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지난 날 어느 한순간이 너무나도 날것 그대로의 욕망에 충실해서, 지금 돌아보면 덮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워서 그것을 해피엔드로 만들려 다시 꺼내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늘 비극적으로만 끝맺는 사람 사이의 관계 때문에 되돌아보고, 꼭 행복해지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그 순간을 끌고 들어와 덧칠을 시작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해피엔드도 아니고, 순간에 충실했던 과거의 존재마저 부정하는 일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에 덧칠을 할 수 있다면 더 행복해질 것 같지만, 결국 거짓된 색만 켜켜이 쌓여 우리도 뭐라 말할 수 없는 이상한 색이 되어버릴 지도 모른다.-8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