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스킨트의 유명한 소설 [향수]의 첫 대목에서 빠리의 지독한 오물냄새에 대해 읽고 충격받았었는데, 오늘 그 실체를 파악하게 되었다. 내가 요즘 사랑해마지않는 소설 [레미제라블]에서 빠리의 수백년에 걸친 지하수도로의 역사를 설명해두었다. 
(드디어 5권을 마쳤다.)  

인간의 배설물 처치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 땅에 묻어 비료로 사용한다는 걸 당연시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지혜를 모르고 있었던 프랑스는 땅이 아닌 물을 선택했고, 세느 강으로 흐르는 인공벌집같은 지하수도로는 오물이 흐르고 유해가스로 가득찬 채 잊혀진 위인 브륀조가 그 안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몇백년에 걸쳐 썩고 부패하고 있었다.   

사실 이 방식은 고대인의 어리석음을 답습했던 것으로, '로마의 지하수도로는 로마 농민의 번영을 다 빨아먹었다.'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로마의 방침을 그대로 따라했던 것이라고 한다.   

아,, 뭔가 책을 들썩이며 요약해볼까 하는데 요약해본지 너무 백년 전이라 못하겠다.     
시궁창의 역사는 참 흥미로운 소재라 집중하며 읽었다. 더럽거나 야하거나 잔인한 이야기가 원래 재미있지 않은가 ㅎㅎ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그 썩은 곳 안쪽에 자리하던 'in pace'라는 감옥이었는데, 죄인을 죽을 때까지 감금하는 지하감옥이라고 한다. 라틴어로 '평화롭게'. 

작가는 프랑스의 위대함을 예찬하다가 갑자기 거리의 부랑아들이 사용했던 은어에 대해 한참을 설명하며 
사회 빈곤층의 문제점과 전제주의의 부당함을 논하며 프랑스를 비판하다가
다시 혁명하는 프랑스에 감탄하고 존경어린 찬사를 바치다가,
오물처리를 잘못하여 페스트와 콜레라같은 전염병을 퍼뜨리게 된 멍청함을 역설하기도 한다.
왔다갔다하여 처음에는 헛갈리기도 했으나 이젠 말할 수 있다.
이렇게나 프랑스를 사랑하는 위고가 있어서 프랑스가 위대하구나. 

그런데 이런 생각도 잠시, 위대한가?
프랑스 혁명 이후에 다시 돌아온 전제주의체제 아래서 민중 자신들을 위해 싸우고 목숨을 버리는 혁명군에게 문을 닫아 걸고 집안에서 침묵하는 민중에게서 어떤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작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를 위하여 혁명을 계속하여야 한다(물론 이것보다는 더 화려한 미사여구로) 고 말하고 있다. 동의한다.

텍스트에서 잠시 눈을 들어 현실을 보면, 잠깐동안이나마 그래도 지금 유럽은 잘 살고 있지 않느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것이 원주민(유색인종?)을 착취함으로써 얻어진 결과물 - 즉 썩어터진 지하 시궁창 위에서 번쩍거리는 베르사유와 다를 바가 있을까? 위고가 말하던 틀림없이 진보해있을 미래- 그러니까 지금 2009년은 그 때에 비해 진보해 있는가? 

나는 유럽의 삐까뻔쩍한 유적물들이 모두 착취의 찬란한 결과물이라 생각해서 유럽을 좋아하지 않는다.
착취 대상이 유럽내의 빈곤층에서 원주민으로 옮겨갔다는 것 빼고 그들의 사고방식이 무엇이 바뀌었는가, 위고가 내내 진보를 외치고, 계몽을 외치고, 혁명에 찬탄하지만 그들이 진보하였는가는 다시 생각해볼 문제이다. 착취하거나 싸우지 않고서는 성에 차지 않는 종족인가.. 우리 정서와 너무 다르다.

이런 부분에 너무 현혹되어 줄거리에는 거의 신경을 안쓰고 있다. 실제로 작가의 어조는 계몽적인 이야기를 할 때에만 설득적이고 강렬한 어조로 주장을 하고 있어서 장발장의 인생이 작품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미미해보인다.  

다만 꼬제뜨에 대한 그의 사랑이 조금 미묘해서 관심있게 보고 있다. ㅎㅎ

   

괜히 레미제라블 이미지 검색하다 보니 이런 그림이.. 만화도 있었나보네-
블로거 주인장이 이 그림에 혁명친구들이라고 언급해 둔 것이나, 꾸르페락의 이름이 언급된 것을 보니
굉장히 세심한 애니로 보인다. 심지어 에뽀닌느의 죽음까지..;  

궁금..  

그나저나 모두 엄청 훈남-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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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9-07-01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딴 생각치고는 너무 깊이있는것 아닙니꽈!!!

Forgettable. 2009-07-01 23:13   좋아요 0 | URL
안하던 생각을 하니 횡설수설 하고 있지요^^

lazydevil 2009-07-02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권 완독하시다니, 축하해요.. 그리고 부럽습니다.
아마 우리 나라에서 레미제라블 완독인구 따지면 상위 등수 랭크될되실겁니다....^^;

Forgettable. 2009-07-02 10:16   좋아요 0 | URL
힝 아직 1권이 남았어요- 6권짜리라는 걸 저도 4권 읽으면서 안 거 있죠^^;;
대망의 마지막권은 아마 주말에 마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금요일아 얼른 와라~~~

열심히 대작을 읽었으니 이번 여름은 미스터리로 달려볼까 합니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신작도 궁금하고 데빌님 서재에서 발견한 프레데릭 포사이드도 궁금하고-
완소 캐드펠 시리즈도 ㅠㅠ
아 무슨 기분은 여름방학한 기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