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그림처럼 - 나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일상치유에세이
이주은 지음 / 앨리스 / 2009년 7월
구판절판


무한한 우주 속에 서서 사람 사는 일이란 뭐 그리 대단할 바 없다고 포기하듯 인정하고 나면, 역설적이게도 삶의 희망이 다시 움트기 시작한다. 내 인생 전부를 걸었던 일이 실패할지라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작은 실수처럼 대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23쪽

당신의 지난 날 어느 한순간이 너무나도 날것 그대로의 욕망에 충실해서, 지금 돌아보면 덮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워서 그것을 해피엔드로 만들려 다시 꺼내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늘 비극적으로만 끝맺는 사람 사이의 관계 때문에 되돌아보고, 꼭 행복해지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그 순간을 끌고 들어와 덧칠을 시작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해피엔드도 아니고, 순간에 충실했던 과거의 존재마저 부정하는 일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에 덧칠을 할 수 있다면 더 행복해질 것 같지만, 결국 거짓된 색만 켜켜이 쌓여 우리도 뭐라 말할 수 없는 이상한 색이 되어버릴 지도 모른다.-86쪽

자기 부정은 특히 사랑을 하는데 극심한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넘치는 살들 때문이 아니라, 자신을 낮게 평가하기 때문에 매력을 잃는 것이다.-93쪽

내 자신을 부풀릴 물건 말고, 정말로 나다운 물건이 무엇인지 꼭 하나 찾아봐야겠다.-1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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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좀 도와줘 - 노무현 고백 에세이
노무현 지음 / 새터 / 2002년 4월
구판절판


나는 그때 지식이 잘못 쓰여질 때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새삼 깨달았다. 한 사회의 가치관이 거꾸로 서 있거나 가치 판단이 흔들릴 때, 잘못된 양심을 가진 사람의 지식은 어떤 도둑질이나 살인보다도 위험한 범죄인 것이다. 그와 같은 사람들이 국민을 속이는 머리를 빌려주고 이론을 제공해 주었기 때문에 전두환 씨 같은 사람이 8년간이나 독재 정권을 유지했던 것이 아니겠는가.-24쪽

가난하고 불우한 환경 속에서 자라 출세한 사람들이 모두 다 훌륭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자신의 옛 처지를 생각해서 가난하고 불우한 사람들을 돕기보다는 오히려 옛날 자기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억압하고 고통을 주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고 보면, 불우한 환경을 이겨내고 출세한 사실이 모두 칭찬 받을 수만은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30쪽

세상이 잘못되어 있을 때는 그 잘못된 구조와 제도 자체를 고치도록 노력해야지 혼자서 이탈하거나 외면해서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135쪽

아이들이 납득할 수 있는 아버지, 존경받는 아버지, 나는 그것이 자녀 교육에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세상 여건이 어렵더라도 그래서 당장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더라도, 적어도 고민을 하는 자세는 필요할 것 같다. 적어도 아이들한테 위선만은 보여주지 않도록…….-140쪽

줄을 잘 서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기회주의의 시대, 나는 그러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본보기를 만들고 싶었다.-150쪽

사회주의는 인간의 이성에 의해 건설된다는데, 인간의 본성에 자리잡은 그런 욕심들이 과연 이성으로 다스려질 수 있을 것인가 하고.-172쪽

버려진 사람들에게 도덕적 성숙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자신들의 존재와 역할에 대한 뚜렷한 의식과 자부심이야말로 모범적 행동의 기초가 된다. 이런 점에서 그들을 사회의 책임 있는 주체로 참여시키는 것은 우리 모두의 관심과 배려에 달려 있지 않을까.-187쪽

머리가 혼란해지고 잡념이 생길 때에는 책을 보면 머리가 맑아지고 안정이 되었다. 그러나 일단 책을 떠나면 고시는 깨끗이 잊었다.-2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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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노무현과 오바마를 분석하다
김태형 지음 / 예담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서두와 결론에서 비판하고 있는 ‘행동주의 심리학’과 우리나라 주류심리학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심리학 전공자도 아니고, 심리학에 대한 많은 책을 접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사람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그 사람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노무현이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난 이후에 나는 노무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심리를 분석한 책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이 책의 출간이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더군다나 덤으로 오바마까지 분석해 놓았다니 두 배로 반가웠다.

  저자는 노무현은 결점을 거의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심리적으로 건강했다고 한다. 성격유형은 MBTI에서 ENTJ로 지칭되는 속칭 ‘장군형’인데, 그 성격유형이 가지고 있는 단점마저도 극복해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심리적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것은 바로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사회불안이었다. 노무현의 아버지는 정직하고 정의로운 분이었지만, 그 때문에 가난과 주변 사람들로부터의 질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노무현의 어머니는 그런 남편을 원망했다. 그것은 일종의 패배주의였다.

   
  아버지의 길을 가면서도 어머니를 배신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이었다. 성공 사례는 아버지의 좌절을 보상해줄 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끈질긴 패배주의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점점 더 심하게 성공 사례에 집착하게 되었다. – 229쪽
 
   

  여느 가정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 중에 하나지만 어린 노무현에게 이 문제는 큰 충격이 되었던 것 같다. 왜 정의로운 사람은 실패하는가에 대한 문제. 노무현의 명연설로 불리는 대선후보 연설에도 그런 문제의식의 일단이 드러나는 대목이 있다. 노무현은 그 두려움, 심리적인 문제에 맞서고자 했다. 반드시 자신이 승리해서 정의가 성공한다는 사례를 보여주고자 했다. 하지만 그는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 그리고 그 실패가 다른 사람이 아닌 노무현 자신에게 얼마나 큰 상처였고, 아픔이었는지 이 책을 보고 알게 되었다. 그의 마지막 선택이 그의 말대로 ‘오랜 생각’일 수밖에 없음도. 또다시 가슴이 먹먹해진다.

  오바마의 사례도 노무현과는 다른 지점에서 출발하지만 결국에는 비슷한 지점에서 만난다. 오바마는 노무현과는 달리 내향적이고 감정적인 INFJ다. 이 성격유형은 ‘순교자형’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오바마 역시 어린 시절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고, 조부모님과 어머니로부터 사랑과 지지와 교육을 잘 받았기 때문에 청소년기의 방황에도 불구하고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고질적인 심리적 문제는 역시 아버지였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떠난 아버지를 어떻게 극복하고 화해하는가의 문제, 사실 그것은 자신의 뿌리와 존재에 맞닿아 있는 것이기도 했다. 오바마는 자신의 내면의 심리적 문제를 들여다보고 아버지와 결국 화해함으로써 그 것을 동력으로 삼아 진보운동, 사회개혁을 꿈꾸기 시작한다.  

   
  자기의 내면과도 화해하지 못하면서 세상과 화해할 수는 없는 법이다. 또한 자기의 내면세계도 변혁하지 못하면서 세상을 변혁할 수는 없다. 사람이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나 내면을 통합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면 두 가지를 통찰해야 한다. 그 하나는 무의식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다. 무의식과 사회에는 오랜 기간 자신을 괴롭혀온 심리적 병의 원인이 숨어 있다. 마음의 병은 개인사에서 비롯된 것이 있고 사회모순에서 오는 것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무의식을 의식화해야 하고 사회모순을 의식화해야 한다. 만일 두 가지 중 하나를 회피한다면 우리 마음의 반 이상에는 여전히 안개가 자욱하게 껴 있어서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을 것이다. – 112쪽
 
   

  이 책을 보고 또다시 느끼는 것은, 어린 시절 심리적 안정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밖에서 뛰어놀게 하는 것, 그 존재자체로 사랑받기에 충분하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것, 매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몸으로 가르치는 것이라는 것. 앞으로 부모가 돼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게 해주었고, 동시에 부담도 됐다. 그리고 동시에 누구에게나 심리적 문제가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문제가 없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문제와 맞서느냐 회피하느냐가 운명을 가른다는 것이다. 오바마와 노무현이 그랬듯이 우리도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적극적으로 그것에 맞서서 해결해야하고, 그것을 동력으로 삼아 사회를 변혁해나가야 함을 알게 한다. 

   
  역시 큰 인물이 되려면 어떻게든 '행복한 유년기'만은 보장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아! 이 땅의 부모들이여. 제발 어린 시절만큼은 자녀들이 또래들과 어울려 마음껏 뛰놀게 하자. 괜한 출세욕으로 아이를 주눅 들기 좋은 환경으로 밀어 넣지 말자. 심리학적 견지에서, '맹모삼천지교'의 교훈이란 아무래도 '아이의 행복한 유년기를 사수하라'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 49쪽  
   

  저자의 심리분석은 매우 공감이 간다. 물론 정작 노무현 자신은 그 심리적 기제를 저자만큼 알지는 못했을 테고, 이제는 확인할 길도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그래서인지 사회지도자, 더 나아가 온 국민에게 심리학 주치의가 한 명씩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우선 MB에게 심리주치의가 한 명 붙는다면 현실이 좀 달라질까하는 엉뚱한 생각도 들고. 책을 덮으면서 다만 아쉬운 점은 조금 편향적인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편향적이라는 말이 좀 거칠지만, 저자가 감정을 절제하지 못한 것 같다. 저자의 정치적 성향도 거기에 일조했겠지만, 서거한 노무현을 분석하면서 슬픔과 안타까움과 비분강개함이 없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나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조금만 힘을 뺐더라면 싶다. 조금만 감정을 절제했더라면 더 많은 독자들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고 책의 객관성과 신뢰성도 담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하지만 노무현과 오바마의 심리를, 더 나아가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흥미 있고 진실한 책이었음을 동시에 평가하고 싶다.  

   
 

성격보다는 심리적 건강성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해야겠다. 16가지 성격은 모두 일장일단이 있다. 그러나 마음이 병들면 그 어떤 성격도 빛을 발하지 못한다. 노무현과 오바마가 훌륭한 것은 그들이 특정 성격을 소유해서가 아니라 심리적으로 건강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 – 1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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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노무현과 오바마를 분석하다
김태형 지음 / 예담 / 2009년 8월
품절


이 고질적인 심리적 상처에서 생겨난 지울 수 없는 우울감을 떠안고도 사회를 위해, 이웃을 위해 험난한 길을 헤쳐온 두 사람의 인생은 참으로 감동적이다. 자신의 심리적 병에 맞서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싸워온 두 사람의 강인한 의지는 모든 이를 숙연케 한다.-17쪽

역시 큰 인물이 되려면 어떻게든 '행복한 유년기'만은 보장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아! 이 땅의 부모들이여. 제발 어린 시절만큼은 자녀들이 또래들과 어울려 마음껏 뛰놀게 하자. 괜한 출세욕으로 아이를 주눅 들기 좋은 환경으로 밀어 넣지 말자. 심리학적 견지에서, '맹모삼천지교'의 교훈이란 아무래도 '아이의 행복한 유년기를 사수하라'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49쪽

도덕성이란 말로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다. 만일 부모가 입으로는 도덕을 운운하면서 실제로는 부도덕하게 행동한다면, 아이들은 부모를 경멸하거나 부모와 똑같은 위선자가 되고 말 것이다.-53쪽

개인의 심리적 숙제의 핵을 이루는 '무의식적 소망'은 필연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정립하게 되는 '의식적 목표'와 결합되거나 뒤엉키거나 부딪친다. 만일 무의식적 소망이 건강하게 승화되어 의식적 목표에 통합되면 개인의 심리적 에너지는 크게 증폭되어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간다. 반면에 무의식적 소망이 의식적 목표와 뒤엉켜버리거나 정면으로 충돌하면 개인의 심리적 에너지는 이러저리 요동치면서 마음을 힘들게 만든다. 가장 좋은 것은 자신의 무의식적 소망을 뚜렷하게 의식화함으로써 그것을 사회적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성공하면 스스로 자기 마음의 주인이 되어 세상을 힘차게 개혁해나갈 수 있다.-96쪽

자기의 내면과도 화해하지 못하면서 세상과 화해할 수는 없는 법이다. 또한 자기의 내면세계도 변혁하지 못하면서 세상을 변혁할 수는 없다. 사람이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나 내면을 통합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면 두 가지를 통찰해야 한다. 그 하나는 무의식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다. 무의식과 사회에는 오랜 기간 자신을 괴롭혀온 심리적 병의 원인이 숨어 있다. 마음의 병은 개인사에서 비롯된 것이 있고 사회모순에서 오는 것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무의식을 의식화해야 하고 사회모순을 의식화해야 한다. 만일 두 가지 중 하나를 회피한다면 우리 마음의 반 이상에는 여전히 안개가 자욱하게 껴 있어서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을 것이다.-112쪽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에 있으랴! 지구 어디를 가든 별반 다를게 없다는 사실, 그리고 어떤 순간이든 거기에는 과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사실에 대한 자각은 그에게 모든 상처 입은 인류를 포용하고 온 세상과 화해해야 한다는 것을 가슴 깊이 느끼게 해주었다.-118쪽

부모와 제대로 화해하려면 반드시 부모를 공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부모를, 과거를 일방적으로 미화하는 병리적인 태도는 부당한 권위에 맞설 줄 모르는 비겁한 인물을 만든다. 반대로 부모를, 과거를 조건반사적으로 거부하는 분노에 가득 찬 태도는 세상의 밝은 면과도 화해할 수 없게 함으로써 기성질서를 파괴하려고만 하는 난폭한 인물을 만든다. 오로지 진실에 기초해 부모를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자식만이 세상의 빛과 그림자를 공정하게 바라볼 수 있기에, 세상과 화해할 수 있고 세상을 변혁할 수 있다.-124쪽

"우리의 전통 중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을 모아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 나가되, 과거의 어두운 측면을 규명하고 넘어가야 한다" (오바마)-125쪽

깨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솔직할 수 있다. '솔직하게 말했다가 망신을 당하면 어쩌나?'. '솔직하게 말했다가 논박을 당하면 어쩌나?' 같은 생각은 변화를 거부하는 허약한 자아의 반영이다. 그것은 결국 자신이 변화해야 하는데 두려움 때문에 그 변화를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유연하고 개방적인 자아를 가진 사람은 항상 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134쪽

과거 청산을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그들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회피가 아니라 직면, 순응이 아니라 변혁을 선택하는 사람을 만들려면 어린 시절의 정서를 안정시켜야 하고 특히 처벌을 남용하거나 혼을 많이 내면 안 된다. 매를 많이 맞고 자란 아이는 맷집은 좋을지 몰라도 내면에는 두려움이 많다.-139쪽

노무현과 오바마가 역지사지를 할 수 있는 인물이 된 것은 어린 시절에 건강한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서다. 애정결핍은 이기주의와 자기중심성을 낳는 핵심 원인이다.-143쪽

반성능력이 있다는 것은 비판을 받아들이는 데 인색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곧 건강하고 힘이 있는 유연하고 열린 자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정당한 비판을 죽어도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고집을 부리는 사람은 자아가 허약한 사람이다.-143쪽

고질적인 심리적 병이 한순간에 나을 수는 없으므로 오바마의 병은 위기상황이 되면 다시 도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오바마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봄으로써 그것을 평정한 승리의 경험이 있으니, 정신만 바짝 차리면 자기 마음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148쪽

성격보다는 심리적 건강성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해야겠다. 16가지 성격은 모두 일장일단이 있다. 그러나 마음이 병들면 그 어떤 성격도 빛을 발하지 못한다. 노무현과 오바마가 훌륭한 것은 그들이 특정 성격을 소유해서가 아니라 심리적으로 건강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175쪽

싸움터에 나간 사람이 항상 이기고 집에 들어올 수는 없는 법이다. 때로는 패하기도 하고 때로는 피투성이의 몸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가 정의로운 일을 했다는 당당한 자부심으로 가슴을 쫙 펴고서 형형한 눈빛으로 가족들을 쳐다본다면 아이들은 절대로 사회불안 따위에는 시달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아이들은 불의에 조금도 굴하지 않는 태산같은 아버지를 우러러보며 사회생활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226쪽

아버지의 길을 가면서도 어머니를 배신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이었다. 성공 사례는 아버지의 좌절을 보상해줄 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끈질긴 패배주의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점점 더 심하게 성공 사례에 집착하게 되었다.-229쪽

오바마의 삶은 심리학의 교과서라고 해도 좋을 만큼 교훈적이다. 그의 인생은 어린 시절의 중요성, 부모의 건강한 양육이 자식의 인생에 미치는 결정적인 영향, 심리적 상처를 극복하는 것의 중요성,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과 사회생활을 용감하게 하는 것이 하나로 통일되어 있다는 진리 등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249쪽

이 세상에는 끝끝내 변질되지 않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존재한다. 심리학적으로 말하면 사람에게는 환경이 바뀌더라도 변하지 않는 '일관성'이 있는 것이다. (중략) 대부분의 선량한 국민은 후자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2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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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vs 백악관
박찬수 지음 / 개마고원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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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매우 재미있다. 지은이가 기자라서 그런지 청와대와 백악관의 현실적인 모습을 가감 없이 잘 보여준다. 이론적인 설명이나 분석이라기보다는 취재의 느낌이 강하다. 청와대와 백악관의 관저와 경호, 전용기 등의 하드웨어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인사검증, 대언론관계 등 소프트웨어적인 부분까지 소재별로 꼭지를 구성해놓았다. 그리고 전직 청와대 근무자의 증언까지 인용하여 마치 비화나 일화를 읽는 느낌이 든다. 한 번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힌다.


지은이는 청와대와 백악관이 다른 점도 많지만 비슷한 점이 더 많다고 말한다. 나는 처음에는 과연 그럴까 의아했지만, 책을 읽고 나니 과연 그런 것 같다. 물론, 그 규모면에서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차이가 있겠지만 대통령제라는 특징과 정치나 권력의 속성은 어디를 가나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책을 보니 오히려 제도 면에서는 미국보다 앞서서 시도한 것도 있었다. 청와대 상황실의 첨단화는 우리가 미국보다 앞섰다는 것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 들어서 폐지될 뻔 한 사연도 소개하고 있다. - 국토가 작고, 전산 집중화가 더 용이한 측면도 있었을 테고 집적되는 정보의 수준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백악관보다 앞선 것이 신선했다. 이처럼 제도는 백악관과 유사한 것 같은데 왜 정치와 민주주의의 질은 다를까? 문제는 제도적인 측면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제도 속에 녹아 있는 문화다. 지은이가 원고를 마무리 지을 때 쯤 노무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 정치보복에 대한 꼭지를 뒤늦게 추가했다고 한다. 가장 늦게 쓰였지만, 이 책의 핵심은 그 꼭지에 있다. 지은이는 미국의 정치 보복(?)은 인간에 대한 것이 아니라 정책에 대한 것임에 주목한다.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전임 정권 인사에 대한 사법처리가 아닌, 정책으로 분위기 반전이나 자신들의 차별성 과시를 꾀한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정견으로 싸우되 상대의 신변까지는 위협하지 않는, ‘마지노선’이라는 말이 어울릴까? 이런 상생의 정치 문화가 우리와 미국이 비슷한 제도를 가지고도 다른 정치가 나오고 있는 원인같다.


물론, 미국도 단 한 번에 이러한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은 아닐 것이다. 남북전쟁이 있었고, 대통령 암살시도가 레이건 때까지 있었다. 책에서는 정권 인수인계 제도도 소개하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정권 교체 후에는 편지 한통을 제외한 전임 정권의 모든 물건이 백악관에서 깨끗이 사라진다고 한다. 그래서 무엇을 더 남겨줬는지, 덜 남겨줬는지에 대한 다툼이 없다. 이것을 마치 자신에게 남겨질 유산도, 부채도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부모를 원망하지 않고 자기가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을 배운 아들에 비유한다면 지나칠까. 긴 역사에 걸친 갈등 속에서도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 것이 부럽다. 격동의 역사 속에서 체득한, 그 안에서 공통분모로 자리 잡은 문화와 그 문화의 다른 표현인 제도를 통해서 미국과 우리의 차이는 점점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처럼 보인다.


하기야 우리라고 사연이 없겠는가. 조선시대 붕당정치가 변질되어 여러 차례 환국을 거치면서, 정치가 자신과 가문의 생존을 위한 전투가 되었던 경험들. 조선 중기 이후 국가의 근본 사상으로 자리 잡은 성리학의 정명론. 정도와 사도, 정통과 이단을 명확히 가르는 그 사상이 사회문화의 근저에 흐르는 까닭이다. -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주장하는 일부 개신교가 급속히 교세를 확장하는 한국적 현상도 ‘정명론’이 한국인들 사고의 근저에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 그 뿐인가? 일제와 싸웠던 40여년, 독재와 싸웠던 20여년, 누군가 싸워야만 옳은 길이었고, 실제로 상대가 거대한 악이어서 도무지 예쁘게 봐주려야 봐줄 수 없었던 역사가 있다. 우리의 정치보복 문화는 이런 슬픈 역사와 배경 속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리라.


그래서 조급해야 할 이유도 없고, 우리만 왜 이러냐며 분노할 필요도 없고, 우리는 안 된다며 비관할 일도 없다. 이것은 역사의 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갈등 없는 국가는 없고, 앞서 말한 미국의 정치문화가 나오기까지는 미국도 많은 갈등과 반목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아무리 가치관이 달라도 한 공동체에 소속된 시민이라는 인식의 변화와 권력을 서로 나누는 연습이 필요하다. 서로 화해하고 용서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가치충돌에 있어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설정되어야 한다. 이런 제도 변화에는 신뢰와 같은 사회자본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서로 신뢰가 쌓이기 위해서는 누군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되는데 그게 이명박 대통령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성경에는 ‘왼쪽 뺨을 때리면 오른쪽 뺨을 내놓아라.’ 는 말이 있지 않은가? 누구보다 독실한 기독교도인 이명박 대통령이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고, 신뢰의 싹을 뿌린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현 대통령과 깊은 우애와 신앙적 교감을 가지고 있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예를 본다면 과연 그게 가능할까 요원하긴 하다. 화해와 신뢰와 공생은 옳은 길이지만 현실이 너무 어두워서 암담하게 느껴진다. - 최근에 있었던 황석영 씨 사건은 그런 의미에서 참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다. 화해와 용서, 상생의 정치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옳지만 현실의 장벽이 너무 높았던 것이다. - 정치적인 패자가 승자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때론 굴종으로 비칠 여지가 많다. 그래서 승자가 먼저 손을 내미는 여유가 필요한데 정말 우리가 그걸 해낼 수 있을까.


이명박 정부가 못한다면 우리가 하면 된다. 현 정부의 잘못에 분노하되 그것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무조건 비토해서도 안 된다.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세상에 대해 연구해야 하고 조직화해야 한다. 반대만 하지 말고 대안을 만들어서 우리가 논쟁을 주도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인 시계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승리했을 때는 화해, 용서해야 한다. 공생해야 한다. 그런 문화를 우리가 만들어가야 한다. 얼마 전 읽은 러셀의 『행복의 정복』에서 이런 비슷한 말이 나온 것을 기억한다. ‘성공한 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해두지 않는다면 성공을 해도 불행하다.’ 는 말. 바꿔 말하면 정권을 바꾸는 것은 쉽지만 그 이후에 어떻게 할지 생각해두지 않는다면 무의미하다. 현실을 바꾸려면, 우리 국민이 현재 가지고 있는 사고방식 또는 문화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수준에서 준비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청와대나 백악관 또는 미국과 한국의 단순 비교를 넘어서서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인 것 같다.


책에서 받은 느낌을 쓰다 보니 정작 책 내용과는 딴 방향으로 간 것 같다. 사실 책에 이런 내용은 씌어있지 않다. 물론, 우리 정치문화나 청와대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은 보이지만 책에서 구체화는 안 된 것 같다. 앞서 말한 대로 현실적인 청와대와 백악관의 모습을 비교하고 있을 뿐이다. 사실 그래서인지 꼭지별 구성이 다소 산만한 느낌도 있었다. 그리고 너무 급하게 책이 끝난 느낌도 받았다. 마지막 꼭지라고 느껴지지 않아서 그런 걸까? ‘나가는 말’ 같은 게 있어서 책을 정리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싶었다. 어쨌든 책이 재미있다. 책을 읽다보면 내가 했던 식의 한국 정치에 대한 몽상(?)을 하는 즐거움도 덤으로 얻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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