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 살면서 이렇게 바쁘고, 감당하기 힘들어서 벅차고, 스트레스 받았던 일주일은 없었다! 

라고 매 학회 때마다 생각한다. 

**
애인이 생겼다. 

커플링을 해주겠다는 그녀. 그 좋아하는 삼겹살을 눈 앞에 두고도 내게 수다 떠느라고 먹지 못하는 그녀(!!!) 

누가 사귀자고 해도 모두 사귈 수 있다길래 기회랍시고 덜컥 사귀자고 해버렸다. 두둥!!!!! 
(왠지 굉장히 로맨틱, 받고 싶은 고백 정도)

***
나이가 든.다. 

술 안먹고 커피 마셔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밤중에 커피마시고 싶다.

슬퍼서, 일주일 내내 울고 밥도 안먹고 누워만 있고 싶어도 참는다. 

참는 걸 배운거라고 했다, 친구가.  

감성이 메말라가는 건 줄 알았는데, 내일을 위해, 슬퍼하지 않기 위해, 참는거였다. 

내 신조가.. 참지 말고 울라는 것이었는데, 울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참는 내가, 언제고 무너져버릴게 너무나도 뻔한 사실이, 무섭다.

****
이럴 때, 어떤 이의 목소리가, 어떤 이의 텍스트가 위안이 된다. 정말 많이.  

*****
내겐 비밀이 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버금가는 지키기가 아주 괜찮은 비밀이다.  

***** 
WTD: 사랑니 빼기, 골프 3개월 속성 등록, 수영 강습 등록, 점 빼기, 운전면허학원 등록, 커피알바 구하기, 바리스타 자격증 따기, 오래오래 두고 읽을 책 구매, 대낮에 햇빛 받으며 커피 드립, 등등

*******
꿈 얘기 썼었나. 

썼던 기억이 나는데, 참지 못하고 마셔버린 막걸리 한병 덕에 잘 모르겠어서 또 쓴다. 

독수리의 사진을 찍었다.
날개를 양옆으로 펼치는 멋진 모습은 놓치는 바람에 아쉬워서 조금씩 가까이 다가갔다.
클로즈업한 독수리의 모습은 아주 멍청한 개의 얼굴을 닮아 있었다.
난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 아쉬웠지만 독수리의 실상을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어서 차라리 다행이라 여겼다.

내게 이런 열혈기자의 습성이 있을 줄이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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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0-02-23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Forgettable. 2010-02-23 23:51   좋아요 0 | URL
히히. 바낭이라고 느끼신거죠. 그런거죠.
요새 제가 이렇게 머리가 비었답니다 ㅠ 말년 사회초년생의 비극이랄까요 ㅡㅡ

다락방 2010-02-23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당신의 비밀을 공유하고 싶은 애인 ♡ (점점.. ㅎㅎ)

Forgettable. 2010-02-23 23:54   좋아요 0 | URL
ㅋㅋ 벌써 공유하고 계신걸요.
우리. 왠지 봄 제대로 타면서 조증 걸려 허덕인는 거 같지 않아요 젠장 ㅋㅋ

다락방 2010-02-23 23:56   좋아요 0 | URL
응! 근데 이미 공유하고 있다고 말하면 미잘님과 Arch님이 나 심문할까봐요. 뽀님의 비밀이 뭐냐고 ㅎㅎ 그러니까 모른척 해야해요.

그리고 우리가 사귀는 것도 당분간 그들에게 비밀로 해요.

맞습니다, 저 오늘 오후까지 우울해서 죽을 것 같았는데, 금방이라도 울것 같았는데, 지금은 봄을 느끼더니 미친조증이 되버렸네요. 이를 어째요. 까르르르

Forgettable. 2010-02-24 00:04   좋아요 0 | URL
그들은 쿨녀쿨남이라 뽀따위의 비밀따위.. ㅋㅋㅋㅋㅋㅋ

에, 저는 실제로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하고 있어요. 자야할 시간이라 그런가 싶어요. 내일 5시반에 일어나서 화장하고, 옷입고, 힐신고 나가야 해요. 아, 내 다리. ㅠㅠ

다락방 2010-02-24 00:08   좋아요 0 | URL
얼른 자요. ㅜㅜ

난 쿨남쿨녀 싫어. 사람이 어떻게 쿨하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다시 슬픔이 밀려와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Arch 2010-02-24 11:56   좋아요 0 | URL
비밀이 뭔데유~ 그래서 뽀가 애인이 생겼다는거에요, 뽀 친구가 애인이 생겼다는거에요, 다락방이 애인이 생겼다는거에요. 내 문장만 요상한게 아니었어. 아님 잠깐 서재질을 게을리해서 독해력이 떨어진건지.

Forgettable. 2010-02-24 16:22   좋아요 0 | URL
아치네 독해력에 보일러놔드려야겠어요.

점점 헛소리.
저 미치면 어떡해요? ㅠㅠ 힘들어요 ㅠ

뷰리풀말미잘 2010-02-27 00:46   좋아요 0 | URL
뽀 애인생겼어요? 아, 정말 봄인가봐요. 라고 남겼다가 락방님 댓글을 읽고 말았어요. 아, 김새.

비밀이 뭔데요? 제가 서재질 이런 식으로 하라고 했어요, 하지 말라고 했어요.

아치/ 이번만은 당신 독해력의 문제가 아닌거 같아요.

무해한모리군 2010-02-24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내가 증인이 되어줄 수 있었을텐데..

Forgettable. 2010-02-24 16:2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안타깝게요! ㅎㅎ

Seong 2010-02-26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료하다, 인생이." - 전 한 6개월 인생을 이렇게 한 줄로 줄일 수 있겠군요. 1형식 인생은 이제 그만. 저도 Forgettable님처럼 최소한 3형식의 문장을 쓸 수 있는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

2010-02-26 1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어제는 죽은 듯이 잠만 잤고,
오늘은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소용돌이치는 마음을 달래고자 교고쿠 나츠히코의 [망량의 상자]를 꺼냈기 때문. 나.. 망한거지? 

2. 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사실은 한시간쯤 오르다가 내려왔다. 겨울눈이 모두 녹기 시작해서 자칫하다가는 옷버리고 허리상할 것 같아서였다. 등산화는 이미 버렸고. 같이 산에 오른 이와는 오랜만에 만나 한가로운 잡담을 나누며 봄공기를 기분 좋게 맞았다. 내려와서는 뽕잎 샤브샤브를 술 없이 맛나게 먹었고, 커피를 마시며, 우리가 술이 아닌 커피를 마시는 날도 오는구나. 라며 감탄했다.  

3. 이 얘기를 쓰려던게 아닌데. 

책을 덮고 갑자기 떠오른 망상을 기록하기 위해 컴퓨터를 켜는 동안 쓰려던 이야기를 잊고 말았다. 

4. 어느 분의 서재에서 알라딘이 '네이버 블로그'스러워지는 듯하단 댓글을 봤다.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떠났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남아있는데.. 란 반발감이 들었다. 왜인지 '네이버 블로그 스럽다'는 말은 그 분 스스로도 폄하하는 말은 아니라고 하셨지만 폄하처럼 보였다. 내가 갖고 있는 이미지가 안좋아서일까. 그 곳에도 사유가 깊고 다양한 사람은 얼마든지 있을텐데, 포털 사이트의 이미지가 그렇게 중요한가보다.   

어쩌면 나의 가벼운 글들도 그에 일조하고 있다는 자책감이 아파서였을 수도 있겠다. 

5. 지난 밤에 꿈을 꿨다. 다시 필리핀에 도착했다. 여윳돈도 없어서 모든 것을 카드결제로 해야 했고, 이왕 온 거 그냥 지르자며 보름 후에 돌아갈지, 5일만 있다가 돌아갈지,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끊으며 무척 고민했다. 통장의 돈을 생각하면서 좋은 호텔에서 계속해서 머물지, 조금 더 싼 호텔에서 머물지도 고민했다. 그리고선 아무말 없이 훌쩍 떠나왔다며 "엄마, 나 필리핀이야."라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전화기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며 고민했다.  

결국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잠에서 깼다. 어쩜 꿈에서마저.

6. 내가 기꺼이 이불을 털고 일어나 쓰고 싶었던, 새벽에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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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2 0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3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2-22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망량의 상자는 우부메의 여름보다, 광골의 꿈보다 좋았어요, 저는.

2. 네, 커피를 마시는 날도 오지요. 그렇게 늙어가는 겁니다. ( '')

3. 음, 글이 가벼우면 안되나요? 저는 무거운 글을 쓸 수가 없는데요. 가벼운글은 가벼운 글대로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4. 저도 꿈을 꿨어요. 굉장히 고민하던 것이었는데, 꿈에서 상대가 제게 그건 이런거였어, 라고 확신을 주는 그런 꿈이요. 역시, 꿈이었어요.

5. 잠은 그래서 좀 잤나요? 월요일이에요.

Forgettable. 2010-02-23 10:53   좋아요 0 | URL
1. 저 지금 엄청 아껴읽고 있는데도 1권 다 읽어가요. 그렇다니 광골의 꿈을 먼저 읽을걸;;

2. 늙.. 늙는다니! 커피와 나이듦에 대해서 좀 더 고려해보아야겠어요.

3. 무거운 글이라는게 얼마나 깊은 성찰이 담겨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그 무게가 달라진다고 봐요. 나오는 글이 쉽게 읽히든, 어려워서 읽을 수 없든 이런건 상관없죠. 서재엔 아직 무거운 글을 쓰는 사람이 많다고 보는데, 네이버 블로그는 보여주기,, 가 목적이라고 느껴져서요. 아, 그 수많은 정보라니. 물론 나쁜 것은 아닙니다만.. 모르겠어요.

4. 전 어째 그렇게 발 동동 구르며 걱정하는 여행 꿈만 꾸는지 모르겠어요;

5. 잠은 잘 못자고 오랜만에 학회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피곤해보인다는 말만 들었죠 ㅠ

무해한모리군 2010-02-22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희 친구들은 커피를 마시게 된지 몇 년은 되었습니다 ㅎㅎㅎ

음 네이버 블로그와 다른 점은 여전히 긴 글이 많고, 영상보다 텍스트 중심이라는 면에서 확실히 다른 듯 합니다만..
그 분께는 이 곳이 참으로 더 특별했던 듯 합니다.

피곤하겠네요.
그래도 씩씩한 한주되요 ^^

Forgettable. 2010-02-23 10:55   좋아요 0 | URL
전 차파, 술파로 친구가 나뉘어있어서요. ㅋㅋ

저 씩씩한 한주 되기엔 너무 업무의 과중함에 스트레스를 떠안고 있습니다. 어서 금요일이 와서 모든 것이 끝나기만 바라고 있을 뿐이에요.

휘모리님은 힘찬 한주 보내고 계신가요?

뷰리풀말미잘 2010-02-22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였는데요?! 아, 정말 요즘 사람들 페이퍼 쓰는 태도 맘에 안 들어요. 내가 하고싶은 말이 이 말이다. 이 말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왜 말을 못하냐고! 왜 말을 못해! 왜!?

Arch 2010-02-23 01:34   좋아요 0 | URL
그저 단순히 기억 생략쯤 될 것 같은데, 뽀님, 추묘꾼 화났어요 ㅋㅋ

뽀님, 나도 그 댓글을 봤는데요. 폄하보다는 아쉬워서, 예전 마을 같은 분위기보다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기만 하다는 느낌을 받아서란 느낌이 들었는데. 그리고 뽀님 글이 가벼우면, 전 날아다니게요. ^^ 자학으로 팬몰이하려는 계획이라면 말예요. 한참 전에 써본 결과,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아뢰오~

Forgettable. 2010-02-23 10:57   좋아요 0 | URL
왜냐면.. 내가 배운게 이것 뿐이니까! 도대체 사람들이말이야, 비밀들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저도 단지 알콜성치매증상을 좀 신비화 해봤네염. ㅋㅋㅋ

추묘꾼 화나도 하나도 안무서워요. 왜냐면 난 고양이가 아니니깐 ㅎㅎㅎㅎ

아치님 요새 글이 많이 좋아졌는걸요. 맹추격하고 있삼. 예전엔 서재가 좀 폐쇄적인 면이 없지 않았죠. 나름의 장점이 있다고 봐요. 이 얘기는 나중에 좀 더 해보도록 하지요~

L.SHIN 2010-02-22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 '여기는 이래야만 돼'라는 사고 발상이 웃기네요.
여기 있는 모든 분들의 글들에 나는 한 번도 '가볍다'라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뭔가 좀 있어 보이고 쓸데없이 어려운 말 들먹이는 것'만이 '지식인'이라고 한다면 그것만큼 멍청한 일이 또
있을까요? 어떤 형태로든 지식은 나누어야 값진 것이지 혼자의 유식함을 자랑하는 글 따위 지식이라고 할 수 없죠.

그 '어느 분'이 누군지 알고 싶네요. 본인은 얼마나 진중하게 잘 쓰는지.

5. 저도 그런 상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무에게도 말 하지 않고 유럽으로 가서는, 로밍된 핸드폰으로 누군가
전화하면 이렇게 외치는 거죠. '그런데 오늘은 갈 수 없어. 아니, 오늘 안에. 여긴 파리거든' ..ㅎㅎㅎ

Forgettable. 2010-02-23 11:09   좋아요 0 | URL
가벼운 글도 물론 나름의 의미가 있죠, 취향이 아닐까요..
알라딘도 책읽는 사람이 모여있는 공간이고 그로인해 똑똑한 사람들이 많았었던 것 같은데, 그렇게 지성이 담긴 글을 쓰던 분이 알라딘을 많이 떠났다고 해서 이 공간의 성격(그러니까, 따뜻함이라고 하면 될까요)이 바뀐 건 아니라고 보거든요, 여튼 다들 의견이 분분하네요.

왠지 뒷다마 하는 것 같아서 껄끄럽기도 하고, 지금 어제 마신 술이 덜깨서 헛소리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전 그래서 해외여행 갈 때 왠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가는게 좋아요. 히히 '나 오늘 갈 수 없어. 여긴 파리거든' 이거 좋네요. 아주 좋아요! ㅋㅋ

 
전망 좋은 방 열린책들 세계문학 28
E. M. 포스터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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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좋은 방]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로맨스에 담긴 20세기 초 영국인들의 생활과 사고방식을 유쾌하게 풀어둔 작품이다. 내용과 문체도 좋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군상 하나하나가 살아서 펄떡거리는 것만 같아서 이 리뷰는 인물중심으로 작성할 예정이다. 그러므로 책 소개글이 되진 않을 것이다. 물론 스포일러도 다량 함유되어 있다.

1. 감초 조연중의 하나인 비브 목사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지만 마지막 부분에 가서 인간의 모순됨을 잘 보여주는 캐릭터이다.  

   
 

 인내와 교양 아래 말없이 감추어져 있던 그의 금욕주의가 표면으로 솟아올라 아름다운 꽃처럼 피어났다. <결혼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자제하는 건 더 좋은 일이다>라는 신념을 가진 그는 사람들의 파혼 소식을 들을 때마다 은근한 기쁨을 느꼈다. 루시의 경우는 본래 그가 세실을 싫어했기 때문에 더욱 기쁨이 컸다. 그는 한층 더 밀고 나갈 생각도 있었다..... 그녀가 동정의 결심을 굳힐 때까지 그녀를 위험이 미치지 않는 곳에 두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감정은 극히 미묘한데다 어떤 사상적 배경도 없다.

 
   

나는 비브목사가 금욕적이고 예의범절에 집착하는 남자인 세실의 반대지점에 있는 사람이라고 분류해두었기 때문에, 처음 이 구절을 읽었을 때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파혼을 반기되, 그 반기는 이유가 금욕주의적인 이유라니, 목사이지만 금욕적이라기보다는 자유롭고 생동감있는 사람이라고 느꼈기 때문인지 이 부분은 그 어떤 구절보다도 내게 충격이었다. 그러나 작가는 인간의 모순을 잘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브목사는 그저 그런 조연, 자유분방한 목사 캐릭터가 아니라 하나의 인격이었고, 그것은 그의 뜬금 없는 금욕주의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그를 한층 매력적으로 만들어주었다. 

2. 주인공인 루시의 사촌언니 샬럿은 보잘것 없는 노처녀이고, 어느 한 부분에서도 매력을 찾을 수 없었던 참으로 지루하고, 서울 한복판에서 돌던지면 맞고 누구냐고 소리칠 것만 같은 김이박씨, 그만큼 평범한 캐릭터이지만(인줄로만 알았지만) 플롯을 관통하고 있는 중요한 인물이며 작가가 인간의 모순에 대해 얼마나 깊이 사유했는지를 보여주는 또다른 캐릭터이다.  

   
  그렇게 한참을 흘러가다 다시 샬럿 이야기가 나왔다. 다시 이야기를 해보니 샬럿의 행동은 아까보다 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불분명한 것을 싫어하는 조지가 말했다. "샬럿은 분명히 알고 있었어요. 그러면 왜 당신과 아버지가 만날 수도 있는 위험을 방치했을까? 어쨌거나 그 분은 아버지가 거기 계신 걸 알고도 그냥 교회에 갔어요."  
   

마지막에 조지와 루시의 대화에서 샬럿은 그들의 로맨스에 누구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떠맡아왔다는 걸 우린 알아챈다. 어찌나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인지, 나는 비브 목사의 생생함에 이어 또 한번 놀란다. 지금까지 샬럿이 보여주었던 자기희생적인 선의, 그래서 가식적으로 보였던 그녀의 선의가 진심에서 우러나왔다는 것을 알게되는 주인공의 충격에 나는 최근 개인적인 경험에 의거하여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이것은 샬럿을 미워하던 주인공 루시가 더이상 그녀를 미워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차디찬 복수라 할 수 있다. 물론 가식덩어리(인줄로만 알았던) 샬럿이 가식적으로 의도한 것이 아니기에 더욱 더.  

3. 조지의 아버지 에머슨씨는, 속세에 부대끼며 하루하루를 겨우 감당해가는 우리로써는 결코 맞대응할 수 없는 종류의 인간이다. 그는 조르바이며,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이며, 늙은 '래리'이다.  

   
  나는 녀석에게 항시 사랑을 믿으라고 가르쳤어요. <네가 사랑을 느끼면 그건 진실이란다.>라고 말요. <열정은 장님이 아니야. 열정이야말로 눈이 밝지. 네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여자는 네가 진실로 이해하게 될 유일한 사람이란다.>라고도 말했어요.  
   
   
 

"이 늙은이 말을 들어요. 이 세상에 혼란보다 나쁜 건 없어요. 죽음이라든가 운명이라든가. 무시무시해보이는 그런 것에 맞서기는 오히려 쉬워요. 지난날을 돌아볼 때 두려운건 내가 만났던.. 어쩌면 잘 피했을지도 모르는 혼란들이에요. <중략> 지금 아가씨가 그런 혼란에 빠진게 아닌가 싶어 걱정이구려."  
그녀는 침묵했다.
"내 말을 믿어요, 허니처치양. 인생은 눈부시지만 또 힘든 거요."
그녀는 계속 침묵했다.
"한 친구가 이런 말을 쓴 적이 있어요. <인생은 바이올린 연주회와 같다. 그런데 그 연주법은 연주를 해나가는 무대에서 익혀야 한다>고 말요.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해요. 사람은 살아가는 현장에서 살아가는 능력을 익혀야 해요. 무엇보다 사랑하는 능력을." 

 
   

네. 맞아요. 전 지금 혼란에 빠져있어요! 라며 눈물을 흘리면서 난 이 노인네에게 기대고 싶었다. 이 사람은 루시의 눈에 비늘을 떼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내 눈의 비늘도 떼주었다. 그래서 난 루시가 얼마나 힘든 결단을 내렸는지 안다. 아마 나는 하지 못할. 

3. 루시. 아, 루시.. 완전 매력적인 남자캐릭터 조지는 단지 루시를 돋보이게 해 주었던 역할이었던가 싶을 만큼 루시는 매력적이다. 선홍빛 드레스를 입으면 홍학 같은 그녀. 이 부분에서 어찌나 웃었던지.. ㅎㅎ 

사로잡혀 있었던 것에서 단호히 벗어날 수 있었던 이 여자는 진정한 용자다. 가족과 20여년을 벼려왔던 신념을 버리고, 머리나 관습이 추구하는 것보다 단지 마음이 추구하는 바를 '20세기 초'에 이루다니. 이것은 백년이 지난 지금도 내겐 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은 방종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현실감각과 경제관념을 갖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정도의 결단을 내린다. 이것은 그녀가 약간의 열등감을 갖고 있었던 약혼자 세실보다 월등하게 미래지향적인 선택이었다. 

4. 약혼자 세실은 그 자체로는 아름답지만 가까이하기엔 차가운 대리석 조각상 같은 캐릭터를 잘 보여주었고, 동생 프레디는 누나의 무릎을 베고 누운 모습 하나로 '남동생 로망'을 실현해준다. 게다가 마지막의 편지라니!

이 작품은 행복한 로맨스이다. 그러나 반대로 독자의 한계를 일깨워주기 때문에 비극적이기도 하다. 나는 인간들로 가득한 이 이야기를 읽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나의 현실에 대해서 반성을 많이 했고, 잠재적인 욕망과 나의 모순에 놀랐다. 또한 현실적인줄만 알았던 나의 이상이 나의 체념에 굴복한 것이라는 걸 깨닫고는 무척 아파했다. 나는 루시처럼 깰 수 없을 것이다. 그녀처럼 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계속 포기해왔고, 포기함으로써 얻은 것이 많다고 믿고 있다.  

포스터는 내가 포기하고 있다는 것을 교묘하게 알려줌으로써 날 그 어느 때보다도 비참하게 만들었다. 참..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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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세운닥나무 2010-03-31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뚱한 소리 좀 할게요. 제가 좋아하는 비평가 에드워드 사이드가 에드워드 포스터를 비판하더군요. <인도로 가는 길>을 격하게 비판하던데 열린책들 전집판으로 <인도로 가는 길>을 읽어 보았습니다.
포스터가 이해한 인도인은 종교로 살고 죽는 사람이더군요. 당시 영국과 인도의 관계로 확장시키면 이 소설의 메시지가 '너희는 열심히 종교나 믿어라. 나머지는 우리가 담당하겠다'가 아닐까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전망 좋은 방>은 읽지도 않고 혓소리 좀 했습니다.


Forgettable. 2010-03-31 18:23   좋아요 0 | URL
다음 책으로 뭘 읽을까, 고민하던 참이었는데.. (는 아니고 이 리뷰를 쓰던 당시에 정해놨는데 까먹었네요-_-)

여튼 [인도로 가는 길]은 마지막에 읽으려고 했어요. 인도에 좋은 기억이 있어서 좋은 작가가 다닌 인도의 느낌은 어떨까 기대가 컸거든요. 맛있는 건 아껴먹는 버릇이;; 그런데 그 당시가 식민지 시대라는 걸 간과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꼭 그 점을 염두하고 책을 읽어볼게요.

얼마 전에 황석영 작가를 보면서 작가의 사상이나 인간성(?)은 사실 작품을 읽는데 아무 관련이 없다, 작품만 좋으면 되었지 뭘, 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이것은 너무 무책임한 독서겠죠. 앞으로 좀 더 노력하며 책을 읽어야겠어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4-01 09:17   좋아요 0 | URL
그래도 포스터는 동시대 영국 작가들에 비하면 낫다는 생각을 합니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으로 나온 키플링의 <킴>을 보니 이건 그저 제국주의 소설이더군요. 이런 소설을 세계문학전집으로 펴낸 출판사의 안목도 문제가 있구요. 반면교사로 삼으라는 건지......
어릴 적 <정글북>을 재미나게 봤는데, 이 소설의 작가가 이 수준이란 게 실망스러웠습니다. <정글북>도 달리 생각이 되구요.
유명한 기독교 작가인 헨리 나웬이 동성애자란 걸 최근에 알았어요.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작가인데요. 근데 이 사람이 죽을 때까지 이 사실을 숨겼는데, 생전에 포스터의 소설 <모리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를 보고 극장에서 엉엉 울었다고 합니다. 이 소설에 관심이 생기더라구요. 나중에 <모리스> 읽어보고 이야기 나누었으면 합니다.

Forgettable. 2010-04-01 19:38   좋아요 0 | URL
앗, 키플링의 [킴]이 번역되어 나와있었군요!!
게다가 제국주의 소설이라니..

알베르토 망구엘의 [독서일기]에서 한 챕터를 차지하고 있는 책인 것을 기억하고 있는데, 궁금하네요. 지금은 이 책을 갖고 있지 않아서 어떤 내용이었는지 잘 기억도 안나고 확인이 안되는데..ㅜㅜ 다른 책이랑 막 헷갈려서 기억해요. 혹시 인도에 관련된 책, 수도승에 관련된 책이었던가요?

아, 읽어야 할 게 갑자기 확 늘어난 기분인데 [모리스]까지! ^^
앞으로 이야기 나눌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ㅎㅎ

지금 잔뜩 추리소설을 질러놓았는데-_-; 책쇼핑을 다시해야 하나..

파고세운닥나무 2010-04-02 10:09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 줄거리가 맞습니다^^




파고세운닥나무 2010-04-20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망 좋은 방]을 새 달에는 꼭 읽어보려구요. 읽고 나서 써두신 단평을 다시 꼼꼼하게 읽어봐야겠네요.
왠지 5월과 이 책이 어울릴 것 같아서요^^

Forgettable. 2010-04-20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욕심과는 다르게 느림보처럼 엉뚱한 책을만 읽고 있어요.
백수가 되면 좀 더 깊은 독서를 할 줄 알았는데, 점점 시간만 먹어치우는 독서를 하고 있는 것만 같아요.
이게 참 자괴감만 들고.. 초조해지고, 그렇네요.

꼼꼼하게 읽어보신다고 해서 저도 꼼꼼히 다시 읽어봤더니 무척 부끄러운데요!!!
읽으시기 전에 뭔가 좀 다듬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근데 퇴고랑은 왠지 거리가 멀어서 ㅠㅠ)

따뜻한 날 읽으시면 기분좋아질 책이에요. 아, 갑자기 포스터의 글이 마구 당깁니다. ㅠㅠ
 

며칠 전 지하철에서 [로마인 이야기] 14권을 읽는 중년의 남자와 마주쳤다. 손가락이 아주 길었고, 두꺼운 안경알 때문인지 약간 어리버리해보였는데, 안경 너머의 눈이 날카로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2010년 2월에 로마인 이야기.. 14권을 읽는 사람이라. 

로마인 이야기는 더이상 베스트 셀러나 유행도 아니고, 1~2권을 읽다 포기한 것도 아니고 14권을 읽고 있다는 것이 그 사람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단지 흥미와 호기심, 인내심으로 뭉친 독서가일 것 같다. 새롭다. 난 나의 이런 생각과 감상에 의해 약간 미화된 중년의 책읽는 남자를 자꾸 흘낏흘낏 훔쳐보았다. 

책을 쭈삣쭈삣 꺼내던 아저씨는 어느덧 젊고 차가워져 있었다.
독서하는 남자는 평소엔 멍해보여도 책을 읽을 땐 맑고 또렷해 보인다.. 

그를 바라보며 나의 책읽는 모습은 어떤지, 내 남자의 책읽는 모습은 어떤지 상상해보았다.
내 모습은 상상하기 쉬웠다. 난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약간 미간을 찡그리고 집중하는 버릇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그러나 내 남자의 책읽는 모습은 어떤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 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책읽는 사람과 연애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 책읽는 남자와의 연애는 어떨까? 

첫 만남은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의 첫째딸이 그랬던 것처럼, 샤워를 하며 장미향을 내뿜으면 그에 반해서 한달음에 백리길을 달려와줄까, 첫 키스는 [전망 좋은 방]에서처럼 봄냄새에 취해 이태리의 어느 언덕의 덩굴속에서 넘어졌을 때 우연히 지나가다가 갑작스레 키스를 해줄까, 우리의 섹스는 [백년동안의 고독]에서 우르슬라의 아주 먼 후대의 자식이 돼지꼬리를 한 아기를 만들 때처럼 온몸에 꿀을 바르고 섹스를 하다가 잠이 들어서는 불개미한테 갉아먹히기 직전에 눈을 뜨고 깔깔대며 개미 소탕을 할까, 권태기가 오면 핀터의 어느 희곡에서처럼 서로 내연녀, 내연남 연기를 하면서 서로에게 바람을 필까.  

 

 

 

 

하나 더. 잠이 안오는 밤에는 [거미여인의 키스]에서의 그녀처럼 서로 이런저런 흥미진진하고 낭만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며 잠들고 싶다. TV를 보다 잠드는 대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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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0-02-16 09:04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그렇겠죠. ㅋㅋ 꿈꿔봤을 뿐 바라지도 않습니당ㅎㅎ

2010-02-16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6 1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6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6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허세 2018-04-27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허세지리네여

Forgettable. 2018-04-27 21:2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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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 1 - 아동교육 심리학의 영원한 고전 한 아이 1
토리 헤이든 지음, 이희재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난 인간이 본디 착하다 믿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모른다는 이유를 빌미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얼마든지 파괴적이될 수 있고, 적자생존의 본능이 절실해보일 정도로 투명하게 비친다. 그래서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는 내게 전혀 충격적이지 않았었고, 난 아이들이 어떤 말을 해도 어떤 잔혹한 행동을 해도 놀라지 않는다. 오히려 이타적인 모습을 발견할 때 그의 교육환경을 의심하며 조금 놀란다. 그들은 순진무구한 아.이.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세계가 두렵다. 내가 아이들이랑 잘 논다면, 그것은 내가 그들의 바깥 세계에만 머물기를 선택했고, 그들도 날 끌어들이려 하지 않겠다는 서로의 합의하에 간격을 유지한 채 노는 것일 뿐이다. 공포스러울만치 솔직하고 꾸밈 없기 때문에 상처주는데 거리낌이 없지만, 상처받기에는 너무 쉬운 그들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난 경험을 약간 왜곡시켜서 단지 엄마가 뱀은 징그럽고 싫다고 했다며, 뱀의 알을 불태워버리는 아이가 등장하는 이야기를 써본 적도 있다. 그랬던 내게 이 책은 대단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이들이 사랑스러웠던 것이다.  

작가는 내가 무서워하던 아이들의 세계를 무시하거나, 우습게 보지 않았다. 오히려 나처럼 상처받고, 상처입히는 것을 두려워했다. 하지만 그녀는 사랑으로 모든 것이 극복될 것이라 믿는 몽상가였고, 아이들은 변했다. 그리고 그 곳에 한 아이가 있었다.  

내게도 한 아이가 있었던가. 

예전에 봉사활동을 할 때, 난 뇌성마비아동을 돌보는 것을 좋아했다. 우리 사이의 의무사항은 단 하나, 내가 아이들에게 헌신하고 아이들은 가만히 받아들이기만 하면 됐다. 우리사이에는 아무런 감정 소모가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날엔가는 임대아파트가 모여있는 어느 동네에서 아이들 독서지도 자원봉사를 하기 시작했고, 1주일에 한 번 있는 모임이었지만 나는 탈진할 정도로 하루하루를 소진해갔다. 대부분 결손가정의 아이들이었고, 누군가는 날 때렸고, 누군가는 날 안고 놔주지 않았으며, 누군가는 날 따돌렸다. 내가 아이들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던 건 이때의 기억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때 한 아이가 있었다. 친구도 없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만 있는게 안쓰러워서 자꾸 말을 걸어주니 언젠가부터 내 옆만 졸졸 따라다녔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은 내가 그 아이를 편애한다며 등을 돌렸고, 나는 그 아이에게도, 다른 아이들에게도, 어떻게 해주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다가 그냥 포기해버렸다. 아..

그래서 토리가 울고 좌절하다가도 TV를 보며 기운을 회복할 때, 아이들이 쉴라를 질투하지 않아줄 때, 쉴라가 달려와 안길 때, 아이들이 웃으며 노래할 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책을 보는 시간 내내 웃다가 울다가 하며 토리와 쉴라와 아무것도 모르는 것만 같지만 마음으로 그들을 응원해주는 아이들, 사라, 프레디, 피터, 길모어.. 모두에게 사랑에 빠져버렸다. 난 다시금 약간이나마 사람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됐다. 세상엔 사랑이 있고, 사랑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고,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인내하는 것이 곧 자기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아는 사람이 있다.  

공포와 괴로움에 떨며 숨죽여 울고있는 당신이 당신만의 어린왕자를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제발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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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0-02-10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한 아이2 가 있었다는 것을 깜빡했다. 이렇게 희망찬 환상같은 이야기에 속편이 있었다.
읽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

Arch 2010-02-11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취향 상관없이 정말 좋은 책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이 책이 아닐까 싶어요.

Forgettable. 2010-02-12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리학의 고전'이라는 타이틀이 너무 고리타분해서 지루할 거라는 느낌만 갖고 있었거든요.
엄마한테도 당장 읽으라고 권해드렸답니다. ㅎㅎ

비로그인 2010-02-17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조금 무거워지고 단단해지네요. 회색 담벼락처럼..말예요.

Forgettable. 2010-02-17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주 사랑과 희망에 가득 차서 이 리뷰를 썼는데요. 바람결님은 그게 환상일 뿐이었단걸 벌써 눈치채신거군요.
역시 세상은 어두운가봐요.

비로그인 2010-02-17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제가 배운 교육심리의 측면에서만 보거나, 텅빈 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아이의 시선에만 너무 몰입을 했거나, 어린왕자를 만나는 아주 진하게 처리하신 색의 글씨에 무게를 두지 않아서인가봅니다.

^^.. 뽀 님의 조언대로 신나게 해주는 음악도 챙겨들었으니 이제 좀 잠을 청해야겠네요. 꿈 속에서 "한 아이"에게 뭔가 얘기를 건네보면 좋겠습니다. 오늘 부른 노래도 좀 불러주고요.

내일은, 일이 좀 손에 잡히시길 빕니다. (일이 손에 안잡혀도 괜찮은 곳이라면 더욱 좋겠네요~) 근데 뽀 님 하니까 엄청 편해요. ㅋ

Forgettable. 2010-02-18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교육심리! 저 계절학기때 한 번 들었던 과목인데요. 점수는 참 잘받았지만서도 남아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신비로운 그 과목!! 제가 옅은 주황색으로 해둔 부분은.. 어떤 분께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데 해드릴 수가 없어서요. 그래서 여전히 마음이 안좋아요.

바람결님께.. 신나는 음악은 쇼팽의 녹턴이었던가요. 요즘 한참 다시 연습하려고 시도하다가 첫 연습날 이후로 2주째 손 놓고 있는 그 녹턴!! ㅎㅎ 전 오늘 일 안갔어요. 내일부터 열심히 하려구요.. 내일 일할 생각하면 한숨이나요. 사람들이 뽀라고 하는 이유를 아시겠죠 ㅋㅋ 발음도 편한것 같아요.

바람결님~ 좋은 밤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