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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0월
평점 :
어릴 적부터 박완서를 읽어왔다. 이 작품, 저 작품에서 드러나는 그의 삶과 경험 그리고 연륜... 그런 것들이 서로 얽키고설켜 서로 다른 작품들임에도 모두 연관되어 있는 것처럼 느낄 때가 있다. 그 안에서 드러나던 맛갈진 문체와 그만이 되살려낼 수 있는 이야기들이 가슴에 남아 찡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내신 산문들에선 그 연세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글을 쓰시는 게 대단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 노인의 고집 같은 게 느껴져서, 역시 나이는 어쩔 수 없구나... 하는 느낌도 있었다. 그런데 그건 산문이어서, 생활 얘기여서 그랬나 보다.
이 작품, 전혀 녹슬지 않은, 감칠 맛 나는 필력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사람과 과거에 대한 그리움, 우리를 살게 하는 밥의 힘, 타지에서 살아도 잊지 않는 고향 등등, 여전히 삶에 대한 관찰과 묘사, 그리고 깊은 이해가 그대로 살아있었다. 우리의 이기심, 속으로는 원초적인 문제를 갖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는 것들을 잘 분석하고 있다.
가족간, 동기간, 친구간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 가정에 대한 욕구, 세월이 가면서 왜곡되어가는 진정한 가족에 대한 의미, 현실과 타협하게 되는 속물적인 근성, 등등 우리를 뒤돌아보게 한다.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쉽게, 빨리 읽혔다. 가볍지만 경박하지 않은 문체로 우리의 삶을 무난하게 따라가게 했다. 나이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나 노인이나 똑같구나... 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도 칠십 다 된 노인이, 남들이 사십 대로 봐주길 바라는 건 좀 너무 한 거 아닌가 말이다. ^^;;
‘할머니라니, 아직 칠십도 안 됐고, 다들 오십대로 보고 딸하고 백화점에 가면 매장 아가씨들이 자매간인 줄 아는 나한테 감히 할머니라니, 더군다나 오늘은 있는 대로 멋을 부려 사십대로 보아주길,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는 나에게 이 무슨 모욕적인 언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