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스킨트의 유명한 소설 [향수]의 첫 대목에서 빠리의 지독한 오물냄새에 대해 읽고 충격받았었는데, 오늘 그 실체를 파악하게 되었다. 내가 요즘 사랑해마지않는 소설 [레미제라블]에서 빠리의 수백년에 걸친 지하수도로의 역사를 설명해두었다. 
(드디어 5권을 마쳤다.)  

인간의 배설물 처치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 땅에 묻어 비료로 사용한다는 걸 당연시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지혜를 모르고 있었던 프랑스는 땅이 아닌 물을 선택했고, 세느 강으로 흐르는 인공벌집같은 지하수도로는 오물이 흐르고 유해가스로 가득찬 채 잊혀진 위인 브륀조가 그 안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몇백년에 걸쳐 썩고 부패하고 있었다.   

사실 이 방식은 고대인의 어리석음을 답습했던 것으로, '로마의 지하수도로는 로마 농민의 번영을 다 빨아먹었다.'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로마의 방침을 그대로 따라했던 것이라고 한다.   

아,, 뭔가 책을 들썩이며 요약해볼까 하는데 요약해본지 너무 백년 전이라 못하겠다.     
시궁창의 역사는 참 흥미로운 소재라 집중하며 읽었다. 더럽거나 야하거나 잔인한 이야기가 원래 재미있지 않은가 ㅎㅎ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그 썩은 곳 안쪽에 자리하던 'in pace'라는 감옥이었는데, 죄인을 죽을 때까지 감금하는 지하감옥이라고 한다. 라틴어로 '평화롭게'. 

작가는 프랑스의 위대함을 예찬하다가 갑자기 거리의 부랑아들이 사용했던 은어에 대해 한참을 설명하며 
사회 빈곤층의 문제점과 전제주의의 부당함을 논하며 프랑스를 비판하다가
다시 혁명하는 프랑스에 감탄하고 존경어린 찬사를 바치다가,
오물처리를 잘못하여 페스트와 콜레라같은 전염병을 퍼뜨리게 된 멍청함을 역설하기도 한다.
왔다갔다하여 처음에는 헛갈리기도 했으나 이젠 말할 수 있다.
이렇게나 프랑스를 사랑하는 위고가 있어서 프랑스가 위대하구나. 

그런데 이런 생각도 잠시, 위대한가?
프랑스 혁명 이후에 다시 돌아온 전제주의체제 아래서 민중 자신들을 위해 싸우고 목숨을 버리는 혁명군에게 문을 닫아 걸고 집안에서 침묵하는 민중에게서 어떤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작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를 위하여 혁명을 계속하여야 한다(물론 이것보다는 더 화려한 미사여구로) 고 말하고 있다. 동의한다.

텍스트에서 잠시 눈을 들어 현실을 보면, 잠깐동안이나마 그래도 지금 유럽은 잘 살고 있지 않느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것이 원주민(유색인종?)을 착취함으로써 얻어진 결과물 - 즉 썩어터진 지하 시궁창 위에서 번쩍거리는 베르사유와 다를 바가 있을까? 위고가 말하던 틀림없이 진보해있을 미래- 그러니까 지금 2009년은 그 때에 비해 진보해 있는가? 

나는 유럽의 삐까뻔쩍한 유적물들이 모두 착취의 찬란한 결과물이라 생각해서 유럽을 좋아하지 않는다.
착취 대상이 유럽내의 빈곤층에서 원주민으로 옮겨갔다는 것 빼고 그들의 사고방식이 무엇이 바뀌었는가, 위고가 내내 진보를 외치고, 계몽을 외치고, 혁명에 찬탄하지만 그들이 진보하였는가는 다시 생각해볼 문제이다. 착취하거나 싸우지 않고서는 성에 차지 않는 종족인가.. 우리 정서와 너무 다르다.

이런 부분에 너무 현혹되어 줄거리에는 거의 신경을 안쓰고 있다. 실제로 작가의 어조는 계몽적인 이야기를 할 때에만 설득적이고 강렬한 어조로 주장을 하고 있어서 장발장의 인생이 작품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미미해보인다.  

다만 꼬제뜨에 대한 그의 사랑이 조금 미묘해서 관심있게 보고 있다. ㅎㅎ

   

괜히 레미제라블 이미지 검색하다 보니 이런 그림이.. 만화도 있었나보네-
블로거 주인장이 이 그림에 혁명친구들이라고 언급해 둔 것이나, 꾸르페락의 이름이 언급된 것을 보니
굉장히 세심한 애니로 보인다. 심지어 에뽀닌느의 죽음까지..;  

궁금..  

그나저나 모두 엄청 훈남-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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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9-07-01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딴 생각치고는 너무 깊이있는것 아닙니꽈!!!

Forgettable. 2009-07-01 23:13   좋아요 0 | URL
안하던 생각을 하니 횡설수설 하고 있지요^^

lazydevil 2009-07-02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권 완독하시다니, 축하해요.. 그리고 부럽습니다.
아마 우리 나라에서 레미제라블 완독인구 따지면 상위 등수 랭크될되실겁니다....^^;

Forgettable. 2009-07-02 10:16   좋아요 0 | URL
힝 아직 1권이 남았어요- 6권짜리라는 걸 저도 4권 읽으면서 안 거 있죠^^;;
대망의 마지막권은 아마 주말에 마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금요일아 얼른 와라~~~

열심히 대작을 읽었으니 이번 여름은 미스터리로 달려볼까 합니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신작도 궁금하고 데빌님 서재에서 발견한 프레데릭 포사이드도 궁금하고-
완소 캐드펠 시리즈도 ㅠㅠ
아 무슨 기분은 여름방학한 기분 ㅋㅋ
 

* 토익 성적이 곧 만료된단다. 2개월 남았네. 벌써 2년이라니, 씁쓸하다.   

내가 사용하던 토익 최고점수조차 생각나지 않아 사이트에 들러 점수를 확인해 보니 최고점인 7월 점수는 *40점이었는데 이 최고 점수와 거의 200점이나 차이나는 마지막 점수가 왜그런가 하며 과거를 되살려봤다. ㅎㅎ 아, 그 때 그분과 헤어지고 나서 방학 내내 준비했던 한자시험도 망치고, 허탈한 마음에 중학교 의자에 앉아 작은 책상에 토익 시험지를 펼치고 달달거리는 선풍기 바람을 쐬며 문제를 풀었었다. 잘 볼리가-
그렇게 이별의 상처를 보듬을 새도 없이 취업전선으로 내던져졌었다. 얼마나 황폐했던 4학년 2학기였었는지. 

어제, 그 때 즈음 썼던 레포트를 읽었다. 사실 노트에 끄적여둔 레포트 초안이었는데, 뭐 억지로 읽은 소설 감상문따위였다. (이 소설 작가며 제목이며 생각이 안나서 한국 소설 여성 작가로 지식인에 검색했다가 문득 드라마로 만들어졌던게 생각나서 최강희로 검색 후 [달콤한 나의 도시] 검색 완료) 

------------------- 
나의 서른 살은 절대로 이러고 싶지 않다.
어리고, 여리고, 방황하는 영혼. 적어도 이러지는 않기를. 조금 더 커 있기를 바래.
징그러울 정도로 삭막한 자기 연민, 자학이다.
절대 독자들은 이렇게 살지 말라고 경고하는 걸까?
너는 소설이니 일기니?
대중이 이 소설에 열광하는 이유는? 대중소설의 반은 미디어가 만드는게 아닐까? 왜읽지?
------------------- 

라고 쓰여있다. ㅎㅎ 30대의 여자들에게 희망을 앗아가는 글이라고 단정짓기까지- 아, 황폐함이 그대로 묻어 나오는 메모다. 
정말 최악이었던 수업- 대중문학의 이해였던가. 4학년 2학기 전공생에게 C+을 날려주신 선생님. 모두가 경악했었다. ㅎㅎ
저딴 감상문만 매번 써내니 현대문학을 전공하시던 분의 마음에 안찼겠지만 C+은 너무한거 아닌가, 버리지도 못하는데;

정말이지 요즘은 과거가 너무 멀어져서 더이상 그 끈을 잡아당길 수 없으니까, 미래를 기다리며 어영부영 부유하는 기분이다. 혁명을 혹은 반란이 일어나주기만 한다면 목숨바쳐 열정적으로 휩쓸려줄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걸까? 으, 그런데 서로 죽겠다고 죽을 핑계를 대며 혁명군에 가담하는 사람들은 왠지 좀 닭살돋잖아~ '저요!', '저에요!'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이런 장면은 언제나 느끼지만 약간 느끼하다.  

왠지 동조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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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9-06-29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른이 누군가에겐 막연함과 익숙한 것들과의 이별일수도 있지만 옛 추억이 되어버린 지금은 그림자처럼 누워버리더라도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답니다.

Forgettable. 2009-06-29 22:38   좋아요 0 | URL
친하던 언니가 감정의 소용돌이좀 가라앉게 빨리 서른이 되어버렸으면 좋겠다고 했었어요, ㅎㅎ 정말 그런가요?
우리 과거에 연연하지 맙시다! 전 스무살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너무 어리잖아요~~! 그 때 했던 수많은 쪽팔린 행각들이라니-_- 앞으로 더 즐겁고 평안한 날들이(공존할 수 있을지..?) 기다리고 있겠죠.

무해한모리군 2009-06-29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벌써 토익점수 만료되서 9월을 목표로 공부해야한다고 마음만(!) 먹고 있습니다.
스물보다 서른이 딱히 나은 인간이 되지 않은 걸로봐서 마흔에도 그럴까봐 걱정중입니다 ㅎㅎㅎ
(서른은 뭘 기대했던 그 이하라는 점만은 말해주고 싶군요 ㅋㄷ)

Forgettable. 2009-06-29 23:44   좋아요 0 | URL
사실 20대 여성의 서른에 대한 환상은 저런 소설이 심어준게 아닐까 싶어요 ㅎㅎ 그래서 20대를 살며 한 번 쯤은 서른어쩌고 중얼거려보는거겠죠~
26세가 되면서 왠지 친구들이 꺾였네, 후반이네, 중반이네, 늙어가네 어쩌네 하는 말이 특히나 많았는데 별로 감흥이 없었어요. 외국나이로 1년을 살고 24살을 잃어버린 이후로 나이개념 완전 상실 ㅋㅋ 그래도 스물보단 서른이 좀 더 낫지 않을까요?!!!!!! (이런 기대를 하지 마시란 거죠^^ )

머큐리 2009-06-29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걍 좋은 나이라고 생각하십쇼...에고 부러워라...ㅎㅎ

Forgettable. 2009-06-30 11:10   좋아요 0 | URL
ㅎㅎ 제가 갖고 있지 않은 걸 더 많이 갖고 있으시면서 부럽긴요^^

라주미힌 2009-06-30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저도 나이 먹어가나봐요.. 저도 걍 부러움만 -_-;; ㅎㅎ

Forgettable. 2009-06-30 11:11   좋아요 0 | URL
이정도 되면 이제 나이 자랑 한 페이퍼같잖아요 -_-;;
어쨌든 완전 동안이시니 패스~

뷰리풀말미잘 2009-06-30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이 너무한 점수라는건.. 오, 꽤 컬쳐쇼크. ㅎㅎ 뽀님 공부 잘 하셨나봐요. (하긴, 잘 하는 사람은 대체로 자기가 잘 하는지 모르죠.)

Forgettable. 2009-06-30 11:15   좋아요 0 | URL
저도 한때는 C로 도배를 하고 +이 붙으면 환호하던 2점대의 학점이 있었지요. 계절학기와 피나는 재수강을 통해 모범생(?)으로 등극! 저 제가 공부 잘하는거 좀 잘 알고 있어요- 자랑스러워한다는 ㅋㅋ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교과서로만 공부했어요!!

무해한모리군 2009-06-30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미잘님/그러게요.. c+이면 보통인데요...

그런데 이거 너무 웃긴다.. 리플리님 서재에 리플은 여자 알라디너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는데 뽀님 서재엔 남자분들 댓글이 쪼르르 ^^

Forgettable. 2009-06-30 11:17   좋아요 0 | URL
저 아침이 행복합니다. 으하하하하하 (아 진짜 좋아해 ㅎㅎ)

비로그인 2009-06-30 20:43   좋아요 0 | URL
알겠습니다. 이제부터 Forgettable님과 제가 이 알라딘을 양분하겠습니다.

Forgettable. 2009-07-01 00:32   좋아요 0 | URL
오-
근데 그렇게된다면 우연찮게 이페이퍼에 쪼르르 댓글 남기시게 된 남성 알라디너의 불만을 제가 견딜 수 있을까용ㅋㅋ

2009-06-30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30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lazydevil 2009-06-30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는 소설이니 일기니?' <-푸하하하하, 재밌어요. 정머시기의 신작일기 <나의 수다스러운 도배>!!!ㅋㅋ

졸업하구 한 몇년 지나면 C+ 먹은 거 기억두 않나잖아요.
나중에 생각해보면 학점이라는 거 그건 보약도 아니고 독약도 아니고 걍 알파벳 하나에 불과할 뿐뿐뿐뿐....^^


Forgettable. 2009-06-30 16:45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정머시기.. ㅎㅎ 오히려 낭만적 사랑과 어쩌고였나.. 이건 참신했던 기억인데 말이죠-

학점은 정말 뭐 평점으로 남으니깐 그렇다 쳐도,
그런데 토익은 이게 2년 유효기간이라는게 있어서-_-; 돈벌려는 수작이라지만 참 뿌리칠 수 없는 권력의 힘인가봐요-

헤헤 그나저나 데빌님 오랜만이에요 :)


 
99번째 주검 캐드펠 시리즈 2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199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캐드펠시리즈를 읽다보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머릿 속에서 다들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기분이다. 그러나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다 씹어버리고 다음 장을 넘겨주는 것은 바로 다음 장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 은근한 반전이 참 의외여서 재미있기도 하거니와 잊을만 하면 툭툭 튀어나오는 삶과 인간에 대한 작가의 태도는 참으로 성인의 경지에 이른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결국 마지막 장을 덮어버리고 나면 왁자지껄하던 내 자아들은 모두 할 말이 싹 사라져버려 침묵만이 남았달까.

주말에 99번째 주검을 읽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그러나 무슨 이야기를 먼저 해야할 지 모르겠어서 어느덧 목요일이다.
스포일러는 가급적이 아니라 완전히 배제하겠다. 성실한 독자는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기 전이라면 조금이라도 맛보지 않고 만나보아야 한다.  

일단 캐드펠 시리즈는 내가 갖고 있는 중세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깨뜨려버린다. 뭐랄까, 신앙마저 없었다면 그 피비린내나는 고통의 삶 속에서 민중이 어찌 버텼을까 싶다. 종교가 권력에 빌붙었던 것이 아니라 종교가 불쌍한 민중의 필사적 몸부림이었던 것 같다. 작가는 추리 소설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담담하게 핍박당하는 민중의 모습을 그려내는데, 얼핏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당시에는 아무 것도 아니었을 테다, 정말로) 약간만 집중하면 그 시대를 애증의 모습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모습이 엿보인다. 

bullshit이다. 책을 읽으며 내가 한숨을 내쉴 때마다, 잠깐 눈을 감을 때마다, 느꼈던, 그리고 알게 되었던 감정과 사실들을 생각하면 이런 리뷰는 헛소리에 불과하다.  그냥 읽고, 알고, 느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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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5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25 2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머큐리 2009-06-26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 이 책이 별 다섯개짜리군요...ㅎㅎ

Forgettable. 2009-06-26 22:47   좋아요 0 | URL
아 왠지 의외라는 말투가 느껴지는 이유는.. 머큐리님은 별로셨나봐요 ㅠㅠ
전 딱 제스타일이더라구요 ㅋㅋ

한권 한권 읽을수록 다음권을 읽고싶어져요- 이 시리즈가 총 20권인데 1권 [성녀의 유골]을 읽자마자 소장원츄목록에 당당히 포함되었어요 ㅋㅋ

머큐리 2009-06-27 11:10   좋아요 0 | URL
읽어보지 않았으니 뭐라고 평하진 못하구요...ㅎㅎ 사실 한 번 읽어 보려고 했는데 손이 가지 않았던 책이라서요...별 다섯개를 보니 기회다 되면 읽어봐야 겠다는...ㅎㅎ

Forgettable. 2009-06-28 18:16   좋아요 0 | URL
뭐랄까, 중세시대의 권력다툼과 학살을 배경으로 하지만 따뜻한 인간애로 해피엔딩- 이랄까요 ㅎㅎ
한번 읽어보심이^^

그리고 저 별점을 일단 주게 된다면 별점에 굉장히 후합니다 ㅋㅋㅋ
이유인즉슨 별2개정도 되는 글이라면 읽다 그냥 놔버리거나 아예 시작도 안하기 때문에 별점 줄 일도 없지요 ㅋㅋ

2009-06-28 2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29 1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06-29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리얼하게 그 시대 상황을 다룬 모양이네요..
오호 급관심!!

Forgettable. 2009-06-29 23:46   좋아요 0 | URL
음, 리얼하긴 리얼한데 상상 외로 굉장히 리얼해요. 그러니까 우리가 중세라고 상상했던 부분은 아주 조금만 보여주고, 그 외의 부분을 너무 재미있게 잘 보여주니깐 매력적일수밖에요 ㅜㅜ 아 이 댓글을 쓰다보니 왠지 밤새 다음권을 읽고 싶지만;; 참아야.....
 

평생 다시는 읽지 않을 책이라고 생각되던 별다르지 않은 책들도 막상 팔려고 보면 괜시리 아까워져서 한번 더 훑어보게 되는데, 그러면 기억 속에 묻혀졌던 주인공의 이름들과 문장들이 마구 흩어져나가면서 한번 더 정독해보고 싶은 마음이 불끈 들지만, 경험상 놔둬봤자 책을 어디에 뒀는지도 잘 기억 못하는 지라 그냥 마음 굳게 먹고 판다. 

그러곤 잊어버린다. ㅎㅎ

어제도 책을 포장하며 짧고 아쉬운 이별을 하고, 엄마에게 아 매번 책 팔 때마다 왜이렇게 아까운지 모르겠다며 궁시렁거리자 엄마가 넌 너무 책을 사랑하여 그 속에 빠져산다며 현실로 나와서 연애도 하고 밖에서 좀 놀으라고 한소리 하신다. 발끈해서, 내가 엄마아빠한테 소개시켜줄만큼 대단한 남자를 아직 만나지 않아서 그렇지 가끔 연애도 하고 데이트도 하고 그런다고 주장했다. 

사실 엄마아빠가 바라는 조건 좋은 남자는 몇 명 만나보지도 않았지만, 내 편견의 잣대로 보자면 그런 사람은 대부분 재미가 없거나 재수가 없다. 나는 왠지 거만한 남자가 딱 질색인 걸 보면, 약간의 열등감을 갖고 있는 남자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잘생겼는데 자기 외모에 대한 열등감을 갖고 있는 남자가 제일 좋다-_- 그런데 이게 너무 심하면 안되고 나만 보이게 잘 숨겨져 있어야 하고 겉으로는 좀 쿨하고, 유머러스하면 좋겠다. 아 모순덩어리 인간이여-

어제는 왠지 연애이야기를 자의와는 달리 많이 하게된 날이었는데 오래간만에 연애얘기를 하니까 재미있었다. 그래서 듣던말던 좀 혼자서 주절주절 떠들어댔는데-_-; 그 결과 학교다닐 때와는 달리 너무 기회가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명색이 IT 연구소라, 회사 생활하면서 만나는 남자사람은 참 많은데 다 석박사 졸업한 (결혼한)연구원이거나 애인있는 대학원생들이다. 어찌하여 애인 없는 사람이 없는 연구실 사람들이랑만 친해지는걸까? 따라서 여자 많은 과에서 공부한 나는 회사에 와서도 여전히 기회가 없다.  

여튼 이런 이야길 하다보니 쌔남만나고 싶구나~ ㅋㅋㅋ 

그리고 어제 만난 분께서 자꾸 데이트 tip을 요청하셨었는데, 허황되고 추상적인 운명론과 삘론을 내뱉는 나 자신을 보며 나도 참 꿈속에 산다 싶더라 ㅎㅎ 그런데 정말이지 너무 노력하는게 보이면 매력이 감소한단 말이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풍기는 성정을 매력으로 봐주는 사람을 만나야 연애가 시작되는거 아닌가. 그래서 열번 찍는 나무꾼따위 두세번 칠 때 치워내라 ㅎㅎ 가 신조다 -_- 아 근데 한번만 살 짝 건드려도 쓰러질 것만 같은 나무꾼을 만나는 것, 넘어져주는 나무를 만나는 것 이게 참 어려운게 아닌가 싶다. 외로운 인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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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6-23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났는데 지가 잘난 줄은 모르는 남자가 모든 여자의 이상형이나..
남자는 절대 자신을 낮춰보는 법이 없다고 누가 말해주던걸요 ㅎㅎㅎ

Forgettable. 2009-06-23 16:04   좋아요 0 | URL
흠 그러고보니 맞는것 같네요. 처음엔 아닌 것 같았는데 만나고 보면 다 기에요.
근데 이런거 재볼 남자도 이제 주위에 없다는 안타까운 사실.. 선택에 앞서 기회조차 없다는 건 너무 서러워요 ㅜ.ㅜ

무해한모리군 2009-06-23 17:03   좋아요 0 | URL
님은 아직 늦지 않았어요..
저는 아저씨들에 포위당해있어요 ㅎㅎㅎ

머큐리 2009-06-23 18:29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아찌들한테 포위 당하는거...아무나 하는 것 아님...암튼 대단함..ㅎㅎ

[해이] 2009-06-23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생겼는데 자기가 잘생긴걸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요 ㅋ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09-06-23 16:05   좋아요 0 | URL
가끔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몇명 만나봤뜸 ㅋㅋ
근데 성격이 약간 ㄸㄹㅇ에요, 그래서 더 매력적 ㅋㅋㅋㅋㅋㅋㅋㅋ

머큐리 2009-06-23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님도..휘모리님도 아직 한창인데...ㅎㅎ 해이님이야 말로 창창이고.... 저런 얘기들 하는거 보면 귀엽다...ㅎㅎ 좋으시겠어요...청춘님들...하하,, 왕 부럽당~

Forgettable. 2009-06-23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한창인건 어찌 아시고.. *^^*
한창인데 기회가 없으니 얼마나 억울합니까 ㅋㅋㅋ

빨리 여행을 가야겠어요~~ 일상에서 벗어나 ㅋ

머큐리 2009-06-23 18:28   좋아요 0 | URL
그렇게 맘만 먹으면 일상에서 벗어나서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삶의 선물인지 아셔야 할듯...ㅎㅎ 제가 볼땐 기회를 안 가지려는 것 같아요..음..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있으면 포님의 진가를 알아볼 사람이 생길 것 같은데요..아님 여행에서 만나려나? 암튼 화이팅 입니다

Forgettable. 2009-06-23 23:43   좋아요 0 | URL
사실 이런 얘길 하다 보니깐 그냥 그런건데 뭐 엄청 궁하거나..-_- 그런건 아니에요, 지금 보니까 막 쌔남만나러 여행갈 것처럼 적어놨네-_-;; ㅋㅋㅋㅋㅋㅋㅋ
가만히 있어도 진가를 알아봐주는 나무꾼이 곧 나타나겠지요 ㅎㅎ

저도 제가 참 우울하다 외롭다 어쩐다저쩐다 하지만 참으로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서_ 예를 들자면 말씀하신 것처럼 맘만 먹으면 여행을 떠나거나ㅎㅎ_ 가끔 부끄러울 때가 많답니다^^;

뷰리풀말미잘 2009-06-23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황되고 추상적인 운명론과 삘론 한번 강의해주시죠. ^^ 왠지 피가 되고 살이 될 것 같은 느낌.

Forgettable. 2009-06-23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가되고 살이 되는 강의를 어찌 공짜로 들으시려고, 허허
막걸리 한 잔 정도라면 생각해보겠소이다~

2009-06-24 1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24 1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24 19: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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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구두를 신다 - 365일 아라비안 데이즈 Arabian Days
한가옥 지음, 한연주 그림 / 이른아침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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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한비야씨의 세계여행기, 레포트 쓰려고 읽었던 캠핑카유럽여행기, 버스타고 여행하는 어느 가족이야기 이렇게 세개의 여행기를 읽었었다. 여행기를 읽으면 나도 너무 떠나고 싶게 만들거나, 특히 내가 가본 곳의 여행기는 내 추억을 망치거나, 앞으로 가볼 곳의 스포일러가 되는 경우가 많아서 언제부터인가 여행기 읽는 것을 약간 꺼리게 되었는데, 몇 년전에 읽었던 버스타고 여행하는 어느 가족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불평만 가득해서 책을 읽는 나까지 피곤하게 만들길래 이 때부터 여행기는 잘 안 읽게 되었다.  

그래서 다른 여행기와 비교해봤을 때 이 책이 더 뛰어나다거나, 유별난 매력이 있다거나 하는 것은 얘기할 수가 없겠다. 여행기 자체를 잘 읽지 않으니까.

정말 순전히 우연하게 작가의 블로그를 방문하게 되어서 약간의 온라인 친분을 쌓다가 마침, 책을 내셨다고 하여 사서 읽게 되었는데 (MBTI 결과에도 나왔듯이 선생님이 좋으면 싫어하는 과목도 좋아하게 되는 성격이 여기에서도 드러난다.) 블로그에서도 엿보였던 작가의 밝은 성정이 독자에게도 그대로 전해져서 읽는 내내 상쾌한 바람이 귓전을 맴도는 듯 했다.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내 생각을 그대로 글로 적어둔 듯한 남의 글을 볼 때 나는 쾌감을 느끼며 작가에게 무한한 사랑을 준다. 작은 책이고, 사진이 많기도 하고, 블로그에서 본 글도 몇 있어서 내용적인 측면을 많이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경험과 생각을 짧고 자유롭게 적어둔 것이 많이 인상적이었다. 내 생각이 그대로 출판된 것만 같은 부분도 많았고, 내가 얕게 생각하고 말아버렸던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깊이 통찰한 결과를 적어둔 부분도 많았다. 

혼란스러운 중동지역을 여행하면서 느끼는 정치사회적인 소소하지만 깊은 생각들, 인간에 대한 환멸과 존중을 솔직하게 털어 놓은 부분들, 긴 여행을 하며 점차 쌓이는 경험에서 오는 통찰력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여행이 일탈이나 도피가 아닌 살아가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 부분은 내 미래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지금의 내게 큰 가르침을 주었다. 이 외에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이야기, 유럽에 대한 작가의 생각, 코믹한 굴욕 에피소드 등 때론 심각하게, 때론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요즘 중동으로 가는 여행객이 증가하는 추세이기도 하고, 제일 친한 친구도 지금 중동으로 여행을 가있어서 나도 이제서야 이쪽으로 눈을 돌리게 된 참에 이 책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 우리나라는 어째 유행이 너무 중요해서 여행도 유행따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생소한 지방의 자유로운 여행기를 보여주며 틀에 박힌 일상에 조금이나마 활력을 불어넣어 준 작가에게 감사드린다. 알다시피 틀에 박힌 일상에 틀에 박힌 여행기는 상처에 소금 뿌리는 것만 못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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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9-06-22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기를 읽으면 어디론가 떠나라고 자꾸 등을 떠밀리곤 합니다.

2009-06-22 14: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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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ian 2009-06-22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썽님..ㅠㅠ 멋진 리뷰 정말 잘 읽었습니다. 너무 좋게 써주신거 아녜요?^^;; 말 그대로 발랄하고 객관적인 리뷰입니다. 십점만점에 십점! 부끄럽고 민망하지만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나중에 트랙백도 부탁드릴께요^^

그리고 장기 해외 프로젝트라니+_+ 제가 더 두근댑니다. 좋은 계획 세우고 계신지?+_+ 우왕~ㅎㅎㅎㅎ

Forgettable. 2009-06-22 15:29   좋아요 0 | URL
ㅋㅋ 너무 좋게 칭찬만 하면 서로 민망하니까 나름 자제한건데도 그렇게 보이는군요, ㅎㅎ

근데 동생분 그림 진짜 잘 그리시는듯-_-; 그냥 문득문득 그림 생각이 나서 혼자 킬킬대고 그래요 ㅋㅋ
장기해외푸로젝트가 엄청 말이 거창한데^^ 흐지부지 될지도 모르는 계획이라서요- 요즘 계속 머리아프게 고민중입니다. ㅎㅎ 계획은 다 세워져 있지만 얼마나 구체적으로 실현하는지가 문제겠죠^^

2009-06-22 22: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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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3 09: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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