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의 꼬리가 새벽을 갈랐다. 드래곤스톤의 험준한 바위산 위로 흐르는 붉은 선이 마치 분홍색과 자주색 하늘에 난 상처 자국 같았다. - P7
"그림자들이 춤추러 온답니다, 주인님, 춤추세요 주인님, 춤추세요 주인님." 광대는 고개를 흔들어 요란하게 종을 울리며 노래했다. - P15
"다보스 경, 진실은 혹독할 수 있어요. 아무리 스타니스 공 같은 분이라 해도 말이오. 스타니스 공은 오직 전력으로 킹스랜딩에 돌아가 적을 분쇄하고 정당한 왕권을 주장하실 생각 뿐인데, 이제…" "이런 빈약한 군대로 킹스랜딩에 갔다간 죽을 일밖에 없습니다. 수가모자라요. 제가 그렇게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주군의 자존심을 아시지요." - P20
드래곤스톤의 주인이자 신들의 은혜로 웨스테로스 칠왕국의 철왕좌에 앉을 정당한 후계자인 스타니스 바라테온은 어깨가 떡 벌어지고 팔다리는 근육질이었으며, 단단한 얼굴과 살갗은 햇빛에 말려 강철처럼 질겨진 가죽 같았다. 사람들은 스타니스에 대해 말할 때 엄혹하다는 표현을 썼고, 실제로 그는 엄혹했다. - P21
난 동생의 의무를 다하여 형의 함대를 구축하고 형 대신 일했네, 렌리도 나에게 그래야 마땅하건만 그런데 로버트 형이 감사의 표시로 뭘 해줬지? 나를 드래곤스톤의 영주로 임명하고, 스톰스엔드와 그 수입은 모두 렌리에게 줬지. 스톰스엔드는 300년 간 바라테온 가문의 것이었어. 로버트 형이철왕좌에 앉았을 때 나에게 물려줘야 했어. - P23
다보스 경이 몸을 옮겨 자리를 만들었다. 그는 크레센이 앉자 음울하게말했다. "오늘 밤에는 우리 모두 뒤죽박죽으로 앉는 게 맞겠지요. 곧 광대짓이 벌어질 테니까요. 붉은 여인이 불 속에서 승리를 보았다니까, 스타니스 공이 수에 상관없이 왕권 주장을 밀고 나가겠답니다. 저 여자 일이 끝나기 전에 우리 모두가 패치페이스가 본 것을 보게 될까 두렵군요. 바다밑바닥이라" - P36
나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왕은 의자에 기대앉아서 산사의 손을 잡았다. 예전 같으면 심장이 두근거렸겠지만, 그건 자비를 청한 그녀에게 아버지의 머리통으로 답하기 전의 일이었다. 지금은 조프리의 손이 닿으면 역겹기만 했지만, 그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는 정도는 알았다. 산사는 아주 가만히 앉아 있었다. - P55
"나도 같은 마음이란다, 아가야." 티리온은 산사를 돌아보았다. "아가씨,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신들은 실로 잔인하시지요." 산사는 할 말을 생각해낼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자가 조의를 표할 수가 있지? 놀리는 걸까? 잔인했던 건 신들이 아니라 조프리였다. - P64
한때 그녀는 조프리 왕자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그 어머니인 왕비를 존경하고 신뢰했다. 그들은 그 사랑과 신뢰를 아버지의 머리통으로 갚았다. 다시는 그런 실수를 되풀이할 생각이 없었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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