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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 제6회 채만식문학상, 제10회 무영문학상 수상작
전성태 지음 / 창비 / 2009년 4월
평점 :
예전에 한번 월간지에서 그의 작품을 읽은 적이 있다. <두번째 왈츠>라는 작품이었다. 사실 제목으로는 기억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작품집에서 첫 문장을 읽는 순간 기억이 떠올랐다. 이미 읽은 작품이라는 걸. 그렇게 순간적으로 알아챈 이유는 몽골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몽골 이야기가 전성태의 전유물은 아닐 터이지만 이 작품집에도 그렇지만 그에겐 유독 몽골 이야기가 많다. 어차피 무대가 몽골일 뿐, 인간사, 세상사는 모두 비슷할 터이다.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부분, 우린 이미 지나왔다는 느낌... 그런 것들은 있을지 모르지만.
이 작품집엔 열 편의 단편이 있는데 그 중 여섯 편이 몽골 이야기이고 나머지 네 편만이 다른 이야기이다. 하지만 내가 제일 재밌게 읽은 작품들은 몽골이 무대가 아닌 작품들이었다. 무대가 딱히 소설을 접하는 내게 어떤 제약을 주진 않지만 되풀이되다시피 많은 작품이다 보니 좀 식상한 데가 있었던 것 같다. 그게 꼭 몽골이나 중국, 북한 얘기여서가 아니다. 아무래도 그런 데서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들이 좀 뻔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물론 <목란식당>도 <늑대>도 그리고 특히 <코리언 쏠저>는 구성도 좋고 스토리도 빨려 들어갈 만했으며 나름 재밌게 읽었다. (<늑대>의 끝부분은 좀 헤맸다. 구성이 특이해서 그랬는지. 나름 공을 들인 특이한 구성이었겠지만, 순서를 지켜 이야기를 끌어가던 ‘나’들이 마지막의 ‘나’들에선 쫌 아니다 싶은... 작가의 시점과 나레이터들의 시점이 마구 뒤섞이는...) 하지만 비슷한 내용이 반복된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낯선 곳에 대한 새로운 기대와 예기치 못한 일을 겪는 일 그리고 곤궁함과 궁핍함에서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고 이질적인 자신의 모습을 못마땅하게 또는 안도하며 바라보는 시선...
반면 몽골이 무대가 아니었던 <누구 내 구두 못 봤소?>, <아이들도 돈이 필요하다>, <이미테이션>은 우리가 무대이고 우리 이야기여서 그랬는지 정말 재밌고 유쾌하게 읽었다. 구수한 사투리도 좋았고 찌질했던 우리의 지나간 과거 이야기도, 속되기만 한 우리의 현실도, 안쓰러운 인물들의 일상도 마치 내 이야기, 내가 겪은 이야기, 내 주변의 이야기 같기만 했다. 재밌어서 깔깔거리며 실컷 웃다가 마지막엔 눈물이 살짝 어리는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결국 이 가짜 같은 우리네 현실에서도 작은 희망이 있고 진짜 삶이 있고 따뜻한 사랑이 있는 게 아니겠는가.
‘소나무 숲을 가로지르며 그는 이 도시가 아주 마음에 든다고 중얼거린다. 훗날 저 아이는 길잃은 아이처럼 다리 위에 우울하게 서 있을지 모른다. 그때는 저 다리도 웬만큼 낡아 있겠지. 그때까지 이 도시에 머무를 수 있다면 그는 아이에게 다가가 게리 존슨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도 있다.’ -<이미테이션> 가운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