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gotten Garden (Paperback, Reprint)
Morton, Kate / Washington Square Pr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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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3년 1차대전이 발발하기 전날밤 영국에서 출발한 배안에서 발견된 어린 소녀는 이름을 물어도 같이 동행한 가족은 어딨냐고 물어도 절대로 입을 열지 않는다. 정체 불명의 여인이 이 아이를 배에 태우고 누구하고도 말을 하지 말라고 단단히 주의 주는걸 보았다는 목격자의 말을 들어도 어린 소녀는 입을 굳게 다물고 목적지에 도착할 날만 고대한다.

늦은 밤 목적지에 도착하자 어린소녀는 자그만한 흰색 가방을 들고 낯선땅에 발을 내딯는다.

몇일후 소녀와 같은배에 탔었던 짐꾼이 두리번거리며 선착장 주변을 배회하고 있는 모습을 안탑깝게 여기고 끼니라도 챙겨줘야겠다는 마음에 소녀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온다. 아내에게 미쳐 의논하지 않고 낯선아이,물어도 대답하지 않는 아이를 어떻게 해야하나 걱정했지만 그의 젊은 아내는 자식처럼 ,한가족으로 아이를 돌보자며 아이와 남편을  품속에 안는다.

아이의 입에서 '여류 작가'라고 불러달라는 뜻밖의 소리를 듣고 무척 놀라지만 밝게 웃고 있는 아이의 미소에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가 싫어하는건 절대로 묻지도 강요하지도 않겠다고 약속한다.

1년의 세월이 흐르고나서 화목한 가족으로 살고 있던 중 '여류작가'라고 불리던 그아이가 낯선 남자를 따라서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린다. 자신이 들고 온 흰색가방과 함께...

 

1975년,자신의 혈통을 찾아서 영국 땅에서 오스트레일리아까지 찾아온 넬이라는여성의 손에 들고 있는 유일한 단서는 자신의 가문(Mountrachet)이 소유하고 있던 대저택을 Blackhurst Manor라는 사람이 현재 소유하고 있다는 것뿐 이였다. 영국 콘웰에서 3년간 수소문한 끝에 찾아낸 유일한 단서,소유주 이름, 그녀는 대저택을 찾을수 있을까? 어째서 자신의 조상들이 이곳에 저택을 소유하고 있었을까?

 

2005년, 넬의 죽고나서 그녀의 손녀 카산드라 앞으로 머나먼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별장이 상속되지만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다.

동화 작가였던 넬이 남긴 책들의 인세문제를 정리 하려던 중 그녀가 남긴 동화 속 배경이 자신이 상속 받은 그곳이라는 걸 알게된다.

 

아름다운 로즈와 잘생기고 그림을 잘 그리는 나다니엘의 결혼식으로 시작되는 동화 의 첫장,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그들의 삶, 그리고 하얀색 가죽 가방을 들고 찾아온 아이,버려진 그아이가 어쩌면 넬할머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휩싸인다.

 

로즈와 나다니엘이 살던곳,Mountrachet가문의 사람이 살았다는곳,절벽위에 세워진 그곳으로 카산드라가 찾아가면서 1세기 가까이 묻혀졌던 그곳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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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me (Hardcover, Deckle Edge) - Stories
Carol Janeway / Alfred a Knopf Inc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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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945년 연합군에게 항복을 선언한 나치당은 그해 9월 10일자로 당은 해산 되었고 곧이어 뉘른베르크 재판(45년 10월18일 24명의 전범들의 기소장 제출을 시작함)에서 범법행위를 판결 받은 당원들과 고위급 관료들 수백명의 관련자들을 법정에 세운다.
처벌을 피해 남미,아프리카지역으로 도망간 이들을 색출하고 법정에 세워서 선고하고 집행했다.(403차의 공판을 거쳐서 1946년 9월30일-10월 2일 동안 형을 집행함)

그후 독일은 제3국과 관련된 상징물(특정지역,인종,종교을 비하하는것)을 사용하는걸 법적으로 전면 금지 시켰다.

단, 소설이나 영화,학술서,역사서는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대다수 독일인들에게 '전쟁'이라는 단어는 '원죄'(Original sin)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져 이들 삶에 보이지 않은 파편처럼 박혀 있다.

그들에게 직접적으로 나치가 저질렀던 극악 무도한 범죄들, 강제 수용소등의 이야기를 꺼내면 고개를 끄덕이며 '그때의 독일인들과 현재 독일인들은 다릅니다.'라는 답변이 일률적으로 나온다.

그럼 더이상 그들에게 전범국의 민족이라는 원죄가 영원히 지워졌을까?

그들의 내면 깊숙한 곳에는 피해자라는 의식이 짙게 깔려 있다.

극악하고 잔인했던건 인정하겠지만 우리를 그렇게 만든건 너희들이다라는 항변이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있다. 특히 이민자들 외국인들에 대한 협오는 법과 제도로 탄탄하게 옥죄서 법에 의해 제재하고 구속해버린다.

그래서 독일인들에게 원죄(Original sin)는 자신의 행위로 비롯된 죄가 아닌 '당신 때문에 저질렀어!'라는 무시무시한 항변이라는 의미다.

이책의 저자는 독일 형법 전문 변호사 Ferdinand Von Schirach로 자신의 삼촌과 조부는 친나치당원으로 오른손의 일부를 베어서 피로 맹세하며 수천명의 외국인들과 유태인들을 죽인 범죄자들이였다.

삼촌은 도망중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조부는 뉘른베르크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기소장의 4가지 소인과 상관없이 나치당 정치위원회원들,게슈타포,총통보안부대,친위대는 죄질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처벌/사형함)

 

그는 형법 변호사로 일하면서 가장 먼저 듣는 질문 '어떻게 살인자들을 변호할수 있나요?'라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 '당신도 누군가를 죽일수 있으니까'라고 답한다.

그답에 대한 11가지 사건파일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그가 보여주는 사건들을 따라 가다보면 '살인을 저지를수 밖에 없었다'라는 의문과 함께 흉악범,살인자들 그리고 피의자 모두 사람이기에 그들의 삶속을 파고들어가면 그들의 죄(Guilty)에 법이 과연 정의로운 심판을 내릴수 있을까?반문하게 된다.

그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인생의 실타래속으로 한번 들어가 보자.

세르비아 병사는 이리나(보스니아)의 오빠를 총살하고 그녀를 강간하고 목을 졸랐다.

그후 이리나는 구사일생으로 목숨만 간신히 건져서 베를린을 떠돌며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남자와 동거하며 손님을 받는다.

어느날 베를린 지역구 의원이 행위도중 사망을 해버리자 시신을 토막을 내서 어딘가에 파묻어버려버린다. 매춘과 불법이민자라는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이 두려워서 저질러 버린 일이였다.

법의학자의 부검 결과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 이라는걸 확인 받고 변호사는 의원의 매춘행위 또한 불법이였다며 자기 방어에 의한 살해였다며 인종청소를 피해 도망온 한여인의 행복과 평화를 짓밟지 말라는 변론을 펴서 무죄로 이끌어낸다.

이외에 다른 여러 사건들을 통해 저자는 '자기 방어'와 '행복'에 대한 권리를 내세우며 범죄에 대한 형량을 정확하게 판결할수 있는지 반문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당방위성의 권리를 논하기에 각각의 사건들이 에피소드적이여서 개개인의 인생,살아온 흔적들을 깊게 살피며 수궁하기에는 힘들다.

변호인단들의 논리를 곰곰히 따져보면 마치 기나긴 전쟁의 페허 속에 독일인들은 이민자들,불법 체류자들에게 이정도로 관대하게 대하며 이미 우리는 원죄를 씻어버렸다는 소름끼치는 그들만의 항변으로 귀결된다.

사람을 죽이고 한 가정을 짓밟고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 범죄자들에게 '위증과 형량을 따지지 않고 당신도 이사람의 인생을 살아봤다면 그럴수 있어.'라는 논리를 편다면  과연 법의 심판은 왜 필요한지 저자에게 묻고 싶다.

 

이책은 출간 즉시 독일전역에서 베스트 셀러 상위권에 올랐다.

영미권으로 출간 될때 '스킨 헤드족' 이나 여성 속옷,은밀한 신체부위( 인종을 비하하는)의 속어나 은어들이 지극히 점잖고 표준적인 단어들로 교체 번역되어서 출간됐다.

독일은 전범국가라는 흔적을 지우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자신들의 민족적 가치와 문화 제도를 뒤흔들지 못하게 법과 제도로 꽁꽁묶어서 '자기방어'(개별적/집단적)와 '정당 방위'(위법성,책임성/공포ㆍ경악ㆍ흥분ㆍ당황까지 포함)라는 형법상 국가와 민족을 보존하고 있다.

 형법 변호사가 썼다는 이 책을 읽고 깊히 동감했다는 독일인들을 만나면 그들과 다른 나,우리는 언제 어느나라에서 무고하게 다른 민족에게 희생될수도 있다는 경고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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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eath Instinct (Paperback)
제드 러벤펠드 지음 / Penguin Group USA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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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 9월 16일 뉴욕 월스트리트 J.P모건 은행 앞에 짐을 가득 실은 마차 한대가 멈춰선다. 뒤이어 도로는 정체되고 운전자들은 차에서 내려서 멈춰선 마차로 달려가지만 마부는 보이지 않는다. 
잠시후 엄청난 굉음과 함께 마차는 폭발하고 주변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해버린다.

누가,왜 대낮에 폭탄을 실고 무차별한 공격을 했는가?

 뉴욕연방경찰관 제임스 리틀모어와 정신분석의 스트램텀 영거 박사는 그들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추적하기 시작한다.

사건 현장에 남아 있는 폭약 가루의 성분을 의뢰한 콜레뜨 루소는 마담 퀴리의 제자로 라듐연구소 기금을 모으기 위해 비밀리에 남동생 뤽(비엔나의 유명한 정신과의 프로이드 박사에게 정신 치료를 받던중 신경교란으로 언어 상실증을 앓고 있음)과 함께 미국에 머물고 있던 중이였다.

처음엔  이사건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다가 폭발 치료목적으로 라듐을 쓰기 위해 관련법안을 로비하던 연구소 동료가 폭발 현장에서 즉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수사에 적극 협조한다.

 제임스 리틀모어 경찰관은 뉴욕 맨하튼 금융가들을 샅샅이 뒤지며 금융거물들의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는 유럽 이민자들을 추려내던 중 라듐 제조 공장출신자들이 포함되어 있다는걸 알아낸다.

네사람은 유럽으로 건너가서 광범위한 수사를 펼치며 비엔나와 프라하,파리 곳곳을 누비며 라듐제조 공장에서 일했던 이들을 통해 치료목적(방사선 )으로 통과 받기 위해 소녀들을 임상 실험으로 이용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마담 퀴리의 연구에 관한 것이라면 상세하게 알고 있고 그녀를 위해서라면 무슨일이라도 해내는 콜레뜨는 실험 대상자 였던 소녀들을 찾아내지만 괴한들에게 습격을 받는다.

제임스 리틀모어와 영거 박사는 아름답고 매혹적인 프랑스 여인의 생명을 구하는 동안  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오랜 우정이 흔들린다.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수 있지만 누군가를 죽일수도 있는 '라듐'

1915년 참옥했던 1차대전을 겪은 유럽 대륙은 공포의 늪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채 불특정 다수에 대한 테러와 살육이 이어지고 있었다.

독일,프랑스,영국,러시아 침략과 강탈 그리고 대전쟁을 치루며 어떤 나라보다 먼저 라듐을 손에 넣고 싶어했다.

참정권도 없고 직업 조차 제대로 갖을수 없었던 여성이 우라늄보다 휠씬 강력한 라듐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두번의 노벨상을 거머쥔 여성과학자 마담퀴리의 위상은 위대함보다 경멸과 위협을 동반했다.

연구소를 지키며 남성 학자들과 고군분투하는 마담퀴리를 대신해서 제자 콜레뜨는 비밀리 활동하며미국 자본을 끌어들인다.

J.P.모건은 유럽 유태인들의 금광을 반출하면서 그 속에 라듐을 숨기고 이를 알아차린 자들이 테러를 공모 해서 폭탄을 실은 마차로 테러를 저지른다.

작가는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을 결합시켜서 20세기 초반 격동기 시절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프로이드의 이론들이 각 인물들의 행동과 심리 구석구석 'The Death Instinct'(죽음의 본능)이 투영되어서 어떤식으로 파괴하고 살인을 하게 되는지 보여준다.

 

'The Death Instinct'(죽음의 본능), '모든 인간은 태어날때 부터 자기 파괴적인 본능을 갖는다'는 이론으로 생존하려는 성적 본능과 함께 살기위해 다른이를 죽일 수 있는 '죽음의 본능'을 의미한다.(프로이드가 발표한 논문으로 어떤 생물학적 학술적 이론으로 명확하게 증명하지 못함/그는 후에 자신의 이론에 대해 논의 하는것 조차 거부함)

 

전쟁이 파괴한 인간의 본성인가? 과학 문명이 가져다 준 인간의 욕심인가?

작가는 이 두가지 질문에 어떤 해답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목숨, 지위, 권력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를 죽여야만 했던 시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를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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村上朝日堂はいかにして鍛えられたか (新潮文庫) (文庫)
무라카미 하루키 / 新潮社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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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번역본들중에 짜집기 편집으로 출간된 하루키의 수필집은 여러권이다.

겹치고 중첩된 수필들도 여러개 결국 일어본으로 읽기 시작했다.

이책은 주간지 무라카미 아사 히토우라는 잡지에 1997년에 연재되었던 글 모음집이다.

지극히 일상적인 생각과 내면을 담담하면서도 유머스럽게 썼다.

사뭇 쉽고 간결하게 쓴것 같아도 읽고 나면 역시 하루키 답다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개의 글중 가장 인상 깊었던 '여행의 동반자,인생의 반려'라는 글을 옮겨 본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행길에 어떤 책을 들고 갈 것인가 하는 명제는 누구나 고민하는 고전적인 딜레마일 것이다. 

물론 사람은 각기 독서 경향이 다르고, 여행의 목적이나 기간, 행선지에 따라 책을 선택하는 기준도 달라진다. 

따라서 일반적인 결론을 유추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만약 당신에게 '언제 어떤 곳을 가든 O.K.' 라고 여길 수 있는 올 마이티적(almighty/전지 전능한)인 책이 한 권쯤 있다면, 인생이 한결 편해질 것이다.
    

나는 중앙공론사에서 출간된 <체호프 전집>을 그런 책으로 삼고 있다.  왜 <체호프 전집>이 여행길에 지참하기에 가장 적합한 책인지, 적어도 나한테만은 그 이유가 명확하다.
    

1) 단편소설 중심이라서 짤막짤막하게 읽기가 쉽다.
2) 모든 작품이 완성도가 높아 거의 실망하지 않는다.
3) 문장이 읽기 쉽고 세련되면서도,
4) 내용이 풍부하고 문학적 향기로 가득하다.
5) 사이즈도 적합하고 무겁지도 않고, 표지가 두꺼워서 구겨지지 않는다.
6) 만약 누가 표지를 힐긋 보거나 해도 '체호프를 읽고 있는걸 보면 그렇게 이상한 사람은 아닐 것'이라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이 점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것이지만.
7) 이건 아주 중요한 점은 몇 번을 읽어도 싫증이 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발견을 한다.
    

이런 몇 가지 이유로 나는 여행을 할 때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이 <체호프 전집> 한권을 가방에 넣어간다. 지금까지 후회한 적이 한번도 없다. 

단 한 가지 문제점은 다 읽고 나서도 가지고 돌아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정도일까 (대개는 두고 온다).
    

나는 같은 중앙공론사에서 졸저 <레이먼드 카버 전집>을 출간할 때도, '가능하면 <체호프 전집>과 같은 사이즈에 같은 체재로 해주셨으면 한다' 고 부탁하였다.

 그만큼 <체호프 전집>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고 보니 레이먼드 카버가 가장 존경하였던 작가 역시 안톤 체호프였다. 그때는 몰랐는데, 이 또한 무슨 인연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행길에는 들고 가지 않지만 인생을 통하여 몇 번을 읽어도 다시 읽는 책이 있다.  나한테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가 그렇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읽는 경우는 드물고, 그때 그때 읽고 싶은 곳을 펼쳐 놓고 몇 페이지를 꼼꼼히 읽는다. 줄거리는 이미 머릿속에 다 들어 있으므로, 어디서부터 읽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머리로 읽다가 놓치는 부분을 그런 식으로 읽으면 오히려 신기하게 눈에 들어온다. 물론 이런 식으로 읽기에는 탁월한 문체에 밀도가 높은 작품이 아니면 안 된다. 그리고 또 개인적인 관심이 없어서도 안 된다.
    

명편집자로 잘 알려져 있는 맥스웰 퍼킨스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그런 책으로 삼고 있다.  그는 몇 번이나 그 소설을 다시 읽으면서, 거기에서 인생의 자양분과 용기와 힌트를 얻었다. 그의 사무실에는 항상 <전쟁과 평화>가 몇 권이나 비치되어 있고, 누가 오면 그 책을 선물하였다. 피츠제럴드도 헤밍웨이도 토머스 울프도 다들 한 권씩 받았다.
    

비슷한 이야기인데, 내가 옛날 <뉴요커>의 어느 편집자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책상 뒤편 책꽂이에 다나자키 준이치로의 <세설>의 영역본이 반 다스 정도 꽂혀 있는 것이 눈에 띄어, 그에게 질문하였다.


  "왜 똑같은 책이 몇 권씩이나 있는 거죠?"
  "내 사무실에 찾아오는 사람들한테 그런 질문을 하게 하기 위해서지."
그는 싱긋 웃으며 그렇게 대답하였다.
  "그러면 이 책이 얼마나 멋진 책인지 설명할 수 있고, 그리고 관심을 갖는 사람한테는 한 권 선물할 수도 있고, 자네도 갖고 싶나?"
나는 아니라고 웃으며 대답하였다. 일본어로 된 책을 한 권 가지고 있으니.
  "아아, 자네 일본 사람이었지."
   

언제까지고 자신의 심금을 울리는 책 한 권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이렇듯 귀중한 인생의 반려가 있고 없고에 따라 사람의 마음가짐에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봐서 그렇다는 뜻이다.
    

나는 얼마 전 미국의 책방에서 아주 세련된 장정의 양장본 <위대한 개츠비>를 입수하였다. 오리지널판의 복각본인 모양인데, 지질이나 인쇄상태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 물론 내용은 가지고 있는 몇 권의 위대한 개츠비와 전혀 다를 바가 없지만, 감촉이 좋아 틈만 나면 손에 들고 팔랑팔랑 페이지를 넘긴다. 조금 더 실력이 향상되면, 언젠가는 내 손으로 직접 번역해 보고 싶은데, 한참 갈길이 멀었다고나 할까, 개인적인 관심이 깊으면 오히려 더 어려운 법인가 보다.] 

빼곡하게 꽂혀 있는 책들속에 내인생의 반려,여행의 동반자가 되어줄 한권을 찾아 봐야겠다.
찾게 된다면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두루 건네주며 한권이 전해주는 소중한 울림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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村上春樹 雜文集 (單行本)
무라카미 하루키 / 新潮社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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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1Q84를 발표하고 하루키는 여러 매체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는 언제나 글을 쓰고 번역하고 달리는 무라카미 하루키 이다.

기나긴 장편을 쓰고 여러나라에서 번역되어 나와도 여전히 잡지"앙앙"에 짧막한 글을 기고하며 틈틈히 챈들러의 소설을 번역하며 언제나 그렇듯 무라카미 하루키로 살아가고 있다.

2011년 1월,하루키는 작가로 데뷔한 30년동안 써왔던 어디까지나 지극히 잡다한 글들을 모아서 한권의 두툼한 책으로 출간했다.

'잡문집' 여러매체에 기고했던 인사말 ,서문 ,해설,단편 소설 등 지금까지 발표되지 않았던 69편의 글들을 가득 담았다.

목차를 살펴 보면

서문 어디까지나 잡다한 마음 가짐

1. 서문 해설

자기란 무엇인가 (혹은 맛있는 굴튀김 먹는법)

같은 공기를 마시구 있구나 라는것

우리가 살아가기 힘든 세계

안자이 미즈마루는 당신을 보고 있다.

2. 인사 메세지 등

'마흔 살이 되면' 군상신인 문학상 수상소감

'앞으로 아직 길기 때문에' 노마문예신인상 수상 소감

'전혀 잊고 있어도 좋다.' 다나자키 상을 받은 시절

'이상하고 이상하지도 않은.'아사히 수상 인사말

'이제 와서 갑자기 라고 할까' 와세다대학 쓰보우치 쇼오 대상 수상 인사말

'아직 주위에 많이 있을것' 마이니치 출판 문학상 수상 인사말

'나뭇가지가 격렬하게 흔들리면' 신풍상 수상 인사말

자신의 내면에 미지의 장소를 검색할수 있다.

도너츠를 먹으면서 (미국대학교수시절 한국학생과의 일화)

좋을때 아주 좋은(안자이 미즈마루씨 따님의 결혼 축하 메시지)

'벽과 계란'예루살렘상 수상 연설

3.음악에 관하여

여백이 있는 음악은 듣고 질리지 않은

짐모리슨의 소울 키친

노르웨이의 나무를 보고 숲을 보다.

일본인에게 재즈는 이해 될수 있는 것일까

빌크로우와의 대화

뉴욕의 가을

모두가 바다를 가질수 있다면

연기가 눈에 스며들어

외곬수 피아니스트

말을 꺼내는것을 삼가하며

no where man(아무데도 못가는 사람)

빌리 홀리데이 이야기

4.언더 그라운드를 둘러싸고

도쿄의 지하 블랙 매직

공생을 추구하는 사람들,추구하지 않는 사람들

피와 살이 되는 단어를 찾아서

5.번역하고,번역되는

번역하는것과 번역되는것

내안의 'catcher'(끌어당기는)

고전에 버금가는 소설 인 '롱 굿바이'

거품(ムース)을 쫒아

스티브 킹의 절망과 사랑-고품질의 공포 표현

팀브라이언이 대학에 온 나날

바흐와 오스터(Paul Auster)의 효용

그레이스 페리의 중독적인 '씹는 맛'

레이몬드 카버의 세계

스콧 피츠제럴드-재즈 시대의 기수

소설보다 재미있는?

단 한번의 만남이 남긴것

기량있는 소설

카즈오 이시구로 같은 동시대 작가들이 가진것은

번역 도사

6.인물에 대해서

안자이 미즈마루는 칭찬 할수밖에 없다.

동물원의 코끼리

교이치 스츠키(都築響一)적인 세상이 된다면

수집하는 눈으로 설득하는 말

칩카드의 일(직업)

가와이(可合)선생과 가와이 하야오(可合集雄)

7.눈으로 본것이 마음으로 생각한 것

데이브 힐튼 시즌

정확하게 다리미 거는 법

청어 이야기

잭 런던의 틀니

바람의 것을 생각하자

토니 타나카타를 위한 코멘트

다른 울림을 찾아

8.질문에 대한 답변
제대로 나이먹는것은 어려워

포스트 공산주의 세계에서 질문

9. 단편 소설-'밤의 거미 원숭이' 수록 OUT TAKE

사랑없는 세계

수행자炳浴行人(키니타닌 코진)

덤블속의 들쥐

10.소설을 쓴다는것은

부드러운 영혼

먼곳까지 여행할수 있는 방

자신의 이야기와 자신의 문체

온기를 자아내는 소설은

얼어붙은 바다와 토끼

이야기의 선(善)한 순환

부록 일러스트 해설 대담 무라카미 하루키 X 안자이 미즈마루



실로 다양한 글들로 가득차 있는 이책의 페이지를 넘겨보면 문장들이 넘치고 쏟아져 나오던 시기에 쉼없이 써내려갔던 한 개인의 열정이 느껴진다.

하루키는 어떻게 이런 글들을 썼을까?라며 스스로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고 고백하지만 다듬어지지 않고 내용이 산만해도 부지런히 글쓰는 과정 속 에서 새어나온 따끈따끈한 땀방울 같은 글들이다.

'단 한번의 만남이 남긴것'이라는 에세이에서 하루키는 레이몬드 카버와 단 한번 만났던 그날과 카버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신문을 통해서 읽게 되었던 그날 속의 자신, 작가의 길을 걷고 있지만 동료도 스승도 없이 홀로 하얀 백지장과 쓸쓸하게 맞대고 살던 그시절의 모습을 떠올린다.

알콜중독과 생활고, 가정불화 속에서 써내려간 단편들, 그의 작품을 번역하고 있던 하루키

1984년 여름 레이몬드 카버의 집을 직접 방문한 무라카미 하루키

'일부러 나같은 사람을 만나러 여기까지..'라고 말했던 레이몬드 카버

'언젠가 일본에 꼭 한번 방문해주세요.'라며 수줍게 대답한 무라카미 하루키

'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그렇게 까지.'

자신보다 10살 많은 작가, 장편이 아닌 단편을 쓰는 작가 레이몬드 카버

이곳도 저곳도 아닌 우리의 일상속 희비극을 보여주고 떠난 레이몬드 카버

그의 전작품을 번역하며 힘과 용기를 얻게 된 무라카미 하루키

단한번의 만남 으로 작가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느낀 하루키는 카버의 단편속 인물들과 마주하며 그들의 삶과 카버의 삶이 하나로 느껴졌다고 한다.

' 자기가 무엇인지' 라는 서문 말미에 '맛있는 굴튀김 먹는법'이라는 글속에 하루키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의 모습은 이러하다.



[ 굴 튀김 이야기

추운 겨울 해질 무렵,나는 단골 레스토랑에 들어가 맥주(삿보로 중간크기)와 굴튀김을 주문한다.

이 레스토랑에서는 5개 짜리 굴튀김과 8개 짜리 굴튀김 두가지를 선택할수 있다.

무척 신선해서 엄청난양의 굴튀김들이 운반되고 있었다.

물론 나는 8개짜리 굴튀김을 주문했다. 오늘은 무진장 굴튀김이 먹고 싶으니까.

굴튀김에 곁들여 나오는 것으로는 얇게 채 썰은 양배추가 듬뿍 따라 나온다.

달고 싱싱한 양배추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더먹고 싶어질정도다.

더먹으려고 주문하면 정가에서 50엔이 추가된다.

그러나 나는 양배추가 더먹고 싶어질정도는 아니였다.

나는 정말로 굴튀김 그것만 먹으려고 온거지 곁들여 나온 양배추를 먹으려 온게 아니였다.

게다가 지금 주문한 그릇을 잔뜩 쌓아놓은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내 접시에 올려진 굴튀김 껍질에서 아직도 지글지글 소리를 내고 있다.

작게 들려도 멋진 소리다.

눈 앞에서 직원이 굴들을 바로 튀겨낸다.

엄청난 기름을 담은 냄비가 있는 곳 부터 내가 않아 있는 카운터 옆 좌석 까지 운반되어 왔다.

기껏해야 5초 정도 걸렸을까.

어떤 경우에는- 예를들면 추운 저녁 무렵이 되었을때 굴튀김을 먹으러 가는 경우라는건 - 속도에 엄청난 의미를 두고 있다는 뜻일거다.

젓가락으로 굴튀김옷을 북 찢어서 두개로 쪼개면 바로 한가운데 굴이 어디까지나 굴로써 존재하고 있다는걸 알수 있다. 정말로 보기만 해도 굴로써 존재하고 굴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굴의 색깔로써, 굴의 형태로써 존재 하고 있다.

굴들은 얼마전 까지 어느 바다 속에 살고 있었다.

말없이 꼼짝않고 밤이건 낮이건 딱딱한 껍질 속에 굴스럽게 그렇게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그럿것들이 이제는 내 접시위에 올려져 있다.

나는 내스스로가 굴이 아니라 소설가라는 사실이 기쁘다.

기름에 튀겨져서 양배추를 옆에 두고 잠들어 있지 않아서 기쁘단 말이다.

우선 내자신이 윤회전생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도 기쁘다.

그럼에도 내가 다음생에 굴로 태어날지 모른다는 둥이라는 생각 같은거 하고 싶지 않은걸.

나는 그 굴들을 조용히 입속으로 넘겼다.

튀김옷과 굴이 내입속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바싹바싹한 튀김옷이 이빨에서 사르륵. 폭신폭신한 굴이 이빨에서 사르륵 함께 녹아내려야만 감촉을 한번에 느끼게 된다.

미묘하게 뒤섞인 향이 내 입속 이빨에 닿아 한복판에서 축복하듯이 쫙 퍼진다.

나는 지금 행복을 느낀다.

나는 굴튀김을 먹으려고 기다리고, 그래서 이렇게 8개 굴튀김이 나오는데로 먹었다.

그런사이에 맥주도 마셨다.

이런게 한정된 행복에 불과 한게 아닐까 라고 당신은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 이전에 한정된 행복이 찾아왔던적이 언제 였더라?

그리고 참으로 진정으로 한정된 행복이 아니였을지도 모르잖아?

나는 그런것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그렇지만 결론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다른 사람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게 간단하게 결정지을수 없다.

굴튀김 속에 무슨 힌트 같은것이 있지 않을까 응시하며 내가 남긴 3개의 굴튀김을 잠시 노려본다.

어쨌든 그들은 내게 아무 말도 걸지 않았다.

대충 식사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맥주를 마셨다.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간다.
역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 내 어깨 부위에 어렴풋이 굴튀김이 조금씩 힘을 북돋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그런게 절대로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몇개의 굴튀김이 나에게 있어서 커다란 내자신의 일부 (개인적 반영) 중 한가지 이니까.

그런식으로 마음(숲)속 깊은곳에서 누군가와 싸우고 있을테니까.]



굴튀김을 먹고 맥주를 마시고 그리고 또다시 책상앞에 앉아 어제도 그랬듯이 하얀 백지속을 가득 채운다.

69편의 잡다한 글들 속에는 낮게 소곤소곤 거리기도 하고 느릿느릿 주절거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상하다 싶기도 하고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고 잠시 책장을 덮고 먼곳을 응시하며 멍한 상태로 서있게 된다.

수상 소감을 읽을때면 잠시 홍차를 마시고 쿠키 가루들을 페이지 속에 떨어뜨리며 활자가 시야에서 잠시 벗어나기도 한다.

그러다가 재즈와 청어 ,도너츠,뉴욕등의 페이지로 넘어가면 활자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시선을 단단하게 고정 시킨다.

책장을 덮으면 그가 먹었던 것들, 보았던것들, 갔던곳들, 번역했던 책들이 머릿속을 붕붕 떠다니며 그의 발자국, 목소리가 들려온다.

단 한번도 만난적이 없던 그가 내삶의 한부분에 자리잡고 있다.

자주는 아니여도 이따끔씩 보고 싶어지는 사람이다.

가슴 한구석에 멍자국을 남기지 않았지만 쓰담아주고 싶은 사람이다.

푸석거리고 서걱거리는 일상에 훈훈한 입김을 불어넣어주는 사람이다.

나른한 포즈로 누워있는 고양이 등을 쓰담고 있을 그에게 이렇게 속삭여주고 싶다.

고마워요. 하루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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