓸함이 있고, 밖으로 까발려야 하는 우울이 있는 법이다. 무얼 묵히고 무얼 까발릴 것인지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

 

 나는,

사랑하지 않아서 미안한 적은 없었다.

사랑을 해서 미안한 적은 숱했지만.

 

 나는 언제나 한 손 반짝 들어, 당신에게 발랄한 작별인사를 던지고 싶었다. 어쩌면 수많은 당신들. 하나도 고통스럽지 않은 사람처럼 이딴 일, 하나도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나는 말간 얼굴을 하고서 당신과 이별하고 싶었다. 어쩌면 수많은 당신들. 그래서 제대로 인사하지 못한 인연들이 많았다. 언제쯤 나는 당신과 잘 헤어질 수 있을까. 어쩌면 수많은 당신들. 나는 아직 모르겠다. 내 어설픈 연애는 여태 끝날 줄을 모르니.

 

'김서령-어디로 갈까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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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그녀는 이미 사막을 걷고 있었습니다.

남자에게서 혹은 가족에게서 오아시스를 기대하며

목마른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쫓아가면 안 되는 것. 열심히 따라가봐야 아무 소용없는 것.

그게 보이는 것입니다.

정확한 방향으로 천천히 오래오래 걸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테오-바로 거기쯤이야, 너를 기다리는 곳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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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순간 우리는 멈추어 서서 혼란에 빠진다. 내가 더 많이 줄까 봐, 내가 더 많이 좋아하고, 내가 더 많이 사랑할까봐....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했고, 사랑한다는 것은 발가벗는 일, 무기를 내려놓는 일, 무방비로 상대에게 투항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토마스 만의 말대로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언제나 지는 법"이라는 악착스러운 진리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 더 많이 사랑하지도 말고, 그래서 다치지도 않고, 그래서 무사하고, 그래서 현명한 건 좋은데... 그래서 그렇게 해서 너의 삶은 행복하고 싱싱하며 희망에 차 있는가, 하고. 그래서 그 다치지도 않고 더 많이 사랑하지도 않아서 남는 시간에 너는 과연 무엇을 했으며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공지영-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봉순이 언니>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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