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이야기 1 - 춘추의 설계자 관중 춘추전국이야기 1
공원국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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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처럼 읽기 쉬운 열국지를 깊이 읽을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1권은 ‘관중‘을 중심으로 춘추시대가 어떻게 정립되게 되었는지 살핀다. 지도와 사진, 다양한 문헌을 참고로 설득력있게 설명하는 좋은 책이다. 다만, 권말에 수록된 ‘답사기‘는 감상의 과잉으로 책의 전체적인 통일성을 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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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자 김종인의 명암 THE 인물과사상 1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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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탓‘보다 그 속에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시각에는 동의하지만, 정작 ‘사람‘이 안 보인다. 언론과 여러 매체를 통해 이미 갈피가 잡힌 세평에 숟가락을 얹었을 뿐 아닌가? ‘인물‘은 어디있고, ‘사상‘은 어디 있는지. 머리말이 제일 가슴에 와닿았고, 나머지는 기시감만 가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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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기사단장 죽이기 - 전2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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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기로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선택이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대학시절 하루키의 소설을 읽어보려고 시도했지만, 매번 좌절 끝에 실패했었다. 직장에 다닌 이후로 출간된 책들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내 기억에 하루키 소설들은 ‘허공에 성을 쌓는 차도남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알 수 없는 호기심이 일었다. 그렇게 호기심과 찝찌름한 잔상이 뒤섞인 채 책을 읽기 시작했다. 확실히 흡입력은 있는 소설이었다. 두꺼운 책을 삽시간에 읽었다.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예의 공산품과 음반에 대한 상세한 묘사, 굳이 필요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정사신도 여전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는 것 같은 환상 속의 세계, 여전히 나와 맞지는 않았다. 솔직히 말해 그가 그리는 이 환상적인 세계가 찬탄을 받을 만한 것인지, 어떤 부분이 문학적 성취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이 만들어낸 이 이색적인 세계를 이해해주는 독자들이 있다는 것, 다소 엉뚱한 상상이 통하는 출판시장이 있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하루키는 동일본 대지진을 경험하면서 이 책을 구상했다고 들었다. 책은 고통과 고난의 시기를 넘어가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시기에 겪는 불가사의한 일들 속에서, 사람은 어떤 또 다른 세계의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깨달음을 얻는다. 주인공은 현실이 다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고,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해보이더라도 간절히 원하면 이뤄지는 가능성의 세계와 깊이 교감한다. 그리고 그 믿음 안에서 용기와 의지를 가다듬는다. 바로 이 점이 이야기가 생을 다채롭고 풍요롭게 할 수 있다는 발견이며, 소설가로서 하루키가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리라.


  여러 판단과 평가가 있겠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 이야기의 힘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현실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현실을 이겨낼 수 있는, 생의 의지를 가다듬을 수 있는 환상의 세계. 그것은 책의 힘이기도 할 것이고, 상상의 역할이기도 할 것이다. 부디 시간이 지나도 이 세계로 가는 문이 닫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이 이 세계를 경험해서 지금 불가능해 보이는 모든 것들이 결국에는 이루어지길 바란다. 그리고 하루키의 소설을 다시 집어들게 될지 모르겠지만, 알 수 없는 혐오는 벗어던지게 된 것 같다. 좋은 여행이었다.

중요한 건 무無에서 무언가를 새로 만들어내는 일이 아닐세. 제군이 해야 할 일은 오히려 지금 여기 있는 것들 가운데 마땅한 것을 찾아내는 일이지. _ 1권 401쪽

그렇게 생생한 사건이 그저 꿈으로 끝날 리 없다-그것이 내가 품은 실감이었다. 그 꿈은 분명 무언가에 연결되어 있을 터였다. 현실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고 있을 터였다. _ 2권 213쪽

사람은 무언가를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그것을 성취할 수 있다. 나는 생각했다. 어떤 특수한 채널을 통해 현실이 비현실이 될 수 있다. 혹시 비현실이 현실이 될 수 있다. 만약 간절히 염원한다면. 하지만 그것이 사람이 자유롭다는 사실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그것이 증명하는 건 오히려 그 반대의 사실인지도 모른다. _ 2권 217~218쪽

"완성된 인생을 사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어. 모든 사람은 언제까지나 미완성이야." _ 2권 568쪽

그 지역을 돌아다니던 시기에 나는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지극히 고독하고, 서글프고, 답답한 심경을 안고 있었다. 여러 의미에서 스스로를 상실해버렸다. 그런데도 나는 여행을 이어가며 수많은 낯선 이들의 틈에 섞여, 그들의 일상 속 여러 장면을 통과했다. 그것은 그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의미를 지닌 일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 과정에서-대부분 무의식적으로-몇 가지를 버리고, 몇 가지를 건졌다. 그 장소들을 지나온 나는 그전과 조금이나마 다른 인간이 되었다. _ 2권 586쪽

그래도 나는 멘시키처럼 되지 않는다. 그는 아키가와 마리에가 자기 아이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의 밸런스 위에 자신의 인생을 구축하고 있다. 두 가지 가능성을 저울에 달고, 끝나지 않는 미묘한 진동 속에서 스스로의 존재 의미를 찾아내려 한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귀찮은(적어도 자연스럽다고는 하기 힘든) 작업에 도전할 필요가 없다. 나에게는 믿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좁고 어두운 장소에 갇힌다 해도, 황량한 황야에 버려진다 해도, 어딘가에 나를 이끌어줄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순순히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내가 오다와라 근교의 산머리 집에 살면서 몇 가지 예사롭지 않은 체험을 통해 배운 점이었다. _ 2권 5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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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자리 흩트리기 - 나와 세상의 벽을 넘는 유쾌한 반란
김동연 지음 / 쌤앤파커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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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나려는 자는 자신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있는 자리를 일부러라도 흩트려보아야 한다. 결핍은 새로운 발견과 발전의 계기가 된다. 자신있게 도전하고, 결정해보라. 그리고 실패는 당당하게 인정하라. 삶에 대한 건강한 태도는 의도치 않게 성공으로 이끈다. 권위는 인정하되, 권위주의는 배격하자. 예의있게, 하지만 강단있게 싸우자. 


  그의 가슴 아픈 개인사와 함께 인생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담고 있다.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새삼 그가 대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얄궂게도 그의 내공과 철학을 드러낼 기회가 바로 주어졌다. 5월에 이 책이 출간되고, 6월에 부총리가 되었다. 이제 말하기 보다는 행동으로 보일 때다. 그의 앞길에 행운이 가득하기를 바란다. 나에게도 내 인생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적절한 시기에 좋은 경험을 하게 된 것에 감사한다.

우선 우리 사회부터가 이중적이고 위선적이다. 창의성이 전혀 발휘되기 어려운 교육을 시키면서 창의와 다양성을 요구한다.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몇 개의 문항 중에서 ‘정답‘을 고르는 훈련을 받는다. 이런 훈련과 시험제도는 대학 입시에서 끝날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 대학 재학 때는 물론 졸업 후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 직무적성검사라는 취직시험에 이르기까지 거의 20년에 걸쳐 계속된다. 정답 외의 문항들은 모두 ‘틀린 답‘이다. 수능시험에서 정답이 맞니 틀리니 하면서 전 언론과 국민이 관심 갖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이런 교육을 시키면서 창의력을 요구한다면 그야말로 연목구어가 아닐 수 없다. _ 31쪽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_ 37쪽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 재인용)

세 가지 질문은 ‘세 가지 반란‘으로 이어진다. 남이 낸 문제를 푸는 것은 환경을 뒤집는 ‘환경에 대한 반란‘이다. 내게 던지는 질문은 나 자신의 틀을 깨기 위한 ‘자신에 대한 반란‘이다. 마지막으로 세상이 던지는 질문은 우리 사회를 건전하게 발전시키기 위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사회에 대한 반란‘이다. 이 모든 것들을 한 귀로 꿰는 공통점은 바로 자신이 ‘있는 자리 흩트리기‘이다. _ 50쪽

‘결핍‘은 우리가 첫 번째로 깨야 할 환경이다. 나를 어렵게 만드는, 내게 주어진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그러나 뒤집어보면 결핍은 오히려 큰 자신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부딪칠 일이다. 혹시 부족함이 별로 없는 조건 속에 있다면 더 긴장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결핍의 조건을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무엇인가를 하려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그렇게 가려는 목표와 지금의 상태와의 차이가 ‘결핍‘을 만들어줄 것이다. _ 72쪽

하늘이 장차 어떤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려고 하면 반드시 그 마음과 뜻을 괴롭게 하고 근육과 뼈를 깎는 고통을 주고 몸을 굼주리게 하고 그 생활을 빈곤에 빠뜨리고, 하는 일마다 어지럽게 한다. 이것은 마음을 흔들어 참을성을 길러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일을 능히 감당하게 하기 위함이다. _ 73쪽(‘맹자‘, <고자장하>에서 재인용)

우리는 공손하지만 조리 있게, 꾸준히 그리고 강단을 가지고 설득하고 저항해야 한다. 물러서지 않되 예의를 갖추고 저항해야 한다. 예의를 갖추지 않으면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저항하지 않으면 순응하는 것이다. 더러워서, 귀찮아서 피한다고 돌아서면 그 윗사람도 그 조직도 영원히 바뀌지 않는다. 이도저도 아닌 방관자로 남으면 자신도 이내 그런 문화에 젖게 되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빠르게 기성세대가 되어간다. 요컨대 권위는 존중해주되 권위주의에는 단호하게 저항해야 한다. 예의는 갖추되 물러서지는 말아야 한다. _ 80쪽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부딪치면서 자기를 시험해봐야 한다. 의견을 물어보면 제일 먼저 답하라. 손을 들라면 제일 먼저 들라. 누가 해보겠냐고 하면 제일 먼저 하겠다고 해보라.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 주저하지 말라. 모르겠으면 빨리 물어보라. 혹 그러다 실수하면 빨리 인정하라. 이런 모든 것을 당당하게 하라. _ 97쪽

가끔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냐고. 젊은이들뿐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어른들도 이 질문에 시원하게 답하는 것을 잘 보지 못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는 젊은이들에게 이런 종류의 질문을 던지도록 하지 않는다. 그저 정해진 길, 가야 할 길이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든다. 누구나가 비슷한 길을 가도록 유도한다. _ 130쪽

일하는 ‘참 즐거움‘은 내가 일을 주도할 때 나오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 임무의 범위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면서 어젠다를 선점하고 일을 끌고 가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상사도 따라오도록 어젠다 세팅을 했다. 이런 방식이 반복되면서 ‘해야 할 일‘이 ‘하고 싶은 일‘로 바뀌었다. 일을 하며 얻는 ‘참 즐거움‘이 여기서 나왔다. _ 134쪽

불편한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작은 일부터 자기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혼자나 여럿이 하는 중요하지 않은 결정에서부터 주도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다. 친구들과 식사 메뉴를 정할 때, 받거나 줄 선물을 정할 때, 시간 약속을 정할 때 등등 여러 경우에서 먼저 정하라. 그리고 그 의사결정으로 돌아오는 책임을 온전히 자기가 지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남에게 결정을 미루는 것은 결정으로부터 오는 책임을 회피하고 싶다는 뜻이다.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돌아오는 책임을 오롯이 지는 경험을 축적하면서 자기 직관을 기르는 것이다. 작은 결정부터 시작해 큰 의사결정으로 옮겨가도록 한다. 어차피 인생은 의사결정의 연속이다. 내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남에게 맡기지 않는 것이다. _ 165~166쪽

"당신이 생각한 말을 1만 번 이상 반복하면 당신은 그런 사람이 된다." _ 172쪽 (아메리카 인디언 속담을 재인용)

우리는 ‘지금에만‘ 산다. 바로 지금만이 유일하게 내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간이다. ‘지금‘이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다른 일로 바쁘다는 것은 핑계다. 지금 하지 않겠다는 것은 결국 할 생각이 없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뜻이다. 겁이 나서 뒤로 미루고 싶은가. 그것 역시 좋은 생각이 아니다. 나중에도 겁나기는 마찬기지다. 부딪쳐야 할 일을 앞에 두고 항상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정면으로 부딪치는 것이다. _ 193쪽

자기다움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중략) 유쾌한 반란을 일으키고 성공하려면 내 약점과 실수를 빨리 인정해야 하고, 내 특성과 강점도 잘 파악해야 한다. _ 261~262쪽

성공을 목표로 삼지 말라. 성공을 목표로 삼고, 그것을 표적으로 하면 할수록 그것으로부터 더욱 더 멀어질 뿐이다. (중략) 성공에 무관심함으로써 저절로 찾아오도록 해야 한다. 나는 여러분이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이 원하는 대로 확실하게 행동할 것을 권한다. 그러면 언젠가는 - 단언컨대 언젠가는! - 정말로 성공이 찾아온 것을 보는 날이 올 것이다. 그것은 여러분이 성공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오는 것이다. _ 269쪽 (빅터 프랭클의 말을 재인용)

사람 관계에서의 참맛은 처지가 바뀌어도 변치 않는 마음에서 나온다.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다. 돈을 벌거나,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면 목에 힘이 들어가고 그 전에 알던 사람과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사람들이 많다. 의리를 지키려면 자기희생이 있어야 한다. 하다못해 자신의 시간이라도 내야 한다. _ 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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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 1 - 5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5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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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는 언제 읽어도 실망을 주지 않는 책이다. 반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출간되는 것도 그 매력 중에 하나인 것 같다. 이번 권은 아마도 다음 권을 잇기 위한 징검다리 정도의 역할만 부여받았을텐데도, 여전히 재미있다. 하지만 여전히 헷갈리는 것은 사람이름이다. 지나치게 길고, 너무 비슷하다. 처음에는 이름과 특징을 정리하면서 읽다가, 매번 이야기가 주는 속도감에 빠져들어 정리하는 것조차 잊어버린다. 책의 재미를 느끼는 데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서는 등장인물과 특징들을 정리해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이번 권에서는 '로마식 민주주의(?)'에 대한 갈리아인 베스킹게토릭스와 카이사르의 논쟁을 눈여겨 보았다. 베스킹게토릭스의 말을 들으면 그 말이 맞는 것 같고, 카이사르의 말을 들으면 역시나 하는 생각이 든다. 민주주의가 가지는 한계와 장점에 대해 서로 너무나 명쾌하고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경험을 토대로 말한다면 박근혜 씨를 대통령으로 만들고도 '누가 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았어?' 하고 불평하는 게 민주주의다. 하지만 무언가가 크게 잘못되었다고 느꼈을 때 촛불을 들고 대통령을 바꾸는 것도 '민주주의'다. 이런 문답을 통해서 제도의 빛과 어둠을 살펴보는 것이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시의적절하게 느껴졌다. 이 번 권은 그 시작부터 끝까지 권력 내 암투를 다룬다. 이게 로마의 민주주의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원래 100미터 밖에서 보는 세상과 그 안에 들어와서 보는 세상은 다르기 마련이다. 그저 양껏 즐기고 돌이켜 생각해볼 뿐이다.

카토 그놈은 정말 위선자예요. 공화국이니 모스 마이오룸이니 과거 통치계급이 타락했느니 어쩌니 하는 소리를 읊어대면서, 불량한 자기 행실은 어떻게 해서 ‘올바른 행동‘에 속하는지 잘도 구실을 만들죠. 아마도 철학의 미덕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기 잘못을 변명할 구실을 찾도록 도와주는 데 있나봐요. (88쪽)

병사들과 더불어 당당히 행진하던 카이사르는 죽은 떡갈나무들의 벽을 보고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그는 전쟁을 적의 머릿속에서 치른다는 새로운 아이디어에 매료되었고 전쟁을 벌이는 새로운 방식을 깨달았다. 카이사르 자신과 병사들에 대한 그의 신뢰는 무한했다. 하지만 적의 머릿속을 정복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 훨씬 나은 방법이었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적들은 절대 멍에에서 벗어날 수 없으리라. 장발의 갈리아는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카이사르는 굴복할 수 없으니까. (101쪽)

민주주의라는 게 그런거니까. 생각 없는 바보들에게 선택권을 주고 어째서 멍청이들이 뽑혔는지 의아해하지. 사람들에겐 왕이 필요하오. 눈 한 번 깜빡하면 새로 바뀌는 사람들이 아니라. 민주주의에서는 어느 한 집단이 이득을 보고 그 다음엔 또다른 집단이 이득을 볼 뿐, 전체가 이득을 보는 상황은 절대로 발생하지 않소. 결국엔 왕정만이 유일한 해답이오. _ 베스킹게토릭스가 카이사르에게 (200쪽)

민주주의에서는 바보와 현자가 늘 공존하지만, 전반적으로 왕가의 계보보다는 낫소. 위대한 왕이 하나 나오려면 보잘것없는 왕을 열 명은 거쳐야 하니까. _ 카이사르가 베스킹게토릭스에게 (2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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