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출근하려면,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걸어가 인천1호선을 타고, 부평역에서 다시 1호선을 갈아타야 한다. 어렵게 회사에 도착하면 집에서 나선 지 1시간 50분에서 10분이 더 되거나 덜되거나 하는 시간이 지나있다. 송도살이에 무척 만족하고 있지만, 일주일에 5~6, 매일 4시간씩 출퇴근에 보내고 있으니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출근 시간은 비몽사몽이라 항상 졸거나 눈을 감고 있는데, 1호선에서는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일들이 종종 생긴다.

 

  지난 주말에도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데, 어디선가 , 하는 소리가 들린다. 분명 손톱을 깎는 소리다! ‘아니, 지하철에서 누가 감히 손톱을 깎는단 말이야!’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노약자 우대석에 앉은 할아버지가 손톱을 깎고 계신다. 주위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 손톱을 깎는다. 주말 아침이라 지하철에 사람이 별로 없기도 했고, 주변에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도 그렇고, 그 할아버지 쪽을 바라보는 얼굴들에는 불쾌함이 엿보인다. 손톱깎이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도 의외지만, 지하철 바닥에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손톱을 떨어뜨리는 것은 정말이지 충격이다.

 

  검사와 판사는 법을 집행하지만, 자신들은 늘 예외라고 생각하고, 언론인은 공정과 정의를 위해 펜을 놀리지만, 본인들은 항상 열외라 여긴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지는 모르나 많은 어르신이 공중도덕을 말씀하시지만, 그것이 젊은이에게만 해당하는 것으로 여기는 듯하다. 이 노인의 행선지는 어디일까? 탑골공원이 있는 종로3가역인가, 풍물시장이 있는 동묘앞역인가, 아니면 매일같이 시위가 있는 서울역이나 시청역인가. 혹시 형형색색의 깃발들이 넘치는 그곳에서 젊은이들의 무례함을 욕하고, 정부의 무능함을 성토하고, 노인공경이 무너진 사회를 한탄하시는 것은 아니겠지? 부디, 자기에게 관대한 만큼 다른 사람에게도 관대한 분이었으면 좋겠다. 사회의 발전도, 아무리 좋은 가치도 항상, 자기 자신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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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을 결산하기에는 많이 늦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면 2~3일 상간이야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아 페이퍼를 남깁니다. 2019년은 동해안에서 해돋이를 보며 희망차게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습니다. 몸도 여기저기 안 좋았고, 가족들도 너도, 나도 아프다했고, 회사생활도 편치 못했습니다. 몸이 바쁘고, 일이 많은 것은 어떻게 참겠는데, 경쟁심과 자아도취가 지나친 사람들과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은 정말 힘들더군요. 직장을 바꾸지는 못했고, 2020년은 해돋이를 보지 않았습니다. 올 해는 좀 다른 한 해가 되길 바라면서요. ㅎㅎ

 


  보통 1년에 책 100권 읽기를 목표로 많이 삼더군요. 하지만 저는 언제부턴가 연간 50권으로 슬그머니 수치를 내렸는데, 독서기록을 뒤져보니 작년에는 총 47권을 읽었네요. 목표에는 조금 모자라지만, 이만하면 잘했다 싶습니다..

 


  제가 올해에 읽었던 책 중 BEST 3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안나카레니나1














왜 고전이라고 불리는지 알겠더라고요. 1권은 정말 순식간에 읽었고, 현재는 2권을 읽는 중입니다. 인물 한 명 한 명에 몰입하게 만들고, 이야기는 마치 어제 벌어진 일처럼 생생합니다.


 

2. 진이, 지니


정유정은 대단한 작가입니다. 박진감과 스릴이 넘치게 이야기를 끌어가면서, 독자를 미소짓게도 울컥이게도 합니다. 책을 덮고 난 이후에도 가슴이 뭉클했어요.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3. 팩트풀니스













단지 세상은 생각보다 살기 좋아요라는 반일종족주의류의 팩트나 통계에 대한 책이라고 단정 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 책은 그것보다 훨씬 큰 책입니다. 사회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관점, 학문을 대하는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해줍니다. 많은 영감을 주는 책이고, 그런 의미에서 내가 읽은 가장 중요한 책, 세계를 명확히 이해하기 위한 유용한 안내서라는 빌 게이츠의 평가는 정확하다고 봅니다.


 

그 외에도 일의 기쁨과 슬픔, 90년생이 온다, 여행의 이유3권도 좋았어요. 이 책들은 2019년을 상징하는 책들이죠.
















  지난 해에 읽은 책을 보니 가벼운 책들이 많고, 최근 출간된 책들의 비중이 많네요. 2020년에는 고전과 쉽게 읽을 수 없는(많이 고민하게 만드는) 책들의 비중을 좀 높이려고 합니다.

 


  얼마 전 한지혜의 참 괜찮은 눈이 온다를 보니, 이런 문장이 있더군요.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 되돌아보니 내가 걸어온 모든 자리는 무모하게라도 시도했을 때 한 걸음이나마 앞으로 나아갔다. 염려하고 망설이고 현실과 타협하면서 이루고 성취한 일은 없었다.- P71

 


  그래서 올해의 목표는 100권 읽기로 잡으려고요. 그리고 북플 친구분들의 글에서 영감을 받고, 생각의 반경도 넓히기, 읽은 책들은 단 몇 줄이라도 메모를 남기고 정리하기가 올해 저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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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별 2020-01-03 1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응원합니다 ~~^^

송도둘리 2020-01-03 18:4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초록별님도 새해에 목표하신 바 이루시길 바랍니다!! ^^

scott 2020-01-03 1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루고 성취한것이 없다는 인용문이 제이야기인것 같아요.2020년에는 아프지 마시고 가족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송도둘리님의 100권목표 응원합니다.!

송도둘리 2020-01-03 20:0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정말 건강이 제일인 것 같아요...scott님도 건강하고 알찬 한 해 보내시길 비랍니다!!

서니데이 2020-01-04 08: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송도둘리님 새해 인사 드립니다.
올해는 건강하고 하시는 일도 잘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올해는 더 좋은 해가 되실 거예요.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첫 주말 잘 보내세요.^^

송도둘리 2020-01-04 09:02   좋아요 1 | URL
벌써 주말이네요. 휴일 아침이 참 좋습니다. 서니데이님도 행복하고 건강한 한 해 보내시길 바래요. 감사합니다! ^^

읽다가 2020-01-06 2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이, 지니를 읽다가 취향에 안맞나 싶어 초반에 포기했는데 다시 읽어봐야겠군요!

송도둘리 2020-01-07 06:54   좋아요 1 | URL
저도 처음에는 이게 뭐지? 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는 눈물, 콧물 다 쏟았습니다.ㅎㅎ추천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