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태 할아버지가 온다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8
박연철 글.그림 / 시공주니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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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망태 할아버지 때문에 울음을 그쳐보지 않은 아이가 있을까. 곶감을 제일 무서워했던 호랑이보다 우리 어린이들은 여전히 망태 할아버지를 제일 무서워하지 않을까. 워낙 어렸을 테니까 내 기억엔 없지만 조카에게 나도 써먹은 적이 있는 말이다. “저기, 망태 할아버지 온다.” “우와~ 망태 할아버지가 너, 잡으러 온다~” 기타 등등. 어른들이 아이가 말을 안 들을 때 주로 협박용으로 쓰는 말이지 않는가.  

이 작품도 책 좋아하는 딸을 둔 동료가 읽어보라고 빌려준 책인데 평범한 내용을 갖고 잘 풀어나간 글이며 독특한 그림이며, 썩 괜찮은 작품이었다. 볼로냐 도서전에서 일러스트레이터 선정 작품이기도 하다.  



‘망태 할아버지는 정말 무서워.
말 안 듣는 아이를 잡아다 혼을 내 준대.
우는 아이는 입을 꿰매 버리고
떼쓰는 아이는 새장 속에 가둬 버리고
밤늦도록 안 자는 아이는 올빼미로 만들어 버린대.’ 

우리의 그림 작가는 이 글에 딱 맞는 그림들을 잘 배치해두었다. (아이들이 겁을 잔뜩 집어먹겠는 걸요. ^^;;)  


밥 안 먹는 아이에게, 말 안 듣는 아이에게, 거짓말하는 아이에게 그리고 잠을 안 자려고 버팅기는 아이에게 딱 들어맞는 책이다. 그래서 아이는 망태 할아버지가 제일 무섭다. 하지만 망태 할아버지도 안 무서운 엄마가 있지 않은가. 그러니 이 또한 깜찍하지 않은가. 그 깜찍함에 아이도 엄마도 한 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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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 제6회 채만식문학상, 제10회 무영문학상 수상작
전성태 지음 / 창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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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번 월간지에서 그의 작품을 읽은 적이 있다. <두번째 왈츠>라는 작품이었다. 사실 제목으로는 기억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작품집에서 첫 문장을 읽는 순간 기억이 떠올랐다. 이미 읽은 작품이라는 걸. 그렇게 순간적으로 알아챈 이유는 몽골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몽골 이야기가 전성태의 전유물은 아닐 터이지만 이 작품집에도 그렇지만 그에겐 유독 몽골 이야기가 많다. 어차피 무대가 몽골일 뿐, 인간사, 세상사는 모두 비슷할 터이다.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부분, 우린 이미 지나왔다는 느낌... 그런 것들은 있을지 모르지만.
이 작품집엔 열 편의 단편이 있는데 그 중 여섯 편이 몽골 이야기이고 나머지 네 편만이 다른 이야기이다. 하지만 내가 제일 재밌게 읽은 작품들은 몽골이 무대가 아닌 작품들이었다. 무대가 딱히 소설을 접하는 내게 어떤 제약을 주진 않지만 되풀이되다시피 많은 작품이다 보니 좀 식상한 데가 있었던 것 같다. 그게 꼭 몽골이나 중국, 북한 얘기여서가 아니다. 아무래도 그런 데서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들이 좀 뻔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물론 <목란식당>도 <늑대>도 그리고 특히 <코리언 쏠저>는 구성도 좋고 스토리도 빨려 들어갈 만했으며 나름 재밌게 읽었다. (<늑대>의 끝부분은 좀 헤맸다. 구성이 특이해서 그랬는지. 나름 공을 들인 특이한 구성이었겠지만, 순서를 지켜 이야기를 끌어가던 ‘나’들이 마지막의 ‘나’들에선 쫌 아니다 싶은... 작가의 시점과 나레이터들의 시점이 마구 뒤섞이는...) 하지만 비슷한 내용이 반복된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낯선 곳에 대한 새로운 기대와 예기치 못한 일을 겪는 일 그리고 곤궁함과 궁핍함에서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고 이질적인 자신의 모습을 못마땅하게 또는 안도하며 바라보는 시선...   
반면 몽골이 무대가 아니었던 <누구 내 구두 못 봤소?>, <아이들도 돈이 필요하다>, <이미테이션>은 우리가 무대이고 우리 이야기여서 그랬는지 정말 재밌고 유쾌하게 읽었다. 구수한 사투리도 좋았고 찌질했던 우리의 지나간 과거 이야기도, 속되기만 한 우리의 현실도, 안쓰러운 인물들의 일상도 마치 내 이야기, 내가 겪은 이야기, 내 주변의 이야기 같기만 했다. 재밌어서 깔깔거리며 실컷 웃다가 마지막엔 눈물이 살짝 어리는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결국 이 가짜 같은 우리네 현실에서도 작은 희망이 있고 진짜 삶이 있고 따뜻한 사랑이 있는 게 아니겠는가.

‘소나무 숲을 가로지르며 그는 이 도시가 아주 마음에 든다고 중얼거린다. 훗날 저 아이는 길잃은 아이처럼 다리 위에 우울하게 서 있을지 모른다. 그때는 저 다리도 웬만큼 낡아 있겠지. 그때까지 이 도시에 머무를 수 있다면 그는 아이에게 다가가 게리 존슨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도 있다.’ -<이미테이션> 가운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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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9-06-30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이어요. 덥죠?^^

진달래 2009-06-30 15:21   좋아요 0 | URL
네, 스텔라님도 잘 지내시죠?
전 에어컨이 더 무서운 계절이에요. ㅋㅋ
늘 건강하세요~ ^^
 
열 살이에요 길벗어린이 문학
정하섭 지음 / 길벗어린이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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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초대의 글에서 ‘지금 열 살이거나 열 살이 조금 지났거나 곧 열 살이 될 모든 친구들을 이 작품에 초대한다’고 했다. 딱이다. 이 책은 딱 열 살이나 열 살 근처에 있는 우리 아이들이, 그 가족들이 읽을 책이다. 아주 재밌고 유쾌하게 읽었다. 열 살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일들이, 그 가족들이 함께 겪을 수 있는 열 살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그래서 열 살이 한참 지났지만 공감하며 읽었다.  

열 살이라는 건, 이 책의 주인공 유동이 말처럼 한 자리 숫자에서 두 자리 숫자가 되는 나이, 즉 십대가 되는 나이인 것이다. 완전 어린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직 청소년도 아닌 과도기에 있는 아이들인 것이다.  

엄마의 보살핌이 끊임없이 필요할 나이에서 조금씩 자신이 할 일을 알아서 할 나이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서 덜렁대기도 하고 잘못도 하고 실수도 하면서 잔소리도 듣고 오해가 생겨 삐지기도 하는 그런 과도기의 나이인 것이다.  

유동이는 할머니, 엄마, 이모와 함께 이런 모든 과정을 겪어나간다. 사랑을 독차지하면서도 혼자 해보려고 애쓰고, 아직은 그 모든 일을 독립적으로 하기에 서툴기도 해서 늘 이모에게 잔소리를 듣고, 잔소리 듣기 싫어 반항하다가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욕심껏 고기를 먹다가 배탈이 나는 것처럼. 하지만 한번 배탈이 나고 나서는 곧 깨닫고 반성을 하는, 즉 서서히 청소년이 되어가는 그런 나이이다. 할머니의 말씀처럼 실수하고 나서 반성하고 조금씩 커가는 그런 나이이다. 열 살들, 파이팅이다!  

“그래, 욕심부려 좋을 것 하나도 없어. 특히 음식 욕심은. 욕심이 많으면 저도 못 살고 남도 못 살게 하지. 엄마가 늘 말하지 않던. 네가 욕심부려 장난감 두 개를 가지면 누군가 너 모르는 곳에 장난감이 하나도 없어 우는 아이가 있다고. 그러니까 뭐든 욕심부리지 말고 남 생각도 하면서 착하게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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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고등어
배익천 지음, 전수현 그림 / 예림당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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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집의 작가는 동화를 읽는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바란 게 있었다고 한다. 즉, ‘자연이든 사람이든 무언가를 누군가를 진심으로 알아주고 이해해 주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거라고 한다. 아주 짧은 동화들이지만, 재미는 조금 떨어지는 동화들이지만 작가의 말대로 고운 마음들이 전해지는 동화집이었다.  

조금 욕심이겠지만 우리 어린이들이 사시사철 묵묵히 서있는 나무의 마음, 들에 피어있는 한 송이 들꽃,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먹이를 나르는 개미, 바람과 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열매를 맺는 과일들처럼 아이들이 조금씩 더 자연에 관심을 갖고 친구, 가족들과 조금씩 나누는 그런 마음을 배우면 좋겠다.   

현대적인 이야기와 전통적인 이야기들이 섞여 있어 여러 가지 맛을 보는 듯한 동화집이었고 먹으려고 사온 고등어에게서 바다를 보는 아이,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아이의 꿈,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전하는 보물찾기 쪽지, 고단한 어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막차의 할아버지와 딸, 그리고 종이 할머니 등등 다양한 이야기가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조금씩 나누며 더불어 살기, 자연의 작은 모습에 눈 돌리기, 가난하고 힘든 삶에 박수 보내주기, 남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며 배우기 등등 이 작품엔 작지만 큰 메시지가 담겨 있다.  

“쉿! 조용하세요. 지금 고등어가 잠이 들려고 해요. 가고 싶은 바다, 깊은 바다에 가기 위해서요.”  

‘나는 소영이와 함께 인동덩굴처럼, 노박덩굴처럼 얼키설키 우정을 맺으며 살 것이다. 오래오래. 향기로운 꽃을 피우며, 예쁜 열매를 맺으며.’  

고등어를 재우는 아이처럼, 또 자신보다는 친구를 아끼는 그 마음처럼 우리 아이들이 곱고 순수하게 자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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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를 단 바이올린 - 청어람주니어 문고 3
최규순 지음, 윤봉선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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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이젠 누구나 한번쯤 피아노를 배우고 바이올린을 배운다. 정말 좋아서, 하고 싶어서라기보다 안 하면 안 되니까 한다. 음악 시간에 필요하니까, 음악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서, 음악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해야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대부분은 피아노를 그만 둔다. 커서 생각하면 그게 참 안타깝다. 계속 배웠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후회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커서 다시 하려면 그게 참 안 된다.
이 책의 주인공 국화는 어느 날 조막손을 가진 할아버지와 앞을 못 보는 할머니 부부를 알게 된다. 처음 만남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그분 댁에서 들은 음악은 국화의 마음을 때리고 바이올린 소리는 국화의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하지만 국화네 집은 너무 가난하다. 엄마가 매일 일을 해도, 너무나 힘들게 일을 해도 바이올린을 배우는 거 같은 건 꿈도 못 꾼다. 하지만 국화가 너무나 하고 싶어하자 국화 엄마는 용기를 내 할머니께 도움을 청한다. 할아버지는 조막손으로도 피아노를 치시고 할머니는 눈이 안 보여도 국화를 지도한다. 부부의 딸이 하던 조그만 바이올린을 빌려주면서. 
어느 때는 꾀도 나고, 또 어떤 때는 너무 힘들고, 또 어떤 때는 실력이 늘지 않아 야단도 많이 맞고, 또 어떤 땐 손가락이 찢어지는 아픔도 겪는 국화지만 바이올린을 배우는 게 너무 신나고 좋다. 그렇게 열심히 배우던 중에 실력을 더 키우려면 더 크고 좋은 바이올린으로 배워야 한다. 아무리 공짜로 가르쳐주셔도 그 비싼 바이올린까지 거저로 생길 리가 없지 않은가. 엄마도 더 이상은 너무 힘들다. 국화도 그 사실을 안다.
하지만 국화의 열정과 노력은 할아버지가 예전에 그만뒀던 바이올린 만들기를 다시 시작하게 만든다. 보통은, 아무리 악기가 좋아도, 그냥 연습만으로도 얼마나 힘들고 지치는가. 더구나 가난하기까지 한 국화가 바이올린을 계속 배운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지만 국화는 포기하지 않는다. 아기 새가 연습에 연습을 거쳐 언젠가는 푸른 창공을 날듯이. 악기를 배우는 모든 아이들이 이 아기 새처럼, 국화처럼 포기하지 않고 푸르고 아름다운 하늘을 마음껏 날기를……

‘어미 새와 아기 새가 비행 연습을 한다.
날개를 활짝 펴고 위아래로 퍼덕거려 보렴.
넌 할 수 있어.
아기 새는, 할 수 있다는 어미 새의 말에 용기를 냈다.
옳지. 그래, 그렇게 하는 거야.
아기 새는 신이 나서 날갯짓을 했다.
날갯죽지가 찢어지는 아픔도 기쁨이었다.
아기 새는 온몸이 가뿐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느새 아기 새는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 하늘은 너무 푸르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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