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 위대한 칼리프시여, 대교주시여, 미천한 저에게 알현을 허락해주시니 황송하기 그지없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 제가 이보다 더한 복을 받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지금부터 고할 이야기는 실로 기이한 것이라서, 설령 그것을 눈가에 문신으로 새긴다 해도, 그 외양이 보여주는 기이함은 그 내용이 말해주는 경험의 기이함을 넘어서지 못할 것입니다. 경고로 받아들이는 자에게는 경고가 되고, 배움으로 여기는 자에게는 배움이 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 P11

바샤라트는 오른쪽에서 한 팔을 고리 속으로 집어넣었습니다. 하지만 고리 왼쪽에서 팔이 나오진 않았습니다. 대신, 마치 팔꿈치에서 팔이 잘린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는 남은 팔을 위아래로 흔들어 보이고는 다시 팔을 뺐습니다. 팔은 멀쩡했습니다. - P15

"좀 전에 보여드린 것은 ‘초秒의 문‘이었습니다. 이것은 ‘세월의 문‘
입니다. 이 문 양쪽은 이십 년의 세월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 P18

"마침내 찾아왔군!" 그가 말했습니다.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었네!"
"저를 기다렸다고요?" 하산은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습니다.
"물론이지. 자네가 지금 그러고 있는 것처럼 나도 나이 든 나 자신을 방문했거든. 너무 오래되어 정확한 날짜는 잊었지만, 자, 와서 저녁을 함께 먹지." - P21

"손님이 어떤 의도로 그런 여행을 하시려는지 여쭐 생각은 없습니다. 제게 말씀해주실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그렇지만 이것만은 기억하십시오. 일어난 일은 결코 되돌릴 수 없습니다." - P45

공기 혹은 아르곤이라고 불리는 기체가 생명의 원천이라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그러나 이것은 실은 사실이 아니며, 나는 내가 진정한 생명의 원천과, 그 당연한 귀결로서 생명이 맞이하게 될 종언의 방식을 어떻게 이해하게 됐는지 설명하기 위해 여기 이 글을 새긴다. - P61

우리는 매일 공기를 가득 채운 두 개의 허파를 소비한다. 매일 가슴에서 빈 허파들을 꺼내 공기를 가득 채운 허파들로 교환하는 식으로 말이다. - P61

나는 세계의 끝까지 여행을 가 지면에서 무한한 하늘로 이어지는 견고한 크롬 벽을 본 적이 있다. - P63

이제 나는 나 자신의 뇌를 해부할 수 있었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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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간청했을 것이다. 기꺼이 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며 남은 인생을 보내겠다고 약속했을 것이다. 살 수만 있다면. 그러나 그는 그 어떤 협상도 불가능하며, 모든 것은 오직 자신의 탓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 P358

닐을 고민하게 했던 모든 신비는 이제 풀렸다. 삶은 사랑이며, 고통조차, 아니 고통이야말로 사랑이라는 사실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침내 몇 분 후 닐이 출혈 과다로 사망했을 때, 그는 진정한 구원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은 그를 지옥으로 보냈다. - P360

신을 사랑하고 싶거든, 신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그를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은 의롭지않고, 친절하지도 않고, 자비롭지도 않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신앙심을 갖추기 위한 필수 조건이었다. - P362

타메라 라이언스, 펨블턴 대학 1학년
믿기지가 않아요. 지난해 캠퍼스 견학 때는 이런 얘기는 전혀 듣지 못했거든요. 대학에서 칼리를 의무화하려고 한다는 얘긴 여기 입학하고 나서 들었어요. 내가 대학 생활에서 기대했던 것 중 하나는 그걸 없애고 다른 사람들과 같아지는 거였는데 계속 이걸 유지해야 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줄 알았으면 아마 다른 대학으로 갔을걸요. 사기라도 당한 기분이네요. - P367

우리는과거 몇십 년에 걸쳐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에 관해 기꺼이 토론해왔지만, 외모지상주의에 관한 논쟁을 벌이는 일은 아직도 꺼려합니다. 그러나 매력 없는 용모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편견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넓게 퍼져 있습니다. - P368

칼리아그노시아 조치를 받은 사람은 모든 사람의 얼굴을 완벽하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
.
단지 이런 차이들에 대해 아무런 심미적 반응도 경험하지 않을 뿐입니다. - P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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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이 주장하는 것은 오해에 입각해서 신을 사랑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신을 사랑하고 싶거든, 신의 의도가 무엇이든간에 그를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은 의롭지 않고, 친절하지도 않고, 자비롭지도 않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신앙심을 갖추기 위한 필수 조건이었다. - P362

천상의 빛을 봄으로써 인간계에 존재하는모든 사물에는 신이 존재한다는 인식을 얻은 그는, 지옥에 존재하는모든 것에는 신이 부재한다는 것을 자각했던 것이다. - P363

정의로운 사람들은 보상을 받고 죄인들은 벌을 받는다는 이야기 속에서 살아가는 편이 아무런 정의도 존재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것보다 차라리 낫지 않을까. - P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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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닐피스크라는 이름의 사내의 이야기이고, 그가 어떻게 해서 신을 사랑하게 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 P319

같은 반 친구들은 그를 조롱하며 툭하면 신을 들먹였지만, 닐에게는 이들의 행동을 신의 잘못으로 돌리지 않을 만큼의 분별이 있었다.
그러나 신을 비난한다는 함정에는 빠지지 않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신을 사랑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 P320

강림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축복을 가져다주는 한편 다른 사람들에게는 재앙을 가져왔다. 이번에 나타난 천사는 나다나엘이었고, 출현 장소는 시내의 상가 밀집 지역이었다. - P321

천사 강림이 있으면 보통 모든 목격자들은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공통된 체험이 각자의 인생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에 관해 토론한다. - P323

의식이 돌아왔을 때 그녀는 인생 최대의 놀라움을 경험했다. 두 개의 새로운 다리가 생겨나 있었던 것이다. 길고, 완전히 기능하는 근육질의 다리가. - P328

다리가 복원된 것은 그녀가 시험을 통과했음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을받은 것은 질의응답 시간의 일이었다. 재니스는 이 질문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불구가 된 그들의 몸도 언젠가는 원상복구될 것이라고 약속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사실 그녀가 신에게서 응분의 보답을 받았다고 한다면 여전히 고난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비난으로 비칠 수 있었고,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재니스는 자신이 왜 치유되었는지 알 수 없다고 대답하는 수밖에 없었다. - P329

사라는 닐에게 마음을 바꾸라고 하지는 않았다. 신앙심이란 내부에서 오든지, 아니면 아예 오지 않든지 둘 중 하나라는 것이 그녀의 의견이었다. - P338

닐은 신에 대해 적극적인 분노를 느끼게 되었다. 사라는 그의 인생 최대의 축복이었고, 그런 그녀를 앗아간 것은 신이었다. 그런데 그런 신을 지금 와서 사랑하라고? 닐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납치범이 아내를 돌려준다는 대가로 사랑을 요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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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물은 오래전 동시에 창조되었고, 현재의 생명 탄생은 예전에는 감지할 수 없었던 것들의 확장에 불과하다는 원칙. 새로 창조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 호문쿨루스들 또한 까마득하게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것이다. 인류의 역사가시작되었을 때부터 호문쿨루스들은 자신이 태어날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며, 대대의 조상 안에 내재하고 있었다. - P239

명명학자들은 이런 이름의 비밀을 밝히기 위한 새로운 테크닉을 개발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 P241

"이 생물은……살아 있습니까?"
"살아 있기는 하지만 의식은 없네. 정자와 마찬가지지. 그 어떤 인공적인 과정도 임신을 대체할 수는 없어. - P257

인간의 정자로 만든 태아를 상대로 한 실험에서는 기묘한 결과를 얻었네. 다섯 세대 후의 남성 태아는 더 이상 정자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여성 태아는 난자를 가지고 있지 않았어. 불임 세대에서 대가 끊겼지. - P258

인류라는 종에내포된 세대 수는 정해져 있고, 앞으로 다섯 세대 후에는 종말을 맞을거야. - P260

이름을 써서 살아 있는 유기 물질을 움직일 방법은 없다고 해야 할까? - P263

"여러분이 고려하고 계시는 해결법이 무엇인지는 명백합니다. 이 연구의 논리적인 귀결은 인간이라는 종의 적명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명명과학을 통해서 인류를 영속시킬 작정이시군요." - P267

어휘적인 수단을 써서 형태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능해진 지금, 더 이상 남성이 관여할 필연성은 없었던 것이다. 일단 인간 태아를 생성할 수 있는 이름이 발견된 이상 여성은 순수하게 자기들끼리만 번식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 P278

인간이 이름의 주인인가, 아니면 이름이 인간의 주인인가? - P282

"이 연구에 엄청난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다는 사실에는 자네들도 동의하겠지. 누가 아이를 가지고, 누가 가지지 않을 것인가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식견을 발휘한다면, 우리 정부는 국가의 인종적인 구성을 유지할 수 있을 거야." - P290

인간은 그 이름의 산물인 동시에 그 매개체가 될 것이다. 각 세대가 내용물인 동시에 그릇이 될 것이며, 자기 자신을 유지하는 반향 과정속의 메아리로서 기능할 것이다. - P309

독창적인 연구 논문이 간행을 위해 본지의 편집자에게 마지막으로 제출된 이래 이십오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이제 당시 광범위한 논쟁의 대상이 되었던 문제를 다시 거론해도 좋을 적절한 시기가 왔다고 해도 될 것이다. 과학 탐구의 최전선이 인류의 이해력을 초월해버린 시대에 인류 과학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 말이다. -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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