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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 1 - 아동교육 심리학의 영원한 고전 ㅣ 한 아이 1
토리 헤이든 지음, 이희재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난 인간이 본디 착하다 믿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모른다는 이유를 빌미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얼마든지 파괴적이될 수 있고, 적자생존의 본능이 절실해보일 정도로 투명하게 비친다. 그래서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는 내게 전혀 충격적이지 않았었고, 난 아이들이 어떤 말을 해도 어떤 잔혹한 행동을 해도 놀라지 않는다. 오히려 이타적인 모습을 발견할 때 그의 교육환경을 의심하며 조금 놀란다. 그들은 순진무구한 아.이.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세계가 두렵다. 내가 아이들이랑 잘 논다면, 그것은 내가 그들의 바깥 세계에만 머물기를 선택했고, 그들도 날 끌어들이려 하지 않겠다는 서로의 합의하에 간격을 유지한 채 노는 것일 뿐이다. 공포스러울만치 솔직하고 꾸밈 없기 때문에 상처주는데 거리낌이 없지만, 상처받기에는 너무 쉬운 그들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난 경험을 약간 왜곡시켜서 단지 엄마가 뱀은 징그럽고 싫다고 했다며, 뱀의 알을 불태워버리는 아이가 등장하는 이야기를 써본 적도 있다. 그랬던 내게 이 책은 대단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이들이 사랑스러웠던 것이다.
작가는 내가 무서워하던 아이들의 세계를 무시하거나, 우습게 보지 않았다. 오히려 나처럼 상처받고, 상처입히는 것을 두려워했다. 하지만 그녀는 사랑으로 모든 것이 극복될 것이라 믿는 몽상가였고, 아이들은 변했다. 그리고 그 곳에 한 아이가 있었다.
내게도 한 아이가 있었던가.
예전에 봉사활동을 할 때, 난 뇌성마비아동을 돌보는 것을 좋아했다. 우리 사이의 의무사항은 단 하나, 내가 아이들에게 헌신하고 아이들은 가만히 받아들이기만 하면 됐다. 우리사이에는 아무런 감정 소모가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날엔가는 임대아파트가 모여있는 어느 동네에서 아이들 독서지도 자원봉사를 하기 시작했고, 1주일에 한 번 있는 모임이었지만 나는 탈진할 정도로 하루하루를 소진해갔다. 대부분 결손가정의 아이들이었고, 누군가는 날 때렸고, 누군가는 날 안고 놔주지 않았으며, 누군가는 날 따돌렸다. 내가 아이들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던 건 이때의 기억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때 한 아이가 있었다. 친구도 없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만 있는게 안쓰러워서 자꾸 말을 걸어주니 언젠가부터 내 옆만 졸졸 따라다녔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은 내가 그 아이를 편애한다며 등을 돌렸고, 나는 그 아이에게도, 다른 아이들에게도, 어떻게 해주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다가 그냥 포기해버렸다. 아..
그래서 토리가 울고 좌절하다가도 TV를 보며 기운을 회복할 때, 아이들이 쉴라를 질투하지 않아줄 때, 쉴라가 달려와 안길 때, 아이들이 웃으며 노래할 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책을 보는 시간 내내 웃다가 울다가 하며 토리와 쉴라와 아무것도 모르는 것만 같지만 마음으로 그들을 응원해주는 아이들, 사라, 프레디, 피터, 길모어.. 모두에게 사랑에 빠져버렸다. 난 다시금 약간이나마 사람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됐다. 세상엔 사랑이 있고, 사랑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고,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인내하는 것이 곧 자기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아는 사람이 있다.
공포와 괴로움에 떨며 숨죽여 울고있는 당신이 당신만의 어린왕자를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제발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