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속의 그림 - 제6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14
문영숙 지음, 윤종태 그림 / 문학동네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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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속에서 우리 조상의 기개를 보여주는 고구려 벽화를 보면서 알 수 없는 흥분과 열정을 느끼는 건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느껴봤을 것이다. 한반도를 넘어 만주까지 그 옛날 우리의 기개를 펼쳤던 고구려의 기상은 말을 타며 활쏘기와 수렵, 전투까지 그 벽화들에 잘 나타나 있다. 궁금한 건 그 멋진 그림들이 왜 무덤 속에 그려진 벽화인 것일까, 하는 것이다. 

그 이야기가 우리 역사와 전통, 삶, 사랑과 함께 무연이라는 화공을 통해 이 책에서 생생하게 살아났다. 장백산의 깊은 숲 속에서 망혜 스승과 함께 속세의 삶과 떨어져 외로이 사는 무연은 어느 날, 사무랑을 목표로 무예를 익히는 젊은이들을 보게 된다. 그 기개를 따라 무연도 혼자 무예를 익히기 시작한다. 젊은 날, 고구려의 집사장이었던 망혜는 음모와 모함으로 순장된 무연의 부모를 대신해 갓 태어난 무연을 데리고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장백산으로 향했던 것이다. 출생의 비밀을 모르는 무연은 깊은 숲속에만 자신을 가둬두는 스승 몰래, 사무랑을 뽑는 동맹제 축제에 따라가게 된다. 하지만 추천장이 없어 무사 시합엔 못 나가고 되고 싶지도 않았던 화공을 뽑는 시합에 나가게 된다. 

무연을 찾아 산을 내려온 망혜 스승은 무연이 자신도 모르게 위험에 빠지기 전에 무연을 만나 무연에게 출생의 비밀을 얘기해준다. 부모가 어떻게 살았으며 어떻게 고구려의 마지막 순장자가 되었는지, 어떻게 자신은 살아남았는지 그 모든 얘기를 듣게 된다. 더구나 그 악연은 또 다시 자손들의 악연의 꼬리를 이어간다. 하지만 복수를 부르는 칼 대신에 무연은 예술로 승화시키는 붓을 든다. 

이야기가 얼마나 긴박하고 흥미롭게 전개되는지 읽는 동안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정말 단숨에 읽고 단박에 반해버렸다. 어린이, 어른 모두 즐겁게 읽고 우리 역사에 대해, 우리 전통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도 되었다. 재미와 흥미, 그리고 생각거리 모두 최고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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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새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15
마르턴 타르트 지음, 안미란 옮김 / 들녘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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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특이하다면 특이하고 평범하다면 평범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히딩크 덕분에 이제 우리에겐 친숙하게 다가오는 나라, 네덜란드의 작가의 책이다. 더구나 1983년에 나온 책이라는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어색하거나 촌스럽지(!) 않은 책이다. 오히려 은근 슬쩍 마음을 사로잡는 추리로 인해 더 현실성을 띠고 그 긴박함에 기꺼이 마음을 내맡겼다.
우리와는 너무나도 다를 것만 같은 북유럽의 작은 나라에서도 사랑이나 연애, 결혼 그리고 외도 같은 것들은 거기나 여기나,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어찌 보면 그 부부가 겪는 상황이 오히려 우리 한국의 요즘 상황 같은 느낌이 더 강하게 들 정도였다.
뭔가 덤태기를 씌우는 것 같은 분위기, 드러날 듯 드러나지 않는 진실, 사실을 찾아 헤매는 주인공 여자 뒤를 마치 안개 속을 헤매듯이 따라가다 보니 소름이 끼칠 정도의 놀라움이 찾아온다. 반전...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사실들의 드러남이라고 할까. 하지만 그 추리의 긴박함으로 밤에 잠도 잊은 채 이 책을 읽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카페도 문을 닫은 깊은 밤에 거리에서 실랑이를 벌인다. 며칠 뒤, 경찰이 남자를 찾아온다. 그 여자는 실종됐고 남자는 질문을 받는다. 아이를 낳고 싶어하나 불임인 아내를 가진 남자는 아내가 친정에 간 사이 다른 여자와 데이트를 했다가 결국 용의자로 몰려 유치장에 갇힌다. 증거는 없지만 여자가 사라졌다는 심증과 며칠씩 굶은 몇 백 마리의 쥐들이 사람 하나 먹어치우는 건 일도 아니란 사실은 그 같은 실험을 하는 연구원인 주인공 남자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입장에서 자신들, 자신들의 결혼생활을 뒤돌아보게 된다. 아이가 생기지 않는 부부에게 배란일을 따지는 것은 더 이상 사랑이 사랑이 아니게 만들고 아이에 집착하는 여자로부터 눈을 돌려 다른 여자를 바라봤던 남자는 의외의 사건으로 인해 부부간의 관계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남자와 여자는 잠시지만 편지를 주고 받고, 여자에겐 남자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증거를 찾아다니고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면서도 남자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생각이 늘 함께한다.
추리물을 읽으면 자주 드는 생각이지만 이 사람이 범인일까, 저 사람일까, 그 여잔 어떻게 된 것일까, 진짜 둑었나... 책을 읽는 사이사이에도 별별 생각이 다 맴돈다. 그게 어쩌면 추리의 매력이 아닐까. 또한 어찌 됐건 시간이 흐르면서 부부들은 결혼의 굴레 속에서, 안정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오히려 자유를 꿈꾸지만 실제 잠시 잠깐이라도 외도를 하게 되면 그 여파는 결혼의 안정성을 깨게 된다. 하지만 그 결과가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확실한 건 결혼이란 게 그 동안 그들에게 어느 모로 보나 서로를 보호하는 울타리였다는 걸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그 울타리는 서로의 선택에 따라 무너지거나 더 견고해지거나 한다는 사실이다. 남자가 말하는 결혼의 의미는 그 동안 내가 생각하던 것과 너무나 닮았다.  

“결국은 내가 이렇게 생각했다는 걸 말하려는 것뿐이야. ‘우리가 결혼한 게 다행이다. 아무리 사이가 멀어졌어도 우리가 함께 지내는 동안 언제나 상대방의 편이 될 수 있으니까. 사이가 멀어진 건 바깥세상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어. 밖에서 보면 우리는 부부이고, 결혼한 사이니까. 우리는 서로를 잘 알아. 그건, 이 경우에는 내가 범죄를 저질렀을 리가 없다는 걸 당신이 단순히 믿는 게 아니라 확실하게 안다는 뜻이야. 당신이 결혼했다는 건 이 험한 세상에 적어도 한 명이 있다는 것, 당신이…… 당신에게 무조건 충실한 사람이 한 명 있다는 뜻이야. 일반적으로 말하는 충실이 아니라 다른 의미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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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 박찬일의 이딸리아 맛보기
박찬일 지음 / 창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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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받아들자마자 본 작가의 특이한 이력에 호기심을 느끼며 책장을 넘겼다. 요즘 한창 특별한 이유도 없이 요리와 바느질 등 살림에 재미를 붙이고 있던 터에 이 책은 딱 맞아떨어지는 책이었다. 물론 특이한 요리 소개라든가, 스파게티를 요리하는 방식이라든가, 맛있게 요리하는 어떤 비법 같은 게 들어있는 책은 아니었다.   

작가는 서른 넘은 나이에 다니던 출판사를 그만두고 이탈리아로 날아가 요리학교에 다니고 또 마피아들만 득실거릴 것 같은 시칠리아의 한 레스토랑에서 요리 실습을 했다. 특이한 이력 만큼이나 특이한 얘기들이 가득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하지만 또 어찌 보면 모든 재료부터 요리를 만드는 방식까지 자연스럽고 모두 자연에서 구하는, 요리의 근원을 찾아가는 얘기들이라 요즘 같이 웰빙이다, 슬로우푸드다, 하는 시대에 맞는, ‘보통’의 얘기들이었다.  

작가의 소탈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을 드러내주는 상황 묘사나 감칠 맛 나는 문장들로 가득한 이 책을 단숨에 빠져들어 읽었다. 우스꽝스럽기까지 할 정도로 이탈리아의 작은 레스토랑의 부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사뭇 즐겁고 유쾌하게 보여주면서도 요리와 인간의 관계, 사람들 간의 관계를 또 정감어린 시선으로, 따뜻하게 그리고 있었다.    

또한 이탈리아를 단순한 관광객의 시선이 아닌, 그들과 땀과 온기를 섞으며 함께 지내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시선으로 바라본 이탈리아와 이탈리아 사람들의 숨결 가득한, 끈끈한 이야기들도 우리 마음을 잡아끈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 미소를 띠고 즐겁게 읽었다.  

하지만 정통 이탈리아식 ‘알 덴떼’ 스파게티는... 역시 우리에겐 생소할 것 같다. 그런데다 철사줄 스파게티라니 말이다. 그래도 이 책을 읽었으니 이탈리아의 레스토랑에 가서 적어도, ‘더 익혀 달라’고 웨이터를 부르지는 않을 것 같다. 입 안에 스파게티를 한 줄 한 줄 굴리면서 꼭꼭 씹어 먹을지언정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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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9-09-23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은 책인데. 언제 읽게될런지는 모르겠구요.
오랜만이어요. 진달래님.^^

진달래 2009-11-25 13:24   좋아요 0 | URL
요리 이벤트에도 다녀오셨나 봐요. ^^
전 유쾌하게 읽긴 했지만 소설이 아니라서 별 한 개 뺐어요. ㅋㅋ
(완전 제 맘대로죠. ㅋㅋ)
또 지방에 사는 관계로 가보지도 못하고.. ㅋㅋ
 
누구나 갖고싶은 패브릭 선물 DIY
배효숙 지음 / 동아일보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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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심심하면 손바느질을 해서 뭔가를 뚝딱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는 내가 두 번째로 고른 책이다. 잘 만들거나 프로답게 만들진 못하지만 간단한 쿠션 같은 건, 실제로 사러 가보면 터무니없이 비싸다. 그런 데 반해 짜투리 천이나 못 쓰게 된 옷 같은 거, 그리고 살짝 맘에 드는 천을 몇 가지 구비했다가 필요한 걸 만들면 실용적이고 비용도 얼마 안 들고 참 좋다.  

사실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아이디어가 많을 거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래서 패브릭 선물에 대한 아이디어를 좀 얻으려고 고른 책이다. 이 책에는 꼭 손바느질이 아니라 미싱이 있어야 하는 작품들이 많다. 아마 첫 미싱을 사고 나서 이것저것 만들어 볼 때 도움이 더 될 것 같다.  

지금은 그저 어떤 소품들을 내가 직접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데 대한 아이디어를 얻으려고 한다. 부록으로 패턴도 몇 개 있다. 그 중에서 쉬운 걸로 골라 손바느질을 해보려고 한다. 딱히 바느질을 좋아하는 건 아닌 거 같은데, 천으로 만드는 소품이라면 뭐든 좋고 또 2% 부족해도 잘 만들어서 선물하면 그 정성도 만만치 않은 것이니 한번 제대로 해보고 싶다.  

어떤 땐 심심하면 그냥 이 책을 살펴본다. 이것도 만들면 좋을 거 같고 저것도 만들어보면 재밌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렇게 천에 폭 파묻혀 시간을 보내다 보면 시간이 어찌 가는 지도 모르겠다.  

바느질은 하다보면 힘들고 지겹기도 하지만 의외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고 또 잡생각을 다 잊을 수 있어서 좋다. 취미라곤 책 보는 것 밖에 없는 내게 이 바느질 책은 두 배의 재미를 준다. 보는 것도 즐겁고 따라서 뭔가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것이다. 암튼 지금은 손바느질로 할 수 있는 거 일단 따라하고 나중에 미싱사면 본격적으로 달려들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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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느질 DIY - 동대문 패브릭으로 만든 내추럴 소품 50, Daily Fun
웅진씽크빅 편집부 엮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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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학교에서 바느질 같은 걸 가르치는지 모르겠다. 암튼 우리 학교 다닐 땐 수업시간에도 배우고 특별활동 같은 것도 있어서 바느질을 배웠다. 미싱도 한번 해본 거 같긴 한데 늘 자동 바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제대로 해본 적도 없고 배우고 싶긴 해도 엄두가 나진 않았다.  

바느질을 잘 하는 건 아니지만 난 찬바람만 불면 바느질을 한다. 참 내, 전생에 무슨 침모도 아니고... 또 무슨 외로움을 달래려고 허벅지를 찔러가며 하는 것도 아니지만 난 가끔 이것저것 손바느질을 한다.  

못 입게 된 옷, 짜투리 천 같은 걸 이용하니 재활용에도 그만이고 2% 부족한 듯 보여도 모양이 만들어져 나온다는 게 참 좋다. 그렇게 쿠션도 만들고 베갯잇도 만들고 거칠고 투박하지만 내가 뭔가를 직접 한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고 또 바느질을 하다 보면 힘들고 지겹기도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집중한다는 게 참 좋다.  

이 책은 그런 내 막 바느질에 조금의 프로페셔널리즘을 첨가하고 싶어 골랐다. 책에는 기초 바느질부터 시작해서 손바느질에 필요한 물품들, 이것저것 소품을 만드는 과정, 패턴까지 몇 개 있다. 사실 이 책을 보고 또 보면서 느낀 건 손바느질에 대한 매력이다.  

난 그 동안 엉성하기만 한 내 소품들을 좀 부끄러운 마음으로 바라보곤 했다. 그런데 이 책에 등장한 소품들은 2% 부족한 그 부분이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 부분을 오히려 더 강조해서 더 아기자기하고 더 아마추어 느낌이 나게 해 아주 신선했던 것이다.  

손바느질을 해보고 싶은데 엄두가 안 나시는 분, 바느질을 기초부터 배우고 싶은 분, 자신이 직접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은 분에게 추천한다. 사실 난 이 책에서 5% 부족한 내 작품들을 2%만 부족하게, 조금 더 꾸밀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어떤 걸 만들까, 하는 데 대한 영감도 얻었다. 그냥 심심할 때 차분히 보기에도 좋은 책이다.  

이 책을 보고 나서 바느질 꽂이 두 개, 파우치 한 개, 머리띠 한 개, 뜨거운 거 드는 데 사용하는 두터운 요리 장갑을 만들었다. 다음엔 뭘 더 만들어볼까 궁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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