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4시간 어떻게 살 것인가 범우문고 149
아널드 베넷 지음, 이은순 옮김 / 범우사 / 199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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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고판으로 읽기에 부담이 없는데다 제목마저 도발적이라 호기심에 읽게 되었다. 저자의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일주일에 3일 이상 퇴근 후 저녁시간의 1시간 30분씩 취미 혹은 연구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 통근 시간을 명상의 시간으로 삼아 집중력을 배양하라고 권한다. 여느 자기계발서와는 다르게 단순한 지침을 주고 있는 것이 미덕이다. 물론 뻔한 이야기라는 것이 단점이 될 수 있겠다. 하지만 자기계발서에 너무 큰 것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모두 알고 있지만 하지 못하는 것들을, 어쩌면 저자들도 못하는 것들을, 그럴싸하게 말하는 책들이 자기계발서 아닌가? 그런 관점에서 보면 복잡하고 기계적인 말의 성찬보다는 단순한 이런 조언들이 가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쉬운 점은 시대가 너무 흐른 탓인지 저자의 재치 있는 문장이 전혀 그 느낌을 그대로 전달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무척 쉽고 편하게 이야기하려고 하는데 현대의 독자인 나로서는 어색한 느낌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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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의 역설 - 한자는 중국을 이렇게 지배했다
김근 지음 / 삼인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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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문화가 독특한 특성을 갖는 이유, 중국처럼 큰 땅덩어리가 한 국가로 유지되어 온 이유를 '한자'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놀랍고 신기하다. 흥미롭지만 이해하기 쉽지 않고 논리가 갑자기 뛰어 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강연 내용을 약간 수정 보완해서 출판한 책이라고 하는데, 조금더 부연설명을 하고 체계를 바로 잡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한자의 '역설'까지 설명하고 이해시키기에는 부족했다. 한자의 '힘'까지는 알 수 있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예화가 많고 독특한 접근이라 한 번 읽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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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 1 (반양장) 대망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박재희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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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들이 밤을 새워 읽었다고들 한다. 재미있는 부분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문화 차이가 크다. 노골적인 영웅만들기, 단선적인 여성에 대한 묘사가 눈에 거슬린다. 하지만 가장 참혹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흥미를 자극하는 그 시대의 힘이 다음 권도 읽게 만드는 것 같다. 정치와 인생의 교과서로 읽는다는 말도 들었는데, 글쎄 내가 철부지라 그런걸까. 1권만 읽은 지금 생각으로는 좀 끔찍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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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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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의아했던 것은 개츠비의 파티에 모인 사람들의 태도였다. 그들 모두 개츠비의 호의덕분에 웃고, 마시고, 즐기면서도 호스트에 대한 험담을 멈추지 않았다. 살인을 했다는 둥 첩자라는 둥, 마치 ‘원조 부자’가 ‘짭퉁 부자’에게 텃새를 부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화려한 파티의 뒷모습을 이보다 분명하게 드러내는 소재가 있을까 싶다. 심하게 말하면 화려한 예복으로 단장한 이들 모두 순수성을 잃고 자기보존의 원초적 본능만 남은 껍데기들에 불과하다. 파티에서 건네는 웃음 뒤에 숨겨진 것은 허위와 의심, 그리고 질투이지 관계의 진지함이나 연대, 소통이 아니다. 이 소설은 물질적 화려함 뒤에 숨겨진 정신적 빈곤함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슬프게도 이 책을 통해 들여다보는 1920년대 미국은 현대의 한국과 너무나 닮아 있다. 우리 사회는 경제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과 만나지만 그들과 소통을 이루기는 더욱더 힘들어졌다. 누군가의 성취를 축하하기 보다는 - 나를 위해 마련된 자리가 또 하나 사라졌음을 분개하며 - 그 성취의 이면에 숨겨진 비밀을 밝혀내고자 의심하고 경계한다. 사회지도층은 도덕적으로, 정신적으로 타락했고, 시민은 성공의 마지막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이것은 1920년대 미국 동부의 이야기인가, 2010년 대한민국 서울의 이야기인가.


  톰 뷰캐넌이나 조단 베이커, 마이어 울프심 같은 캐릭터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타락한 미국 부유층의 일면을 보여준다. 물론 개츠비도 완벽히 순수한 캐릭터는 아니다. 그는 울프심과 결탁하여 비합법적으로 부를 축적했다. 그럼에도 개츠비가 그 수많은 상류층 속에서도 독야청청하게 보이는 것은 그 순수함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지만 개츠비는 거짓말을 하면서도 눈치를 살피고 머뭇머뭇 대는, 아직 양심에 털이 나지 않은 ‘귀여움’을 보여준다. 또 하나 개츠비가 그들과 다른 것은 ‘꿈’을 위해 달려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데이지에 대한 연정에 그의 모든 재산과 영광을 바친다. 그리고 그녀를 위해서라면 그가 이뤄놓은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위대하다는 말은 함부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말은 인간적 불완전함이 전혀 없는 공자나 예수, 부처와 같은 인물에게나 주어지는 찬사이다. 하지만 지은이가 불법으로 재산을 축적한 개츠비에게 ‘위대하다’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내 생각은 이렇다. 우리 같은 평범한 인간이 살아가면서 돈과 성공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살아가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고, 그런 어려운 길을 택한 사람에게는 당연히 존경과 찬사를 바칠 일이다. 하지만 평범한 인간이 돈과 성공을 추구하면서도 인간적인 덕목을 잃지 않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항상 한 번이 쉽지 두, 세 번은 어렵지 않은 일 아닌가? 물질적인 것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휴지가 물에 닿는 것처럼 빠르게 나 자신을 잃어버릴 수 있다. 세속적인 것을 추구하면서도 내면의 열정과 순수를 잃지 않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인 것이다. 이 모든 변호를 감안하더라도 개츠비에게 ‘위대하다’는 수식은 지나친 것일까?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코끝이 찡해지는 것을 느꼈다. 개츠비에 대한 연민 때문이다. 식상한 결론이지만 우리사회의 지도층들에게 개츠비를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또한 앞으로 지도층이 될지도 모르는 -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삶에서 지도층들이기도 하다 - 우리들도 꿈과 순수함을 잃지 않도록 노력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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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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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록 짧은 글들의 모음이지만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지은이는 정말 타고난 이야기꾼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어떤 소재에서 시작하든지 이야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그 안에 소박하고 꾸밈 없는 감동이 있었다. 마당의 잡초에서 천안함 사건으로 이어져 전쟁의 기억들을 끄집어 내고 종국에는, 자신이 가지 못했던 길까지 펜이 와닿는 그 이야기 속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의 이야기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는 전쟁의 기억이라는 '질병'이다. 전쟁을 겪은 세대도 파괴된 청춘에 대한 비통함에 '다 쓸어버리자!'고 소리 내곤 하지만 대부분 전쟁이라는 무모함은 그 것을 겪지 않은 세대들에 의해 벌어지기 마련이다. 나도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라 전쟁에 대해서 막연한 거부감만 있을 뿐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천안함 사건 이후 간간이 전쟁이라는 단어가 들려올 때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던 것인데 이 책을 읽고나니 좀 더 경각심이 생긴다. '얼마나 끔찍하길래 그 기억이 반세기 넘게 잊혀지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600만의 사상자라는 통계가 아니라 600만개의 꿈이 사라지고, 그 가족들 2000만명의 고통이 파생되는 전쟁이라면, 그 어떤 알량한 전리품이 그 생채기를 가릴 수 있을까.

 

  물론, 이 책에 앞서 말한 어두운 기억들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유머가 가득하다. 얼마나 허를 찌르며 웃긴지 조용한 도서관에서 혼자 키득키득하기도 했다. 또한 완벽에 가까울 정도의 성찰, 자학에 가까운 겸손도 솔직하게 털어 놓아 책의 가치를 더한다. 특히 전쟁 중에 지은이의 오빠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이 재수 더럽게 없는 가족으로부터 벗어나자.'고 까지 생각했었다고 털어놓는 대목에서는 그 솔직함에 앞으로 지은이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다 믿어도 되겠다는 신뢰를 자아낸다. 아마도 지은이의 글의 장점은 앞서 말한 여러 미덕 중에서도 그 솔직함이 제일일 것이다.

 

  최근에 읽은 그 어떤 책보다 즐겁고, 때론 가슴이 먹먹하게 읽었다. 외국어를 번역한 책에서 나오지 못하는 모국어로 쓴 좋은 글이 주는 위력인 것일까. 눈에 머물지 않고 가슴으로 치닫는 글들에 행복한 시간이었다. 다만, 몇 개의 글들에서는 내용이 겹치는 대목이 많을 뿐더러 몰입하기에는 다소 짧은 글들이 있어 아쉬웠다. 한 권의 분량을 채우기에 좀 더 시간이 걸렸을지라도, 편집하는 측에서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글을 추렸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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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둘리 2011-01-31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완서 작가님 영면. 이 책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책이 되고 말았네요. 좀 더 기다렸다가 추렸으면 하는 바람을 서평에 남긴 것은 투병을 전혀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었어요. 몸이 안좋은 와중에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은 노작가의 모습이 그려져 더없이 소중한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영면 소식을 듣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