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 - 인문학자가 직접 고른 살기 좋고 사기 좋은 땅
김시덕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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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뒤표지에서도 정리해놓은 바와 같이 어디에 투자하거나 살아야 할지 결정할 때 세 가지 정도를 고려하라고 주장한다. 첫째, 행정의 연속성으로 한 번 수립된 개발계획은 시간이 지나도 어떤 식으로든 되살아나는 특징이 있으므로 이전의 개발계획을 검토해 볼 것. 둘째, 군사시설 및 접경 지역 개발에서는 안보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장밋빛 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신중하게 고민할 것. 셋째, 환경오염이나 자연재난 등 위험요소, 대중교통 인접성 등을 철저하게 따져볼 것.


  우유 한 팩을 살 때는 몇 가지 브랜드를 꼼꼼하게 따져보면서 사지만, 막상 자동차나 집이나 주식을 살 때는 그때그때의 감으로 투자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그 결정이 잘못되었을 때는 우유의 수백만 배의 피해를 보게 되면서 말이다. 이 책은 어디를 콕 집어 사라고 말해주는 족집게 투자 정보지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디를 살지(buy) 또는 어디에서 살지(live) 결정해야 할 때 고민해야 하는 몇 가지 요소들을 사례를 들어 잘 설명하고 있다. 역시 직접 발로 뛰고 현장을 경험하는 것만큼 좋은 건 없는 것 같다.


  흥미롭게 읽었다. 서울에 인접한 - 어떻게 보면 멀리 떨어진 - 신도시에 살고 있는 주민으로서 대중교통에 대한 지은이의 문제의식은 정말 깊이 공감하게 된다. 오래 살면 살수록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이 대중교통인 것 같다. 입주할 때 분양광고에서는 GTX가 2025년이면 들어선다고 하더니만 이제는 2030년도 불확실한 것 같다. 현재 살고 있는 도시에 만족하고는 있지만,  더 나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인접 도시로의, 그리고 도시 내에서의 이동 문제는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다. 지은이의 말대로 부동산 투자에 있어 대중교통은 자가용이 있든 없든 첫 번째로 고려해야 하는 요소다.


<신도시의 아파트 단지에서 살다가 금방 팔고 도심으로 떠날 생각이 아니라면, 도로를 넓히고 주차장 면수를 넓히자고 할 게 아니라 똑같은 예산으로 버스 운행 횟수를 늘려달라고 해야 합니다. 그것이 가족을 위한 길입니다. _ 333쪽

부실한 대중교통은 연약지반이나 이웃한 공장 못지않게 생활과 재산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재난입니다. _ 324쪽>


  각자 어디 사느냐에 따라서 나는 대중교통에 꽂혔지만, 공감하는 포인트가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다들 '맞아, 맞아' 하면서 읽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의식주 중에서 제일 비싼 자산 중에 하나가 '주'이기 때문이다. 어디에서 살아야 할지, 사는 것이 좋은지 관심이 없을 수가 없다. 이 책이 단 한 권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21세기판 택리지로 지역별로 답사기를 내어도 좋을 것 같다. 지은이의 <서울선언> 등 전작도 읽어보고 싶고, 후속편이 나온다면 또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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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공부 -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
최재천.안희경 지음 / 김영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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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척 재미있고 흐뭇하게 읽었다. 편안하고 유쾌한 대담이다.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대상과 인터뷰하게 되면 극존칭을 쓰면서 뭔가 옥음을 듣는 것 같은 태도를 취하는 인터뷰어 때문에 불편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대화에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평소에 말 잘하고 글도 잘 쓰고 이야기 상대로서의 경험과 편안함을 두루 갖춘 최재천 교수와의 대담집이라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 책은 교육, 더 나아가 공부와 성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대화가 '배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성장 스토리나 경험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제목은 '최재천의 공부'이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지 크게 크게 이야기하는 에세이 또는 대담집 정도로 보면 좋을 것 같다. 저자는 독서는 치열하게 해야 한다며, 가볍고 말랑말랑한 책을 취미처럼 읽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질타하는데, 사실 이 책이 자기계발 쪽으로 분류되어 있어서 조금 아이러니하다. 누군가에게 이 책도 시간 낭비가 될 수 있을 것이나, 또 나를 포함한 누군가에게는 영감을 줄 수도 있으리라 본다.


<독서는 일이어야만 합니다. 독서는 빡세게 하는 겁니다. 독서를 취미로 하면 눈만 나빠집니다. (중략) 취미 독서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독서는 기획해서 씨름하는 '일'입니다. _ 144쪽>


  최재천 교수는 정부의 여러 위원회에도 많이 참여하고 있지만 사실 실무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짜증 나는(!) 유형의 전문가일 것 같다. 실무자가 원하는 것은 법과 제도 안에서 어떻게 개선할지를 자문하는 것일 텐데, 이것저것 싹 바꾸자는 의견이니 실무자로서는 자문을 받아도 굉장히 막막하고 답답할 것 같다. 책에서도 저자가 교수 회의나 여러 위원회에 참여하면서 겪었던 답답한 일화들이 많이 소개되는데,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도 교육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지만, 사실 제도화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르는 생각들이다. 물론 여러 사람들이 공감을 하고, 그 공감대를 기반으로 법과 제도를 바꿀 수 있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한 부처에서, 예컨대 교육부나 위원회에서 바꿀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결국, 시간과 경험이 축적되어야 하는 일이다. (우리에게 그만한 시간이 남아있는지 의문이지만...)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더디고 더딘 교육개혁이 아쉽고 초조하기만 하다. 아이가 사는 세상은 지금과 다를 텐데 지금과 같은 틀의 교육을 강제하는 것에 대한 부당함도 공감이 된다. '스카이캐슬'과 '인간극장'의 홈스쿨링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나를 포함한 많은 부모들이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다들 한다던데', '우리 아이만 뒤처지면 어쩌나' 하는 유혹과 공포들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이 책에 명확한 답은 없다. 하지만 모두 같이 고민해 봤으면 한다. 다행히 재미있는 책이다.


<"어른들뿐 아니라 아이들 중에는 내로라하는 대학을 나와야 어느 정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지금부터 20년 후에요. 40대가 삶의 중심이라고 하면, 지금 공부하는 아이들은 적어도 20년 후의 세상을 예측하면서 자기 삶을 기획해야 합니다. 하지만 20년 후를 내다보기에는, 우리의 생각이 너무도 하루하루 현실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최재천) _ 1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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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 - 기쁨과 즐거움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불편한 진실
안톤 숄츠 지음 / 문학수첩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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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는 책이다. 가끔은 외부인의 시선에서 바라볼 때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 가끔은 내부자들이 그런 효과를 노리고 악용할 때도 있지만 - 이 책은 한국어에 능통한 독일인이 쓴 행복론이자 인생론이자 한국론이다. 먼저 드는 생각은, 굳이 제목에 '이상한'이라는 단어를 써서 뭇 한국인들을 자극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하지만 무관심보다 논쟁의 대상이 되는 것이 낫기에, 어쩔 수 없는(?) 마케팅 기법이라 이해해 본다. 지은이가 기자 출신이라 그런지 논리 전개가 매우 명쾌하고 시원시원하다. 가끔 문장이 어색한 부분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글솜씨는 여느 한국 사람들 못지않은 수준이다.


  모든 꼭지가 신선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논쟁적이고 눈길을 끈다. 특히, 우리 스스로를 '한(恨)'의 민족이라고 자칭하는 행동, 삼포세대의 투덜거림, 워라밸에 대한 집착 등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인상 깊었다. 한의 민족에 대한 글은 평소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이기에 죽비소리처럼 느껴졌고, 삼포세대 및 워라밸에 대한 글은 어쩌면 독일인 꼰대의 라떼타령으로 느껴질 공산도 크지만, 평소에 내 생각과 비슷한 지점들이 많았다. 오늘도 남들과의 비교, 인 서울 대학 진학-대기업 취직-결혼-출산-자가 구입 등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한국 사회의 '행복공식'들에 지쳐있다면, 일독을 권한다. 내가 '이상한' 놈이 아니라, 그런 공식들이 '이상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독일에서는 잘 배우려고 시험을 보는데, 한국에서는 시험을 잘 보려고 배우는 것 같습니다." - P159

내 눈에 보이는 한국 사람들의 한은 자기 연민에 가깝다. 꼭 한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더라도 자신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고 자신을 피해자로 규정하는 마음가짐이 당연한 것이 어느 정도 보편화되어 있지 않은지 걱정스럽다. - P234

결정을 내리는 것도, 행동으로 옮기는 주체는 나 자신이다. 그런데도 자신을 무력한 존재로 한정하고 주변 여건 때문에 삶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에게 어떻게 행복한 삶을 기대할 수 있을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스스로를 불쌍하게 여기면서 어떤 결정도 하지 않는다면 이미 수동적으로 인생을 허비하고 있는 셈이다. 인생의 주체가 자신이며, 선택과 결정은 자신이 하며, 그에 따른 책임 또한 자신의 몫이라는 걸 인식하는 일은 자신과 자신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첫걸음이다. - P250

그들은 가질 수 없는 것들을 열거하며 ‘포기 세대‘의 절망을 이야기하지만 내가 보기엔 좀 다르다. 나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안전한 나라에서 민주주의의 세례를 받는 행운을 누렸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전쟁의 공포나 정치적 박해의 두려움 없이 살고 있으며 최소한의 의식주 외에도 많은 것을 소유한 풍요 속에서 살고 있다. 사실 한국의 기나긴 역사를 볼 때 이 나라와 국민들이 지금처럼 안전과 번영을 누린 적은 없었다.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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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 플레이어 - 무례한 세상에서 품격을 지키며 이기는 기술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수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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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는 책이다.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불도저 같은 리더만이 성공한다는 통념을 깨부수고 싶어하는 지은이의 의지가 보인다. 공정하고 선한 리더가 오히려 성공한다는 것을 여러 사례를 들어 증명하면서 몇 가지 법칙을 선언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원대한 의도에 비해서 장황하고 정교하지 못하다. 결과적으로 목표로 했던 성과는 달성하지 못한 듯 싶다.


  우선, 지은이가 법칙을 선언하려고 재정의한 단어들이 실생활의 용례와 동떨어져서 매우 어색하고, 무엇을 말하려는지 잘 와닿지 않는다. - 이것이 번역의 문제인지 아니면 원어의 문제인지 잘 모르겠지만 - 경청하기(listening)는 그렇다고 쳐도 제공하기(giving)와 방어하기(defending)는 무엇을 말하려는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제공하되 감독하라', '스스로 제공하게 하라', '방어하되 지나치지 마라', '문을 활짝 열고 방어하라'는 말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공정한 리더'라는 말도 제대로 된 정의가 부족하다. '공정'이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불편부당한 것인지, 공평하다는 것인지, 정의롭다는 것인지, 선하다는 것인지 아니면 모두 다인지, 그도 아니면 그저 폭력적인 리더의 반대말로 상정된 개념인지 잘 모르겠다.


  이러한 의문이 폭발하는 지점은 괴벨스와 프랭클린 루즈벨트를 비교한 책의 후반부이다. 결과적으로 교활한 리더인 괴벨스는 실패하고, 공정한(?) 리더인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성공했다는 것인데 과연 세계 2차대전의 승자와 패자는 두 사람으로 대표될 수 있는 것일까? 그들이 승리한 이유는 국력과 체제, 전략 등이 아니라 각 개인의 성정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일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히틀러와 루즈벨트 혹은 히틀러와 처칠이 아닌 괴벨스와 루즈벨트를 비교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이야 말로 '페어'한 비교는 아닌 듯 싶다.


  나도 선한 리더가 결국에는 이긴다는 소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에 반대되는 수많은 사례들이 눈앞에서 벌어지지만, 그 믿음을 버리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나의 믿음이 투박한 민간신앙이 아니라 과학적이고 명징한 '사실'이라는 증거를 찾고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확신을 줄만큼 정교하지 않았다. 지은이도 나와 같은 신앙을 과학으로 증명하려다 길을 잃은 느낌이다. 결국 '무례한 세상에서 품격을 지키며 이기는 기술'이라는 부제와는 동떨어진 책이 되어버렸다. 각각의 사례들은 흥미롭지만 결과적으로 방향도, 체계도 잃었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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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48시간으로 사는 마법 - 방송국 헤르미온느 이재은의 삶을 빛나게 하는 마법의 주문
이재은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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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견실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하고는 있지만 쉽지 않다. 비법은 습관형성에 있을 것이다. MBC 뉴스데스크 앵커인 지은이가 본인의 습관 유지 및 슬럼프 극복 방법 등을 이야기한다. 그녀의 삶의 태도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다. 제목만보고 엄청난 비법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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