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저리 스티븐 킹 걸작선 10
스티븐 킹 지음, 조재형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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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공포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깜짝 놀래키는 것도 그렇고 은근히 긴장시키는 것도 그렇고 나중에 다 보고 나서 여파가 남는 것도 싫다. 그런데 공포물을 읽는 것은 그나마 낫다는 것이다. 영화에는 공포스러운 소리나 급작스럽게 바뀌는 화면 같은 게 순식간에 이뤄지기 때문에 아마 더 겁이 나는 것 같다. 책엔 설명이 되어 있고 그 설명을 읽는 내 눈이 그렇게 급박하게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그런 긴장감은 떨어지는 것 같다. 이에 공포물을 대하는 건 어쩌면 책이 나을 수도 있겠다.

공포물에 사실 드라큘라나 귀신이 나오는 것보다는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황당한 짓을 저지르는 장면이 더 무섭다. <추격자>에서 그 남자의 조카가 나타났을 때, 나, 기절하는 줄 알았다.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짓을 저지르는 사람들의 정신세계는 상식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작품, 너무나 유명하기 때문에 아마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나도 영화를 본 기억이 난다. 다 본 건 아니고, 그 무섭게 생긴 여자가 작가에게 집착하고 심지어 다리를 자르는 것 정도가 기억에 남아있다. 그것 만으로도 공포에 질릴 만하다. 다쳐서 꼼짝 못하고 고통이 너무 심한데 약을 미끼 삼아 작가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애니, 더구나 그녀는 자신이 그를 구했다고 생각한다. 아, 맙소사...

“폴, 당신은 나에게 목숨을 빚졌어요. 당신이 그것을 기억하면 좋겠어요. 그것을 마음속 깊이 새겨 두면 좋겠어요.”

심한 정신분열을 앓고 있는 애니는 자신이 옳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애니가 분명 미친 걸 누구나 안다. 하지만 이 미치광이 애니는 멍청한 여자가 아니라는 데 있다. 아, 세상에...

멀쩡해 보이다가도 언제, 어떻게, 무슨 말 한 마디로 애니의 정신세계에 변화가 급박하게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침대에 꼼짝 없이 붙잡힌 작가는 자신의 작가 세계, 몸 심지어 목숨까지도 담보 잡혀있는 것이다.

사실 대충, 스토리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결말이 가물가물했었다. 작가가 어떻게 되는지, 애니는 어떻게 되는지 알고 나니 책을 산 게 아깝지는 않았다. 웃긴 건, 나도 그랬지만 사람들이 모두 이 책의 주인공 여자 애니가 미저리인 줄 안다는 것이다. 미저리는 작품 속 작가가 쓰는 시리즈 물의 주인공 여자이다. ^^;; 그 공포의 여주인공은 애니였다.

내가 만약 그런 여자한테 그 작가처럼 붙잡혔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요즘처럼 스토킹도 많은 시절에 유명 작가들은 모두 불안에 떨어야 하지 않을까. 미쳤지만 멍청하지는 않은 이런 독자한테 어느 날 붙잡히면 어쩌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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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9-08-05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런가요? 저도 그런 줄 알고 있었는데...
저도 영화로 봤거든요. 그런데 애니가 미저리라는 생각이 잘 안 고쳐져요.
영화 나름 수작이란 생각은 하는데 저도 공포물은 그다지...
지금 다시 보면 별 감흥은 없을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저도 그런 생각해요.
소설가들이 없는 얘기 못하고 있는 얘기하잖아요.
나중에 어떤 사람이 왜 내 얘기 썼냐고 시비걸 것 같아 걱정되드라구요.ㅜ

진달래 2009-08-06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성석제 얘기 생각나시죠?
쓰기만 하면 딱 소설감인데.. 주변인 얘기라서 못 쓴다구요. ㅋㅋ

ㅋㅋ 미리 양해를 구하시면 어떨까요?
소재는 따왔지만 사실 나머지는 내 상상력이다.. 뭐, 그렇게요. ^^;;
또 어차피 똑같이 쓰진 않을 거잖아요.
따지면... "어머, 이거 너야?" 그럼서 모른 척..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