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허락된 특별한 시간의 끝 알마 인코그니타
오카다 도시키 지음, 이상홍 그림, 이홍이 옮김 / 알마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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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다 도시키, 오카다 도시키, 이 이름이 그렇게 안 외워졌는데 이젠 꼭 외워야겠다. <삼월의 5일간>도 재밌게 읽었지만 <내가 있는 여러 장소들>이라는 작품이 너무너무 좋았다. 이 두 작품이 든 <<우리에게 허락된 특별한 시간의 끝(이 제목도 정말 무지하게 안 외워진다)>>은 제2회(2006년인가) 오에 겐자부로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오에 겐자부로는 “굳이 덧붙이면 저는 시간이 나면 책을 읽는 삶을 살아온 사람으로서 요 몇 년 간 이만큼 양질의 ‘슬픔’을 새로운 소설에서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쓰며 극찬했다.

오에 겐자부로의 여러 극찬 가운데에서도 저 말에 매우 공감한다. 양질의 슬픔, 이라는 단어가 조금은 이상할 수 있지만 이 설명이 너무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떠오르는 또 한 작품은 이 작품보다 몇 년 뒤 발표된 황정은의 <상류엔 맹금류>. 슬프다고 말하지 않으면서 이야기 속에서 배어나오게 만든 그 슬픔이, 타인이 아닌 자기자신에게서 비롯됐다는 것, 그러한 자기자신은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협조로 이미 그렇게 되어버릴 수밖에 없었단 것(두 작가 모두 이걸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는다), 그래서 그게 정말 가슴이 저미게(미어지는 것과는 다르다) 슬프다는 것이 두 작품의 공통점이다.

그리고 그것과 상관 없이 이 작품 자체가 떠오르게 만드는 음악은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 커피>인데, 하루종일 누워서 하는 생각들을 썼다는 점이 같고 냉소적이면서도 자조적인데 딱히 직접적으로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분위기가 묘하게 비슷하다.

읽고 너무 좋아서 이 책을 어디서 샀더라 생각해봤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생각이 안 나더니 책 아래쪽에 만춘서점 도장 찍힌 걸 뒤늦게 봤다. 제주 여행 가서 어떤 책 살까 고민하다가 표지가 너무 특이하고 예쁘다는 이유로 골랐고(그래서 서점은 곳곳에 있어야 하고 알마출판사 고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읽지 않고 몇 년이나 묵히다가 이번 출장 겸 여행에서 읽으려고 가져온 거였는데 왜 진작 읽지 않았을까 아쉬운 마음이 든다. 눈이 네 개면 책 더 많이 읽을 수 있을까. (그리고 읽으면서 내내 이 책 편집 디자이너 너무너무 힘들었겠다고 생각했다. 일본어판도 이렇게 생겼는지 궁금한데 다음에 가면 찾아봐야지.)

국내 번역된 책이 한 권 더 있어서 방금 주문했는데 역시나 제목은 기억이 안 난다.

#오카다도시키 #우리에게허락된특별한시간의끝 #내가있는여러장소들 #알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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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가 읽는 만큼 기억될 것이다 영향력 실은 작가선
나일선 지음 / 밤의출항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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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라면 그들이 원하는 건 나를 이 책 속에 가둬버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나일선 작가가 원하는 것도 아마 이것인 것 같다. 텍스트 속에 가두고, 그 자신도 갇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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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영향력
영향력 편집부 지음 / 밤의출항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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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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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3 4호 - 2018년 1호
문학3 기획위원회 지음 / 창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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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선 작가님의 글을 문학3에서 볼 수 있어서 더더 반갑고 기대돼요! 다양한 시선이 서로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중계되는 ‘중계‘ 코너를 좋아하는데, 이번에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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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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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나 그 말을 만든 사람들의 생각의 기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초반부는 너무 재미있었다. 하지만 라틴어 수업에 라틴어는 없고, 저자의 가르침만 있었다. 매 장 마지막은 거의 질문으로 끝나는데, 너무 같은 얘기를 반복해서 설파한 후 던지는 질문은 질문을 가장한 정(해진)답일 뿐이다.

초반부터 그런 의심이 스물스물 들었지만 라틴어는 기본적으로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 수평성을 가지고 있는 언어"라고 해서, 그런 언어를 오래 공부해서 본인이 정말 그런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이런 뻔한 가르침도 스스럼 없이, 끊임 없이 펼쳐놓을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다. (이게 다 콘택트 때문이다. 언어가 달라지면 사고의 구조와 방식도 달라진다고 믿고 있고, 저자도 그래서 라틴어처럼 되었다는 착각을 하게 됐으니까.)

겨우겨우 책을 다 읽어냈을 때, 결국 깨달았다. 나는 저자가 갖고 있는 인생관을 책 내내 강요 당한 기분이었다. 라틴어는 거들 뿐.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과 말로 가르치는 것이 천지차이이기 때문에 실제로 저자를 만나보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는다. 하지만 내게 말로만 전달된 그 가르침은 그저 뻔한말대잔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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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el_ok 2017-08-24 0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틴어수업을 들었는데 라틴어는 어디에도 없네요 ㅋ

카르페 디엠 쾀 미니뭄 크레둘라 포스테로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 ...오늘을 붙잡게 내일이라는 말은 최소한만 믿고!!!

karma 2017-08-24 11:51   좋아요 0 | URL
저자도 라틴어 문법보다는, 인문학에 가깝다고 말하고 있긴 한데요. 인문학보다는 자기계발서에 가깝다는 느낌이었어요. ㅠ

레삭매냐 2017-08-24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틴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수업에 관한 이야기로군요...

제목의 함정이 숨어 있었군요.

수업에 관한 이야기를 읽기는 좀 그래 보이네요.

karma 2017-08-24 11:54   좋아요 0 | URL
수업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라틴어에서 출발해 매번 저자의 인생관 강의로 마무리되는 느낌인데요. 위로받는다는 사람도 많아서 제 서평만 보고 판단하지는 마세요. ㅎㅎ 매장마다 라틴어에 대한 강의가 포함되어 있기는 합니다. 그게 라틴어 경구 하나에서 끝나는 경우도 많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